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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사정으로 지난 달부터 요가원에서 4주 동안 수업 하게 됐다. 

작년에 다른 요가원에서 수업할 때는 주 1회여서 그렇게 큰 감흥이 없었다. 
요가 수업 첫 날, 가는 길이 아니고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내내 설렜다. 
결국 그날 밤 흥분된 마음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줌으로 계속 수업을 해왔지만 대면수업이 확실히 생동감 있고 재미있다. 
그런데도 내 개인 수련을 게을리 하고있다. 
조금만 수련해도 금세 탈이 나는 삐(미)약한 몸이어서 지레 겁을 먹은 탓도 있지만 
다 핑계고 수련을 통해야 소통하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와도, 요가를 함께하는 다른 이들과도. 
그러니 오늘은 수련할거야. 꼭 할 것이여^^




요가아사나와 몸 마음 관계
몸과 마음은 따로 있는 것처럼 생각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을지라도 실제로는 분리할 수 없다. 마음의 거친 형태가 몸이고 몸의 미묘한 형태가 마음이다. 아사나의 수련은 이 둘을 통합하고 조화롭게 한다. 몸과 마음은 모두 긴장과 난관(關)의 은신처이다. 모든 정신적 난관은 육체, 근육의 난관과 일치한다. 그리고 그 반대도 또한 같다.
아사나의 목적은 이러한 난관을 덜어주는데 있다. 아사나는 몸으로부터 마음을 통해 신체심리적 활동을 육체적 수준에서 그들을 조절해서 정신적 긴장을덜어준다. 예를 들면, 감정의 긴장과 억지는 폐, 횡격막 그리고 호흡과정의 부드러운 기능을 꽉 조이고 저해하며, 천식이란 형태의 질환을 더욱 악화시키는데 이바지 할 수 있다.
근육의 긴장은 몸의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즉 목의 경직은 경부척추염, 얼굴은 신경통 등등 호흡법, 샤뜨까르마(Shatkarma), 명상과 요가니드라(Yoga Nidra)가 포함된 잘 선택되어 짜여진 아사나는 육체와 정신수준 모두에서 붙잡고 있는 이러한 난관을 제거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다. 잠자는 에너지를자유롭게 한 결과, 몸은 생명력과 강인함으로 가득차고, 마음은 가볍고, 창조적이며, 즐겁고, 균형 잡히게 된다.
아사나의 규칙적인 수련은 육체적인 몸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해주고 비록 건강하지 못한 몸일지라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아사나 수련을 통해서, 잠자는 에너지의 잠재력은 자유롭게 되고 삶의 모든 부분에서 확대된 자신감을 경험하게 된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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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주다. 나는 당신이다. 나와 당신은 우주다. 이 사실이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와닿는다면, 너와 나를 분별(차별)하지 않는 전체성을 가진다면. 깨달음은 바로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느낀다면. 소마학습은 전체성이라고 한다. 부분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고 중력을 거스르지 않으며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르면 저.절.로. 되살아나는 것.

소마에 대한 소개가 길어서 본론은 조금 더 두고봐야 알 것 같다. 그런데, 번역이 에효~ 번역이 불편하다. 이 좋은 책을 왜 이렇게 딱딱하게, 책 내용과 달리 부자연스럽게 번역한건지. 집중력이 떨어진다. 문제는 소마학습에 관한 책 거의 모두를 같은 사람이 번역했다는 것이다. 전부 다 공부해보고 싶은데 한숨만 나온다.




이곳에서 저곳, 이것에서 저것으로 움직이던 마음에 안에서 밖으로 빛이 비치면 그어느 곳에도 집착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전체성이 일어난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면 나와타인, 침실과 사람들이 많이 보인 결혼식장의 이원성이 사라진다. 이분을 만들어내던 마음이 녹아내리게 된다. 나와 타인 사이의 갈등이 해결되는 것은 그것을 잘 다루고 통제하는 법을 학습했기 때문이 아니다. 의식의 장이 차원 확장을 하게 되어 침실과 대중들이 모인 장소가 더 고차원적인 현실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움직임으로 통합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한하게 열린 전체성을 발견함으로써 현실을 이루는 기반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하는 가치 이원적인 세상을 선택하기보다는 두 세상이 만나는 ‘세상 안에서 살아갈 수 있다. 이 공간에서 우리는 더 이상 선택할 필요가 없다.
단편성을 넘어선 인지, 더 큰 자유의 상태로 깨어있게 되는 것이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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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1-07-20 0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외국의 좋은 책들은 번역 때문에 아쉬운 경우가 많죠.
외국어를 잘 하는 것과 외국어 글을 우리 말로 잘 옮기는 것은 다른 일인데,
실제 현장에서 접해본 번역가들 중에는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게다가 딱딱하고 어색한 번역 원고를 편집자들이 바로 잡아 주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예전에 편집자로서 번역서 작업을 할 때는
번역가가 쓴 글의 거의 절반 이상 분량을 제가 원서 보면서 다시 썼어요.
맞춤법이 틀린 정도라면 고치면 되는데, 아예 어법에 안 맞는 글을 썼더라구요.

