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서실(?)겸 사무실을 둘러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옛스럽게 전집을 할부로 구매하는 시대가 아니라서 많은 시리즈들은 낮권으로 하나씩 사들여야 하는데, 이게 하다보면 짝이 빠지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심지어는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시리즈는 이어지면서도 먼저 나온 것들 중 일부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절판이 되어버리는 것.  현재까지 국내 4대문학전집으로 꼽히는 '민음사', '열린책들', '문학동네', '펭귄'를 비롯해서 '을유문화사', '동서' 등 여러 출판사의 문학전집시리즈가 나오고 있는데, 이들 각각 중간에 슬며시 절판으로 바뀐 책들이 여럿 있다.  재고의 문제 또는 저작권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겠고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겠지만, 독자로서는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어쨌든, 금년도 거의 다 지나갔고, 아마도 2018년 마지막 주문이라고 할 수 있는 오더를 넣었는데, 내년에는 이렇게 짝이 빈 시리즈를 조금씩 더 채워보고 싶다.


1. 민음사 - 가장 많이 갖고 있고 가독성이 높은데 시리즈가 커서 절판된 책도 꽤 된다.  리스트를 바탕으로 중간에 빠진 것들을 최대한 모으고 최근에 나온 것들도 계속 모아볼 생각이다. 중고등하교 시절에 좀더 읽었더라면 좋았을 세계문학이지만 나이가 들어 읽는 맛과 깊이도 나쁘지 않다.


2. 열린책들 - 민음사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문학전집시리즈. 판형은 문고판이지만 두께가 상당한데 표지는 민음사보다 멋진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또한 빠진 것들 투성이인데 민음사만큼은 아니지만 정성들어 모으고 있다. 앞서 카잔차키스전집을 모으면서 빠진 단 한 권의 책이 여전히 절판이라서 무척 실망하고 있는 중.


3. 문학동네 - 민음사, 열린책들에 이어 세 번째로 모아들이는 시리즈. 각 출판사마다 지향점이 조금씩 다른 덕분에 모으는 맛도 있고 아주 유명한 클래식이 아니라면 겹치기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4. 나머지 - 큰 흥미는 없고 되는 대로 1-3과 겹치지 않거나 구하지 못하는 걸 위주로 조금씩 모으고 있다.


이들 외에도 애플북스에서 나온 한국문학시리즈, 쏜살문고와 유유의 문고판형 책, '걸어본다'시리즈, 이와나미신서 등 다양한 시리즈를 조금씩 갖춰가고 있으니 내년에서 책에 지출하는 비용이 상당할 것이다.  이 비씨고도 편집증적인 취미를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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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6 0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06 0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2-06 08: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저도 문학전집을 모으고 싶은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책을 보관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서 범우문고나 문지 스펙트럼 같은 문고본 형태의 시리즈를 모으려고 해요. ^^

transient-guest 2018-12-07 02:06   좋아요 0 | URL
문고본도 예쁘죠.ㅎ 한림신저로 나온 일본문학책을 여럿 갖고 있는데 귀엽고 무엇보다 여행다닐때 가져가기 좋습니다.

붉은돼지 2018-12-06 1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민음사는 250번까지는 한권도 안빠지고 다 가지고 있는데요. 무슨 사정인지 그 중 두 권인가 세 권은 나중에 도서가 바뀌었더라구요...그래서 같은 넘버에 다른 제목의 두 권의 책을 가지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transient-guest 2018-12-07 02:07   좋아요 0 | URL
한권을 두권으로 만들기도 하고, 구판절판 후 다시 나올 때 그런 변화가 있더라구요. 책으로 장난치는건 정말 맘에 들지 않습니다.
 

