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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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자로서 서울대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가 전공관련 교양강의를 개설했고 대형강의로 커질 정도로 인기를 모으면서 관련 내용을 엮어낸 책이었다. 1부에서는 본인이 부검에 참여한 여러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얼마전 한 프로그램에서 특수청소전문가분과의 인터뷰를 본 기억이 났다. 자살을 했거나 고독사한 분들의 유품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일을 하면서 겪은 느낌이나 유가족과의 일화를 보면서 참 사람인생이라는게 무엇인가 싶었었던 기억이. 여기서는 타살 중심으로 여러사건들이 등장하는데 얼핏 매스컴을 통해 접했던 사건들도 종종 등장했다. 보험금을 노린것이 정황상 분명해보이는 사건에 대해 얼마전 무죄취지의 최종 선고가 내려진 뉴스가 생각나기도. (찾아보니 사망 보험금만 95억인 사건이고 1심 무죄, 2심 무기징역에서 3심 대법원 판결로 금고2년 선고)


아무튼 책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매년 28만명 정도가 사망하는데 타살은 500명 정도라고 한다. 10만명당 1명이 안되는 셈, 그런데 자살은 10만명당 24명이 넘는다고 하니 꽤나 심각한 문제다. 저자에 따르면 자살자는 시신이 발견되어도 명백하게 유서같은 것이 없으면 기타 및 불상으로 분류되어 실제 자살자수는 더 많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기도 했다.


자살 말고도 뇌사, 안락사, 유언 같은 죽음 관련 키워드에 관련한 경험과 법적인 지식등을 이야기해주고 있었는데 죽음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는 참 공감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비용의 대부분을 죽음을 얼마 앞두고 쓰는 경우가 많다라는 이야기는 보험과 더불어 건강관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되었고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이문구 소설가가 죽음을 앞두고 삶을 정리한 사례가 나오는데 선인세를 받아둔 동시집 출간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남한테 부탁받았는데 미루고 있었던 일을 챙기며 문학상을 만들지 말것, 기일에 따로 제사도 지내지 말것을 요청하여 가족들이 지키고 있다고 한다. 또 해외의 어떤 사람은 장례식때 국화말고 장미꽃과 와인을 비치하고 탱고음악을 깔아달라고 해서 정말 그렇게 했다는 사례도 너무 멋져보이더라는. 자신만의 고유성을 드러낼 수 있는 죽음을 위해서는 생전에 충분한 합의와 준비를 필요로할텐데 우리나라 장례문화도 다양화되면 좋겠다는 바램도 살짝 가져본다. 저자도 생전에 한번도 입어보지 못한 삼베소재의 옷을 죽음이후 입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져 자녀에게 본인의 장례식때는 결혼할때 마련한 예복을 입혀달라고 했다고.


국내 법의학 발전사도 나름 흥미로웠는데 특정분야에 사명감을 가지고 연구에 매진하는 사람들은 분야를 막론하고 멋져보였기 때문이다. 어떤 사건에서 해외 법의학자까지 초청해서 재판을 위해 의견을 구한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국내 법의학 수준이 높아져 앞으로 이럴 일은 없게되길 바래보기도 했던, 나름 흥미로운 주제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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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 -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튼 시리즈 20
김혼비 지음 / 제철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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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주량이 센편은 아니지만 술을 꽤나 좋아하는지라 재밌는 제목에 끌려 읽어봤는데 술마신 날만 쓴 일기만 모아놓은 듯 해서 의외로 재미나게 볼 수 있었다. 180페이지 남짓 분량이라 금방 볼 수 있었는데 술과 함께 담긴 인생이야기들을 이렇게 맛깔나게 풀어쓸 수 있는 글재주가 부럽기도 했다. 밖에서 술마시기 어려워진 요즘은 집에서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으시려나.


오늘의 술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건 어제마신 술밖에 없다라는 문구를 보면서는 오늘의 나를 이야기하는 것 같아 뜨끔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정말 기발한 문장이라 기억해두고 싶어졌다. 소주 첫잔을 따를때 나는 소리를 묘사한 문장도 기발했는데 서브우퍼 소리를 살짝 가미한 듯한 느낌이라며 가장 좋아하는 소리라고 설명하는 부분을 보면서는 피식하면서도 다음에 한번 제대로 들어봐야겠다는 작은 결심을 하게 만들기도. 심지어 이 소리를 듣고 싶어 두병을 한번에 시키는 경우도 있다나.