samadhi(眞我) 2021-07-20 10:0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어감에 대한 고민을 해야하는게 번역자가 할 일인데. 그대로 번역하면 독자가 읽을 때 어색하지 않을까, 독자에게 와 닿을까 이런 고민하면서 작가 못지 않게 말을 골라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정말 좋은 책인데 번역 때문에 읽다 만 경우가 정말 많아요.
 

언제 살았는지, 실존했던 인물인지조차 알 수 없는 빠딴잘리가 쓴 요가수뜨라(수뜨라는 경전을 말한다)를 다시 읽는다. 처음에는 목회자인 정창영 역 책, 이번에는 아헹가선생 한국인 제자인 현천 스님 역으로. 내가 불교도라 스님이 풀어쓰면 더 쉬울거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조금 읽어보니 정창역 번역이 더 쉬운 것 같기도 하다. 원서를 읽을 능력이 있다면 굳이 한국어로 번역된 요가수뜨라를 전부 다 찾아 읽어 볼 필요가 없지만. 산스끄리뜨어 말고 영어라도 제대로 한다면 영역본으로라도 읽겠는데.

Yogah cittavrtti nirodhah(요가하 찟다 브리띠 니로다하)
-요가란 의식 속에서 일어나는 생각 흐름을 멈추는 것이다.
요가경(수뜨라)1장 2절 산스끄리뜨어 발음이 입에 짝짝(?) 달라붙는다. 이 구절을 읽는 인도인 요가선생님 발음이 듣기 좋았고 요가가 무엇인지 처음에 정의내린 것이기도 하고.




수련과 절제의 효과

감도 높은 수련과 절제에 의해 계발되지 않은 산만하던 의식(치타)은 잘 개발된 의식으로 바뀌어 각성의 네 단계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수행자는 철학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고, 예리한 눈으로 분석하기 시작하며, 올바른 관점(vitarka)으로 물질적 대상의 개념과 목적을 파악하는 법을 배운다. 나아가 물질적 대상들에 대한 명상으로 들어가 물질의 미묘한 측면(vicara)을 완전히 알고 이해하게 된다. 그 다음, 명상이 가져다주는 영적인 황홀감 혹은 순수한 행복(ananda)을 맛보고, 마지막으로는 진정한 자기 진아를 보게 된다. 이 네 종류의 각성을 하나로 합쳐 삼프라즈냐타 사마디(sampraiata samidhi) 혹은 삼프라즈냐타 사마파티sumpirgita simipati 라 부른다. 사마파티(samipati)는 생각의 변환 혹은 자신과 대면하게 되는 깊은 명상을 가리킨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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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수트라
파탄잘리 지음 / 시공사 / 1997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이에게 툭! 물음을 던진다. 그저 요가에 대한 얘기만은 아니다. 이 책 편역자가 목회자라서 성경을 예로 들어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는데 읽다보니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행과 요가를 이해하려면 종교에 대한 이해가 도움이 되겠다. 아무 배경지식 없이 이 책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테니. 그러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집중도도 꽤 요구되고 여러 번 곱씹어 생각해야 하는 내용이 많다.  자꾸 되뇌어보고 깊이 생각해보면 알랑말랑한 기분이 든단 말이지.

 

이 책을 권해준 언니가 오랫동안 요가수행을 했고 내게도 권해서 한달 전부터 요가원에 등록해 드.디.어. 요가를 시작했다. 그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아 제 몸 하나 어찌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몸"으로 인식하고 좌악좍 몸을 뻗는 건강한 20대들과 함께 하며 잔뜩 쫄아들었다. 요가를 하고 나면 몸이 쑤시고 아프지만 그 저릿저릿한 기분이 시원하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괜히 뿌듯한 기분으로 가슴이 퍽 벅찼더랬지.  요가를 처음 시작하고 몇 시간 지난 뒤 까지는 그랬는데 그날 밤부터 자다가 온몸이 비명을 질러 몇 번씩 깨고 아침에는 애래(아려) 죽을 것 같았다.

