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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처드 와이즈먼 저, <미스터리 심리학>에서는 점쟁이가 족집게인 까닭을 이렇게 설명한다.


①자기중심적 사고를 활용한 치켜세우기 : 점쟁이는 먼저 고객이 듣기 좋은 말로 귀가 솔깃하게 한다. 사람은 대개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다. 부부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자신이 집안일을 하는 비율’을 서로 합산하면 대부분 100%가 넘는다. 다들 배우자보다 (자신이) 기여도가 높다고 생각한다는 말. 사람들은 ‘알고 보면 괜찮은 사람’이란 말이 다 자기 얘긴 줄 안다. ②선택적 기억을 이용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표현 : 점쟁이는 “당신 내성적이지만 외향적인 데도 있지” 같은 상충되는 말을 던진다. 하지만 듣는 사람은 끌리는 것에 집중하고 다른 건 흘려듣게 마련. ③애매모호하게 말하기 : 점술사의 두루뭉술한 말도 ‘족집게’가 된다. 뇌는 ‘의미 찾기’ 선수이기 때문이다. 없는 의미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정치인들 화법(에서)도 비슷하다. 어차피 유권자들은 듣고 싶은 것을 찾아 듣게 돼 있다. ④최대한 넓게 그물 던지기 : 가급적 많은 사람에게 해당될 만한 내용을 말한다. “몸에 흉터가 있지” “조용필 시디가 집에 있지” 하는 식이다. 요컨대 그의 신통력은 곧 우리 심리의 약한 고리에 기생한다. - (조선일보, A21, 2011. 9. 10.)에서.


나는 여기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인간의 특성을 발견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특성은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특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위의 이야기를 나의 시각으로 해석해 보았다.


부부들이 ‘자신이 집안일을 하는 비율’에 대해 배우자보다 자신이 기여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것은 상대 배우자가 집안일을 하는 것은 제대로 보지 않고 자신이 집안일을 한 것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표현에 듣는 사람이 끌리는 것에 집중하고 다른 건 흘려듣게 마련인 것도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인간의 특성 때문이다.애매모호한 말에도 의미를 찾거나, 없는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도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인간의 특성 때문이다. 최대한 넓게 그물 던지는 듯한 말이 우리 심리의 약한 고리에 기생하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2.

실험을 통해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을 증명한 책이 있다.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대니얼 사이먼스 저, <보이지 않는 고릴라>이다. 
 

 



1999년의 어느 날, 미국 하버드대에서 심리학 실험이 있었다. 실험 참가들에게 검은 셔츠를 입은 세 명과 흰 셔츠를 입은 세 명의 학생들이 각각 팀을 이뤄 농구공을 패스하고 있는 실험 영상을 보여 주었다. 일 분이 채 되지 않는 이 영상을 보며 흰 셔츠 팀의 패스 횟수만 세는 것이 이 실험의 과제다.


실험 참가자들은 흰 셔츠 팀의 패스 횟수의 답을 제출했다. 그런데 진짜 과제는 따로 있었다. 이 영상에는 고릴라 옷을 입은 학생이 등장해 카메라 정면을 보고 가슴을 두드리고는 천천히 퇴장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고릴라를 보았는가 하는 게 진짜 과제였던 것. 실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실험 참가자들의 50%는 고릴라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고릴라를 놓치고 보지 못한 것이다. 결론은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이다.  
 


3. 
 

한 가지 사물을 보고 사람에 따라 제각기 시각이 다르다는 사실은 서정인 저, <강>이란 소설에 잘 나타나 있다. 이씨, 김씨, 박씨, 이렇게 세 사람의 일행이 누군가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버스에 올라 타 있다. 검은 색안경을 쓴 사람이 차 안을 두리번거리다가 나간다. 그들은 검은 색안경을 쓴 사람에 대해 제각각의 시각을 갖는다. 이씨는 자신도 이천 원짜리 색안경을 사려다가 비싸서 천 원을 주고 중고품을 산 적이 있음을 떠올리며 길거리에서 파는 싸구려 색안경으로 사치를 하려 드는 그를 빈정거린다. 김씨는 색안경을 낀 사람을 보며 장님을 생각한다. 그는 자기가 검은 안경을 쓰고 장님이 되어 안마장이 노릇을 하는 상상에 사로잡힌 적이 있어서, 색안경을 낀 자신이 애인과 만나는 상상을 하며 즐긴다. 박씨는 기피자라서 색안경이라면 질색이다. 그에겐 색안경을 쓴 사람은 형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 사람은 색안경을 보면서 각자의 경험과 처지에 따라 다른 생각을 품는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사실과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4.
 



제인 오스틴 저, <오만과 편견>이란 소설은 베넷가(家)의 세 명의 딸을 시집보내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주목해 볼 것은 엘리자베스(여자)와 그녀에게 구혼하는 다르시(남자)가 결혼하게 되는 과정이다. 엘리자베스는 다르시가 오만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가, 그것이 잘못된 편견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와 결혼하기로 한다. 이 소설은 우리가 사람을 얼마나 잘못된 시각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위험성을 가르쳐 준다.


