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서평에 여러 권의 책이 떴다. 평소의 나라면 이 책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이다라는 닉네임도 그렇고, 평소 저명한 (다수의 저작과 대외 활동, 유튜브 운영 등) 교사들을 반신반의하는 경향이 내게 있어서다. 물론 인간의 능력과 한계치는 개인마다 다르니 나를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면 안되는 건 안다. 그래도 가끔은 좀 아닌 경우도 발견하게 되는지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 것 같다. 그런데 저자의 책들을 검색해보다가 아주 특이한 이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수도원에서 어른이 되었습니다>라는 책이다. 이 책을 먼저 읽어보자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마침 동네 도서관에 책이 있길래 바로 빌려와서 읽었다. 저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수도원에 들어가 30대 초반까지 머물렀다. 결국 그는 사제나 수사의 길을 내려놓고 수도원을 나오자마자 교대 편입의 전쟁터에 뛰어들었다. (내가 아는 바, 그당시는 교대의 인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때) 바로 합격하고 결국 교사의 길을 걷게 됐다. 그의 교직경력이 나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건 이런 인생행로 때문이었다.

 

<수도원에서 어른이 되었습니다> 책을 단숨에 읽었다. 재미있다고 표현하긴 어렵지만 흥미롭고 궁금했다. 책을 다 읽고 나는 서평으로 신청한 이 책(사이다쌤의 비밀상담소)을 신뢰를 갖고 읽기로 결심했다. 그의 수도원 생활은 내가 가진 기존 이미지만큼 거룩하고 경건한 것은 아니었다. (인간이 뭐 얼마나 경건할 수가 있으랴) 하지만 그가 사제의 길을 포기했더라도 인생을 탐구하고 진리를 추구한 과정은 치열하고 순수했다. 그의 경험과 그순간 느꼈던 감정에 여러번 동화되었다. 예를 들면 버려진 아기들 돌보는 봉사를 하다가 그 아기가 입양되어 떠난 것을 알게 되고 그리워하는 장면. 나한테 엄마라는 정체성이 이토록 강한가 놀랄 때가 있는데 바로 이럴 때다. 저자의 감정과 함께 가슴이 먹먹하다가, 그가 이렇게 말하는 부분에서 함께 위로를 느꼈다.

그때 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사이로 새벽빛이 들어왔다. 빛줄기 사이로 마음 포근해짐을 느꼈다. 아기가 어디선가 따뜻한 숨결로 잠들어 있음을 그 빛줄기로 알았다. 보이지 않았지만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기운이 서서히 돌아왔다. 아기가 어디선가 행복하게 잘 살아 있을 거란 믿음이 생기자 가슴이 조금씩 채워졌다. 그 믿음이 나를 살게 해줬다. 자식은 그런 존재였다.” (168)

 

그는 또 티벳 여정 중에 고산증으로 죽음의 손길을 눈앞에서 느끼게 된다.

더는 버틸 수 없었다. 견딤을 포기했다. 삶을 마감하려 했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세상을 응시하려 힘을 다해 눈을 떴다. 찰나였다. 창밖으로 고원의 별이 눈에 들어왔다. 그 별빛을 본 순간 한줄기 눈물이 덜덜덜 떨리며 흘러내렸다.” (284)

 

, 학교밖에 모르면서 살아온 나는 이 선생님보다 10년 이상 경력이 많다해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선생님의 상담 이야기를 신뢰를 갖고 읽어보기로 했다. <수도원에서...> 책이 이상적이라면 이 책은 현실적이다. 같은 저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당연하고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상대하는 교사는 현실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아이들이 읽도록 쓰여진 책이다. 가명으로 쓰여진 한 아이의 고민이 제시되고 이어서 선생님의 상담 내용이 뒤따르는 식이다. 이같이 독자 대상은 명확히 어린이지만, 교사들에게도 도움이 되겠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조언을 해줄지는 사실 정답은 없고, 매뉴얼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지만 많은 내용을 접해볼수록 통찰이 넓어질테니 말이다.

