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즐겨찾던 Santa Clara도서관은 이번에 보니 군립도 아니고 산호세시립도 아닌 말 그대로 산타클라라시립도서관이다.  내친김에 오늘 온라인으로 대출카드를 신청했다.  아무때나 30일 안에 가서 마무리하고 픽업하면 그만이다.  남들은 다 알고 있는 것을 나만 이제서야 이용하게 된 것이지만, 상당히 즐겁다.  군립도서관에서는 특히 한번에 100권까지 빌려 보톹 3주까지 갖고 있을 수 있으니까 사실상 무제한으로 책을 빌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금요일 오전인가 목요일인가 우리 unit의 지붕 밑으로 지나가는 수도관파이프에 문제가 생겨서 시작된 공사의 마무리가 오늘까지 이어진 탓에 오후 세 시가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대략 오전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하여 오전업무에 필요한 서류만 갖고 왔기에, 점심을 먹고나서는 책을 읽고 메일에 답변을 쓰는 등 월요일치고는 가벼운 잡무처리만 하고 있는 셈이다.  남의 돈을 벌어주기 위해 바쁘게 뛰던 예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여유니까, 너무 자주 이렇게 지내지 않으면 괜찮을 것이다.  


오후에 잠깐 출근하여 몇 가지 업무처리를 하면서 다시 도서관에 들려서 읽은 책을 반납하고 새 책을 빌려올 계획이다.  사무실에서 걸어서 5-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니까 점심시간에을 이용하면 운동삼아 다운타운을 한 바퀴 돌면서 들릴 수도 있다.  이것으로 당분간은 점심 때 멍하게 일을 하거나 빠른 식사를 끝내고 할 일이 없어 다시 업무복귀를 할 필요가 없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 100년이 조금 넘은 국민학교건물을 개조한 사무실건물에는 중앙정원이 있는데, 제대로 즐기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역시 여유가 아쉬운 거다.


아무래도 오후 4시나 되어야 상황이 종료될 것 같은데, 몇 가지 일처리를 더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생각이 슬슬 든다.  천천히 하나라도 일처리를 하면, 매일 그렇게 조금씩 일을 하면, 급한 상황이나 가끔 발생하는 큰 업무가 아니면 하나씩 케이스가 처리된다.  그런 생각을 하면 오늘은 skip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반대로 그래도 사무실에 나가서 조금은 일을 해야지 라고 생각을 하면, 맘이 급해진다.  


일단 언제 집을 나설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을 해야겠다.  12시 정도에 점심을 먹었는데, 살짝 출출한 것이, 한국에 있었다면 짜장면을 시켜먹으면 딱 좋을 상태다.  업무때문에 밤을 넘기는 일은 좀처럼 없지만, 가끔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상처럼 맛난 것들을 한가득 사들고 오피스텔에 들어가 푸짐하게 차려놓고 흘러간 옛날 노래라도 들으면서 밤샘근무에 지친 몸을 달래는 것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겠다.  술과 기생이 있어야만 풍류이겠는가...그렇게 자기 분위기에 푹 젖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비라도 내려준다면 끝내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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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5-10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부터 공공도서관 1인당 대출권수가 10권으로 개정되었어요. 저처럼 신간도서를 안 사고 도서관 책을 빌려 읽는 사람이 많아지겠죠? ^^;;

transient-guest 2016-05-11 02:41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도서관을 더 자주 이용할 것 같습니다. 막소설도 읽으면 재미있는데 살 생각은 없어서 놓치던 것들이 있거든요. 종류가 많지는 않아도 도서관 마다 책장 한 두개 정도의 한국책이 있으니까 조금씩 골라 보려구요. 어제도 가서 10권인가 들고 왔습니다.ㅎㅎ 한번에 100권까지 가능하니까요..ㅎㅎㅎ

몬스터 2016-05-10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짜장면 먹은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납니다. ( 그래서 사는게 우울한가 봅니다. ㅎㅎ ) , 군만두도 맛나는데. 그쵸?

요즘 느끼는데 나이 먹을 수록 , 자기 분위기에 자주 빠질 수 있는 능력이 더 필요한게 아닐까 합니다. 저도 ( 여러모로 ) 노력중입니다. ㅎㅎ

transient-guest 2016-05-11 02:42   좋아요 0 | URL
그곳은 한국음식을 드시기 어려울 듯하고 아무리 중국음식점은 세계 곳곳에 있다지만, 짜장면을 하는 곳은 없을 것 같아요..-_-: 저는 짜장면과 탕슉ㅇ...
어릴 땐 남이 나를 규정하는 경우가 많고, 나이가 들수록 자기세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늙어가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ㅎㅎ 그저 열심히 살아야죠..ㅎ

yamoo 2016-05-1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한 번에 100권을 빌려볼 수 있다니!!! 미쿡은 참 도서관이 좋군요~

트랜스 님 덕택에 미쿡 도서관 문화도 살짝 엿볼 수 있어 좋습니다~ 이런 페이퍼 종종 부탁드립니다!^^

transient-guest 2016-05-12 01:30   좋아요 0 | URL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100권이면 진짜 무제한인거잖아요..사실상..ㅎ
종종 포스팅 올리겠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