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탈춤에서 취발이가 소무를 보며 "앵도를 똑똑 따는 구나." 라는 대사를 친다. 그때는 그 뜻을 몰랐는데 진옥섭이 이 책에서 그 설명을 한다. 이번 씻김굿 공연을 보며 나도 같은 대사를 읊는다. "앵도를 또옥똑 따는 구나" 이 말을 큰소리로 내뱉고 싶었으나 추임새로는 너무 길어 속으로만 삼켰다.

 

 

자주 보기 힘든 진도씻김굿을 한다기에 차비가 더 드는 한양까지 댕겨왔다. 그 주말에 돌아오려던 일정이 늘어져서 다른 공연 핑계 만날 사람 핑계로 머문 것이 열흘 남짓 됐다. 아들(?남편)을 내팽개치고 미친 듯이 싸돌아다닌 덕에 발바닥이 아파서 걷기도 힘든 족저근막염에 걸렸다.

진도씻김굿 표가 매진 돼서 볼 희망이 없었는데 마침 네이버 책문화 이벤트에 당첨(이런 일에 당첨되는 일이 내게는 잘 일어나지 않는데 세월호 사건 있은 해, 진도씻김굿을 보고 난 뒤에 쓴 글이 있어서인지? 하고 짐작해본다. 그 글을 링크시켜둔 댓글을 단 게 어쩌면 영향을 주었을까? 이벤트 요건이 진도씻김굿에 대한 기대평이었으니 말이다.)되어 날 긍휼히 여기는 언니의 후원으로 차비도 굳히고 공연도 공짜로 보고 오호호. 철없는 백수가 호사를 잔뜩 누렸네. 표가 1인 2매짜리라 이런 쪽에 관심없을 조카를 꼬드겨서(?) 데려갔다.

굿은 역시나 뭉클하다. 내가 왜 진짜 무당이 되지 못 했을까 한탄할 만큼 훌륭하다.(난 노려보기만 특기인 가짜 무당이었으니) 차기 주무가 될 법한 사람의 카리스마에 녹아난다. 재작년에 봤던 주무도 그 분이었는데. 걸판지다고 할까? 구성지다고 말하기에도 부족한, 굿에 빠져들게 만드는 힘을 지닌 그 사람이 언젠가 큰 일(?) 낼 것 같다. 씻김굿을 보노라면 왜 이리 가슴이 미어지는지. 세월호 생각도 나고 할머니가 돌아가셨던, 아주 어릴 때 보았던 우리식 장례가 생각나 그 기억에 빨려들 것 같다. 그런데도 굿이 경쾌하다는 데 또 다른 맛이 있다. 우리식 장례가 그저 엄숙하기만 한 게 아님을 이청준은 ˝축제˝ 란 말로 표현했으니. 이왕이면 일본식 한자조어인 축제 대신 ˝잔치˝라 하였다면 좋았을 것을. 어쩌면 '제사', '제의'의 뜻을 더하기 위해 쓴 말일 수도 있겠구나.

국립극장 공연은 늘 비싸다는 인식이 있어 여태 가보지 못 하다가 저녁에 바쁜 절친(방년 60세.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멋진 분)에게 낮공연이라도 보여드리고 싶어 찾았다. 로열석이 만 오천원이라 싼 값이다 생각하고 예매를 했는데 공연을 본 뒤엔 그 값도 못 한다는 느낌이 들어 아쉽다. 그래도 내 절친이 이런 공연 처음이라 무척 좋았다 하셔 그나마 다행이다. 해오름극장은 오전 공연하는 곳인가 보다.

다음날 민속극장 풍류에서 여는 판소리 공연 표를 예매해 뒀는데 국립극장 내 다음날 춤공연 팜플렛을 보고 만 거다. 우왓, 춤공연 자체도 좋은데 춤을 여덟팀이나 춘다니 그저 오지고 반가워 당장 판소리 공연을 취소하고 춤공연을 예매했다. 그 과정에서 주최자분과 연락이 닿아 이런 저런 문자를 주고 받다가 공연가격도 할인(?) 받았다.