 

주제별 총 5부로 되어있고 각 주제마다 5,6개 정도씩의 고민이 들어있다. 친구, 가족, 공부, 이성, 나 자신이라는 주제분류도 좋고 각 고민의 내용도 적당하여 웬만한 상담 내용은 거의 들어있다고 볼 수 있겠다. 교사의 입장에서 읽을 때, 학생의 디테일한 상황에 따라 상담과 조언의 내용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일단 크게 참고가 될 것 같다. 고민을 읽으면서 아 어떡하지라는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었는데 상담 내용을 읽고 고개를 끄덕인 부분도 있다. 이렇게 책을 읽으며 나의 부족함을 또 깨닫는다. 좋은 일이다.

 

상담 시 공감에만 집착하면 상담자가 같이 말려들어가 허무한 결과를 낼 수도 있고, 조언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면 잔소리 같을 수가 있는데, 저자는 이런 부분에서 균형을 잘 맞추는 것 같다. 공감도 하지만 학생이 지향할 방향을 정확히 알려주기도 한다. 조금 냉정해 보일 때가 있을 정도로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다 좋았는데 일일이 열거하면 글이 지나치게 길어질 것 같고 몇가지만 예를 들어본다. 1(친구문제)애들이 더럽고 거지 같다며 저를 피해요.”라는 고민이 있다. 여기에서 저자가 권력 지향형친구를 언급하신 것에 매우 동의한다. 그런 성향의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문제들이 매우 크기 때문에 나도 학생파악에 일차적으로 그것을 살핀다. 저자는 내담자에게 그 친구의 흐름대로 움직여주면 안된다고 조언한다. 얼마전 읽었던 <보이지 않는 아이>라는 책에서 두려움이 가해자의 먹이였던 것을 기억한다. 여기까지는 나도 하겠다 싶었는데, 이어지는 저자의 조언에 감탄했다. , 이제부터가 진짜 중요해요. 그 아이는 찬수가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 약해 보이는 아이를 찾아서 비슷한 놀이를 시작할 거예요. 그때 찬수는 그 놀이에 참여하면 안 돼요. 희생자 위치에서 벗어나게 되면 안도감과 함께 지금까지 내가 당했으니까 누군가에게 화풀이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어요. 그러면 그 놀이에 가담하게 되죠. 찬수는 그러지 마요. 누군가 타깃이 되면 오히려 그 아이랑 같이 놀면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행동해요. 누군가를 통제하려는 아이의 움직임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물론 그게 쉽냐?” 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다.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해야 된다. 못하는 건 그 아이의 또다른 문제다. 일단은 해야 하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렵지만 도전할 용기를 주면서. 쉽다면 처음부터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겠지.

 

2(가족문제)에는 엄마 아빠가 자주 싸워서 무서워요.”라는 고민이 있다. 여기에서 저자는 두려움과 죄책감의 양가감정에 대해 알려주면서 부모님에게 감정전달을 하라고 조언한다. 그래도 안되면 너 자신에게 집중하고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라고 한다.
엄마 아빠의 몫은 엄마 아빠가 지고 가는 거예요. 도선이는 자기 삶을 살아가면 돼요.”

부모 핑계를 대면서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아이들을 많이 봤다. 보통 그걸 공감하면서 많이 두둔하는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독립할 때까지 힘을 비축해. 그리고 독립한 후에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건강한 너의 삶을 살아. 절대 망가지지 말고. 망가지면 너도 똑같아. 핑계는 의미가 없지.

 

3(학교문제)담임선생님이 싫어요에서 저자가 타인을 보는 태도에 대해서 조언한 내용이 인상적이다. 한 사람에 대해서도 구분을 해야 해요.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수용해서도 안 되고, 나쁜 사람이라고 해서 모든 걸 거부해서도 안 돼요. 한 사람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구분할 줄 알아야 해요. 그래야 감정에 지배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어요.”