 

 "요가란 고통과 만나는 접촉점을 부수는 것" 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가 아파서 요가를 시작하는 사람이 꽤 많은 듯하다. 내가 요가수행 하려는 이유가 귀얇은 우리엄마가 늘 말씀하시는 "만병통치" 를 위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수행과 더불어 안아픈 데가 없는 종합병동인 내 몸이 내심 어느 정도 치유될 거라는 믿음도 갖고 있다.

 

몸이 우라지게(?) 아프다보니 " 요가가 나랑 안 맞는 게 아닐까?", "요가하러 가려고 하면 왜 배가 아프고 어지러운 걸까?"  오래 전 어린이집 가기 싫어서 집을 나설 때면 갑자기 배가 아프다는 둥 똥이 마렵다는 둥 온갖 핑계거릴 만들며 어린이집 버스를 놓치게 만든 조카녀석과 똑같은 증상이다. 지금은 고3이 된 그 아이가 어릴 적에 그랬다는 얘기를 남편에게 들려준 나도 바보지만. 남편이 쿡쿡 웃으며 "넌 어쩜 그렇게 전형적이냐?",  "요가에 인생을 걸겠다면서 그렇게 빌빌대면 어쩌란 말이냐.", "화도 안나야지, 배도 안고파야지, 몸도 안아파야지" 하고 놀려댄다. 하지 않을 거면서 일단 던져보는(?) 남편 말투 따라  "있어봐, 금방이야." 라고 말해보지만 근육이완제와 진통제 없이도 요가수행자다운 유연한 생명체가 될 날이 오긴 오겠지? 올거야.

 

더 많이 열고 비우고 버려 끝내 아무것도 없는 무(無) 상태에서 참 나, 진아(眞我)를 찾기를 바라왔다.  20대 때 마음 수련을 떠나 겨우 알게 된 "내 마음이 우주다" 라는 사실을 머리로만이 아니라 자아전체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그렇다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난 불교수행자여서 내 속에, 살아있거나 그렇지 않은 만물 속에 불성(佛性)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믿는다. 악인도 무생물도 길바닥에 채이는 돌멩이조차 성불(成佛)할 수 있음을 받아들인다. 그게 말이 되는가 의심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구분지어 놓은 현상계를 인간의식 수준으로 이해하고 판단하지 않으려 늘 경계하고 있다. 이 불성을 요가에서는 아트만이라고 한다. 내가 하는 수행과 요가수행이 닿아있어 이 책이 더욱 절실히 다가온다. 곁에 두고 계속 읽을 책이다. 절판 되어 이제는 구할 수가 없다는 사실에 속이 쓰리다. 요가하는 이들이여, 이 책을 교본으로 삼아 몸매 가꾸기에만 집중하지 말고 수행으로 돌아갑세. 그리하여 이 책이 재발행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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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0-08-29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가를 마음 수련이 아닌 운동의 다양한 영역 중 하나로 여기고, 특히 제게 부족한 유연성을 보완할 기회다 생각하고 오래전에 잠시 했었는데요. 확실히 남성이 적고 젊은 여성이 많아서 그냥 참석하는 것 자체가 민망하긴 하더라구요.

그래도 제 예상과 달리 그때까지는 그래도 젊어서 그랬는지 유연하게 잘 따라하는 편이어서 스스로도 좀 놀랐었는데, 딱 3개월 등록하고 기간이 끝난 후로는 다시 등록할 용기가 나지 않더라구요.

한참 시간이 지나서 요가 동작 중 일부를 사진으로 잘 보여주는 책을 사서 집에서 동작만이라도 따라해 볼까 생각했었는데, 그렇게는 잘 안 되더라구요. 집에서는 일단 고강도 운동을 하고픈 마음이 커서 무게 중심으로 운동을 하게 되더라구요.

samadhi(眞我) 2020-08-29 08:42   좋아요 0 | URL
본래 유연하신가봐요. 저는 무지 뻣뻣해서 고생하고 있어요. 무슨 통나무도 아니고. 척추도 비뚤어져 안 되는 동작도 많아요.
수행하려고 하는 거라서 제 몸을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요가가 그런 것이기도 하구요.
자기를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하니까요.