가장 기대했던 승무와 살풀이가 별로여서 민속극장 공연 취소한 것이 후회되기 시작할 무렵 판이 무르익기 시작한다. 국가와 왕실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취지의 태평무 자체에 반감이 있는데 태평무 추시는 분의 몸짓이,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이렇게 움찔움찔 신나는 태평무는 처음이다. 그 뒤로 이어진 춤들이 우와우와아~ 우아하기도 하여라. 마구 소릴 질러대고 박수치고 추임새를 넣었다. 앞자리에 앉은 뭣(멋?)도 모르는 사람들이 자꾸 날 째려본다. 조용히 하라는 무언의 욕설같은 건데. 그러든 말든 우리식 공연의 예에 충실했다. 우리공연은 본래 마당(판)에서 하던 굿이라 연희자와 관객이 따로 없는 것이 특징이다. 같이 춤추고 노래하고... ˝함께 노는˝ 것이 우리 공연을 대하는 법도다. 뭣 모르는 이들에게 일일이 말해줄 여유도 없고. 춤에 빠져들어 좋아서 눈물이 났다. 얼시구나 좋구나 좋아.

저녁공연이라 달오름극장이었는데 무대가 둥근 우리식 판에 가까워 연희자와 관객의 거리가 더 가깝다. 달오름극장은 정말 잘 만들었다. 민속극장 풍류도 이런 식이어서 무척 좋아하는 공간인데 이 곳도 괜찮구나.

주최자분이 뒷풀이에 초대해 주셨다. 평균연령 아마도 70대(?). 내가 왜 이런 자리에 이러고 있나 하면서도 어디든 사람들 모임엔 잘도(?) 끼어서 이런저런 얘길 듣는 것이 좋은, 아직도 새내기 마음을 가진, 철딱서니 없는 나도 이제는 거의(?) 중년이다. 기대(그날 춤추신 모든 분들을 만날 줄 알았으나) 와 달리 한량무 추신분과 음향 담당하신 분 그리고 인천지역에서 공연쪽 일을 하시는 분과 주최자분.
한량무 추신 분과 의기투합해 공연에서 두번째로 나와 살풀이 추신 분을 마구 까댔다. 내가 본 살풀이 중 최악이었는데 의상마저 금박에 무늬까지 들어가 있어서 경악했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구나. 금박이 아니고 공단이란다. 게다가 자기 춤출 때 안개까지 깔아달라고 했단다. 그분들과 3차까지 가서 쓸데없는(?) 얘기들을 잔뜩 나누고 돌아왔다.

볼 거리 많고 만날 이 많았던 서울나들이. 재작년 서울을 떠나 이곳으로 올 때 딱 하나 아쉬웠던 게 공연이었다. 역시나 고 아쉬운 놈 때문에 비싼 차비를 들여 기어이(속없이) 서울엘 다녀왔지만 조만간 또 이 철없는 짓거리(?)를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좋은 판이 벌어지면 또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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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6-04-14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습니다 멀지않은 곳에 살면서도 이소식을 몰랐네요 양주랑 한량무는 흉내내기도 실패했던지라 꼭 더 나이들기 전에 배워보고 싶네요

samadhi(眞我) 2016-04-14 00:03   좋아요 0 | URL
나이들어 배우는 맛도 있는 듯해요. 이번에 한량무 추신 분이 50대에 시작하셨던 것 같아요. 일단 몸은 건강해야 하겠지만요. 춤출 수 있을 만큼은 짱짱하게요. ㅋㅋ
마음이 있는 곳에 춤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춤 배우셔서 공연 올리시게 되면 꼭 불러주세요 ㅎㅎㅎ 승무랑 한량무는 맛 내기에 오래 걸린다고 하더군요. 그분들과 뒷풀이할 때 나온 얘기예요.

