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처하는 방법 중에서

쿠푸는 고왕국의 왕이었다. 이후 중왕국과 신왕국, 침략을 받았던 두 번의 중간기를 합쳐 3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집트문명은 그 명맥을 이었다. 고대 이집트가 이룩한 성취와 승리는바로 지속성이다.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두 번이나 왕국이 침탈되는 동안에도 피라미드는 건재했다. 비옥한 실트 (파라오의선물)를 가져다주는 나일강 곁에서 농사를 지으며 단순한 삶을살았던 이집트인들은 세대가 바뀌어도 자신들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나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계급과 상관없이 부유한 사람도 가난한 사람도 모두 내세에 대한 집요한 환상을 품었다. 고대 이집트는 죽지 않은 자의 미래에는별로 관심이 없었다. - P111

오크니제도의 신석기시대 농부들은 대를 이어 반복되는 세계의 패턴을 파악했다. 오랫동안 온건한 기후가 이어졌고 곡식도 풍요로웠다. 하늘의 별들은 늘 같은 길을 따라 움직이며 마음에 위안을 주었다. 사람들은 파종과 수확의 계절 사이에 거대한 거석기념물을 세웠으며 무너뜨리고 다시 세웠다. 그러다 기후와 환경이 변화했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들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 했다. - P111

그러나 이집트는 이러한 환경 변화를 겪지 않았고 따라서 경로를 수정할 필요도 없었다. 수천 년의 세월 동안 동일한 삶의패턴이 부단히 반복되었다. 강이 범람하고 곡식이 무르익었으며 농부들은 곡물을 수확하고 저장했다. 작은 부분까지 철저히 - P111

관리 감독했던 엄격한 관료제를 통해 어마어마한 노동력을 집결시켰고, 지구상에서 가장 큰 묘비를 세웠다. 사람들은 오래도록 죽음을 준비하면서 일생을 보냈다. 죽은 자의 집은 변치 않는 돌로 지었으나, 허리 굽혀 일하는 사람들이 살 집은 곧 사라질 진흙 벽돌로 만들었다. 평화롭고 단조로운 삶을 살아가던 그들은 삶 이후의 시간을 꿈꾸었다. - P112

반대로 오크니제도의 사람들은 불안정한 환경 탓에 역동하는 삶 자체에 집중해야만 했다. 그곳의 생활은 고단하기 짝이없었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사는 일에 몰두했다. 오크니제도에서는 청동기와 철기, 그 밖의 모든 혁신이 탄생했고켈트족, 로마인, 바이킹 등 새로운 민족들이 유입되었다. 고대이집트는 3000년 동안 변함없는 위용을 자랑했으나, 그 변함없음 때문에 변화를 겪지 못했다.

한 폭의 정물화처럼 평화롭고 안정적이지만 큰 변화가 없는삶 또는 굽이치는 파도를 따라 쉼 없이 나아가 변화를 일궈내는 삶, 당신의 인생은 지금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 둘 중 어느쪽에서 살아가고 싶은가?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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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가지절임의 맛
시리아 출신의 한 시인은 가지의 외양을 독수리 발톱 사이에 있는 붉은 양의 심장이라고 노래한 바 있다. 알마그로의가지는 딱 그렇게 생겼다. 알마그로 가지절임의 기본 장은 식초와 올리브유, 물과 소금.여기에 훈제파프리카 가루로 색과 향을 더한다. 가지는 아직 꽃자루를 포함하고 있는 아기상태일 때 꽃받침과 줄기까지 잘라서 쓴다. 잘 익은 가지를딴다기보다, 이제 막 생겨난 가지를 줄기째 잘라서 쓰는 셈.
이걸 삶아서 식힌 다음, 오이소박이 만들 때처럼 이등분 혹은 사등분하여 그 틈ㅇㅔ 마늘과 파프리카,
허브 등을 끼워 넣고, 절임장을 부어 열흘 정도 익혀
먹는다. 시원하고 쌈박한 이북식 오이소박이와 비슷
하다. 맥주안주로 아주 좋다. 새콤달콤 짭짤. 다른
음식에 곁들여 김치처럼 장아찌처럼 조금씩 잘라
먹어도 좋다. 그야말로 스페인 가지김치 혹은
가지절임.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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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책이 안읽히는 날이 아니고...
어젯 저녁 딸램이 갑자기 집에 먹을게 다 떨어져 건다고 엄마 반찬 이것저것 먹고 싶대서 남편과 대충 먹으려던 계획을 바꿔 마트로 출동~~
이번주 내내 차는 세워 놓다시피-왜냐하면 카페에서 기분좋게 책 보고 있는데 가만 서 있는 내 차를 긁었다고.. 하여 고치러 가고 렌터카가 우리집 주차장에, 그것도 어마무시한 7인승 모하비, 사실 내 차보다 살짝 짧지만 넘의 차라 무서움- 어쩔수 없이 살살 몰고 다녀왔다. 부드럽고 좋네~~
하룻 저녁새에 국을 두가지나 끓이고 밑반찬 두가지 하고 어젯밤에도 책이 안읽혀서 더 글로리 보기 시작했는데 새벽 두시반...
근데 오늘 아침에 딸램 전화와서 갑자기 내일 집에 온다고...ㅎㅎ
밑반찬 더 안해도 되겠다~~
졸려서 병든 닭같이 흐느적흐느적
가볍게 읽어야겠다.