무척 동의하면서, 나는 이걸 잘하고 있나 생각해보니 아닌 것 같았다. 어렵기는 하다. 하지만 꼭 필요하다는 것 인정.ㅎㅎ


개인적으로 4(이성문제)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런 상담은 거의 해본 적이 없었기도 하고 특히 성문제는 되도록 언급하고 싶지 않은 문제라... 저자의 조언은 상당히 현실적이면서도 아주 건전하기도 했다. 휩쓸리는 연애 욕구가 사실은 감정의 착각일 수 있다는 것을 정확히 짚어주기도 하고, 신체의 문제에서 되고 안되는 것을 분명하게 알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별을 잘 배우라는 조언도 아주 현명했다.

 

마지막 5부는 좀더 심각한 고민이어서 치료를 권해야 하는 단계의 상담이었다.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자해, 거식증 등.... 이런 경우도 아주 드물지는 않기에 관심있게 읽었다. 혹시 이것이 나의 상담이 된다면 부모님의 협조 없이는 힘들기에 그 부분도 생각하며 읽어보았다.

 

이렇게 읽고 나니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인 것 같다. 저자의 전작부터 읽기 시작한 것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어디선가 혼자 고민하고 있을 어린이들을 생각하며 이 책을 썼어요.” 라고 하신 말씀처럼 이 책으로 많은 어린이들이 상담의 효과를 받기를 바란다. 나의 빈 곳도 많이 채워준 책이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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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2학년 담임할 때 교과서에 돌그림이 나왔는데, 돌을 가져오라고 하기 싫어서 다른 활동으로 대체해서 했다. 그리고 나서 바로 안 사실, 돌도 판다는 거야! 검색해보니 정원용 자갈을 미술용으로 겸용해서 파는 게 있더라고. 돌도 사서 쓰는 세상이 되었나 싶지만 아무데서나 집어오는 게 더 문제일테니 이게 낫겠지. 생각보다 꽤 비싸긴 하다.


몇년 전 넘어갔던 걸 지금 다시 해보고 싶은 이유는 다양한 채색도구에 관심이 생겨서이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이 그림책을 보고 구미가 당겨서다. 내용은 내용대로 좋으면서 이 특별한 미술작업의 동기유발이 될 수도 있는 책이었다.


저자 소개가 이렇게 되어있다. '작은 돌멩이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표지를 봤을 땐 몰랐는데 면지를 넘기니 돌그림 느낌이 확 다가왔다. 다양한 모양의 돌들이 다 그대로 물고기들의 모양이 되었다. 따로따로도 예쁜데 모아 놓으니 더 예쁘다. 그걸 보니 아! 우리반에서도 돌그림 그리고 예쁜 배경에 이렇게 모아놓으면 멋지겠다! 라는 생각이 무럭무럭....


미술로까지 굳이 가지 않아도 책의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좋다. 학급에서 한번쯤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읽어주기만 해도 좋고 독후 활동을 개발해도 좋겠다. <가장 소중한 너> 가 먼저 나온 책이니 그 책부터 얘기해 보겠다.


이런 말, 너무 솔직해서 민망하지만 나는 이제 '너는 특별하단다' 메시지에 질렸다. 시계추의 반작용처럼 나는 이제 '너는 평범하단다' 라는 책을 쓰고 싶을 지경이다. 너는 평범해. 근데 괜찮아. 나도 평범하거든? 세상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거야. 


하지만 그때도 버려선 안되는 것은 한 존재의 소중함이다. 평범하다고 해서 막 버리고 대체할 수는 없는 존재. 그게 우리고 아이들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은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다. 


제목이 '가장 소중한 너'지만 그 말은 마지막에만 한 번 나온다. 전체 내용은 '자식을 세상에 내놓는 부모의 당부'라고 할까. 엄마 아빠 물고기가 자식 물고기를 넓은 바다로 보내며 하는 말이다. 그 당부가 현명하고 감동적이다.

- 네가 어디 있든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가슴 속에 그 기억을 간직해라.

- 때로는 자신만의 길을 가야 해. 군중들을 따라다닐 필요는 없단다.