기억의집 2016-04-14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 오신다고 페이퍼에 올리시지.... 커피라도 마시고 싶었는데요. 다음엔 오시면 연락 주세요. 초면이어도 아줌마들은 금방 친해더군요^^

samadhi(眞我) 2016-04-14 00:08   좋아요 0 | URL
에헤헤 그럴걸 그랬나요 ㅎㅎ 곰발님한테는 살짝 연락해보려다 바쁘실 것 같아 망설였습니다. 다음에 올라갈 땐 꼭 만나서 폭풍수다를 떨어봅시다^^

기억의집 2016-04-14 00:08   좋아요 0 | URL
꼭이요~

samadhi(眞我) 2016-04-14 00:10   좋아요 0 | URL
네. 제가 오지랖이 심해서 언니 대학친구들도 만나고 언니아들 친구 엄마들도 만나고 다니는데요. 좋은 공연 소식 있으면 후딱 날아갈게요.
 



이번 필리버스터가 어둠컴컴한 세상에 희미하나마 마음 든든한 달빛이 되어줬는데 그 달빛이 약하다고 하늘을 가리는 짓을 하다니. 오직 정권 획득에만 어두운 이익집단이 되어버린 지 오래인 대의민주주의의 이른바 대표(?)들. ˝보통˝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살아가는 처지에 그 사람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짓밟는 파렴치함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더불어민주당 가입을 할까 말까 하다 문재인에게 힘을 실어주자고 정권교체의 희망을 품고 가입한 우리 언니. 그리고 당명을 바꾸고 새롭게 태어날 것처럼 당원 가입을 호소하던 그 시기, 많은 이들이 그랬을 것이다.
알면서도 속는 기분으로 그래도 믿어주자고.
그래도 난 안 믿었지만 그렇다고 내 불신대로, 예상대로 일이 되기를 바란 것은 아니다.

늘 이해되지 않았던 것은 날고 기는 똑똑한 사람들 천지인데 이 나라는 왜 이 모양으로 불합리하게 굴러가는 것일까. 였다. 역사가 점점 나아갈수록 정신세계가 더 살찌고 마음으로 소통하는 세상, 모든 이가 차별받지 않고 유토피아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행복한 세상이 올 줄 알았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간극은 더 커지고 그것이 이제는 신분처럼 굳어져 카스트제도 못지 않은 계층 간의 벽이 생겼다. 주먹으로 무너뜨리기 힘든 콘크리트 장벽. 거꾸로 가는 세상을 두드려 똑바로 가게 할 수 없을까.

필리버스터 중단 소식에 떠오른 노래(민요)를 그 미련한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제 욕심, 눈 앞의 이익밖에 못 보는 것이 어리석다는 뜻이니.


얄미운 내 임아

길어야 백 년 백 년이오
길어도 백 년이오
그깟 백 년 못 채우고 먼저 가려 하시오
가랑잎에 불 질러놓고
아이고 아이고 얄미운 내 임아
아이고 아이고 얄미운 내 임아
떠난다고 그 고개 넘어갈 줄 아시오
흰 고무신 버릴 리가 없는데

철없는 새내기 땐 이 노래가 청승맞고 우스워 장난처럼
불렀다. 세월이 흐를수록 노랫말이 더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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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2 2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03-02 21:21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렇게들, 그렇게까지 하는지.
안락이 모든 가치의 중심이 된 세상 끔찍합니다.

꼬장꼬장하다 싶을 만큼 자존심 하나 갖고 살던 딸깍발이의 정신문화가 그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2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민요로군요..
야당은 야심이 없어진지 오래입니다..
투쟁력을 상실했지요. 솔까말 야당에게 필요한 것은

신사의 품격이 아니라 전사의 돌격입니다..

samadhi(眞我) 2016-03-02 22:03   좋아요 0 | URL
네 민요가 노랫말들이 굉장히 재미나고 의미있습니다.

뭐가 그리 무서워 벌벌 떠는지 모르겠어요. 손발톱 다 뽑힌 고양이들 같아요. 쥐도 닭도 못 잡는 애들에게 먹이는 무엇하러 주겠습니까.
 