아침잠이 없는 편이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서 게으름을 피우다가 씻고 서점에 나온 건 대충 9:30 정도.  이제는 온 세상의 쇼핑데이가 되어버린 블프가 어제였던 탓에 길에는 차가 적었지만 (추수감사절 연휴), 어디를 가든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건 서점도 예외가 아니었다. 때문에 잠깐 들려서 커피를 뽑고 잡지를 몇 권 뒤적거리다가 인파에 시달려 얼른 탈출해버렸는데 (덕분에 재즈와 빗소리, 커피를 벗삼에 혼자 책을 읽는 호사를 누리기는 했다), 그 아쉬움 때문에 나온 오늘 아침의 서점은 평소의 토요일 보다 훨씬 더 고즈넉하다. 분위기에 동화되어 칼로리 때문에 거의 끊어버린 모카를 한 잔 뽑았다.  2016년부터는 거의 블랙만 마셔왔는데...가끔 이렇게 기분에 따라서 에스프레소를 마시기는 한다.  


George R. R. Martin의 책이 한 권 나와서 그걸 사 읽으려고 들고온 책이 없다보니 달리 하고 있는 것이 없다. 참고로 이 책은 '얼음과 불의 노래'시대에서 무려 3,000년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한다. 이녁들의 스케일이 크다는 걸 새삼 느끼는 것이 시리즈소설을 볼 때인데,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톨킨의 중간계 시리즈와 파생작품들, Saga of Recluce시리즈, Wheel of Time시리즈, 퍼언 연대기, 샤나라 등 다양한 판타지 소설들이 다루는 시간대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판타지 뿐만 아니라 켄 폴릿 같은 작가들의 시대극을 비롯한 걸 보어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현대소설은 그 시간과 공간의 영역, 소재 및 구성에서 아직까지도 대부분은 남이 규정한 우리의 공간적 한계인 '반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듯, 외국의 현대소설과 볼 때 그 스케일이나 깊이가 협소한 것 같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닌 듯, 아버지와 책을 나누면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 공감하게 되는 걸 보면... 어쩌면 소위 '문학'계통으로 분류되는 소설가들은 '장르'계통으로 분류되는 소설가들로부터 한수 배워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판타지에서는 그런 시공간의 제약에 따른 구속을 받지 않는 자유로움이 보이니까.


어제 뒤적거리면서 보니 전민희 작가가 새로 '룬의 아이들'을 이어가는 모양이다. 거기에 몇 가지 추천도서까지 한국의 판타지를 몇 권 구할 일이 생겼다. 품절과 절판, 여기에 신간으로 재판되는 등의 이유로 기실 '룬의 아이들'은 내가 제대로 갖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기는 하다만, 어쨌든 세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하니 적당한 기회를 보아 구입할 생각이다.  


2012년부터 사용하던 업무용 노트북은 중간에 SSD를 넣어주고 램도 보충해서 앞으로도 2년 정도는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LCD스크린은 이제 슬슬 맛이 가는 듯, 어림잡에 봐도 여섯 군데의 white spot이 보인다.  지겨움까지 겹쳐 이번 블프에 바꾸려고 생각을 했는데 도무지 맘에 드는 것이 없다.  Surface Pro 6의 최신사양은 2,000불인데, 그 정도면 중간사양 이상의 데스크탑 + 2 in 1 노트북을 조합할 수 있는 수준이고 태블릿을 메인으로 사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포기했고, 2 in 1 제품은 세일하는 것들은 뭔가 아쉽고 해서 일단 Cyber Monday를 기다려보고 그래도 여의치 않다면 내년까지는 기다릴 생각이다.  이상적인 건 좋은 사양의 데스크탑을 메인으로 해서 사무실에 박아 놓고 업무를 보면서 2 in 1으로 사무실 외의 공간에서 업무를 보고 미팅 때 사용하는 거다.  계약서도 미리 출력할 필요도 없이 2 in 1에 띄워 그 자리에서 서명을 받아 출력해서 교환하는 형식이면 좋겠고, 여러 모로 쓸모가 많은데, 아직은 좀 더 기다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사람이 살면서 끊임없이 비용이 발생하는데 먹고 입고 자는 것 말고도 그럴 일이 너무 많다. 어깨에 매고 다니던 가방이 버겁고 지겨워서 TUMI 백팩으로 바꿔 들기 시작한 건 3년이 조금 넘었다. 그렇게 지내고 나니 노트북을 가벼운 것으로 업그레이드 하고 필슨 같은 걸 구해서 들고 다니고 싶다.  의외로 시계에는 욕심이 없는 편인데 일할 때는 어차피 풀어야 하고 일종의 장신구 같은 의미가 되어 버려서 큰 비용을 지출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 한 고객으로부터 꽤 고가의 시계를 선물로 받은 덕분에 더더욱 그렇다.  지금까지 차던 시계를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는데 대충 따져도 5-6개는 되는 것 같다.  갖다 팔 수도 없고 버리고 뭐한...


