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의 내용이나 질적인 면, 속도 모두 어느 정도 만족할 수준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드디어 긴 여름이 끝나가는가 싶다.  지난 주가 입추였던 것 같은데, 절기에 딱 맞는 날씨라서 더울 때 26-7도, 밤엔 17-9도 정도로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해가 뜨거운 켈리포니아의 여름이지만 한낮을 지나면 그리 나쁘지 않고, 냉방에 시달리다가 가끔 나와서 받는 햇살의 따스함이 좋을 정도의 괜찮은 날씨다.  


내가 노는 걸, 특히 일하는 시간에 노는 걸, 그것도 남들은 사무실에 틀어박혀 있을때 노는 걸 참 좋아한다.  하지만, 그런 짓(?)을 매일 할 수는 없고, 실상 남들이 일하는 시간엔 나도 당연히 일을 한다.  가끔은 답답함을 못 견디고 서점으로 뛰어나가지만, 그것도 정말 어쩌다 그런 것이다.  오전 4시간의 효율근무, 시간관리 같은 것은 다소 자유롭지만, 자영업이라고 해도 엄연히 직업이고 밥벌이라서 그렇게 멋대로 하다가는 다 털어먹는 것이 세상의 이치니까.  그런데 오늘은 팔자에도 없는 오전의 외근(?)을 하게 되었다.  


지난 일요일 사고(?) 덕분에 알게된 타이어 마모, 이를 고치기 위해 월요일에 들려 주문한 타이어 세트가 오늘 들어왔다는 전화를 받은 건 대략 아침 9시 30분.  8시 30분 정도에 나와서 사무실에서만 진행할 수 있는 일을 해놓았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일거리 몇 개를 챙겨 나왔다.  열심히 오전에 달려왔지만, 대기번호는 9, 기다리는 시간은 2시간 반.  어쩔 수 없이 마침 걸어갈 수 있는 맥도날드로 왔다.  여긴 Wi-Fi가 되는 곳이라서 원래 눈여겨 보아둔 곳이다, 오늘 같은 날을 예상하고.  근데 outlet에 없어서 대충 한 두 시간이면 notebook 배터리가 방전된다.  결국 갖고 온 일은 아주 조금만 하고, 나머지는 미룰 수 밖에 없다.  오늘 아침 월스트리트 저널, 그리고 반 정도를 읽은 책 한 권이 긴긴 두 시간 반을 버티게 해줄 도구(?).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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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1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은 밤에도 20도 넘어요. 낮보다는 더위가 덜하지만 그래도 덥습니다. ^^;;

transient-guest 2016-08-11 12:05   좋아요 0 | URL
다른 것보다 습도가 높은 건 어렵더라구요. 제가 마지막으로 여름에 한국에 간 건 거의 12년 정도 된 듯 합니다. 12년 간 5월 말 잠깐, 9월 초 잠깐 갔는데도 저한텐 너무 습하더라구요.ㅎ

yamoo 2016-08-11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탁자와 의자의 디자인이 참으로 이상야릇합니다^^;; 미쿡의 맥카페 테이크 아웃 종이컵은 저렇게 생겼군요! 노트북은 제가 엔날에 회사에서 받은 것과 똑같은 모델이라 반갑네요...근데, 저거 좀 오래 된 모델인데...아직도 쓰고 계시네요^^

transient-guest 2016-08-12 03:00   좋아요 0 | URL
생긴건 별로지만 은근히 편합니다. 구석진 부쓰에 앉아서 2시간 반을 보냈네요. 커피 한 잔 마시면서.ㅎㅎ 작년 언젠가부터 all size regular coffee는 $1이라서 그거 하나 시켜놓고 있었네요. 제 노트북은 2012년 개업과 동시에 꼭 써보고 싶었던 녀석과 workstation을 같이 샀어요. 작년부터 하드가 불안정해져서 SSD로 바꾸고 램 조금 더 넣고 리셋했더니 쌩쌩합니다. 2-3년은 더 쓸 듯. 다음엔 surface book으로 바꾸지 않을까 싶어요.ㅎ

yamoo 2016-08-12 08:14   좋아요 0 | URL
헐~~ 모든 레귤러 사이즈 커피가 1달러라뉘!!! 한국 맥도날드도 배우면 좋겠네요..ㅎ 와우!