 

 

 

 

 

 

 

 

 

 

 

 

 

 

 

 

 

 

 

 

 

 

 

 

 

 

 

 

 

 

 

 

 

내 못 생긴 얼굴이 더 못 생기게 나와서 처음으로 사진 편집-모자이크 처리-을 해봤다. "선생님,  한번 안아봐도 될까요?" 했을 때 깜짝 놀라 얼굴이 새빨개지며 수줍어하시던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 는 뜻의 夜深星逾輝(야심성유휘)를 서명처럼 쓰셨던 우이동 태생의 쇠귀(우이:牛耳), 신영복 선생님. 그 뜻이 내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겨우 두 번밖에 뵙지 못 했지만 그 목소리와 수줍은 웃음을 또렷이 기억한다. 목소리는 얼마나 부드러운지. 진정한 강함은 부드러움이라는 걸 나아중에야 알게 된 내게 메아리처럼 새겨졌다. 그리고 선생의 고운 글씨를 어찌 내 부족한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거나.

 

신영복 선생이 『강의』라는 책을 쓰시고 한 대학에서 교양강의를 하시던 날, 감옥에 계실 때 일화를 들려주셨다. 어떤 없이(?) 사는 죄수가 들어왔는데 (면회 오는 사람 하나 없고. 최소한의 생필품마저 없었던) 그 사람이 빨래비누로 이를 닦더란다. 그걸 보고 모두가 자기 치약을 주겠다고 하는데도 한사코 거절했다고 한다. 그래서 선생이 사람들 없을 때 슬쩍 치약을 내밀었는데도 안 받더라고 한다. 몇 번 시도하다가 관뒀는데 어느 날 "선생님이 주시는 거라면 받겠습니다." 했단다. 그러니까 그 사람은 그 치약 하나를 받음으로써 자기가 참아내야 할 암묵적인 요구(치약을 줬던 사람들의)또는 알력이 싫었던 거였다. 좋은 잠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든가 하는... 그런 폐쇄적인 집단에서 으레 겪어내야 하는 것. 비단 폐쇄적인 공간에서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모든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말이다. 누군가를 챙기려면 "자기"가 없어야 한다는 것. '내가 챙겨준 건데, 내가 챙겨줬으니까' 하는 오만감 우월감. 보상심리 등등. 

 

내가 마음수련에서 배운 것 가운데 하나가 희사(喜捨)이다. 기쁘게 버림.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줄 때 "내가 준 건데, 내가 당신을 위해 챙겨준 건데 하는 의식. 좋은 일 해서 어깨가 으쓱해지는 유치한 기분 따위..." 가 없어야 한다는 것. 어떤 행위를 했다는 사실 자체 마저 버려야 한다는 것. 선생의 희사를 보고 그 사람의 마음이 흔들린 것이리라. 바라는 것 없이 누군가에게 주는 마음. "내가 없음" 그랬을 때 사람들은 마음을 준다는 것. 그게 진짜로 "주는" 것임을 선생은 일깨워준다.

 

선생님이 보고싶다. 한번 더 뵙지 못 한 것이 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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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2-2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대의 어른이 없는 사회에서 시대의 어른이 돌아가시니 가슴이 아픕니다..
글구보니 이명박근 시대에.. 그 좋던, 인자하던 어른들은 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samadhi(眞我) 2016-02-21 16:0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암울할 때 더 우울한 일만 생겨서 어리석은 우리는 스승을 잃어 더욱 방황하게 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21 16:06   좋아요 0 | URL
이번에 보니 민주당에서 칼퇴근법을 발의했더군요..
이 기사 보고 정말 슬프더군요..
칼퇴근은 세계 어느 누구나 당연한 권리 아닙니까..
그걸 법으로 정해야 하는 정치 현실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samadhi(眞我) 2016-02-21 16:12   좋아요 0 | URL
ㅜㅜ 그래도 이렇게라도 명시해서 달라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가엾은 우리들의 자화상이 웃음 띤 얼굴로 바뀔 수 있다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21 16:18   좋아요 0 | URL
경총 회장인가 누군가가 그랬더군요. 노동자 새끼들 수당 챙겨 먹을려고 일부러 야근한다고.. 그래서 야근 수당 없애야 한다고...

