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어린 시민군 스콜라 어린이문고 34
양인자 지음, 홍연시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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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현대사 수업과 관련하여 함께 읽을 역사동화로 2013년에 나온 <오월의 달리기>를 추천해 드렸는데, 새로 나온 책은 어떤가 싶어 이 책을 읽어봤다. 읽고나니 아뿔싸! 비교가 안된다. 전의 책 읽은지가 오래되어 기억이 잘 안난다. 이런.ㅎㅎ

5.18민주화운동은 오랫동안 진실이 파묻혀있었다. 그게 가능했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가지만 그만큼 지금 민주화가 이루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광주와 관계없이 살았던 나 또한 대학에 가서야 그 사실을 알았고 눈가리고 살았던 시간들에 기막혀 했으니까. 하지만 내가 교사가 되어 가르치는 교과서에는 민주화운동으로 당당히 실렸으니 세상은 휘청휘청하면서도 진보하는 건 맞다보다.

이 책은 광주에 사는 찬호와 현조라는 두 소년의 우정을 큰 줄기로 하여 이야기가 펼쳐진다. 찬호네 집이 신문보급소를 한다는 것은 중요한 설정이다. 광주가 고립되어 신문조차도 들어오지 못하고, 그 큰일이 신문에도 실리지 못했던 상황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으니까. 찬호 집에 세들어 살던 현조네가 인천으로 이사간다는 것도 중요한 설정이다. 하필 난리통에 이사날이 다가와, 아빠는 이삿짐 트럭과 함께 광주를 빠져나갔지만 다른 교통편으로 가려던 엄마와 현조는 광주에서 발이 묶였다. 통신이 두절되어 서로 연락도 하지 못한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이런 주인공들의 상황을 통해서 볼 수 있다.

그리고 두 아이의 공부를 봐주던 뒷방의 상우 형, 그는 책의 후반부에 시민군의 대변인으로 모습을 드러내는데, 결국은 목숨을 지키지 못했다. 그는 윤상원 열사를 염두에 두고 작가가 되살린 인물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신문'이 중요한 소재다. 정규 신문이 다 끊긴 상태에서 마지막 밤에 급히 찍어 돌린 유인물의 내용이 마음을 울린다. "우리는 폭도가 아닙니다. 우리를 꼭 기억해 주십시오." 결국 그들은 거의 총격에 희생되었지.

배달할 신문이 없어진 찬호가 현조와 누나의 도움을 받아 동네 신문을 직접 만드는 모습도 이 책에서 인상적인 장면이다. 결국 배달하지 못했지만.... 뒤숭숭한 상황에서 아이들을 걱정하고 단속하던 어른들이 결국에는 음식을 만들어 보태고,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다 내놓아 바리케이트를 치는 모습 또한 당시의 상황을 짐작케 하는 장면이다. 도청에 시신들을 수습해 놓은 방에서 퍽,퍽 하고 터지는 소리의 실체는 너무 끔찍했다.

그 큰 상처를 덮은채 광주는 잊혀졌고, 인천으로 전학간 현조는 자신이 겪은 일을 말했다가 거부당하고 말과 건강을 잃어간다.
"그 사람들 몫까지 우리가 더 잘 살믄 된다."
이 말을 마음 속에 담은 채 현조를 만나러 떠나는 찬호의 뒷모습이 마지막 장면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혀봤지만 이 책이 아이들에게 흥미있게 읽힐 것인가 쉽게 가늠이 되지 않는다. 당시 상황을 잘 담은 책이라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다만 감정을 격동시키는 서술이 아니어서 나는 좋은데, 감정 유발을 원한다면 약간 담담한 느낌이 들 수는 있을 것 같다.

이런 아픔을 겪고 이제 권력이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세상이 혼란한 건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때보다 꽤나 정의롭냐면 그렇지도 않고 각종 불평등의 문제들은 늘 새롭게 떠오른다. 그렇다고 해서 역사 속의 희생들을 부정하거나 하찮게 여기면 안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이 한심하고 갑갑할지라도 그건 우리에게 남은 과제가 더 있다는 뜻. 퇴보를 할 순 없다. 과제가 없는 세상이란 인간에게 오지 않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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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에는 딱따구리가 산다 마루비 어린이 문학 9
신윤화 지음, 한아름 그림 / 마루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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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딱따구리를 들으니 딱 편두통이 생각났는데 그 연상은 맞았다. 이 책에는 그 표제작을 비롯하여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공통점을 찾자면 주인공이 판타지 세계에서 무엇인가를 경험하고 느끼고 현실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그게 무섭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했다.

