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똑같을까? ㅣ 사계절 그림책
이희은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평점 :
간결한 선, 선명한 색상, 단순한 형태.
그래서 쉽게 쓰고 쉽게 그렸을거라 생각한다면 심각한 오해일 것이다. 그림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들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림책의 미덕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이렇게 접근성은 좋으면서 깊이와 확장성은 무한하다는 점이 특히 은혜롭다.
두개의 동그라미로 표현된 두 아이는, 그렇다. 똑같다. 똑같아 보인다. 모양도 색깔도 크기도.
하지만 다르기도 하다. 같은 사과를 먹고 한 아이는 "상큼해!" 라고 하고 한 아이는 "달콤해!" 라고 하는 것처럼. 눈을 감으면 한 아이는 바람소리를 느끼고 한 아이는 참새소리를 느끼는 것처럼.
같은 모양을 보고 연상하는 것도 완전 딴판이고 좋아하는 것도 꿈도 다 다르다.
하지만 같은 것도 있다. 함께 있으면 즐겁다는 것. 서로를 아끼고 좋아한다는 말이겠다. 이런 친구가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이 책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한하겠지만 지금 단순하게 두가지가 떠올랐다.
먼저 절친(단짝)에게 집착하는 아이들. 동질성에 목숨거는 아이들. 제발 그러지 마. 동질성만 있으면 그건 숨막히는 거야. 상대방에게 너와 다를 자유를 줘. 생각도 다를 수 있는 자유. 그게 아름답고 당연한 거야.
두번째는 다양성을 주제로 수업할 때. 단순하고도 직관적이고도 재밌고 예술적인 시각자료로 활용하고 싶다. 특히 바람소리-참새소리 장이랑 애벌레-생일케이크, 줄무늬신사-얼룩말 장. 다양성의 시각적 형상화라고 표현하고 싶다. 우리 모두는 이렇게 다 다르다. 물론 인간이 가진 기본적 동질성은 존재한다. 같아서도 좋고 달라서도 좋다. 그게 세상이다.
이걸 보니 같은 주제의 그림을 한장씩 그려서 오랜만에 우리반 그림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주 어린 유아부터 조금 큰 아이들까지 모두 재미나게 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