이 세상에 누가 야근 좋아하는 노동자가 있습니까.. 한숨만 나오죠..

samadhi(眞我) 2016-02-21 16:20   좋아요 0 | URL
함께 숨쉬는 똑같은 사람을 ˝인격˝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노동자를 자기 머슴 쯤으로 알기에 사람 취급 하지 않는, 사람 위에 사람이 있다고 보는 답 안 나오는 종족들이네요.

보빠 2016-02-21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사란 말을 보니 데리다가 지은 `선물`이란 책이 생각나네요. 누구랑 사귈려면 댓가없는 줌 선물이 필요하다....나중에 보답 받을려는 거래가 아닌..

samadhi(眞我) 2016-02-21 16:46   좋아요 1 | URL
불교에서 곧잘 쓰는 말이죠. 제가 어설픈 불교도이기도 해서... 희사는 다름 아닌 자비이기도 하지요.

프레이야 2016-02-21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고도 준 것을 잊어버리기.
마음에 다시 새겨봅니다.
가신 선생의 웃는 얼굴이 너무나 좋습니다.

samadhi(眞我) 2016-02-21 17:24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 순진한 웃음이 그리워요.

비로그인 2016-02-21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래와 교환이 아닌 댓가 없이 주는 선물과 같은 따뜻한 관계가 그립습니다. 역시, 신영복 선생이시네요. *^

samadhi(眞我) 2016-02-21 21:49   좋아요 0 | URL
네 ㅜㅜ

비로그인 2016-02-21 2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사(喜捨)에 대해 쓰신 내용을 보고 뜨끔했습니다. ^^;;

따뜻하면서도 명료한 글 정말정말 잘 읽었어요.

신영복 선생님의 선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미소가 떠오릅니다.

samadhi(眞我) 2016-02-22 05:59   좋아요 1 | URL
사랑받고 인정(칭찬)받고 으쓱해하고자 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 아니겠습니까. 그리하지 않기 위해 도닷가(닦아) 가는 것이지요.

2016-02-22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02-22 00:23   좋아요 1 | URL
네 마음이라는 것이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이라... 초코파이 광고 음악 노랫말처럼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계산적으로 주었을 때, 바로 알아차리죠.
그런 일을 겪고 나면 그 사람과 연을 끊게 되지요. 반대로 내가 그런 짓(?)을 하고 난 뒤엔 부끄럽고 후회스러워 잠 못 이루는 날들을 맞이하구요.

2016-03-05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03-05 20:46   좋아요 1 | URL
그렇죠? 보고 싶어요ㅠㅠ

2016-03-05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05 2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딩동댕동~! 전국노래자랑 시작부분을 실황(?)으로 들으니 그 유치해 보이던 음악이 신나는 거다. 쿡쿡 웃음이 났다. 발단은 광양시 공무원인 우리 시누이였다. 작년 이맘때 전국노래자랑이 광양에서 열린다고 무턱대고 나더러 나가라는 거다. 우리시누이가 노래 잘 하는 사람을 거의 못 봤는지 나만 보면 노래 경연대회나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라고 성화다. 세상에 고수가 얼마나 많은데... 그러다 지역, 나이 불문이라고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그 지역 출신만 뽑아준다며 나중에 우리동네로 오면 그때 하라고 한다. 그게 "전국"을 다니는 노래자랑 취지에 맞긴 하지.

 

얼마 전 아파트 게시판에 전국노래자랑 우리동네편을 한다고 접수하란다.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 우리 시누이의 입질(?)이 없었다면 생각도 하지 않았을 일이다.- 상금(1등 100만원)에 눈이 어두워 며칠 전에야 신청했다. 언니에게만 알렸다가 남편에게도 알렸다. 1등 못 하게 될까봐 부끄러워 못 나가겠다고 큰소리쳤다.

 

사흘 동안 남편과 노래방에 가서 연습(?)해 봤다. 아무 준비 없이 그냥 대충 내 실력대로 나가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노래를 녹음해 들어보니 여기저기 헛점 투성이다. 틀린 부분도 많고 발음에 특히 민감해 사람들 국어발음을 지적하고 따져왔던 자신이 무색하게 내 발음도 과장되거나 어색한 부분이 많아서 남편에게 역으로 당했다. 노래부르기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 이후로 모든 노래 가사들이 시시하게 여겨져 따라부르기 어려운 노래들만 줄창 들어왔다. 부르기 좋은(쉬운) 노래는 뭔가 마음에 닿지가 않아서 점점 듣지 않게 된 자신을 새삼 인식한다.