 

첫 번째 작품 숨바꼭질은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무섭고 슬프고 읽기 힘들었다. 잔인한 것은 아니고 직접적인 묘사도 없는데 그냥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괴로웠다. 동네 친구들을 계곡에서 잃고 혼자 살아있는 수호. 절친이었던 훈이는 물이 절벅절벅한 하얀 운동화를 신고 자꾸만 나타나지. 수호가 나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끝났지만 절대 해피엔딩이 될 수는 없는 소재. 잘 쓰신 작품이지만 굳이 읽고 싶지는 않은 작품.

 

표제작 내 머리에는 딱따구리가 산다는 두통에 시달리는 주연이의 이야기다. 딱따구리가 주는 고통은 너무 심한데, 병원을 다녀봐도 신경성이라 할 뿐이다. 신경성이 맞다. 주연이가 신경쓸 게 너무 많거든! 착하고 배려심과 책임감이 큰 아이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주연이 아빠는 고시공부 중이고 엄마는 돈 벌어야 해서 바쁘다. 하지만 아이는 아이인 걸 잊으시면 안되는데, 잘한다고 주연이에게 너무 많은 것들이 맡겨진다.

 

주연이는 어느날 너무 피곤하여 버스에서 졸다 종점까지 가버린다.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들어가본 어떤 한의원. 그곳이 판타지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주연이의 해소가 이루어진다. 다녀온 주연이는 엄마한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거 엄마가 환불해. 엄마 블라우스잖아.”

아이와 함께 병원을 다니고 신경성이라는 진단까지 받았으면서도 아이의 마음의 짐을 벗겨주지 못한 부모가 좀 이해가 안된다. 하지만 그보다 심한 부모도 천지삐까리니까... 이정도에서 그친 것도 다행이다.

 

주연이 유치원 시절 바쁜 엄마가 머리 빗질도 못하고 꽂아주었던 딱따구리 핀과 머릿속 딱따구리와의 연결이 참 절묘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과거가 갑자기 소환되어 마음이 조금 먹먹하기도.... 나도 바쁘다고 딸아이 머리 한번 예쁘게 길러줘 본 적이 없기 땀시.... 그래도 딸은 딱따구리 없이 무사히 컸다. 그저 다행이라고 말할 수밖에.

 

세 번째 작품 나의 레벨은 평상시 나의 생각과 많이 맞닿아 있어서 사이다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 생각이란 인간 수준에 수천만의 등급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 수준 거기서 거기지 뭐... 라는 생각도 일면 맞지만, 수준 이하의 인간들이 너무 많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맞는 얘기다. 다르게 표현하면 진상이라고 할까. 솔직히 새학년 분반을 할 때 어차피 줄을 세워야 하는 바, 인간 수준으로 줄을 세우는 것이 어느정도 가능하고 보는 눈은 거의 일치한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레벨은 바로 그 인간 수준을 말하는 것이다. 태양이는 엄청 좋은 직업의 부모님을 가진 부잣집 자식이다. 그러니 당연히 생활 수준은 높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을 무시하고 마음 속으로 깔아 뭉개는 등 인간 수준은 형편없다. ‘내가 누군데’ ‘니가 감히등의 생각에 젖어있고 배려와 예의란 건 갖추지 못했다. 그런 생각은 행동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법, 태양이가 친구를 골탕먹이는 모습은 정말 눈살이 찌푸려진다.

 

모종의 사고가 있었고 태양이는 유체이탈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가 다시 몸으로 돌아온다. 그때 내뱉는 외마디가 잘못했어요. 앞으로는 레벨 높게 살게요!”. 그 말의 의도에는 200% 공감하지만 살짝 어색한 느낌이 있다. ‘레벨 높게말고 다른 표현은 없을까? 어쨌든 비열하고 남을 괴롭히는 자들, 양심 불량이고 타인을 지배하려는 족속들이 이 작품을 읽고 좀 경고를 받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인간 수준이 높은 건 아니다.

 

단비 오는 날은 엄마의 죽음을 직면하지 못하는 단비의 이야기다. 그런 단비를 도와준 존재는 엄마가 묻힌 마을의 장승들.........?