노트북을 바꿔야 하는 다른 이유가 있으니 방금 생각난 밧데리 문제가 되겠다. 이리 저리 만져봐도 최고 2시간 정도 유지하는 것이 고작이라서 꽂을 곳이 없는 카페에서는 오래 무엇을 하기 어렵고 케이블을 갖고 다니는 것도 사실 무게를 더하는 문제가 있어서 버겁다.  아무리 봐도 내년에는 바꿔야 할 것 같다.


비는 잠시 멈춘 아침의 하늘이 반갑다. 그간 배기가스와 산불이 조합한 스모그 때문에 괴로웠던 탓에 더더욱.  맑은 공기를 즐기면서 남은 휴일을 보내고 힘찬 11월의 마지막 주를 맞이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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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8-11-25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뉴킨들 세일을 기다리는데 구버전만 세일하고 마네요. 소비라는 게 참, 사람을 들뜨게도 하고 죄책감이 들게도 하고 합리화도 필요하고 그런 것 같아요.

transient-guest 2018-11-26 02:45   좋아요 0 | URL
저는 킨들 보다는 알라딘 걸 사려고 합니다 생각보다 전자책으로만 나오는 것들이 많아서 언젠간 장만하려고 합니다 킨들도 이런 저런 해킹을 통해 한국어책을 읽을 수는 있다고 합니다만 ㅎ 안 쓰면서 살 수는 없으니 그저 낭비를 피하는 노력을 할 뿐입니다 ㅎㅎ
 

10월이면 비가 왔어야 한다. 이번 주 초입까지만 해도 비가 올 기미가 없이 Butte County의 대화재로 인한 스모그만 가득한 채 마치 핵겨울을 맞은 양 진한 잿빛의 돔에 갖혀 있던 것도 갑자기 옛 이야기가 된 듯, 수요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금요일 오후인 지금까지 내려주고 있다. 깨끗해진 하늘의 모습과 함께 쌉쌀한 늦가을의 찬 공기도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이른 아침을 맞이할 수 있어서 그런 것인지 우중충한 사흘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은 좋기만 하다. 마침 오후부터 혼자의 시간을 보낼 여건이 되어 적절한 볼륨으로 빗소리와 함께 재즈를 틀고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은 된장질을 만끽하고 있으니 기분이 나쁠 수가 없다. 11월에는 요 근래 드문 좋은 영업성과도 달성했기 때문에 더더욱 당장의 마음은 가볍다.  사람의 일이란 것이 물론 그리 간단하지 않아서 늘 걱정거리를 달고는 살지만 그래도 마치 지금 이 순간만을 살아가는 사람처럼 계속 CD를 바꿔가며 판돌이를 자처하고 빗소리와 음악과 함께 책을 읽으니 딱히 부러울 것이 없다.


어쩌다 보니 읽은 책들이 제대로 정리하기에는 조금 불완전하여 페이퍼는 미룰 수 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바그라스 연대기는 2권을 다 읽어도 3-4권을 구해야 할 것이고, 아서 왕의 죽음도 2권을 마저 읽어야 한꺼번에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투리로 읽은 최근에 도착한 이태준의 수필은 따로 그것만 정리하기에는 내키지 않는데 retro modern은 잘 만나면 푹 빠져들수 있는 매력이 있는 반면에 잘 맞는 인연이 아니면 여러 모로 뜻을 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태준의 수필은 아무래도 후자였던 것 같다.  주말까지 읽으려고 가져온 '젖과 알'을 마치면 다시 '아서 왕의 죽음 2'로 돌아가 이를 마칠 생각이다.  이후 읽으려고 집에 갖다 놓은 두꺼운 책들 중 네루의 '세계사 편력'을 읽어도 좋을 것이고 예전에 구한 몇 권의 지중해나 비잔틴제국에 대한 책을 읽어도 괜찮을 것이다. 운동을 하는 중간에는 조금씩 스파이소설을 보는 것이 좋겠고, 12월이 되어 조금 더 추워지면 밤에 불을 밝히고 러시아의 근대소설을 보는 것에 구미가 당긴다.  