2016-08-12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3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박학기, 박정현, 그리고 유리상자가 함께 불렀다.  이걸 듣고 부를 때마다 옛날 기타를 치며 120%의 감성으로 노래하던 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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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6-07-08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대구에 김광석 거리라고 있습니다.
생긴지 몇 년 안되지만 성공한 문화마케팅 사례로 무슨 우수사례로 대통령상인가 뭔가도 받았습니다. 이 김광석 거리는 방천시장 옆에 있는데 덕분에 다 죽어가던 방천시장이 완전 카페 술집 골목으로 일로번창하고 있습니다. 국내관광객은 물론 요즘은 중국인들도 많이 오는 것 같습니다...저도 몇 번 가서 시장내 술집(`가족`이라는 족발집...)에서 일잔하기도 했습니다. 방천시장 앞쪽으로는 대한뉘우스라는 유명한 술집도 있구요..ㅎㅎㅎㅎ......작은 공연장도 있고(무명 가객들이 노래를 부르고...)....김광석 노래가 항시 흘러나오고....나름 분위기 좋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7-09 10:09   좋아요 0 | URL
그런 곳도 있군요. 부럽습니다. 바람이 쌀쌀한 늦가을, 밤에 그런 시장 한켠에 있는 선술집에 맘맞는 벗과 앉아서 김광석의 노래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면서 책과 정치, 철학, 역사와 군략을 난장치면 참 즐거울 것 같습니다.ㅎ
 

김광석을 좋아한다.  비록 요즘은 기타도 피아노도 손을 놓은지 오래지만, 예전에 어릴 때, 가수가 하고 싶어 카페에서 노래를 할 때 주로 김광석의 노래를 불렀었다.  소위 뜨는 센스는 없었던 셈이지만, 96년 그의 추모제를 지낸 이래 내 덕분(?)에 김광석의 팬이 된 사람들이 좀 있으니 나름대로의 보람이다.  


에이핑크도 모르고 다른 무엇도 잘 모르지만, 정은지라는 가수는 안다.  바로 이 노래 때문이다.  가사는 조금 틀렸지만, 그녀가 부르는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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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6-07-07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늘 이 노래의 signifié가 가장 잘 구현된 커버는
제이래빗 버전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ㅎ
https://youtu.be/RRvo6A11TMA


transient-guest 2016-07-08 04:24   좋아요 0 | URL
괜찮네요. 다른 노래들도 좋구요. 젊은가수 = 아이돌 혹은 인디 정도의 공식에 식상했는데, 느낌이 좋네요. 그야말로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는가 봅니다.ㅎㅎ 예전에 이 친구들처럼 하는건 꿈도 못꿨네요.
 

이제는 많은 것들이 내 뒤에 있다. 예전에 그렇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많은 것들은 다가올 미래에 있었고, 내 삶은 수많은 가능성으로 가득했다.  살면서, 일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일을 겪는다.  책을 맘대로 사들이고, 어느 정도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지금은 어른의 행복이 있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댓가는 책임과 의무로 늘 밥처럼, 옷처럼 나와 함께하고 있다.  행복은 그들의 중간 어느 즈음에 있을 것 같다.  


책도 무엇도 진심으로 즐기지 못하고 술로 밤을 달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어서 떨치고 일어나야 한다.  


This shall too 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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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 2016-06-29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무엇보다 책을 즐기지 못할 정도의 고뇌가 제가 공감할 수 있는 가장 큰 고통 중의 하나인 듯 합니다. 예전에 노통이 힘들어 하셨을때 책을 읽지 못한다는 말에정치인이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에 공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힘내세요. 힘차게 떨쳐내서 책읽는 행복을 즐기시길..

transient-guest 2016-06-30 03:5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책을 읽고는 있는데 재미를 느끼지 못하니 이것도 죽을 맛이네요. ㅎ

북깨비 2016-06-29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쓰고 계시는 일들이 잘 해결되기 바랍니다. 어른의 삶은 정말 힘들어요. 책 사 볼 돈은 벌지만..

transient-guest 2016-06-30 03:5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해결될 것 같습니다. 어른의 삶이란 참..

다락방 2016-06-29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운내세요..

transient-guest 2016-06-30 03:5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몬스터 2016-06-29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진부한 말이고 ,잘 아시고 계시겠지만 , 결국은 시간이 무엇이든 해결하더라구요 transient guest님. 30대 40대는 몇몇 소수를 제외하고는 행복하기 힘든 시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디서 봤는데 50대 즈음 되면 다시 행복 사이클이 서서히 상승곡선을 그린다고 하더라구요. ( 아마도 그렇겠죠? ) 그러하니 , 잘 기다리시면 좋겠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6-30 03:56   좋아요 0 | URL
단순하지만 진리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 그저 이번 해는 좀 빨리 지나갔으면 합니다. 제가 모르는 사이에 지나가고, 그 와중에 돌아보면 일처리가 다 풀렸구나 싶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물고기자리 2016-06-29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드는 건 쉬운데,
어른이 되어가는 건 참 힘들어요..