 

벽장 밖으로의 유준이는 자폐아다. 남들한테는, 아니 부모에게까지도 모자란 아이, 이상한 아이였지만 오직 한 사람 유준이를 키워 준 시골 할머니에게는 세상 둘도 없는 사랑스러운 손자였다. 아이가 크자 부모님은 서울로 데려왔고, 그때부터 유준이는 벽장에 틀어박힌다. 벽장을 통해 유준이가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그리고 유준이를 벽장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해주는 존재는 누구일까?

 

작가의 말에 보니 작가는 무서운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어릴 적 들었던 괴담 말고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무서운 이야기를. 이 책의 모든 이야기가 무섭진 않다. 하지만 적어도 으스스한 분위기 정도는 들어있다. 게다가 그 내면의 무서움을 극복하는 이야기라 아이들에게 힘과 위로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가진 다양한 문제를 진단하고 무서운약을 조제하신 작가의 노력과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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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열두 달 지식곰곰 8
박보미 지음 / 책읽는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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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많은 내용과 정보가 담긴 책이다. 그에 비해 매우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고. 그 이유는 그림 때문일 것이다. 그림책 수준으로 그림이 많고, 거의 모든 정보를 그림이 글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그림체가 아주 예쁘고 색감도 부드러우면서도 화려하다. 책의 내용을 찬찬히 다 읽으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일단 접근성이 매우 좋으니 여러 번 뒤적이며 자연스럽게 정보를 습득할 것 같다.

 

이 책이 나온 걸 보고 반가웠다. 이 책의 부제는 <오늘이 특별해지는 명절·절기·세시풍속>이다. 이런 내용의 책은 많을 것 같지만 막상 찾아보면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절기와 세시풍속까지 넣어서 종합적으로 나온 책은 별로 없다. 꽤 좋은 책이 있긴 한데 글밥이 많아서 저학년에게 읽히기는 어렵다.

 

이런 내용의 책이 많지 않은 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별로 팔릴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만 해도 절기나 세시풍속에 관심이 별로 없다. 명절도 귀찮아서 없어졌으면 하고 바라는 판에....;;; 다만 교육과정에 나오는 내용이기 때문에 책을 찾아보는 것일 뿐인데.... 이 책을 뒤적이며 생각했다. ‘우와 정말 공이 많이 들어갔네. 이렇게 공들여 만든 책이 안 팔리면 얼마나 아까울까?’ 하지만 이 책은 수요가 꽤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아이들에게 안겨주기 좋은 책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소장용?^^

 

이 책은 소미가 작은 마을의 기차역에 내리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지금부터 소미는 두달씩, 안녕 마을의 여섯 집에 머무를 예정이다. 차례부터 그림을 넣어 예쁘게 구성되어 있다. 찬찬히 보면 각 집의 가족 구성부터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왈이네와 토야네 가족은 조부모님이 계신 대가족, 꿀이네는 핵가족이지만 동생이 또 태어날 예정, 고미네는 엄마와 딸로만 이루어진 2인 가족, 람이네는 아빠 혼자 3형제를 키우는 가족, 나비네는 다문화 가족이다. 캐릭터도 개, , 돼지, 다람쥐, 토끼, 고양이로 다양하게. 이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점이겠다.

 

각 집에 머무는 두 달씩을 단위로 각 장이 구성되어 있다. 각 장에는 크게 이달의 행사, 이달의 절기, 이달의 명절, 이달의 기념일이 들어간다. 세시풍속은 절기와 명절 내용 중에 녹아 들어있다. 행사와 기념일 내용이 있기 때문에 전통문화 외의 내용도 들어간다. 예를 들면 입학식이라든지,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등... 밸런타인데이까지 들어있어서 솔직히 좀 ?’ 하긴 했는데 그만큼 다양한 내용이 들어간다고 하겠다. 현대와 전통의 접목이라 할까. 현실과 어우러진 전통문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절기와 명절을 따로 다루어주고 있어서 헷갈리는 사람들에게 좋다. 부끄럽게도 나이깨나 먹은 나도 헷갈려....^^;;; 크게 지내는 설, 추석, 그리고 익히 아는 단오, 한식 외에 다른 명절들은 좀 헷갈린다. 백중이니 중양이니 하는 명절들 말이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음력으로 지내는 명절과는 다르게 태양력을 사용하는 절기들은 농사, 그러니까 날씨와 많은 관련이 있다. 이런 것들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기 매우 좋게 구성이 되어있다.

