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안는 법
슷카이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말에 읽으려고 책을 몇 권 대출해왔는데 골골대느라 책도 읽기 힘들다..... 그 몇 권 중에 이 책이 있었던 건 다행이었다. 아플 때 읽는 책으로 추천한다. 재미있고 따뜻하며 위로가 되었다.

거짓말 좀 보태서 요즘엔 한권 건너 한권에 고양이가 나오는 것 같아...ㅎㅎ 덕분에 고양이를 싫어하던 나도 호감을 갖게 되었고 그들의 매력을 조금 알 것 같다. 이 책엔 귀엽고 매력적인 인물이 둘 나온다. 빵이라는 이름의 고양이와 그집 막내딸 노양희다.

빵이는 길고양이였다가 집사를 간택(?^^)했다. 바로 양희네 가족. 그때 양희는 태어나기 전이었고 엄마, 아빠, 오빠가 있다. 빵이는 세 가족과 평화롭고 행복했다. 그러다 1년 후 양희가 태어났다!

오빠가 사려깊고 차분한데 비해 양희는 정말 천방지축 사고뭉치다. 그걸 이해하고 받아주는 가족의 품이 정말 넓다. 이 가족의 모습에서만도 배울 점이 넘친다. 구체적인 직종은 말하지 않았으나 아빠는 집안일을 자주 하는 모습으로 나오고 엄마는 뭔가 컴퓨터로 일을 한다. 아빠보다 엄마 머리가 더 짧은 것도 아주 사소한 거지만 눈에 띄었고, 부부관계가 아주 평등하고 자유롭고 유연해 보였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쪽에만 요구하면 안된다. 이 가족은 따뜻함과 여유가 집안 전체에 배어 있다. 오빠의 너그러움과 무심한 다정함에도 감동했다. 저런 장남 있으면 세상에 무슨 걱정이 있겠니.ㅎㅎ

제목과 같이, 이 책의 주 소재는 '고양이를 안는 법'이다. 빵이는 낯을 가리지 않는 넉살 좋은 고양이다. 심지어 낯선 사람에게까지 잘 안긴다. 오직 한 명 양희만 빼고! 양희는 그게 섭섭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그래서 한달의 연구 프로젝트를 세운다. 고양이를 안는 법!

양희의 상상 이야기, 실제 이야기, 빵이가 화자인 이야기 등 다양하게 구성된 이야기 속에 깨알재미들이
박혀있고 고양이를 키워보신 듯한 디테일이 가득해 시종일관 미소짓게 만든다. 깨알재미 하나 소개. 양희가 빵이와 자신의 전생을 상상하는데 마지막 장면이 '까치와 호랑이' 민화였다. 그러잖아도 내가 잘 아는 집 고양이도 이 호랑이 닮았다는 소릴 자주 듣는데. 아주 빵터졌다.ㅎㅎ 그건 그렇고, 대체 왜! 빵이는 양희한테 가지 않는 걸까? 빵이를 안으려면 어떻게 해야 돼?

"그거야 간단하지. 빵이가 좋아하는 일을 해주면 돼."
아빠의 이 조언은 실패했는데, 엄마의 조언이 내겐 더 중요해 보인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해 주는 것도 좋지만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내 생각이 딱 이거다. 이거 나중에 생활지도 할 때 꼭 써먹어야겠다.
마지막 오빠의 조언은 좀 뼈아프다.
"그건 바로 네가 자꾸 빵이를 귀찮게 하기 때문이야. 연구를 하면 할수록 빵이는 너를 싫어하게 될걸?"

그럴 리 없어.... 하며 눈물을 훔치는 우리의 양희.... 어느덧 계획한 한달이 다 지났고 양희는 "빵이야, 미안해...." 하면서 울며 잠들었는데....^^;;;;

액면 그대로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로도 100점 주겠지만, 보너스로 인간관계에 대입해도 충분히 의미있는 이야기다. 관계에 대한 갈망은 열심과 집착으로는 안된다. 배려와 기다림, 그것도 안되면 포기. 난 그렇게 생각한다.