보드카vodka라는 이름이 러시아어로 물을 뜻하는 voda에서 따왔다고 하며 이름정말 잘 지었다고 칭찬하는걸 넘어 생명수라고 좋아하는 부분에서는 편의점에서 종종 지나치는 앱솔루트 보드카를 한번 사마셔볼까라는 생각마져 들게 만들었으니 이 분의 술에 대한 애정은 활자를 넘어 독자의 생각을 조종하게 만드는 수준이었다. 또 다쳐서 무리한 운동 금지는 물론 물리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처방을 받고 나오면서도 '술을 마시는 것도 안좋을까요?'라고 물었다는 부분에서는 몇년전 사랑니를 뽑는 치료를 받고 나오면서 내가 물어봤던 질문과 똑같아 실소를 짓기도 했던 재미나게 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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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 직장을 넘어 인생에서 성공하기로 결심한 당신에게
김호 지음 / 김영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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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쿨하게 사과하라라는 책을 본 기억이 있는데 이 책은 저자의 전공인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담은 책이 아니라 제목처럼 담백하게 일을 안하고 살수는 없는 당신이 직장인인지, 직업인인지를 깨닫고 이를 대하는 방식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책이었다. 몰랐는데 저자분께서는 인턴부터 시작해서 대표이사까지 올랐고 십여년 전부터는 1인 기업으로, 그러니까 말그대로 직업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계셨는데 여기저기 칼럼을 통해 기고했거나 남긴 글들을 중심으로 해서 각 장마다 가상의 인물을 내새워 코칭을 받는 형식으로 인트로를 넣는 등 구성도 다듬고해서 발간한 것으로 보인다.


- 피터 드러커는 이런 말을 했다. "모든 기업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둘 준비를 해야만 한다"고. 기업만 그럴까? 모든 직장인은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을 그만둘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며칠전 다른 책 리뷰에서 두루마리 시간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책에 나온 문구이다. 직업인으로서 자신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이렇듯 의도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 직장 일이 바빠 여유가 없다면 저자가 실명으로 언급한 두산그룹 교육팀장으로 재직중인 진동철 부장처럼 출근시간보다 일찍 나와 근처 카페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볼 수도 있겠다. (이 분 말고도 상당히 많은 분이 실명으로 등장하는데 책 말미에 모두 고마우신 분들로 언급되어 있다.) 올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인생 변곡점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는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 때로는 임상심리학자 가이 윈치Guy Winch가 소개한 소셜 스낵social snack이라는 개념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내게 기억에 남는 칭찬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말을 들었을때 기분이 좋아졌으며 지금까지 이룬 기억나는 성취는 무엇인지에 대한 기억들. 좋아하는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도 마음이 힘들때는 도움이 될 것이다. 책에는 이와 관련한 더 상세한 질문들이 나온다. (기억에 남는 교육, 최고의 선후배 등)


사회학자 김홍중 교수에 따르면 '과도하게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데, 자신이 무엇을 욕망하는지 알지 못하는 자'를 속물이라고 한다. 나의 욕망을 직시하는건 개인에 따라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이를 위한 공부는 반드시 그리고 꾸준히 필요한 일인데 대학원 진학 등 가방끈이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공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책에서는 세스고딘이 말하는 린치핀이 되어라라고 말하고 있지만 꼭 린치핀이 아니더라도 내가 성장하면서 즐길수 있는, 그러면서도 내가 원하는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된거 아닐까. 나의 욕망을 만족시키고 있다면 남들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미래를 향한 희망보다는 과거의 추억으로 살아가며 따라서 말이 많아진다"라고 썼다.


그래. 말(여기선 글)을 줄이고(?) 행동을 앞세우자. 일단 밥부터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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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 - 인공지능 시대를 위한 교육 혁명
아라이 노리코 지음, 김정환 옮김, 정지훈 감수 / 해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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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교수가 도로보군이라는 AI로봇을 만들어 대학입시 시험에 합격시키는 프로젝트를 담은 책이다. 커즈와일이 AI의 능력이 인간을 넘어서는 순간을 특이점이라고 표현했는데 그 특이점을 넘어서기 위한 한걸음을 시도해봤다고나 할까. 그런데 내용은 예상밖이었다. 한계는 있었지만 성과또한 분명했고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다라고 희망적인 메시지로 끝맺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AI이기에 머신러닝이나 딥러닝도 한계가 있으며 대학입시 문제의 경우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하기에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었기 때문.