 

처음으로 가창력 좋기로 소문난 가수들의 선생인 김명기의 보컬강의도 들어보았다. 그동안 노래를 너무 우습게 봤구나. 특히, 노래하는 사람들을 가볍게 별 것 아니게 여겼다. 강의를 겨우 하나 들었지만 꽤나 체계적으로 설명해서 "오~ " 하는 감탄사를 연발해댔다. 일단 강의 자체가 흥미롭고 꽤 도움이 된다.

  

뜨허~ 예선에 500명이 몰려왔다. 보통 200~300명이라고 들었는데, 1시에 시작된 예선이 밤10시, 11시에 끝나겠다고 진행자가 조금 걱정을 한다. 노래자랑 1차 예선이 무반주란다. 헉, 그 정보를 예선 장소에 와서야 알게 되다니. 내 무심함이란. 주로 트롯으로(관객이 모두 알 만한 노래로) 잘 놀 줄 알아야 하는 것이 핵심이었던 것이다. 으아아악. 난 트롯을 엔카에서 온 것으로 생각해 '왜색 짙은 트롯따위...' 하며  좋아하지 않아 아는 노래가 거의 없을 뿐더러 부르지도 않는다.- 음악계에서는 트로트를 일본의 엔카에 뿌리를 둔 음악으로 보는 입장과 서양의 폭스트로트의 영향을 받아 엔카와는 독자적으로 발전한 음악으로 보는 입장 등 여러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지식인 참조)- 특히, 가사가 듣기 괴롭다. 아이들 음악 못지 않게 유치함의 절정이라 생각해서.

 

그나마 민요라도 하는 것이 좋겠다 여겨 관객에게 추임새를 가르쳐가며(예선 보는 참가자 지위(?)로. 심사자는 그것이 못 마땅했던 걸까?)과한 몸짓으로 춤추며 노래하다 바로 1차에서 어이없이(?) 떨어지고 말았다. 처음엔 아, 진짜 보는 눈(듣는 귀)이 없구만 하고서 애꿎은 심사자를 탓 했지만.

 

그제 버스타러 가는 길에 연습곡을 듣겠다고 이어폰을 꽂으려다 전화기를 아스팔트에 떨어뜨려 전화기는 먹통이 되고... 같은 날,  저녁에 사먹은 생고기비빔밥이 탈이 난 건지 남편이랑 둘다 폭포수처럼 구토를 하고 몸살이 나서 밤새 끙끙 앓았다. 아침에 병원에 갔더니 노로바이러스가 의심된다며 혈액검사하고 엑스레이찍고 수액도 맞았다. 진통해열제, 진정제도 투여하고. 링거투혼(?)도 소용이 없군. 처음부터 참가에 의의를 두라고 하였던 남편 말이 맞네. 언감생심 상금만 노렸던 내가 얼마나 우스운지. 언제나 노래를 내 맘대로 대충 불렀는데 이젠 자서(세)히 듣고 이해하고 감상하고 노래하게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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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2-19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풍류를 아시는군요. 상금을 노렸던 추억거리도 하나 늘었고요. 재밌게 사는 모습에서 긍정적인 에너지와 유쾌함이 전해져요. ㅎㅎ

samadhi(眞我) 2016-02-19 10:14   좋아요 0 | URL
대학 내내 풍류에 절어 살았는데(술먹고 노는 것만 배웠는데 ㅋㅋ) 떨어졌다는 거 알면 선배들이 막 갈굴 거예요. ㅎㅎㅎ 우린 너 그렇게 안 가르쳤다 하고.