오늘은 와인감별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도 뛰어난 산초 판사의 이야기부터 시작이다.
주인님을 ‘심장만큼이나‘ 좋아한단다.

˝그러니까 내 말은, 그분은 꿍꿍이라고는 전혀 모르
는 분이에요. 물항아리 같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죠.
누구에게도 나쁜 짓은 할 줄 모르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일만 해요. 악의라곤 전혀 없어요. 어린아이라도 대낮을 밤이라고 그분을 속일 수 있다
니까요. 이런 순박함 때문에 나는 그분을 내 ‘심장만큼이나‘ 좋아하게 되었고, 아무리 터무니없는
짓을 해도 그 사람을 버리고 갈 수가 없어요.˝(P114)

이 문장들은 <돈키호테> 어디쯤 나오는걸까?

엊그제 다락방 서재 올라가서 <돈키호테>를 찾아왔다. 2008년 시공사에서 초판17쇄로 발행된 책인데 크기도 크고 700페이지가 넘는다. 그 당시 이 책을 살땐- 직장을 그만두고 시간의 여유가 생겼으니 -여유롭게 읽을수 있을거란 자신감에 차 있었다. 물론 어림도 없는 생각이었지만!
그랬는데 다시 또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터무니없는 욕구가 스멀스멀 또또 올라온다. 천운영의 책을 읽으면서 어쩔수없이 느껴지는 답답함 때문인데,
<돈키호테>에 등장하는 음식에 관한 내용이다보니 줄거리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하나도 모르니까 읽는 즐거움이 반감되는 느낌?
하루에 100페이지씩 읽으면 7일이면 끝나겠네
이러면서~~ㅎㅎ
중간중간 삽화도 있다.

그래도 25%의 생존률을 뚫고 내책 목록에서 살아남았다. 언젠가는 꼭 읽어보겠다는 욕망이 남아 있었다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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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계속 읽어나가고 있다.
위기의 시대에 장미를 심는 마음이 미래의 편에 서는 것이며 그것이 또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이란 것을 믿는다.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거나 망각되는 것이 현대 세계를 규정하는 조건들 중 하나이다. 오웰은 북부에 가서 일터 밖의 노동계급 사람들을 만나고 직접 탄광에 내려가 석탄이라는 필수적인원자재 및 그 채취에 대해 증언함으로써 그런 망각을 시정하고자했다. 땅속으로 내려가는 것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며,
채굴하는 것은 과거를 현재로 끌고 오는 것이다. 광업이 너무나거대한 규모로 해온 그 과정이 지구 환경을 최상층 대기까지 바꿔놓았다. 이런 이야기는 노동 이야기로 할 수도 있지만, 생태학적 이야기로도 할 수 있다. 그 두 가지는 결국 황폐화라는 하나의이야기로 귀결된다. - P82

그 보고서에 따르면, 탄광에 일하러 가는 아이들은 노동시간이 너무 길어서 햇빛을 볼 수 있는 때가 일요일뿐이었다. 석탄을 가지고 나오는 통로가 너무 비좁아서 상당한 거리를 기어야만 했다. 석탄 수레를 미느라 정수리가 벗어진 아이들도 있었다.
어떤 아이들은 허리에 묶은 사슬을 다리 사이로 늘어뜨려 수레에 매고 네발로 기며 수레를 끌었는데, 사슬에 닳아 옷에 구멍이나거나 피부에 상처가 나기도 했다. 오웰도 비슷한 사실을 보고했다. 그런 식으로 석탄 수레를 끌었던, 심지어 임신 후 수개월 동안에도 그 일을 계속했던 "아주 나이 든 여성 몇몇이 아직 살아 있다. 하지만 물론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우리는 그들이 그런 일을 했다는 사실을 잊는 편을 택해야 할 것이다."

*갑자기 이 글을 읽다가
일제가 우리 조선 사람들에게도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이 생각난다.
- P92

1936년의 사람들이 갖고 있던 확고한 자신감은 마치 그들의 의식 내에 아직 발굴되지 않은 지층과도 같았다. 세상은 충분히 크고 우리가 무슨 해를 가하든 너끈히 회복하리라는 확신 말이다. 손상은 기껏해야 국지적인 것이며, 우리가 무슨 짓을 하든그 적은 부분이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리라는, 항상 더 많은 것이 있으리라는 확신 말이다. 인간들은 마치 자기가 무슨 짓을 하든 어머니는 절대로 죽지 않으리라 믿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했다. - P103