 

각 날들 속에 넣어놓은 깨알정보들을 보면 이 책을 만드는데 정말 많은 노력이 들어갔겠다 하는 점을 짐작하게 된다. 예를 들면 설날 페이지에는 한복 입는 법과 절하는 법이 그림과 함께 설명이 되어있다. 삼짇날에는 진달래 화전을 부쳐 먹는 풍속을 소개하다 '잘못 알고 철쭉을 먹으면 큰일 난다'며 철쭉과 진달래를 그림으로 비교해 주기도 한다. 봄나물을 소개한 페이지도 있는데 그림이 세밀화 수준이다. 각종 음식 그림들도 이쁘고 먹음직스럽다. 친환경 농사법을 소개한 페이지도 있고 차례상 차림법 같은 것도 나오니 이런 대목은 공부하면서 만드셨겠다 짐작이 된다. 여름철 물놀이, 겨울철 눈오는 날 안전수칙 같은 것도 나오니 안전교육까지 담당한다.^^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기념일엔 세계 여러나라의 기념일 풍속도 함께 소개해 주고 있어서 흥미를 끈다. 다 소개할 순 없지만 이런 식으로 풍부한 내용이 담긴 종합정보책이라 하겠다.

 

솔직히 나 자신이 전통문화 계승에 대한 의지가 없는 사람이라 이런 내용이 교육과정에 나올 때 불끈 의욕이 생기진 않는다. 하지만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계승을 하든말든 그건 선택의 문제이고 아예 몰라서는 안될 것 같다. 과거의 토대 위에 현재가 있고 그것이 미래로 이어지는 것이다. 우리의 토대가 된 문화를 살펴보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이 책이 나온 것을 환영하고, 많은 쓰임새가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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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점 바일라 15
김소연 지음 / 서유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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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디자인부터 아주 인상적이고 세련되었다. 들어는 봤지만 사용할 일은 거의 없었던 용어, ‘특이점’ 이라는 제목도 신선하고 궁금증을 더했다. 매우 끌리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작가의 초기 히트작들이 <명혜> <꽃신>등의 역사동화여서 아직도 이 작가 하면 역사동화를 떠올린다. 알고보니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시다고 한다. 특히 ‘역사와 SF 장르의 융합’을 공부하고 계신다니.... 대단하시다. 얼마나 공부할 게 많을까. 이런 작품들은 그냥 이야기가 아니다. 읽기는 쉬워도 쓰기는 어려운,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야 나오는 글이다. 내가 헤아리긴 어렵지만, 그럴 거라 짐작한다.

이 책에는 작가의 SF 네 작품이 담겨있다. 그 중 마지막 작품「육혈포의 주인」이 바로 ‘역사와 융합한 SF’라 할 수 있다. 과거와의 접점을 찾기 위해 타입슬립 소재를 쓸 수밖에 없었는데, 읽으면서 ‘타입슬립을 활용하지 않으면서 역사와 융합한 SF’도 쓰시겠지? 그건 어떻게 쓸 수 있을까? 몹시 궁금해졌다. 작가의 다음 SF를 기대하는 이유가 되었다.

네 작품 모두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2050년 전후.... 그러니까 3,40년 후이다. 나는 죽었을 수도 있지만 우리 아이들은 한창 살아가고 있을 때이다. 인공지능이 생활 깊숙이 들어온 사회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정말 그건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떤 미래학자가 우리는 이미 미래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는데, 모두는 아니지만 미래의 예언 중 상당수가 현실이 되었고, 어떤 것은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 현실이 되기도 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이 책의 내용도 그리 무리한 설정은 아닐지도 모른다.