- 길을 잘못 들어섰을 때는 돌아나오면 돼.

- 예술을 감상하는 취미를 가지렴. 네 주변의 모든 게 바로 예술품이란다.

이런 식의 말들이다. 각 장면마다 많은 물고기들이 돌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어서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너> 책이 나왔다. 앞에서 내가 '특별'이란 말에 알레르기가 있다고 했는데ㅎㅎ 

이 책은 앞의 책에서 길을 떠난 물고기 애드리가 여행을 하다가 느낀 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다양성'이다. 

- 어떤 물고기들은 둥글게 둥글게 헤엄쳐요. 어떤 물고기들은 나란히 줄을 맞춰 헤엄치고요.

- 어떤 물고기들은 해가 뜬 낮에 놀아요. 어떤 물고기들은 달이 뜬 밤에 놀지요.

말하자면 모두가 다르고, 각자가 특별하다는 것이다. 나만 특별한 것이 아니므로 남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책들을 학급세우기에서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돌그림도 가능하면 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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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에 대한 책을 읽기가 좀 망설여졌다. 몇 해 전 예멘 난민이 대거 입국했을 때 내가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쪽에 서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때 어떤 곳에도 의사표현을 한 적이 없었고 사적인 모임에서도 입밖에 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생각으로라도 내가 그런 입장에 있었다는 게 지금까지도 좀 꺼림칙한 느낌으로 남아있다. 다시 그런 상황이 와도 자신있게 판단은 못할 것 같다. 원론은 있고, 그걸 알고도 있지만 세상은 워낙 복잡하니까. 사람들의 마음은 보이지 않고 남의 호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나 악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냥 잘 분별했으면 좋겠다... 라는 막연한 의견인데 그게 쉽다면 문제도 아니겠지.

 

내 팔자가 (비교적) 편하니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극한의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굳이 보지 않으려 한다. 내가 어쩔 수도 없는 일들을 알아서 뭐하겠어... 이런 태도를 아이들에게서도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뜨끔한다. 그래도 그건 아니구나, 아이들을 보면서 내 모습을 다시 돌아본다. 기득권이 된다는 건 참 무서운 일이다. 밑창은 언제든 빠질 수 있는데 우리는 영원히 빠지지 않을 것처럼 마음의 끈을 놓아버린다. 이런 면에서 나를 경계하는 건 중요하겠다. 그래서 이런 책도 읽어봐야 한다.

 

먼저 동화를 한 권 읽어보았다. 난민 소년과 수상한 이웃(베아트리스 오세스/꿈꾸는섬) 제목은 평범한데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초반부에서는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중반부로 넘어가면서는 감탄하게 되었다. 와 이런 내용을 이렇게 풀다니? 참신하다, 경쾌하다, 엉뚱하다, 특이하다, 신선하다 등 여러 수식어를 붙일 수 있겠다. 난민 소년의 구구절절한 사연에 집중하지 않고, 이웃과의 교감에 집중했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법정 장면이었다. 판사와 변호사, 검사와 증인들이 등장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오마르는 난민보트에 탔다가 바다에서 부모님을 잃고 홀로 육지에 도착한 소년이다. 난민보호소에서 나와 변호사인 마리네티 할머니의 집에 들어갔다. 말하자면 불법 이탈인 것이다. 그런데 이 변호사님, 법정에서 이 소년을 호두라고 주장하며 사적재산 보호법에 따라 자신에게 소유권이 있으니 돌려보내지 않겠다고 주장한다. 증인으로 나온 마을 사람들은 어떤 말들을 할까? 검사는? 마지막으로 판사는?

 

현실일 수는 없는 황당한 이야기지만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 작가의 독창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흔한 이야기들의 홍수 속에서 아주 돋보였다. 그 주제의식 또한 매우 의미있었다.

 

다음으로 그래픽노블을 읽었다. 밝은미래 출판사의 그래픽노블 시리즈도 참 좋은 것 같다. 이중에선 엘 데포만 읽어보았는데 나머지 책들도 천천히 봐야겠다. 두 번째로 읽은 이 책 불법자들(오인 콜퍼,앤드류 던킨/밝은미래)은 숨막히게 책장이 넘어갔다.