오거서 2016-02-19 10:15   좋아요 0 | URL
역시! … 갈구는 선배한테는 오히려 역공이 가능하겠어요. 잘못 배워서 그렇다고 ㅎㅎ

samadhi(眞我) 2016-02-19 10:20   좋아요 0 | URL
흠... 그렇게 하면 되는 거네요. 제가 다른 사람들에겐 따쿵따쿵(우리는 장구를 배워서 장구 장단으로 얘기합니다.) 잘 따지고 대들어도 선배들에겐 그러질 못 했는데 한수 배웁니다.

yureka01 2016-02-19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노래 듣기와 부르기는 너무 다르죠..호텔켈리포니아 수천번을 들었지만, 노래방가서 한번 부르기는 당최 ㅎㅎㅎ어렵더군요..(그런데 노래자랑 나가시라는 거보면 평소에도 노래 잘 부르시겠다는 ㅎㅎㅎ)

samadhi(眞我) 2016-02-19 10:12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요. 제가 그동안 노래 부르는 것을 너무 시삐(˝쉽게˝의 전라도 사투리) 봤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9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아, 전국노래자랑.. 그래도 진아님은 적어도 기본은 하시나 봅니다.. 전 워낙 음치라... 음치 교정 교실 있다면 참가하고 싶습니다..

samadhi(眞我) 2016-02-19 13:29   좋아요 0 | URL
잘해서 그런 게 아니라 무모해서 그래요. 보컬 강좌 한번 잘 들어보세요. 좋더라구요.
 

 

 

 

 

 

 

 

 

 

 

 

 

 

 

 

 

 

 

 

 

 

 

 

 

 

 

 

 

 

 

알라딘 서평을 페이스북에도 공유하는데 페이스북 친구인 선배랑 며칠 전 수다떠는데 내게 독서모임에 함께 할 것을 권유했다. 독서모임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얘기(?)를 더 많이 한단다. 그리고 교사들이 대부분이라고. 어릴 때부터 집에만 오면 이것저것 시켜먹는 교사인 언니들을 보며 자란 부작용(?) 때문에 교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모임이 끌리지 않았다. 그래도 영화로 먼저 본 것도 있고 하여 딱 한 번 가보자 싶어 모임에 가기로 했다. 가는 길도 험난하다. 버스를 갈아타고 한 시간 여, 초행이라 길을 잘못 들어 헤맸다. 도착하기 전까지 내키지 않는 기분에 투덜거리면서 갔다.

 

오모나. 이렇게 즐거울 수가. 수다쟁이인 내가 과흥분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사람들이 정말 착하다. 그 선배랑 내가 쏟아내는 쓸데없는(?) 말들에 웃어주는 누긋한(누긋하다: 성질이나 태도가 좀 부드럽고 순하다.)시간. 진지하면서 보드라운 눈빛들이 얼마나 고팠는지. 동아리 이후로 이렇게 편하고 재미있고 진심을 담은 공간, 사람들을 처음 만난다. 마치 집단상담을 하는 것도 같다. 대학 때 상담자가 되자 마음 먹고 한동안 집단상담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동아리 전수 때도 두 번이나 집단상담을 학습에 넣기도 했다.

 

사람들 함께 모여 얘기나누다 보면 책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그리운 신영복 선생님 얘기도 하고. 『배를 엮다』에서 관람차 데이트 얘기 하다가 관람차의 정식 명칭을 『사이더 하우스』에서 읽은 기억이 있어 페리스 휠 이라 부른다는 얘길 했더니 선배가 영어 쓴다고 갈궜다. 『배를 엮다』가 사전이야기여서 여러 사전 이야기들도 나오고. 내가 제일 갖고 싶어하는 한민백(한국민족대백과사전)을 실제로 가진 선생님도 있고(우와 좋겠다.) 그분이 걸어오신 길과 내 관심사가 비슷해서 염치없이 졸졸 따라다니겠다고 했다. 언제 어디서나 빈대붙는 그것도 착 달라붙는 버릇을 노출한다. 예식을 동네잔치처럼 야외에서 공연하고 먹고 마시며 하려고 구상하던 시기에 전라도닷컴이라는 신문에서 그런 예식을 한 사람 기사를 본 적이 있어서 동영상도 봤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당사자였다. 으앗 깜짝이야. 세상 참 좁구나.