예전에는 술을 마시면서 '소오강호'나 '신조협려' 혹은 '의천도룡기'를 읽기도 했는데 이제는 술을 마시면서 책을 읽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뇌도, 눈도, 위장도 이제 그 시절의 나보다 두 배는 더 나이가 들어버린 탓인지, 취기가 오르면 책의 내용이 제대로 가슴에 박히지 않는다. 덕분에 좀처럼 영호충이나 양과, 장무기와 대작을 할 기회가 없다.  '웅심'도 '협기'도 먹고 사는 일에 치여 그렇게 멀어져가는 것 같아 많이 아쉽다.  


뭔가 그럴듯한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대했으나 반가운 비에 취해 개발새발 몇 줄 적은 것이 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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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용히 집에서 일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어제 한달전에 주문한 책이 한박스 도착해서 마침 읽을 책도 몇 권인가 챙겨왔으니 잡무를 처리하면서 넉넉하게 하루를 보낼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침에 조금 늦에 일어나 게으름을 피우다가 운동을 하고 오니 금방 이른 오전이 지나가고 메일에 답을 하고 서류를 뒤적거리다 보니 벌써 오후로 넘어와버렸다.  


여러 권의 책을 한꺼번에 읽으면서 종종 진도가 느려지는 걸 본다. 그러다 보면 일주일 정도는 제대로 끝낸 책이 없이 길게 늘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주가 딱 그런 느낌이다.  지난 주말의 출장덕분에 요 근래에는 가장 많은 책을 짧은 시간에 읽어냈는데, 이번 주에는 그 여파로 인해 손에 잡는 모든 책이 시작부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나쁘지 않지만 은근히 또 조바심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신의 물방울'이 와인붐에 편승하기도 하고 와인붐을 일으킨 면이 없지 않은데, 그 후속작으로 나오기 시작한 '마리아주'는 모두의 유행은 몰라도 내게 다시 와인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어제 내리 두 권을 다 읽고보니 이미 다음 두 권이 더 나와있는 상태. 주문하고 한달은 지나야 책을 받는 구조라서 어쩔 수가 없다만, 어쨌든 어제는 하루종일 이번 주말에는 와인을 마시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이들처럼 고가의 와인은 아니지만, 갖고 있는 이탈이아와인이나 아니면 이 부근에서는 지금의 작업장 옆에 있는 마트에서만 구할 수 있는 Hitching Post의 와인을 사올 생각이다.  참고로 Hitching Post는 산타바바라인근의 와인컨트리인 뷰엘튼과 솔뱅의 중간에 위치한 유명한 레스토랑인데 자체로 와이너리를 갖고 있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피노누아는 꽤 괜찮다.  이미 독립영화의 고전이 되어버린 2004년의 Sideways에서 이 레스토랑과 와인이 등장하기도 했었는데 자기는 보통 피노누아는 별로지만 이곳의 피노누아는 뛰어나다는 주인공의 대사가 기억에 남아 언젠가부터 가끔씩 사다 마시고 있다.  사실 공부를 하려면 프랑스와인을 마셔가면서 품평도 하고 블라인드테이스팅도 해야하는데 내 기준으로는 너무 비싼 와인이 대부분이고 '미국놈'이 다 되어버려서인지 뭔가 '프렌치'란 것에 약간의 거부감도 있기에 아직은 보류중이다.  지금보다 한 5-6배로 벌면 아마 조금씩 도전해볼지도 모를 일이다.  