보고 그리면 따라그릴 순 있을 것 같은 간결한 선의 그림이지만 표현 내용은 풍부하고 실감난다. 이런게 진짜 실력 아닐까 싶다.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양장본인 책 귀퉁이를 둥글린 만듦새와 노란색 표지도 맘에 들었다. 내용의 느낌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워서. 요즘 부드러운게 땡기나봐. 늙어서인가.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 인간이 된 선생님 북극곰 이야기샘 시리즈 1
임소영 지음, 이승범 그림 / 북극곰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를 보니까 재밌게 생겼고, 출판사도 좋아하는 출판사고, 작가님도 초등학교 교사라 하니 한번 읽어볼까 하고 펼쳤다. 글씨체와 자간 등의 편집이 약간... 요즘 것 같지가 않은 느낌이 들었는데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옛날 인쇄체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하여간 오랜만에 보는 느낌이었는데 의아하긴 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초등학교 교사가 아이들과 글쓰기로 씨름하다 직접 써보자 했던 것이 작가가 되는 과정이었다니 흥미롭다. 그러고보면 초등교사는 동화작가로서 상당히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아무 교사나 동화가 써지는 건 절대 아니지만.... 작가는 첫 책에서 일단 자신을 깨버리는 일로 시작했다. 교사를 주인공으로 했고, 그의 실수와 인간적인 부족함을 부각시켰고, 결국 제자에게 꼼짝없이 당해 한참동안 수난을 겪도록 했다. 그 과정이 바로 책의 내용이자 웃음 포인트였으니, 이 선생님, 도대체 얼마나 스타일을 구긴 거야?

솔직히 나는 이런 설정이 그렇게 막 좋지는 않다. 어른(기성세대)이 희화화되고 심판대에 오르는 상황 말이다. 그래서 난『지각 대장 존』도 아주 좋아하진 않았지?ㅎㅎ 교사도 인간이고 판단착오나 실수도 있을 수 있지 뭐 완벽해야 되냐? 어른이 항상 강자냐? 요즘은 더 약자야... 이런 생각도...^^;;;;

하지만 책 속의 한겨울 선생님은 실수라기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긴 했다. 자신의 최초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아이에게 화풀이를 했다는 것이다. 즉 부정적인 감정을 아이에게 쏟아부었다. 감정에 따라 하는 행동에는 일관성이 없다. 아이는 어이가 없었을 테고 화도 났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초등력으로 그만...........

이 부분 솔직히 많이 찔린다. 감정에 좌우되지 않기는 힘들다. 어떤 일로 기분이 나쁜데 그걸 완벽하게 감추고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들에게 쏟아붓진 말아야 한다. 아이가 꾸중을 듣더라도 본인의 잘못에 의해서 들어야지 ‘재수없게 걸려서’ 들으면 안되는 거니까. 이부분 한겨울 선생님이 백번 잘못했다.

그 댓가는 바로 이 책의 제목처럼 ‘고양이 선생님’이 된 것이었다. 선생님은 곧 깨닫게 되었다. 남과 다른 존재가 된 자신이 세상에 받아들여지기가 얼마나 힘든지.... 의사는 선생님의 말을 믿지 않았고 정신병자라고 함부로 재단했고 그녀를 잡으러 경찰까지 출동했다. 하지만 학급의 아이들만은 선생님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저 재미있는 해프닝일 뿐이었다. 선생님은 초능력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했고 그 결과는....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이렇게 확연하게 순수한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순수하지 못하다면 그건 어른들에게 그리 배운 탓이다. 타인을 고정관념의 잣대로 재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수한 이들이 우리 주변에 많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의 초능력을 받기 전에 어른으로서 내 모습도 잘 돌아보고 정돈해야겠다.

표제작 외에 한 편이 더 들어있다. 「214번째 비상상황」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이야기에는 병정개미들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존재감 없는 미약한 존재 ‘작은턱’. 그는 훈련동기들과 함께 ‘214번째 비상상황’에 투입되었다. “예를 들면 이 하찮은 턱과 가느다란 다리 말인가?” 라는 모진 수모의 말을 들어야 했던 작은턱은 이 비상상황에서 어떤 활약을 펼쳤을까?

“난 그냥 내 할 일을 하는 것뿐이야. 너도 알다시피, 우린 무리를 지키는 병정개미니까.”
작은턱은 이렇게 조용히 자신의 존재감을 지켰다.

