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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열두 달 ㅣ 지식곰곰 8
박보미 지음 / 책읽는곰 / 2022년 1월
평점 :
아주 많은 내용과 정보가 담긴 책이다. 그에 비해 매우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고. 그 이유는 그림 때문일 것이다. 그림책 수준으로 그림이 많고, 거의 모든 정보를 그림이 글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그림체가 아주 예쁘고 색감도 부드러우면서도 화려하다. 책의 내용을 찬찬히 다 읽으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일단 접근성이 매우 좋으니 여러 번 뒤적이며 자연스럽게 정보를 습득할 것 같다.
이 책이 나온 걸 보고 반가웠다. 이 책의 부제는 <오늘이 특별해지는 명절·절기·세시풍속>이다. 이런 내용의 책은 많을 것 같지만 막상 찾아보면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절기와 세시풍속까지 넣어서 종합적으로 나온 책은 별로 없다. 꽤 좋은 책이 있긴 한데 글밥이 많아서 저학년에게 읽히기는 어렵다.
이런 내용의 책이 많지 않은 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별로 팔릴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만 해도 절기나 세시풍속에 관심이 별로 없다. 명절도 귀찮아서 없어졌으면 하고 바라는 판에....;;; 다만 교육과정에 나오는 내용이기 때문에 책을 찾아보는 것일 뿐인데.... 이 책을 뒤적이며 생각했다. ‘우와 정말 공이 많이 들어갔네. 이렇게 공들여 만든 책이 안 팔리면 얼마나 아까울까?’ 하지만 이 책은 수요가 꽤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아이들에게 안겨주기 좋은 책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소장용?^^
이 책은 소미가 작은 마을의 기차역에 내리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지금부터 소미는 두달씩, 안녕 마을의 여섯 집에 머무를 예정이다. 차례부터 그림을 넣어 예쁘게 구성되어 있다. 찬찬히 보면 각 집의 가족 구성부터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왈이네와 토야네 가족은 조부모님이 계신 대가족, 꿀이네는 핵가족이지만 동생이 또 태어날 예정, 고미네는 엄마와 딸로만 이루어진 2인 가족, 람이네는 아빠 혼자 3형제를 키우는 가족, 나비네는 다문화 가족이다. 캐릭터도 개, 곰, 돼지, 다람쥐, 토끼, 고양이로 다양하게. 이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점이겠다.
각 집에 머무는 두 달씩을 단위로 각 장이 구성되어 있다. 각 장에는 크게 이달의 행사, 이달의 절기, 이달의 명절, 이달의 기념일이 들어간다. 세시풍속은 절기와 명절 내용 중에 녹아 들어있다. 행사와 기념일 내용이 있기 때문에 전통문화 외의 내용도 들어간다. 예를 들면 입학식이라든지,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등... 밸런타인데이까지 들어있어서 솔직히 좀 ‘읭?’ 하긴 했는데 그만큼 다양한 내용이 들어간다고 하겠다. 현대와 전통의 접목이라 할까. 현실과 어우러진 전통문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절기와 명절을 따로 다루어주고 있어서 헷갈리는 사람들에게 좋다. 부끄럽게도 나이깨나 먹은 나도 헷갈려....^^;;; 크게 지내는 설, 추석, 그리고 익히 아는 단오, 한식 외에 다른 명절들은 좀 헷갈린다. 백중이니 중양이니 하는 명절들 말이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음력으로 지내는 명절과는 다르게 태양력을 사용하는 절기들은 농사, 그러니까 날씨와 많은 관련이 있다. 이런 것들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기 매우 좋게 구성이 되어있다.
각 날들 속에 넣어놓은 깨알정보들을 보면 이 책을 만드는데 정말 많은 노력이 들어갔겠다 하는 점을 짐작하게 된다. 예를 들면 설날 페이지에는 한복 입는 법과 절하는 법이 그림과 함께 설명이 되어있다. 삼짇날에는 진달래 화전을 부쳐 먹는 풍속을 소개하다 '잘못 알고 철쭉을 먹으면 큰일 난다'며 철쭉과 진달래를 그림으로 비교해 주기도 한다. 봄나물을 소개한 페이지도 있는데 그림이 세밀화 수준이다. 각종 음식 그림들도 이쁘고 먹음직스럽다. 친환경 농사법을 소개한 페이지도 있고 차례상 차림법 같은 것도 나오니 이런 대목은 공부하면서 만드셨겠다 짐작이 된다. 여름철 물놀이, 겨울철 눈오는 날 안전수칙 같은 것도 나오니 안전교육까지 담당한다.^^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기념일엔 세계 여러나라의 기념일 풍속도 함께 소개해 주고 있어서 흥미를 끈다. 다 소개할 순 없지만 이런 식으로 풍부한 내용이 담긴 종합정보책이라 하겠다.
솔직히 나 자신이 전통문화 계승에 대한 의지가 없는 사람이라 이런 내용이 교육과정에 나올 때 불끈 의욕이 생기진 않는다. 하지만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계승을 하든말든 그건 선택의 문제이고 아예 몰라서는 안될 것 같다. 과거의 토대 위에 현재가 있고 그것이 미래로 이어지는 것이다. 우리의 토대가 된 문화를 살펴보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이 책이 나온 것을 환영하고, 많은 쓰임새가 있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