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댕동~! 전국노래자랑 시작부분을 실황(?)으로 들으니 그 유치해 보이던 음악이 신나는 거다. 쿡쿡 웃음이 났다. 발단은 광양시 공무원인 우리 시누이였다. 작년 이맘때 전국노래자랑이 광양에서 열린다고 무턱대고 나더러 나가라는 거다. 우리시누이가 노래 잘 하는 사람을 거의 못 봤는지 나만 보면 노래 경연대회나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라고 성화다. 세상에 고수가 얼마나 많은데... 그러다 지역, 나이 불문이라고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그 지역 출신만 뽑아준다며 나중에 우리동네로 오면 그때 하라고 한다. 그게 "전국"을 다니는 노래자랑 취지에 맞긴 하지.
얼마 전 아파트 게시판에 전국노래자랑 우리동네편을 한다고 접수하란다.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 우리 시누이의 입질(?)이 없었다면 생각도 하지 않았을 일이다.- 상금(1등 100만원)에 눈이 어두워 며칠 전에야 신청했다. 언니에게만 알렸다가 남편에게도 알렸다. 1등 못 하게 될까봐 부끄러워 못 나가겠다고 큰소리쳤다.
사흘 동안 남편과 노래방에 가서 연습(?)해 봤다. 아무 준비 없이 그냥 대충 내 실력대로 나가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노래를 녹음해 들어보니 여기저기 헛점 투성이다. 틀린 부분도 많고 발음에 특히 민감해 사람들 국어발음을 지적하고 따져왔던 자신이 무색하게 내 발음도 과장되거나 어색한 부분이 많아서 남편에게 역으로 당했다. 노래부르기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 이후로 모든 노래 가사들이 시시하게 여겨져 따라부르기 어려운 노래들만 줄창 들어왔다. 부르기 좋은(쉬운) 노래는 뭔가 마음에 닿지가 않아서 점점 듣지 않게 된 자신을 새삼 인식한다.
처음으로 가창력 좋기로 소문난 가수들의 선생인 김명기의 보컬강의도 들어보았다. 그동안 노래를 너무 우습게 봤구나. 특히, 노래하는 사람들을 가볍게 별 것 아니게 여겼다. 강의를 겨우 하나 들었지만 꽤나 체계적으로 설명해서 "오~ " 하는 감탄사를 연발해댔다. 일단 강의 자체가 흥미롭고 꽤 도움이 된다.
뜨허~ 예선에 500명이 몰려왔다. 보통 200~300명이라고 들었는데, 1시에 시작된 예선이 밤10시, 11시에 끝나겠다고 진행자가 조금 걱정을 한다. 노래자랑 1차 예선이 무반주란다. 헉, 그 정보를 예선 장소에 와서야 알게 되다니. 내 무심함이란. 주로 트롯으로(관객이 모두 알 만한 노래로) 잘 놀 줄 알아야 하는 것이 핵심이었던 것이다. 으아아악. 난 트롯을 엔카에서 온 것으로 생각해 '왜색 짙은 트롯따위...' 하며 좋아하지 않아 아는 노래가 거의 없을 뿐더러 부르지도 않는다.- 음악계에서는 트로트를 일본의 엔카에 뿌리를 둔 음악으로 보는 입장과 서양의 폭스트로트의 영향을 받아 엔카와는 독자적으로 발전한 음악으로 보는 입장 등 여러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지식인 참조)- 특히, 가사가 듣기 괴롭다. 아이들 음악 못지 않게 유치함의 절정이라 생각해서.
그나마 민요라도 하는 것이 좋겠다 여겨 관객에게 추임새를 가르쳐가며(예선 보는 참가자 지위(?)로. 심사자는 그것이 못 마땅했던 걸까?)과한 몸짓으로 춤추며 노래하다 바로 1차에서 어이없이(?) 떨어지고 말았다. 처음엔 아, 진짜 보는 눈(듣는 귀)이 없구만 하고서 애꿎은 심사자를 탓 했지만.
그제 버스타러 가는 길에 연습곡을 듣겠다고 이어폰을 꽂으려다 전화기를 아스팔트에 떨어뜨려 전화기는 먹통이 되고... 같은 날, 저녁에 사먹은 생고기비빔밥이 탈이 난 건지 남편이랑 둘다 폭포수처럼 구토를 하고 몸살이 나서 밤새 끙끙 앓았다. 아침에 병원에 갔더니 노로바이러스가 의심된다며 혈액검사하고 엑스레이찍고 수액도 맞았다. 진통해열제, 진정제도 투여하고. 링거투혼(?)도 소용이 없군. 처음부터 참가에 의의를 두라고 하였던 남편 말이 맞네. 언감생심 상금만 노렸던 내가 얼마나 우스운지. 언제나 노래를 내 맘대로 대충 불렀는데 이젠 자서(세)히 듣고 이해하고 감상하고 노래하게 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