눈에 띄는 존재들은 그만큼 공격당하기도 쉽다. 난 작은턱처럼 눈에 잘 안 띄고 조용히 살았다. 작은턱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기여한 것도 없고 겨우겨우 내 몫만 하면서.... 그러니 뭘 했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 내 할 일을 묵묵히 했으면 빛나지 않아도 만족한 인생일 수 있기를 바란다. 작은턱에게도 행운이 연속해서 오진 않겠지만 오늘의 존재감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길. 이 이야기가 교실의 눈에 띄지 않는 아이들을 위로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너어무 눈에 띄는 아이들을 좀 자중시켜 준다면 더 좋겠고....^^;;;

다음 책에선 어떤 이야기를 할까 궁금해지는 작가다. 예상치 못한 색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똑같을까? 사계절 그림책
이희은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간결한 선, 선명한 색상, 단순한 형태. 

그래서 쉽게 쓰고 쉽게 그렸을거라 생각한다면 심각한 오해일 것이다. 그림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들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림책의 미덕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이렇게 접근성은 좋으면서 깊이와 확장성은 무한하다는 점이 특히 은혜롭다. 


두개의 동그라미로 표현된 두 아이는, 그렇다. 똑같다. 똑같아 보인다. 모양도 색깔도 크기도. 

하지만 다르기도 하다. 같은 사과를 먹고 한 아이는 "상큼해!" 라고 하고 한 아이는 "달콤해!" 라고 하는 것처럼. 눈을 감으면 한 아이는 바람소리를 느끼고 한 아이는 참새소리를 느끼는 것처럼.

같은 모양을 보고 연상하는 것도 완전 딴판이고 좋아하는 것도 꿈도 다 다르다. 


하지만 같은 것도 있다. 함께 있으면 즐겁다는 것. 서로를 아끼고 좋아한다는 말이겠다. 이런 친구가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이 책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한하겠지만 지금 단순하게 두가지가 떠올랐다.

먼저 절친(단짝)에게 집착하는 아이들. 동질성에 목숨거는 아이들. 제발 그러지 마. 동질성만 있으면 그건 숨막히는 거야. 상대방에게 너와 다를 자유를 줘. 생각도 다를 수 있는 자유. 그게 아름답고 당연한 거야. 


두번째는 다양성을 주제로 수업할 때. 단순하고도 직관적이고도 재밌고 예술적인 시각자료로 활용하고 싶다. 특히 바람소리-참새소리 장이랑 애벌레-생일케이크, 줄무늬신사-얼룩말 장. 다양성의 시각적 형상화라고 표현하고 싶다. 우리 모두는 이렇게 다 다르다. 물론 인간이 가진 기본적 동질성은 존재한다. 같아서도 좋고 달라서도 좋다. 그게 세상이다. 


이걸 보니 같은 주제의 그림을 한장씩 그려서 오랜만에 우리반 그림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주 어린 유아부터 조금 큰 아이들까지 모두 재미나게 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플래시 그린이네 문학책장
찰리 하워드 지음, 오영은 그림, 김수진 옮김 / 그린북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스플래시. 딱히 번역하지 않은 이 제목. 아직은 잔잔한 수영장의 물에 비친 한 소녀의 모습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려 할까? 작가의 이력이 힌트를 준다. 이 책은 작가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그렇다기엔 정말 잘썼다) 작가는 모델이며 ‘자기 몸 긍정주의’ 전파를 위해 열심히 뛰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것을 전문 작가가 아니라기엔 믿기 어려울 정도의 흥미로운 서사로 잘 표현해 냈다.

나는 호불호가 큰 사람이어서 그런지 이 책을 읽으면서도 좋은 사람 싫은 사람이 구분되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캐릭터를 그렇게 만든 탓도 있을 것이다. 선역과 악역은 필요하니까.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이렇게 싫어하면 안될텐데 라는 약간 ‘경고’의 느낌을 내 맘속에서 받으며 책을 읽어나갔다. 첫 번째는 몰리를 좌지우지하려는 친구 클로이. 두 번째는 자유분방하단 핑계로 자기가 낳은 자식은 뒷전인 엄마와 그 남자친구란 인간. 클로이는 현실에서 만날 확률이 아주 크다. 그때 난감한 점은, 내가 너무 너무 싫어하는 인간형이지만 그래도 난 그를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발견하지 못할지라도 그 행동의 원인이 되는 상처를 관찰하고, 그 부분에 약을 발라주며 이끌어주어야 한다. 단지 기질과 성향일 뿐이라면 더욱 힘들테고 오히려 내가 상처받고 끝날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노력은 해보아야 한다. 두 번째, 몰리 엄마 같은 사람은 나랑 친해질 가능성이 없으니 큰 문제는 아니겠다만.... 그래도 내 안에 이런 이들을 향한 혐오 같은 것은 그냥 두어도 되는 걸까 라는 고민이 살짝 있다.