하지만 아이는 도구와 기계와 화학적 발명을 갖게 되자 인간의 한계 이상으로 거대하고 강력해졌으며, 시스템 자체를 훼손하고 변모시키는
타격을 가하게 되었다. 그것은 전쟁이었고, 우리가
정신이 들었을 때는 식물들이 이미 해놓은 일과 화해하는 것이 과업이 되었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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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이 단순히 <오웰의 장미>가 아니다.
‘위기의 시대에 기쁨으로 저항하는 법‘이라는 부제가 당당히 붙어있다. 책을 읽어 나가다보니
이 부제목이 시사하는 바가 더 크게 와 닿는다.
솔닛은 조지 오웰의 에세이를 읽고 다큐멘터리 작가와 함께 그가 심은 나무를 찾아 미국에서 영국으로 날아간다. 이 여행으로 솔닛은 작가 오웰에 대한 전통적인 시각을 접고 그를 더 깊이 알아보기로 한다.
˝그 장미들은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우리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이자, 즐거움과 아름다움이, 계량가능한 실제적 결과가 없는 시간들이, 정의와 진실과 인권과 세상을 변혁하는 방법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어떤 사람의 삶에, 어쩌면 모든 사람의 삶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어디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27쪽)



1936년 봄, 한 작가가 장미를 심었다. 나는 그 사실을 안 지 30년 이상이 지났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몇 년 전 11월의 어느 날까지도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 P11

그는 이렇게 제안한다. "나무를 심는 것, 특히 오래가는 단단한 나무를 심는 것은 돈도 수고도 별로 들이지 않고 후세에 해줄 수 있는 선물이다. 만일 나무가 뿌리를 내리면, 당신이 선악간에 행한 다른 어떤 일이 갖는 가시적 효과보다도 훨씬 오래갈 것이다." 그러고는 10년 전에 자신이 심은 값싼 장미들과 유실수들에 대해, 그리고 얼마 전에 그것들을 다시 찾아 자신이 후세에 남길 조촐한 식물학적 기여를 바라보았던 일에 대해 들려준다. "유실수 한그루와 장미 한 그루는 죽었지만, 나머지는 모두 잘 자라고 있다. 도합 유실수 다섯 그루에 장미가 일곱 그루, 그리고 구스베리 덤불이 둘인데, 다해서 12 하고도 6펜스밖에 들지 않았다. 이 식물들에는 별다른 일거리도 따르지 않았고, 애초에 들인액수 이상의 비용도 전혀 들지 않았다. 심지어 거름도 따로 준 일이 없었다. 그저 이따금 주변 농장의 말들이 울타리 밖에 멈춰 섰다 지나갈 때면 양동이를 들고 나가 주워 담아 온 것이 전부였다."

*여기에서의 ‘그‘는 당연히 조지 오웰이다.
- P18

나는 나무 심기에 관한 그의 에세이를 「오웰 독본The OrwellReader」이라는 제목의 큼직하고 볼썽사나운 페이퍼백으로 읽었다. 책장 모서리가 수없이 접힌 그 책은 내가 스무 살 무렵 한 중고서점에서 싸게 사서 여러 해를 두고 뒤져가며 샅샅이 읽은 것이었다. 그 책을 통해 나는 그의 에세이스트로서의 문체와 어조를, 다른 작가들이나 정치나 언어나 글쓰기에 대한 견해들을 알게 되었다. 워낙 젊었을 때 탐독한 책이라 나 또한 에세이스트가되어가는 암중모색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족했다. 1945년에 발표된 우화 『동물농장은 어린 시절에 만났는데, 처음에는그것을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로 읽고 충실한 말(馬] 복서의 죽음을 슬퍼했을 뿐 그것이 러시아혁명이 스탈린주의로 변질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알레고리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 P20

 "사과나무도 100년은 너끈히 산다. 그러니까 내가1936년에 심은 콕스 사과나무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열매를 맺을것이다. 참나무나 너도밤나무는 수백 년을 살면서 수천수만 명의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후에야 마침내 목재로 켜질 것이다. 나는 개인적인 조림 사업으로 사회에 대한 모든 의무를 다할수 있다고 제안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뭔가 반사회적인 행동을할 때마다 일기장에 적어두었다가, 적당한 계절이 오면 땅에 도토리를 하나쯤 묻어보는 것도 나쁜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 에세이는 개별적인 것에서 일반적인 것으로, 사소한 것에서 중대한 것으로 이 경우에는 한 그루 사과나무에서 과오에 대한 보상과후세를 위한 유증이라는 보편적인 문제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그의 작품에서 흔히 나타나는 글쓰기 방식을 잘 보여준다. - P21

정원의 나무들은 없어졌지만, 나이절을 만나고 나무 그루터기를 돌아보고 사진들을 보고 나자, 그들은 오웰이 심은 장미들은 아마 그대로 있으리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에 나는 화들짝놀랐고, 과일나무에 대한 실망이 갑자기 흥분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관심이 일었다. 우리는 다시 정원으로 나갔고, 그곳에는 
그11월의 날에도 멋대로 자란 커다란 장미 두 그루가 꽃을 피우고있었다. 한 그루에는 연분홍 꽃봉오리가 조금 벌어져 있었고, 다른 한 그루에는 거의 새먼핑크 빛깔의 꽃이 피었는데, 꽃잎들의밑동은 금빛이었다. 따져보면 여든 살은 되었을 이 나무들은 왕성
하게 살아 있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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