사람은 기본적인 지각을 갖춘 어린아이어도 강아지와 고양이 사진을 직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기계는 그렇지 못하다.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넣어도 통계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인데 지금도 각종 사이트에 신규가입하거나 비밀번호를 잊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미지테스트를 통해 이 데이터를 구축하는데 일조하고 있지만 인간만큼의 정확성을 갖는 판단력을 갖추기는 저자의 판단으로는 요원한 일이라는 것이다. 딥러닝을 벗어난, 그러니까 통계학적인 방법론을 벗어난 전혀다른 방식의 직관을 터득하기 위한 방법론이 개발, 적용되면 모를까.


후반부에서는 저자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력하여 만든 AI가 대학입시 시험문제를 풀어본 데이터와 더불어 일본(우리나라도 비슷할 것이다.) 학생들의 문해력에 대한 문제를 담고 있었다. 도로보군은 도쿄대 입시에는 통과하지 못했지만 일반적인 대학에는 합격할 수 있을 정도의 문제 풀이 능력을 갖추는데는 어느정도 성공했다. 다만 문제풀이 방식이 사람과는 전혀 달랐는데 문제의 의미를 이해했다기 보다는 문제와 보기에 실린 키워드를 바탕으로 사실 판단 여부를 확률게임으로 분석해서 최적의 보기를 골라내는 방식이었다. 당연하게도 사람은 절대 따라할 수 없는 방식. (그러고보니 이 도로보가 문제풀때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는 상태였으려나? 만약 그렇다면 형평성 문제도 있을 듯.)


아무튼 이렇게 배워나가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점차 위협해오고 있다는게 더이상 먼일이 아니게된 요즘,(최근 국내 소설로도 번역되어 출간된 한자와 나오키도 더이상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라 말한다. 대출담당자가 AI로 바뀔것이기 때문에. 또 팬데믹 때문에 언택트 기조와 더불어 더 가속화 될 가능성도 높다.), 인간은 다른 차원에서 그 존재가치를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저자는 테스트 결과 학생들이 반복적 문제풀이에 익숙해져 있어 문제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반복적 문제풀이를 통한 기계적 학습, 즉 진도에 맞춘 반복연습을 제공하는 AI를 활용하는 학습이 이렇게 만들었다며 우려하는 부분이 일리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내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했다.


출간된지 일본기준으로 2년 반정도, 우리나라 기준으로 2년 가까이 되었지만 그간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고 그 사이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이 몇권 나오긴 했지만 (이지성씨의 에이트나 안상헌씨의 새로운 공부가 온다 등) 충분히 일독할만한 가치가 있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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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공간들
윤광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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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는 나만의 명품들에 대한 책을 재밌게 봤는데 이번에는 내가 사랑한 공간들이라는 조금 다른 관점의 책을 새로 내셨길래 읽어보았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공간들은 그 공간으로 이동하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야만하는 곳이 아니다. 지하철역에서부터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음반가게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눈에 띄었던 다양한 공간들을 소재로 삼고 있었다. 아이러니할 수 있지만 이 책에 언급된 공간들중 가장 거리감이 느껴지는 곳은 화장실일지도 모르겠다. 호텔 화장실을 드나드는 경험은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 


짜여진 코스를 왕복하던 소싯적 시절을 보낸 성인들은, 보통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 또는 직업을 갖게된 이후에야 비로소 다양한 공간에 발을 딛게 된다. 이때 변화된 환경을 얼마나 민감하게 인식하느냐가 어쩌면 공간에 대한 촉의 정말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매일 혹은 자주 방문하는 곳의 작은 변화에 대해 어렵지 않게 캐치할 수 있는 사람은 단순히 민감한 성격을 지녔다는 것을 넘어 변화의 바로미터가 될수 있지 않을까. 


저자가 방문했던 공간들을 모두 일반인들이 따라가긴 쉽지 않다. 허락이 있어야면 가능한 곳도 있기 때문인데 특히 오드 메종이나 아모레 퍼시픽 미술관 같은 경우는 방문 절차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라 가보고 싶은 독자로선 좀 아쉽기도 했다. 공간을 다룬 책이니 만큼 각각의 공간을 방문하는 방법, 경로, 절차 등을 언급해주었어도 좋았을듯. 하지만 독자들이 그간 방문한 곳들을 정리해보고 싶다는 욕막을 들게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쓰임은 다한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내가 방문했던 곳, 그런데 남들도 와봤으면 좋을만한 곳이 있다면 말이든 들이든간에 정리해서 전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말은 아무래도 됐고 술이나 마시자며 중간에 끊길 위험이 있으니 글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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