나머지는 거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가장 높이 사고 싶은 사람은 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 이렇게 책임감 있고 건실한 분들에게 어떻게 저런 딸이 태어났지? 어쨌든 다행이지 뭐야. 엄마가 버린 딸을 그래도 큰 결핍 없이 키워준 분들이 계셔서.

두 번째는 몰리의 학교 수영선생님들. 몰리의 재능을 발견하고 격려하여 대회까지 이끌어준 분들. 나와 비교하여 가장 찔렸던 부분은 몰리가 클레이의 눈치를 보느라고 (쿨하게 한답시고) 선생님들의 지도나 제안에 예의없이 틱틱거릴 때, 몰리의 본심을 감안하여 참고 계속 격려하셨다는 점이다. 나에게는 이런 점이 없다. 싫어? 아 그래 알았어. 끝이다. 먼저 숙이고 들어오기 전에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솔직히 그래야 될 필요가 있다고 아직도 생각.....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내가 못가진 면을 가진 이분들이 존경스럽다.

세 번째는 몰리의 오래된 남사친이자 수영 동료인 에드. 친구니까 영화보러 가자고 제안했을 뿐인데 클레이의 눈치를 보는 몰리는 아주 모욕적으로 그 제안을 거절했고 에드는 큰 상처를 받았다. 나라면 거기서 끝이고 다시는 돌아보지 않았을 텐데, 기회를 준 에드. 그리고 많은 조언과 도움도 함께 주었다. 수영실력이 더 뛰어난 몰리를 질투하지도 않는 진정한 친구. ‘손절’이 너무 쉬운 요즘 세상에 이런 친구는 정말 귀하지 않을까. 나도 찔린다.

네 번째는 몰리, 클레이와 같이 어울리는 같은반 친구 네다와 제스. 클레이에게 치이는 몰리에게 완충 역할을 해주는 따뜻하고 사려깊은 친구들. 이런 친구들이 있는데 몰리는 왜 클레이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몰라.

한 명 더 들자면 클레이의 엄마. 마지막에 자신의 악행(?)에 대한 댓가를 한꺼번에 받고 외톨이가 되어버린 딸을 보았을 때 보통 엄마들은 어떻게 할까? 그동안의 잘못은 ‘그럴 수 있었던 것’으로 축소하고 지금의 아픔은 ‘있을 수 없는 것’으로 확대하여 분노하며 문제를 키우는 경우가 아주 많다. 피해자 코스프레는 덤. 더구나 지금 클레이 엄마의 개인 상황도 상처가 가득하기에. 하지만 클레이 엄마는 반대로 행동했다. 비록 지금까지는 클레이를 응석받이로 키웠지만 이 중요한 상황에서 클레이를 객관적으로 보았고, 설득해서 친구들 앞에 사과하도록 이끌어 주었다. 마지막 해피엔딩의 주역은 클레이 엄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비현실적일 정도로 몰리 옆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았네. 최소한의 악역만 빼고 말이다. 비록 가장 중요한 엄마가 자기밖에 모르는 날라리고 아빠는 누군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몰리는 보여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이들이 상처받았을 때 무릎을 세울 수 있도록 격려하는 역할을 살면서 한번이라도 할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란다.