 

가나 출신 소년 이보가 사하라사막을 지나고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도착하는 여정이 그려진 책이다. 현재 시점(보트 안에서 표류)과 과거 시점(가나에서부터 보트를 타기까지)의 교차구성으로 진행된다.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고, 함께 있던 사람들을 차례대로 잃어가며(마지막으로 절대 잃을 수 없는 가장 사랑하는 존재까지) 간신히 도착한 그곳. 이후의 내용은 나오지 않지만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누구나 이보가 이젠 새로운 땅에서 정착해 행복을 찾으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왜 지구상의 어떤 곳은 이렇게 목숨을 걸고 탈출해야 하는 곳일까. 대부분은 인간이 하는 짓이다. 욕심 때문이지. 약육강식의 맹수들도 자신들의 터전을 지옥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일단 지옥을 만드는 행위부터 어떻게 좀 할 수 없을까. 목숨을 걸고 고향을 떠나고 싶어서 떠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ㅠㅠ

 

이보 같은 난민들은 어떻게든 돕는 것이 맞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지옥이 되지 않으려면 닫아거는 세상보다는 포용하는 세상이어야 할 테니까. 분별이 필요한 상황도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한 생명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하겠지. 나도 외면하지는 않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실의 아이들도 그래야 하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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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단연코 책으로 할 수업이 아니다. 실물을 직접 관찰하는 것이 진짜 수업이다. 그래서 3학년 교사들은 해마다 배추흰나비 세트를 사서 교실에서 키운다. 나비의 탄생까지 볼 수 있는 아주 감동적인 과정이다. 그때쯤 학교 화단에 나가보면 선생님과 한 무리의 아이들이 나비를 날려주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잘 가~ 잘 살아야 해~” 아이들은 나비가 안 보일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한다.

 

이와 병행해서 과학 교과서에선 다양한 동물들의 한살이가 나온다. 이것까지 실물 관찰을 하기는 어렵다. 배추흰나비가 실물 대표. 나머지는 교사가 다양한 자료들을 제공하며 수업하게 된다. 이 주제로도 도서관 수업을 할 수 있을까? 내가 해본 바로는 가능했다.

 

3학년을 한지 꽤 지나서... 그때 작성한 목록을 요즘 다시 살펴보니 절판된 책이 무척 많았다. 그때 내가 와우~ 이런 책이 나왔다니! 너무 좋아! 했던 책들마저도 절판이 되었다. 비문학 도서들이 좀 더 주기가 짧은 것 같다. 대신 새로 나온 책들도 있다. 판매지수는 매우 낮다. 이러다보면 1쇄를 끝으로 앞의 책들처럼 절판되는 것인가? 이런 어려움을 무릅쓰고 책을 출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려야 할 것 같다. 학교도서관이 좀 넓어서 이런 책들을 모두 구입해 소장, 활용할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말이다.

 

절판된 책들에 아쉬움을 남기며 새로 나온 책들을 좀 살펴봤다. 한살이 과정만 집중적으로 나온 책은 드물고, 그 동물의 생태를 설명하는 중에 부분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중 세 권만 소개해본다.

 

1. 미래 생태학자를 위한 나비 탐험북 (국립생태원)

 

국립생태원에서 발간된 책이라니 반가웠다. (책값도 싸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필요한 내용들로 내용수준이 적절하다. 사진자료 뿐 아나라 그림의 색감도 좋아서 명시성과 가독성도 아주 좋다. 나비 날개 색과 무늬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나비 종류가 많았나 싶게 많은 나비를 종류별로 묶어서 소개하고 있다. 국립생태원의 작업이라는 이점이 있지 않았을까? 어쨌든 읽어보고 싶게 잘 만들어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말고도 개미,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매미 탐험북이 있다. 이 시리즈 모두 학교도서관에 있으면 좋겠다.