20021216 2020-09-13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아에 대한 열망만큼 고귀한 것이 있을까요.
스스로를 비추려하는 모순적으로 보이는 그 행위의 원동력..
모순이기에 진리가 피어나는..
진리였기에 모순이 아니더라는..
사실은 그 모든게 진리였다는..
너무 뻘글인가요 하하 그냥 끄적여보았습니당

samadhi(眞我) 2020-09-13 22:26   좋아요 0 | URL
게을러서 말로만 수행한다 떠드는걸요^^;

20021216 2020-09-13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록 지식일지라도 그것이 진리에 관한 것이라면 얼마나 고귀한것인지요!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 선재 스님의 삶에서 배우는 사찰음식 이야기 선재 스님 사찰음식 시리즈 2
선재 지음 / 불광출판사 / 201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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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면 띠지부터 떼어내는데 이 책은 선재 스님 사진이 있어 차마 떼어내지 못 하였다. 책을 보다가 어느덧 띠지가 위로 올라갔는데 띠지 있던 자리에 예쁜 그릇이 그려져 있다. 그 위엔 탐스럽고 귀여운 무랑 버섯 그림이 있고. 푸릇한 풀을 배경으로 한 스님의 웃음이 푸르다.

 

스님의 얘기가 뭉클해 책을 읽다보면 이쪽 저쪽에서 눈물이 와락 터져나온다. 안 그래도 눈물 많은 수도꼭지인데 나이가 들어 그런지 부쩍 울음이 잦다. 마음을 살짝만 톡 건드려도 구멍난 둑처럼 눈물이 샌다.

 

홍신자의 책에 그런 내용이 나온다. 무슨 일을 하든 그 한 가지 일에 온 마음을 써서 집중하라고. 밥을 먹을  때도 밥을 먹는 일만 생각하라고. 선재 스님이 말하고자 하는 바도 그러하다. 불가에서 말하는 'Vipassana' , 호흡을 의식하라는 말. 언제나 깨어있어 지금을 살라는 가르침.

 

얼마 전 괴물쥐라 불리는 뉴트리아 쓸개즙에서 곰 보다 2~3배 많은 웅담성분이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나온 뒤 뉴트리아 포획이 늘어나 동이날 지경이라고 한다. 이러다가 생태계 파괴를 일으키는 뉴트리아를 사육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몸에 좋다면 어떤 잔인하고 비도덕적인 일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의 행태에 씁쓸해 하며, 건강을 위해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게 아니라 몸에 나쁜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스님의 말씀에 새롭게 공감하였다. 스님처럼 모두가 욕심없이, 지혜롭게 살 수는 없을까.

 

며칠 전 처음으로 대장 내시경과 위 내시경 검사를 했다. 위 내시경 검사는 한 끼만 먹지 않고 바로 할 수 있었는데 대장 내시경 검사에는 엄청난 고통이 수반되었다. 두 번 했다가 사람 피 말려 죽이겠다. 전날 저녁과 다음 날 아침에 설사약(관장약)과 물 2L를 30분 간격으로 2시간 만에 먹고 장을 비워내는 일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건강염려증인 내 우려와 달리 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와 남편이 "거 봐. 아무 이상 없다잖아." 라며 잔뜩 핀잔을 주었다. 음식이 삶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 시간이다. 평소에 식이조절을 하며 건강하게 살아왔다면 굳이 고통스러운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혀로 느끼는 입맛에만 유독 가탈하게 구는 어리석음을 되돌아본다. 여기저기 맛있는 곳만 찾아다니려 하는 내 안 가득한 욕심을 들여다보고 어떤 음식을 먹고 무엇을 채우려 한 것인지 살핀다. 음식이 삶의 바탕이고 인생이고 수행임을 깨우쳐나가라는 스님의 가르침을 새긴다.

 

조용히 앉아 명상하는 것만이 수행이 아니라 깨끗한-가공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음식을 정성껏 조리해 천천히 맛보며 먹는 것도 수행임을 잊고 산다. 현대의 속도에 따라 급하게, 빨리 바로 입에 털어넣을 수 있는 음식을 반성없이 먹어치운 내 몸에게 미안해하며 다독인다. 자연을 닮아 햇볕 담은 음식을 시간을 들여 조리하고 꼭꼭 씹으며 음식이 내 입에 들어오기까지 모든 여정과 수고에 감사를 보내는 마음도 수행이다.

 

1년 과정이라는 선재 스님 사찰음식 강의를 들어보고 싶다. 사찰음식을 통해 몸과 마음에 깃드는 병을 살펴보고 스스로 치유해 나가는 힘을 기를 수 있기를 바란다. 삶은 수행이다. 음식도 수행이다. 먹으며 도닷가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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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5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5 0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7-02-25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장내시경 그건 참 ㅠ 고생많으셨어요.
먹는게 건강을 좌우한다는 걸 저도 새삼 느낍니다. 선재스님의 사찰음식... 저도 관심이 부쩍 생기네요..

samadhi(眞我) 2017-02-25 11:13   좋아요 0 | URL
대장 내시경은 누구에게도 권하고 싶지 않더라구요. 자연식 먹고 많이 움직이고 병원 근처로 가지 말기를 권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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