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를 보니까 재밌게 생겼고, 출판사도 좋아하는 출판사고, 작가님도 초등학교 교사라 하니 한번 읽어볼까 하고 펼쳤다. 글씨체와 자간 등의 편집이 약간... 요즘 것 같지가 않은 느낌이 들었는데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옛날 인쇄체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하여간 오랜만에 보는 느낌이었는데 의아하긴 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초등학교 교사가 아이들과 글쓰기로 씨름하다 직접 써보자 했던 것이 작가가 되는 과정이었다니 흥미롭다. 그러고보면 초등교사는 동화작가로서 상당히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아무 교사나 동화가 써지는 건 절대 아니지만.... 작가는 첫 책에서 일단 자신을 깨버리는 일로 시작했다. 교사를 주인공으로 했고, 그의 실수와 인간적인 부족함을 부각시켰고, 결국 제자에게 꼼짝없이 당해 한참동안 수난을 겪도록 했다. 그 과정이 바로 책의 내용이자 웃음 포인트였으니, 이 선생님, 도대체 얼마나 스타일을 구긴 거야? 솔직히 나는 이런 설정이 그렇게 막 좋지는 않다. 어른(기성세대)이 희화화되고 심판대에 오르는 상황 말이다. 그래서 난『지각 대장 존』도 아주 좋아하진 않았지?ㅎㅎ 교사도 인간이고 판단착오나 실수도 있을 수 있지 뭐 완벽해야 되냐? 어른이 항상 강자냐? 요즘은 더 약자야... 이런 생각도...^^;;;; 하지만 책 속의 한겨울 선생님은 실수라기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긴 했다. 자신의 최초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아이에게 화풀이를 했다는 것이다. 즉 부정적인 감정을 아이에게 쏟아부었다. 감정에 따라 하는 행동에는 일관성이 없다. 아이는 어이가 없었을 테고 화도 났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초등력으로 그만........... 이 부분 솔직히 많이 찔린다. 감정에 좌우되지 않기는 힘들다. 어떤 일로 기분이 나쁜데 그걸 완벽하게 감추고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들에게 쏟아붓진 말아야 한다. 아이가 꾸중을 듣더라도 본인의 잘못에 의해서 들어야지 ‘재수없게 걸려서’ 들으면 안되는 거니까. 이부분 한겨울 선생님이 백번 잘못했다. 그 댓가는 바로 이 책의 제목처럼 ‘고양이 선생님’이 된 것이었다. 선생님은 곧 깨닫게 되었다. 남과 다른 존재가 된 자신이 세상에 받아들여지기가 얼마나 힘든지.... 의사는 선생님의 말을 믿지 않았고 정신병자라고 함부로 재단했고 그녀를 잡으러 경찰까지 출동했다. 하지만 학급의 아이들만은 선생님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저 재미있는 해프닝일 뿐이었다. 선생님은 초능력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했고 그 결과는....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이렇게 확연하게 순수한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순수하지 못하다면 그건 어른들에게 그리 배운 탓이다. 타인을 고정관념의 잣대로 재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수한 이들이 우리 주변에 많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의 초능력을 받기 전에 어른으로서 내 모습도 잘 돌아보고 정돈해야겠다. 표제작 외에 한 편이 더 들어있다. 「214번째 비상상황」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이야기에는 병정개미들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존재감 없는 미약한 존재 ‘작은턱’. 그는 훈련동기들과 함께 ‘214번째 비상상황’에 투입되었다. “예를 들면 이 하찮은 턱과 가느다란 다리 말인가?” 라는 모진 수모의 말을 들어야 했던 작은턱은 이 비상상황에서 어떤 활약을 펼쳤을까? “난 그냥 내 할 일을 하는 것뿐이야. 너도 알다시피, 우린 무리를 지키는 병정개미니까.”작은턱은 이렇게 조용히 자신의 존재감을 지켰다. 눈에 띄는 존재들은 그만큼 공격당하기도 쉽다. 난 작은턱처럼 눈에 잘 안 띄고 조용히 살았다. 작은턱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기여한 것도 없고 겨우겨우 내 몫만 하면서.... 그러니 뭘 했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 내 할 일을 묵묵히 했으면 빛나지 않아도 만족한 인생일 수 있기를 바란다. 작은턱에게도 행운이 연속해서 오진 않겠지만 오늘의 존재감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길. 이 이야기가 교실의 눈에 띄지 않는 아이들을 위로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너어무 눈에 띄는 아이들을 좀 자중시켜 준다면 더 좋겠고....^^;;; 다음 책에선 어떤 이야기를 할까 궁금해지는 작가다. 예상치 못한 색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