다음은 엘리자베스와 다르시가 결혼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오고간 두 사람의 대화로, 그들의 관계가 어떠했는지를 잘 보여 주는 대목이다. 엘리자베스는 다르시를 오만한 사람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엘리자베스) : 온갖 수단을 다 써서 제 마음을 움직여 보려 해도 다르시 씨의 청혼을 받아들이도록 할 수는 없을 거예요.


저는 다르시 씨와 알게 된 처음 순간부터 선생님의 태도에서 선생님이 오만하고 자기 자신만이 제일 잘났다는 듯 자부심이 강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 같은 것은 묵살해 버리는 이기주의자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런 것이 비난의 토대를 구축했고 이 토대 위에다 그 후에 연거푸 일어난 사건들이 요지부동으로 증오의 건물을 세웠습니다. 한 달이 못 가서 저는 누가 뭐라고 권하더라도 다르시 씨와는 절대로 결혼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죠.


(다르시) : 말씀 많이 하셨습니다. 이젠 엘리자베스 양의 기분을 충분히 이해하겠습니다. 지금은 제 감정을 부끄러워할 뿐입니다. 이렇게 시간을 많이 빼앗아서 죄송하군요. 부디 몸조리 잘하시고 안녕히 계십시오.


이런 말을 남기고 다르시 씨는 급히 방을 나갔다. 잠시 후 엘리자베스는 그가 현관문을 열고 나가 버리는 소리를 들었다.


- 제인 오스틴 저, <오만과 편견>, 230쪽~231쪽.  




이 소설을 통해서도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인간의 특성을 엿볼 수 있다.



5.


친구관계에 있는 네 사람이 만나는 모임에 한 사람이 불참했다. 그 한 사람이 화제에 오르면서 여러 친구들이 그 사람에 대한 평을 한 마디씩 했다. 한 친구는 그 사람에 대해 좀 사치스럽다고 했고(아무도 동의하지 않음), 다른 친구는 그 사람에 대해 잘난 척을 한다고 했고(아무도 동의하지 않음), 또 다른 친구는 그 사람에 대해 자신의 생활을 너무 미화해서 말한다고 했다(아무도 동의하지 않음). 그런데 이상한 점은 하나씩 의견을 말한 사람 이외엔 아무도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각기 혼자만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에 대해 누군가는 사치스럽다고 보았고 다른 누군가는 사치스럽지 않다고 보았다면, 둘 중 한 사람은 잘못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이러한 시각의 차이는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맺는말 

 

 


알랭 드 보통은 사람들의 ‘오해’에 관해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우리는 어떤 직업이 주는 매력도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 직업에 포함된 많은 것이 편집되고 오직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만 강조되기 때문이다. 과정이 아니라 결과만 눈에 보이는 것이다.”(알랭 드 보통 저, <불안>, 269쪽.)


요즘 연예인이란 직업에 대해 청소년들이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는 것도 인기가 많은 일부 연예인들만 보기 때문이며, 인기가 없는 나머지 연예인들에 대해서는 묵과하기 때문이다. 또 그들의 수입이 많은 그 결과만 보기 때문이며, 그들이 힘들게 일하는 그 과정에 대해서는 묵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자기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보는 것이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슬퍼서 우는 것이라고 보고, 누군가는 기뻐서 우는 것이라고 본다. 스포츠 선수처럼 큰 상을 받으며 매우 행복해서 흘리는 눈물도 있으니, 꼭 슬퍼서 우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각자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본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은 사람에 따라서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것은 누군가는 잘못된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곧 우리들의 삶 속에 얼마나 많은 착각과 오해와 그릇된 인식이 내재해 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끝>



..........................................................................................



* 후기


이 글은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라는 주제와 일치한다고 생각되는 책들을 나열해서 쓴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이 주제와 관련 없는 책을 넣어 오류를 범했다면, 이 역시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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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10-13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치스러운 것, 미화해서 말하는 것, 잘난척 하는 것. 어떻게보면 한 범주로 묶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비호감.ㅋㅋㅋ 어떤 게 제일 나은가 생각해보니까 딱히 나은 것도 없지만, 나한테 피해안주는 걸로는 미화해서 말하는 것. 사치스러운 건 내 사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잘난척은 내 정신건강에 나쁘지만, 미화해서 말하는 건 참아줄만 할 것 같다고 쓸데없는 생각을 해봤어요.ㅋㅋㅋ

이렇게 좋은 주제에 좋은 책들인데 저는 왜 저것만 보일까요. 여자들 진짜 뒷담화의 귀재 같아요. 저도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

페크pek0501 2011-10-14 15:06   좋아요 0 | URL
아, 첫 댓글이군요... 감사 드립니다. 첫 댓글은 변변치 못한 글에 첫 지지자를 만난 느낌을 줘요. 그래서 반갑죠.

사치, 미화, 잘난 척, 이 세 가지는 한 사람에게 나타날 수도 있죠.

