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용히 집에서 일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어제 한달전에 주문한 책이 한박스 도착해서 마침 읽을 책도 몇 권인가 챙겨왔으니 잡무를 처리하면서 넉넉하게 하루를 보낼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침에 조금 늦에 일어나 게으름을 피우다가 운동을 하고 오니 금방 이른 오전이 지나가고 메일에 답을 하고 서류를 뒤적거리다 보니 벌써 오후로 넘어와버렸다.  


여러 권의 책을 한꺼번에 읽으면서 종종 진도가 느려지는 걸 본다. 그러다 보면 일주일 정도는 제대로 끝낸 책이 없이 길게 늘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주가 딱 그런 느낌이다.  지난 주말의 출장덕분에 요 근래에는 가장 많은 책을 짧은 시간에 읽어냈는데, 이번 주에는 그 여파로 인해 손에 잡는 모든 책이 시작부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나쁘지 않지만 은근히 또 조바심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신의 물방울'이 와인붐에 편승하기도 하고 와인붐을 일으킨 면이 없지 않은데, 그 후속작으로 나오기 시작한 '마리아주'는 모두의 유행은 몰라도 내게 다시 와인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어제 내리 두 권을 다 읽고보니 이미 다음 두 권이 더 나와있는 상태. 주문하고 한달은 지나야 책을 받는 구조라서 어쩔 수가 없다만, 어쨌든 어제는 하루종일 이번 주말에는 와인을 마시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이들처럼 고가의 와인은 아니지만, 갖고 있는 이탈이아와인이나 아니면 이 부근에서는 지금의 작업장 옆에 있는 마트에서만 구할 수 있는 Hitching Post의 와인을 사올 생각이다.  참고로 Hitching Post는 산타바바라인근의 와인컨트리인 뷰엘튼과 솔뱅의 중간에 위치한 유명한 레스토랑인데 자체로 와이너리를 갖고 있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피노누아는 꽤 괜찮다.  이미 독립영화의 고전이 되어버린 2004년의 Sideways에서 이 레스토랑과 와인이 등장하기도 했었는데 자기는 보통 피노누아는 별로지만 이곳의 피노누아는 뛰어나다는 주인공의 대사가 기억에 남아 언젠가부터 가끔씩 사다 마시고 있다.  사실 공부를 하려면 프랑스와인을 마셔가면서 품평도 하고 블라인드테이스팅도 해야하는데 내 기준으로는 너무 비싼 와인이 대부분이고 '미국놈'이 다 되어버려서인지 뭔가 '프렌치'란 것에 약간의 거부감도 있기에 아직은 보류중이다.  지금보다 한 5-6배로 벌면 아마 조금씩 도전해볼지도 모를 일이다.  


쓰고나니 더더욱 와인을 마시고 싶어진다.  고작해야 brew coffee를 마시고 있는 주제에 뭔가 근사하게 셋업을 하고 좋은 분위기에서 여러 병의 와인을 따서 조금씩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마시면 즐거울 것이다.  딱 오십대가 되면 살롱을 하나 만들어야할 것 같다.  책과 술, 음악과 그 밖에도 흥미를 갖고 있는 온갖 방문좌도의 도락을 즐기고 강호의 기인인사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간만에 BN에 나와보니 엄청난 세일을 하고 있어 부득이하게 지금은 제대로 읽지도 못할 책이지만 여러 권을 사게 될 것 같다.  Bob Woodward의 'Fear', 그간 모아들이고 있는 V.E. Schwab의 신간 몇 권...그 밖에도 눈이 가는 것이 많다.  오후엔 좀 뛰려고 했는데 슬슬 게을러지는 나른한 오후, 바람은 조금 차갑지만 해가 따사로운 좋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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