 

모여유 라는 이름은 유월대-한총련보다 더 강성이었던(?) 남총련의 선봉대(?오월대와 더불어)- 대장이었던 천안 출신 선배가 아주 급박한 상황에서 쇠파이프를 들고서(?) 자기 동네 말-"모두 모여유"-을 해버려 웃음바다가 되었다는 우리 동아리에서는 유명한 일화인데 거기에서 따왔음을 짐작했다. 모임 이름 듣고 선배 주체로 가는 분위긴가 싶어 불안했는데 책도 안 읽어 오고 큰소리(?)치는 똥배짱(?)선배와 나 빼고 교사인 모임인데도 위화감이 없어 가만히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웃음짓는다. 광주가 참 좋다. 행복하다. 이런 데 끼워줬으니 돈내. 라고 선배가 찬물을 끼얹었지만 언제나처럼 가볍게 무시해주고. 모임이 한 달에 한 번 뿐인것이 아쉽다. 더 자주 만나고 싶다. 숨통이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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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6-01-28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여유~~참 정감있고 부르기도 듣기도 좋네유~ㅎㅎㅎ
숨통이 트이시는 모임이라니, 왠지 저까지도 참 좋아유~~
강의와, 오주석 님의 책들을 저도 참 좋아해유.^^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samadhi(眞我) 2016-01-28 21:32   좋아요 0 | URL
~유 하시다가 ~요로 끝내시네요^^
네 다음달 저의 제안으로 선정한 책이 [한국의 미 특강]이예요. ㅎㅎ

samadhi(眞我) 2016-01-28 20:30   좋아요 0 | URL
애플트리제님은 정말 따뜻하신 분이예요. 남의 기쁨을 나의 기쁨으로 여긴다는 거 어려운 일인데... 공감, 고맙습니다.

appletreeje 2016-01-28 20:56   좋아요 0 | URL
저는 늘 眞我님의 삶의 진심에서 팍팍 우러나오는 글들이 참 좋았어요.
늘 감사히 읽었지만 일천한지라 용기가 없어서 댓글도 못드렸구요.^^
오늘은 모여유~가 너무 좋고, 眞我님께서 참으로 기뻐하셔서~저까지
마구 좋더라구요~ 다른 사람이 행복하면 저도 행복한 것 아닌가요~?^^
늘 고맙습니다.^^ 근데, 제 ~유가 참 어설펐쥬? ㅋㅋㅋ

samadhi(眞我) 2016-01-28 21:33   좋아요 0 | URL
그래서 애플트리제(제가 제대로 못 읽었나요? ㅋㅋ 영어로 아니 써도 되지요?)님이 착하다는 말씀이죠. 공감할 수 있는 거 아무나 못 해요. 가슴이 따땃해야 느낄 수 있는 거지요. 제가 고맙지요. ~유 안 어설퍼요. 저도 충청쪽 사투리 잘 모르는 걸요.

제 글이야말로 껍데기 뿐인데요. 늘 주저하고 망설이고 오직 고백뿐인 유치함이 부끄러운데 그런 못난 글들을 읽어주시는 것 고맙습니다.

samadhi(眞我) 2016-01-28 23:46   좋아요 0 | URL
사과나무 누구님(이름 약자) 인가보네요. ㅋㅋ 그걸 제멋대로 부른 건가 보군요. 이렇게 관심이 없어서는...

appletreeje 2016-01-29 23:32   좋아요 0 | URL
예~사과나무 이름 약자 맞아요. ㅋㅋ 근데, 처음 등록한 닉네임이 길어서
부르시는 분들께서 많이 불편하실 듯 해요.^^
편한 이웃님들은~ 나무늘보, 트리제, 애플, 애플트리제 라 땡기는대로
불러주시는데요~~저도 그 호칭들이 더 좋습니당~~ㅎㅎㅎ
眞我님, 늘 감사드리며~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욤~~~^-^

samadhi(眞我) 2016-01-29 23:41   좋아요 0 | URL
그럼 그 말씀 믿고 마음대로 막 부를게요 오호호호. 저도 사마디 또는 진아 뭐든 괜찮아요. 사마디는 삼매(三昧)의 인도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