인물 소개를 하다보니 줄거리가 거의 나와버린 것 같다. 가장 중요한 메시지만 빼고. 이 작가의 모토인 ‘자기 몸 증정주의!’ 몸은 상품이 아닌데, 비현실적인 몸매를 이상적인 아름다움으로 치고 모두다 거기에 맞추려고 하는 시도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이 책에서는 클레이가 주도적으로 그런 언행을 하여 몰리를 기죽인다. 넓은 어깨, 튼튼한 다리. 이것은 수영선수로서 최적의 조건일 뿐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춘기 학생들이 흔히 그러듯이 몰리는 영향력있는 친구의 정신적 지배에서 빨리 빠져나오지 못하고 한참을 방황했다. 몇몇 생각없는 녀석들이 붙인 ‘덩치’라는 별명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이제 몰리는 당당하다. 남의 눈에 맞추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꼭 필요한 아이들이 떠오른다. 모든 교실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클레이와 몰리들이 존재한다. 톰 무리들처럼 놀림으로 문제를 키우는 녀석들은 거의 기본값처럼 존재한다. 몰리가 자신에게 긍정하게 된 과정이 아이들에게 설득력있게, 그리고 재미나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자신을 긍정하기. 나와 다른 남을 존중하기. 이것이 된다면 우리를 괴롭히는 대부분의 문제가 아름답게 풀릴 것이다. 평생의 숙제이긴 하나 아이들이 일단 첫발을 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향기를 만드는 말의 정원 상상문고 13
김주현 지음, 모예진 그림 / 노란상상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름다운 이야기다. 말과 향기를 연결시킨 상징성도 매우 좋다. 시각과 후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다.

다만 내게는 그리 재밌지가 않았다는 점이 한가지 아쉬운 점이다. 아니 이야기가 재밌지 않았다고? 그럼 꽝이지 뭐! 이렇게 생각하고 별점을 깎기는 너무 아까운 장점들이 많아서 차마 별을 한 개도 깎을 수가 없는데, 하여간 별로 재미는 없었다. 근데 이건 개인적인 취향일 것 같다.

처음부터 이 책의 장점이 나온다. 요즘 아이들에게 느끼는 가장 아쉬운 점. ‘말’이 너무 아름답지 않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준수는 입만 열면 막말을 쏟아내는 아이다. 그런 준수가 ‘검은 망토 아저씨’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아저씨는 ‘냄새를 모으는 사람’ 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말에서 나는 냄새를 모아 특별한 향수를 만든다고 한다.

말에서 나는 냄새라니 뻔하지 뭐! 준수한테선 엄청 고약한 악취가 나겠지! 나중에 고운 말을 쓰게 되면 향기가 날 테고!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이 책이 전개되었다면 읽다가 던져버렸을 것이다.ㅎㅎ 아저씨는 ‘말의 정원’을 갖고 있었고 준수는 거기 초대받는다. 거기엔 사연 있는 식물들이 가득하고 아저씨는 그 식물들과 대화를 나눈다.

얼떨결에 준수는 작은 제비꽃 화분 하나를 맡게 되었다. 잘 돌봐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어느새, 제비꽃과 준수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게 된다. 제비꽃을 다시 안고 말의 정원을 찾았을 때, 아저씨는 제비꽃의 향기가 진해졌다며 반색을 하고, 향수를 만드는 과정을 준수에게 보여준다.

준수는 이번엔 작은 민들레 화분을 안고 집으로 갔다. 그 화분은 혼자 손자를 키우며 괴팍해진 할아버지의 마음을 녹였다. 이런 대목은 식집사님들이 보시면 공감하시고 기뻐하실 것 같다. 난 먹고살기만도 피곤해서 아직 식물을 키우는 취미는 갖지 못했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취미라는 생각은 한다. 아니 그분들에겐 더 이상 취미가 아니다. 사랑이지. 이 책의 배경으로 정원이 나오고, 꽃과 마음을 나눈 과정이 향수의 재료가 되는 것으로 나와서 참 좋았다. 정원 이야기에서 떠오르는 아름다운 시각적 이미지도 아주 좋았다.

그 시각적 이미지는 후각으로 연결된다. 검은망토 아저씨가 준수에게 맞춤형 향수를 만들어 준 것이다. 과연 어떤 냄새일까? 말로는 잘 표현할 수 없지만 상상해볼 수는 있다.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냄새, 괴팍했던 마음이 부드럽게 풀리는 냄새, 미소짓게 하는 냄새.....

내가 마법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반 녀석들에게 이런 향수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조향의 마법을 갖고 싶다. 교실이 얼마나 아름답겠냐고..... 하지만 현실은 난 조향사가 아니고 아이들의 입에서는 오늘도....^^;;; 그 말의 전쟁터 속으로 내일도 출근해야 하니 어서 잠자리에 들자고. 아, 이 책은 가방에 챙겨놓고. 내일 아침에 잘 보이는 곳에 꽂아 두자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