 


2. 안녕, 칠성무당벌레야 (베르벨 오프트링 / 다섯수레)

 

이 책은 자연과 만나요세트로 세트에는 3권의 책이 있다. 이 책 말고 거미와 달팽이가 있다. 한 말 자꾸 또 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지만, 이런 책 내시고 본전이나 뽑으시는지 모르겠다. 이 세트는 더구나 외국 작가의 책들이던데 판권 사오고, 번역하고 등등.... 계속 한 말 또하고 있는데 이 세트도 도서관에 꼭 신청해야겠다. 수업할 때 필요하다고!

 

이 책은 오른쪽 페이지가 펼치는 화면으로 되어있는 점이 색다른 특징이다. 접힌 상태에서는 왼쪽 그림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고, 그걸 펼치면 좀 더 상세한 정보 페이지가 펼쳐진다. 한 살이에 대한 내용도 이 펼친 면에 들어있다. 따스한 색감의 그림도 좋고, 유아 수준의 그림책처럼 보이지만 은근히 꽤 많은 정보가 들어있다.

 

3. 춤추던 나비들은 어디에 숨었을까? (김남길 / 풀과바람)

 

이 책은 풀과바람 환경생각시리즈 중 한 권이다. 환경을 주제로 시리즈를 내시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좀 살펴봐야겠다.

이 책은 환경 관련 내용보다는 나비 자체에 대한 정보가 더 많은 책이다. 그중에 한살이에 대한 과정 설명이 크고 선명한 그림과 함께 아주 잘 되어있다.

환경 관점에서 본 내용도 적절히 들어있다. 모든 생물이 그렇지만 나비는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요즘들어 많이 줄어들었다는 걱정들을 하고 있다. 이 문제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문제다. 한살이를 공부하는 이유도 이해하고 더불어 살기 위한 것 아닌가. 결국 환경문제로 귀결되는 것이 맞는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내 나이가 몇인데 이렇게 아이들 책을 보면서 하루를 보내나 싶기도 하지만 이것이 다 교재연구입니다. 그래서 41조 연수를 쓰는 것이구요. 도서관에 다닌 지난 2주는 참 좋았다. 아이들 책을 찾아보고 있으면 그래도 감이 덜 떨어지는 것 같아 좋다. 한 가지 안 좋은 점은 책만 보고 있으면 배가 안 고파. 이제 담주부터 출근해서 입에 모터달고 떠들다보면 배가 고프겠지.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는 법. 이제 개학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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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에 서평을 가장 많이 쓰지만 사실 나는 비문학에도 관심이 많다. 그건 내 독서가 실용적 목적이 첫 번째여서 그렇다. 즉 어떻게 써먹을까 하는 관심에서 보는 것이다. 그 관심에서 볼 때 책이 훨씬 잘 보이고 재미도 있다. 그래서 걱정이다. 나중에 퇴직하면 무슨 재미로 살지.... 빨리 퇴직하고 싶으면서도 그러면 무슨 재미로 책을 읽지? 그게 걱정이다. 왜 걱정을 사서 하니. 그때 되면 책 안 읽고 놀면 되잖아.ㅎㅎ

 

오늘은 도서관에서 곤충 관련 책들을 구경해 보았다. 곤충은 나의 관심사가 아니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사실은 너무 싫어해. 벌레 많다면 세상 좋은 데라도 놀러가기 싫다.) 곤충은 지구상에 가장 많은 종을 가진 생명체이고 생태계의 주역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책으로 보면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들도 있다. 대표적인 책이 파브르 곤충기라고 하겠다.

 

첫 번째 소개할 책은 보리출판사 책이다. 보리출판사는 다양한 종류의 세밀화 도감들을 출판했다. 이런 책들을 보면 책값이 이렇게 싸도 되나 싶다. 물론 일반 단행본들보다는 비싸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간 수고를 생각하면.... 이런 책들은 가정에서 구입하는 경우도 잘 없으니 학교도서관에서 꼭 구입하여 비치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수업에도 쓸데가 많다.

