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를 만드는 말의 정원 상상문고 13
김주현 지음, 모예진 그림 / 노란상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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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야기다. 말과 향기를 연결시킨 상징성도 매우 좋다. 시각과 후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다.

다만 내게는 그리 재밌지가 않았다는 점이 한가지 아쉬운 점이다. 아니 이야기가 재밌지 않았다고? 그럼 꽝이지 뭐! 이렇게 생각하고 별점을 깎기는 너무 아까운 장점들이 많아서 차마 별을 한 개도 깎을 수가 없는데, 하여간 별로 재미는 없었다. 근데 이건 개인적인 취향일 것 같다.

처음부터 이 책의 장점이 나온다. 요즘 아이들에게 느끼는 가장 아쉬운 점. ‘말’이 너무 아름답지 않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준수는 입만 열면 막말을 쏟아내는 아이다. 그런 준수가 ‘검은 망토 아저씨’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아저씨는 ‘냄새를 모으는 사람’ 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말에서 나는 냄새를 모아 특별한 향수를 만든다고 한다.

말에서 나는 냄새라니 뻔하지 뭐! 준수한테선 엄청 고약한 악취가 나겠지! 나중에 고운 말을 쓰게 되면 향기가 날 테고!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이 책이 전개되었다면 읽다가 던져버렸을 것이다.ㅎㅎ 아저씨는 ‘말의 정원’을 갖고 있었고 준수는 거기 초대받는다. 거기엔 사연 있는 식물들이 가득하고 아저씨는 그 식물들과 대화를 나눈다.

얼떨결에 준수는 작은 제비꽃 화분 하나를 맡게 되었다. 잘 돌봐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어느새, 제비꽃과 준수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게 된다. 제비꽃을 다시 안고 말의 정원을 찾았을 때, 아저씨는 제비꽃의 향기가 진해졌다며 반색을 하고, 향수를 만드는 과정을 준수에게 보여준다.

준수는 이번엔 작은 민들레 화분을 안고 집으로 갔다. 그 화분은 혼자 손자를 키우며 괴팍해진 할아버지의 마음을 녹였다. 이런 대목은 식집사님들이 보시면 공감하시고 기뻐하실 것 같다. 난 먹고살기만도 피곤해서 아직 식물을 키우는 취미는 갖지 못했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취미라는 생각은 한다. 아니 그분들에겐 더 이상 취미가 아니다. 사랑이지. 이 책의 배경으로 정원이 나오고, 꽃과 마음을 나눈 과정이 향수의 재료가 되는 것으로 나와서 참 좋았다. 정원 이야기에서 떠오르는 아름다운 시각적 이미지도 아주 좋았다.

그 시각적 이미지는 후각으로 연결된다. 검은망토 아저씨가 준수에게 맞춤형 향수를 만들어 준 것이다. 과연 어떤 냄새일까? 말로는 잘 표현할 수 없지만 상상해볼 수는 있다.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냄새, 괴팍했던 마음이 부드럽게 풀리는 냄새, 미소짓게 하는 냄새.....

내가 마법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반 녀석들에게 이런 향수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조향의 마법을 갖고 싶다. 교실이 얼마나 아름답겠냐고..... 하지만 현실은 난 조향사가 아니고 아이들의 입에서는 오늘도....^^;;; 그 말의 전쟁터 속으로 내일도 출근해야 하니 어서 잠자리에 들자고. 아, 이 책은 가방에 챙겨놓고. 내일 아침에 잘 보이는 곳에 꽂아 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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