‘특이점’은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는 낱말이지만 여기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초월하게 되는 지점을 말한다. 정말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독자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첫 번째 작품 제목에 ‘특이점’이 나온다. 「특이점을 지나서」라는 제목의 이 작품 배경은 중학교 3학년 교실이다. 이곳에서도 경쟁은 있다. 국립대학 진학을 노리는 최상위 학생들에게만. 나머지 아이들은 진로 적성검사를 통해 다음 학업 코스나 취업이 결정된다. 주인공 오지영은 안내데스크 직원으로 진로가 잡힌 평범한 학생이다. 전교 1등 진용과 비밀연애 중이다. 이 교실에 안드로이드 학생 로봇 이니티움305(이니)가 전학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니는 딥러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어느정도 학습력을 낼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용 로봇이다. 진용은 이니의 존재에 짜증과 불만이 많다. 결국 중간, 기말 모든 시험에서 진용은 이니에게 전교 1등을 뺏기고 탈환하지 못한다. 비밀연애 중인 지영에게 푸는 스트레스는 데이트폭력 수준이다. 그 와중에 지영은 이니와 친해지고... 그리고서야 지영은 자신의 ‘꿈’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진용과의 관계야말로 버려야 할 쓰레기 관계다. 그놈은 지영이한테 진심 한톨도 없었고 사람을 이용하기만 했다. 그렇다면 이니와의 관계는 어떠한가? ‘특이점을 지난’ 인공지능은 상대방의 감정과 소망까지도 파악하고 위로와 격려까지 할 수 있는데, 차라리 그들과 소통하는 것이 훨씬 나은 것인가? 그런 생각까지는 들지 않는다.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두 번째 작품 「반려동물 관리사」에서도 사람들의 직업은 각종 검사에 의한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많은 직업이 인공지능에게 넘어갔고 인간의 선택의 폭은 더욱 좁아졌다. 앨런에게 부여된 직종은 반려동물 관리사였고 그는 알바를 시작한다. 하나뿐인 가족인 아버지는 주어지는 일감대로 그림을 그리는 직업 화가였고, 은퇴가 결정되어 실버센터에 들어가게 되었다. 아버지와 친밀하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에게서는 공통점이 보인다. ‘평생을 걸고 하고 싶은 일’을 바란다는 점에서. 그건 다르게 말하면 ‘가슴 뛰는 일’이라도도 할 수 있었다. 새로 시작한 알바에서 앨런은 예상을 뛰어넘는 소질을 보였다. 고용주의 강아지 알피가 앨런의 말만 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앨런은 실버센터에 있는 아버지에게 이런 편지를 쓴다.
“저만의 특기와 적성을 발견한 건 천만다행이지만.... 아버지! 이게 다일까요?”
그 답장을 받은 방식을 말하자면 너무 슬프고 암울하다. 우리들의 미래를 엿보는 것 같기도 하고.ㅠ

세 번째 작품 「그녀의 선택」이 내겐 가장 충격적이었다. 이 작품에서 인공지능은 특이점을 넘어섰고 인류에게 중요한 제안을 했는데, 인간은 그것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기후위기에 대한 관리를 맡기는 것이었다.
“대멸종을 막기 위한다면 저를 기후 관리 시스템의 빅 리더로 삼으세요. 전 세계 기후 대책에 대한 책임과 권리를 제게 주신다면 멸망을 앞둔 인류는 구원될 수 있습니다.”
약간은 고개가 끄덕여진다. 인간은 죽었다깨나도 할 수 없는 일이고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 어리석음을 뺀 인공지능이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지구는 기대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는 중인데.... 그녀(인공지능 네오 가이아)의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 코로나 바이러스로 3년째 시달리고 있는 이때에, 그 이야기는 진정 무섭다. 그녀의 선택은 지구에게 좋은 선택이다. 동시에 인간에게는 공포의 선택이다. 지구와 인간의 관계가 과연 그러하다면, 인류는 생존할 의미가 있을까? 이래저래 무서운 생각이고 무서운 이야기다.

네 번째 작품이 처음에 말한 역사와의 융합이다. 역사동화를 쓰시던 감이 살아있어서인지 어색하지 않고 흥미진진하여 좋았다. 이 책 전체적으로 대화나 문장들이 걸리적거림 없이 자연스러워 좋았다. 쉽게 나올 수 없는 결과물이라고 생각되었다.

SF 안에서 인간의 정체성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경고를 통해 지금의 우리를 바라보게 하는 것. 잘은 모르지만 작가의 의도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자꾸만 ‘어쩔 수가 없네 뭐, 이렇게 가다가 끝장나는 거네, 얼마 안남은 거네. 망했네 뭐.’ 이런 생각으로 흘러가는 것을 다잡기가 참 힘들다. 자식도 있고 학생들도 있으니 어찌되었건 비관주의로 빠지면 안되는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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