 

1. 벌레야, 하룻밤만 재워 줘 (권정선 그림/보리)

오늘 읽벌레야, 하룻밤만 재워 줘는 도감은 아니고 재미있게 구성된 곤충 소개 책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시골 할머니 댁에 온 하루는 벌레들을 괴롭힌다. 평상에서 잠이 든 하루는 어느새 개미만큼 작아져 땅 속 구멍으로 떨어지는데, 거기서 만난 구리(쇠똥구리)와 사슴이(사슴벌레)와 함께 다니며 곤충의 특성들을 이해하는 내용이다. 별별 재주가 있는 벌레들, 알면 알수록 신기한 벌레들, 우리 둘레에서 쉽게 보는 곤충들, 이렇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마다 8~9종씩의 벌레들을 소개한다. 마지막에는 결국 꿈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온다. 아주 간단한 서사지만 동화적인 구성을 추가하니 훨씬 더 흥미로운 책이 되었다.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2. 곤충은 왜? (임권일/지성사)


두 번째 책은 2권으로 된 곤충은 왜?라는 책이다. 이 책은 구성이 무난하고 평범해 보였는데 저자가 초등학교 선생님이라고 되어있기에 한 번 더 보았다가 깜짝 놀랐다. 글만 쓰신 것이 아니고 사진까지! 직접 찍은 사진인 걸 알고 다시 보니 대단했다. 전문 사진작가도 아닌데 얼마나 관심과 애정을 쏟으면 이런 사진이 나올까? 내용도 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일반적인 것들부터 나도 잘 모르던 내용까지 다양했다. 관심사를 가지고 열심히 탐구하시는 교사들의 발걸음은 놀랍다.

 

이 책도 학급문고나 학교도서관에 꼭 있으면 좋겠다. 꼭지별로 한 곤충씩 소개하는데 6쪽 정도의 길이나 수준도 무난하고, 참고할 사진도 다양한 각도에서 잘 찍었고, 클로즈업 사진도 한 장씩 들어가 있어 관찰 대용으로 좋다.

 

3. 우리 땅 곤충 관찰기 (정부희/길벗스쿨)


마지막 소개할 책은 정부희 교수님의 책이다. 개인적으로 아는 분은 아닌데,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후 30대 이후에 다시 생물학과에 들어가 박사와 교수가 되었다는 이력에 관심이 간다. 작가의 말에 보면 어린 아들들을 데리고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곤충에 관심을 갖게 되셨다고... 그렇게 아이를 키우며 발견한 관심사로 평생 공부할 수도 있구나. 지금까지도 활발한 강의와 저술활동을 하고 계시니, 조금 늦더라도 관심사에 매진하는 것이 인생 전체로 봤을 때는 훨씬 유익인 것. 존경스럽다.

 

우리 땅 곤충 관찰기라는 제목의 이 책은 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문가가 쓴 책이지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었다. 사진이 크고 질이 좋다. 어떤 사진은 펼친 화면을 꽉 채운다. 그 외 삽화들도 꽤 들어있고, 그중엔 저자의 캐릭터도 들어있어 함께 하는 느낌이 좋다. 글씨도 커서 중학년에게 적당하고, 저학년까지도 가능하겠다. 이분이 작업하신 5권짜리 세밀화 곤충도감이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걸 검색에서 봤다. 학교도서관에 신청하려고 목록에 담아둔다.

 

이쪽 분야의 책을 고를 때 나의 기준은 이렇다. 첫 번째 책처럼 재미있든가, 두 번째 세 번째 책처럼 사진(혹은 그림)이 좋고 설명이 적절히 들어있는 것이다. 곤충은 수업중 실물을 관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좋은 책들이 있으면 수업에 활용하기 좋다. 그림을 그릴 때 곁에 두고 참고하기에도 좋다.

 

좋은 책들이 너무 많아 다 소개할 수가 없다. 이쪽 방면의 책들은 만드는 데 더욱 어려움이 크고 시간도 많이 걸릴 것 같은데 수고를 아끼지 않은 분들께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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