transient-guest 2016-06-30 03:5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어른이 되어 사는 건, 특히 몸만 어른 같은 저에겐 더더욱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06-30 0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01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예전에 즐겨찾던 Santa Clara도서관은 이번에 보니 군립도 아니고 산호세시립도 아닌 말 그대로 산타클라라시립도서관이다.  내친김에 오늘 온라인으로 대출카드를 신청했다.  아무때나 30일 안에 가서 마무리하고 픽업하면 그만이다.  남들은 다 알고 있는 것을 나만 이제서야 이용하게 된 것이지만, 상당히 즐겁다.  군립도서관에서는 특히 한번에 100권까지 빌려 보톹 3주까지 갖고 있을 수 있으니까 사실상 무제한으로 책을 빌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금요일 오전인가 목요일인가 우리 unit의 지붕 밑으로 지나가는 수도관파이프에 문제가 생겨서 시작된 공사의 마무리가 오늘까지 이어진 탓에 오후 세 시가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대략 오전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하여 오전업무에 필요한 서류만 갖고 왔기에, 점심을 먹고나서는 책을 읽고 메일에 답변을 쓰는 등 월요일치고는 가벼운 잡무처리만 하고 있는 셈이다.  남의 돈을 벌어주기 위해 바쁘게 뛰던 예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여유니까, 너무 자주 이렇게 지내지 않으면 괜찮을 것이다.  


오후에 잠깐 출근하여 몇 가지 업무처리를 하면서 다시 도서관에 들려서 읽은 책을 반납하고 새 책을 빌려올 계획이다.  사무실에서 걸어서 5-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니까 점심시간에을 이용하면 운동삼아 다운타운을 한 바퀴 돌면서 들릴 수도 있다.  이것으로 당분간은 점심 때 멍하게 일을 하거나 빠른 식사를 끝내고 할 일이 없어 다시 업무복귀를 할 필요가 없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 100년이 조금 넘은 국민학교건물을 개조한 사무실건물에는 중앙정원이 있는데, 제대로 즐기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역시 여유가 아쉬운 거다.


아무래도 오후 4시나 되어야 상황이 종료될 것 같은데, 몇 가지 일처리를 더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생각이 슬슬 든다.  천천히 하나라도 일처리를 하면, 매일 그렇게 조금씩 일을 하면, 급한 상황이나 가끔 발생하는 큰 업무가 아니면 하나씩 케이스가 처리된다.  그런 생각을 하면 오늘은 skip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반대로 그래도 사무실에 나가서 조금은 일을 해야지 라고 생각을 하면, 맘이 급해진다.  


일단 언제 집을 나설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을 해야겠다.  12시 정도에 점심을 먹었는데, 살짝 출출한 것이, 한국에 있었다면 짜장면을 시켜먹으면 딱 좋을 상태다.  업무때문에 밤을 넘기는 일은 좀처럼 없지만, 가끔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상처럼 맛난 것들을 한가득 사들고 오피스텔에 들어가 푸짐하게 차려놓고 흘러간 옛날 노래라도 들으면서 밤샘근무에 지친 몸을 달래는 것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겠다.  술과 기생이 있어야만 풍류이겠는가...그렇게 자기 분위기에 푹 젖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비라도 내려준다면 끝내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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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5-10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부터 공공도서관 1인당 대출권수가 10권으로 개정되었어요. 저처럼 신간도서를 안 사고 도서관 책을 빌려 읽는 사람이 많아지겠죠? ^^;;

transient-guest 2016-05-11 02:41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도서관을 더 자주 이용할 것 같습니다. 막소설도 읽으면 재미있는데 살 생각은 없어서 놓치던 것들이 있거든요. 종류가 많지는 않아도 도서관 마다 책장 한 두개 정도의 한국책이 있으니까 조금씩 골라 보려구요. 어제도 가서 10권인가 들고 왔습니다.ㅎㅎ 한번에 100권까지 가능하니까요..ㅎㅎㅎ

몬스터 2016-05-10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짜장면 먹은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납니다. ( 그래서 사는게 우울한가 봅니다. ㅎㅎ ) , 군만두도 맛나는데. 그쵸?

요즘 느끼는데 나이 먹을 수록 , 자기 분위기에 자주 빠질 수 있는 능력이 더 필요한게 아닐까 합니다. 저도 ( 여러모로 ) 노력중입니다. ㅎㅎ

transient-guest 2016-05-11 02:42   좋아요 0 | URL
그곳은 한국음식을 드시기 어려울 듯하고 아무리 중국음식점은 세계 곳곳에 있다지만, 짜장면을 하는 곳은 없을 것 같아요..-_-: 저는 짜장면과 탕슉ㅇ...
어릴 땐 남이 나를 규정하는 경우가 많고, 나이가 들수록 자기세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늙어가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ㅎㅎ 그저 열심히 살아야죠..ㅎ

yamoo 2016-05-1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한 번에 100권을 빌려볼 수 있다니!!! 미쿡은 참 도서관이 좋군요~

트랜스 님 덕택에 미쿡 도서관 문화도 살짝 엿볼 수 있어 좋습니다~ 이런 페이퍼 종종 부탁드립니다!^^

transient-guest 2016-05-12 01:30   좋아요 0 | URL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100권이면 진짜 무제한인거잖아요..사실상..ㅎ
종종 포스팅 올리겠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