쓰고나니 더더욱 와인을 마시고 싶어진다.  고작해야 brew coffee를 마시고 있는 주제에 뭔가 근사하게 셋업을 하고 좋은 분위기에서 여러 병의 와인을 따서 조금씩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마시면 즐거울 것이다.  딱 오십대가 되면 살롱을 하나 만들어야할 것 같다.  책과 술, 음악과 그 밖에도 흥미를 갖고 있는 온갖 방문좌도의 도락을 즐기고 강호의 기인인사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간만에 BN에 나와보니 엄청난 세일을 하고 있어 부득이하게 지금은 제대로 읽지도 못할 책이지만 여러 권을 사게 될 것 같다.  Bob Woodward의 'Fear', 그간 모아들이고 있는 V.E. Schwab의 신간 몇 권...그 밖에도 눈이 가는 것이 많다.  오후엔 좀 뛰려고 했는데 슬슬 게을러지는 나른한 오후, 바람은 조금 차갑지만 해가 따사로운 좋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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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낮에 운동장을 뛰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해가 중천에 뜬 점심시간 무렵이었기에 햇살이 너무 강해서 예정했던 5마일을 채우지 못하고 3마일 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봄이 오는 듯 따스한 햇살과 적절한 온도의 바람은 좋았으나 꽃가루 엘러지를 생각하지 못한 건 나의 실수였다. 덕분에 자정이 넘도록 콧물을 흘리면서 뒤척거리다가 서랍 어딘가를 뒤져 작년 이맘 때 먹다 남은 엘러지약을 찾아냈다. 


3월과 4월 그리고 지금까지도 마구 먹고 마신 탓인지 운동은 오히려 더 많이 다양하게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늘어난 느낌이다. 나이를 먹으면서는 일년마다 열량소모가 떨어지는 듯, 작년하고는 또 다른, 다소 낮아진 듯한 소화력이 아닌가 싶다.  결국 나이를 먹을수록 소식하고 많이 움직여야 하는데, 움직이는 건 나이와 함께 점점 더 힘이 들게 되므로 결과적으로는 적게 먹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식성이 좋아야한다는 뜻으로 배고파야 젊은이라는 말을 듣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내가 그런 말을 누군가에게 해주어야 할 것만 같다.  써놓고 보니 약간 서글프다.  그 시절 그 말을 듣던 내 모습도 떠오르고.


물뚝심송이란 필명으로 글도 쓰고 책도 쓰고 팟캐스트도 하시던 올드타이머 박성호씨가 암으로 투병하시다 5월 12일 돌아가셨다.  호불호가 갈리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연배에 진보적인 시각을 갖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분인데 명복을 빈다.  쓸모없는 놈들은 오래 잘 사는데 쓸모있는 사람들은 왜 이리도 빨리 가는 건지.


조기숙교수가 조병갑의 증손자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굳이 분류하면 '우리'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인데 갑자기 뭔가 기분이 묘하다. 조병갑은 고부군수로써 전봉준장군의 동학무장봉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던 학정의 탐관오리였다.  이런 자들이 대개 그렇듯이 처세를 어찌나 잘 했으면 나중엔 고등재판관이 되어 동학 2대 접수인 최시형선생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자리까지 갔고 그 아들, 조기숙교수의 할아버지는 조선총독부 기관지 기자로 일했다고 하니 대충 이 땅의 지배층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일세력의 tech tree가 그려진다.  과거는 그렇다해도 조기숙교수의 말이 더 황당한데 조병갑이 탐관오리가 아니었다고, 역사가 잘못 기록되었고 말하자면 동학난의 이유로 역사에 기록된 것은 그 나름대로 희생양이 된 것이라는 취지의 인터뷰.  조기숙교수가 조병갑의 증손이거나 친일파의 자손이라서가 아니라 이딴 개소리 때문에 이제부터는 그의 책을 읽지 않으려고 한다.  그냥 인정하고 말 일이지...뭐 그리 대단한 집안이라고...잘하면 언젠가 이 사람도 이인호처럼 돌아서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다시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남은 2018년을 살아가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본다. 환경이 어쩔 수 없다면 내 자신이라도 계획했던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으로 시류까지 나의 편으로 돌려놓겠다는 각오로...


그나저나 시간 참 빠르다. 벌써 5월 중순이 다가오고 다음 달이면 6월, 한 해의 반이니 말이다. 이젠 정말 시간 가는 것이 무서운 나이가 되어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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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3 0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15 0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