뒷담화, 역시 아이리시스님도 보고 싶은 것만 보신 것 같군요.ㅋㅋ
그러니깐 여자들은 모여 있을 때 절대 혼자서 화장실 가면 안 돼요. 뒷담화 시간을 주는 셈이 되니까 말이죠.ㅋ

그런데 누구나 단점은 있는 것 아니겠어요. 그 단점을 비난하지 않고 그냥 봐 주는 게 친구일 거라고 생각해염. ^^

oren 2011-10-14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님께서 드디어 미완의 글을 마무리하셨군요. pek님의 글을 읽다 보니 '인지 부조화'라는 심리적 오류가 자꾸만 생각납니다. 저 또한 지난달에 어떤 글을 제 페이퍼에 쓰면서 pek님의 글 내용과 약간 비슷한 내용을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여기에 그대로 옮겨봅니다.
* * *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싶은 마음

사람들의 '마음'이 저지르는 실수들은 그동안 수많은 '심리학적 실험'들을 통해 상당한 수준에 이를만큼 자세히 밝혀 왔다. 특히나 최근에 급속한 발전을 이뤄내고 있는 '진화심리학' 분야의 성과들은 그동안 우리의 마음이 '저절로' 어떤 식으로 작동하게 되는 '이해하기 힘든 문제들'에 대해서조차 많은 해답들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서 '제 나름대로' 엄청나게 다양한 시각들을 보여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각자의 '성격'이나 '경험' 등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마다 각자 어떤 대상이나 현상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 나름대로 독특하게 '편향된 시각'을 보이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인지 부조화'라는 심리적 오류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인지 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하여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자신의 결정을 극단적으로 합리화하는 형태로 나아가며, 자신이 알고 싶지 않은 정보를 스스로 차단하고 알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하 생략)

페크pek0501 2011-10-14 15:09   좋아요 0 | URL

예, 드디어 완성했어요.ㅋㅋ 인지 부조화 이론, 좋은 말씀을 해 주셨네요. 저도 알고 있는 이론인데, 이 글을 쓸 땐 생각나지 않았어요. 이 이론은 제가 예전에 신문방송학 강의를 들을 때도 많이 거론되던 것인데... - 인간의 한계죠.

누군가가 제게 어떻게 글의 주제에 맞는 책들이 다 생각나느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사실은 다 생각나지 않고, 만약 그 주제와 관련 있는 책을 제가 열 권 읽은 경우라면, 생각나는 건 서너 권뿐입니다. - 인간의 한계죠.

강준만 저, <대중매체 이론과 사상> 개정판 - 에 이 인지 부조화 이론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요(p385~p389.) 이 책, 초보자에게 참 좋은 책이에요. 이웃 효과 이론, 깨진 유리창 이론 등 흥미로운 이론이 많이 설명되어 있어요.

"강의를 듣고 공부하면 뭐하냐고요, 책을 읽으면 뭐하냐고요, 이렇게 하나도 생각나지 않으니 말이죠..."ㅋㅋㅋ

좋은 말씀, 감사 드려요. 저는 오렌님의 댓글이 너무 재밌어요. 유익해서겠죠.^^

노이에자이트 2011-10-14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릴라 실험 이야기를 해줘도 결국은 인간의 아집을 못꺾죠.잘못은 다 네게 있다, 네 말은 안 듣겠다 해버리면 그만이죠.너는 고릴라를 못본 사람들과 같단 말이다! 하면서...그러면 상대방은 "너야말로 고릴라를 못본 사람들과 같단 말이다!" 하고 댓거리 하고...인터넷에서 댓글 싸움 하는 것 봐요.그게 논쟁입니까...댓글에서 게거품과 삿대질이 튀어나올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11-10-14 22:52   좋아요 0 | URL
인터넷에서 댓글 싸움 하는 것 보셨군요. ㅋ

저는 싸움을 잘 할 줄 몰라서 그냥 피하고 마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며 살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굳이 싫은 사람을 상대하며 시간 보낸다는 게 낭비 같아서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요. 서재의 글도 맘에 안 들면 그냥 그곳에 안 들어가면 된다, 고 생각하는 편이죠.^^

노이에자이트 2011-10-14 23:01   좋아요 0 | URL
하하하...싫은 인간을 상대해 봐야 좋은 사람의 고마움을 알 수 있다고도 하죠.

페크pek0501 2011-10-14 23:05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맘에 안 드는 사람 보면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좋은 사람들인지, 새삼 확인하게 된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10-15 15:46   좋아요 0 | URL
음...저는 말싸움은 안 하는데 주먹은 좀 합니다.하하하...

페크pek0501 2011-10-16 18:39   좋아요 0 | URL
아,... 주먹...이군요. 저도 남자로 태어났다면 한 주먹 할까요?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10-16 21:15   좋아요 0 | URL
주먹밥을 잘 먹는다는 뜻입니다.하하하...너무 싱거운 이야기입니까?

페크pek0501 2011-10-17 15:35   좋아요 0 | URL
ㅋㅋ, ㅎㅎ,^^

김시정 2011-10-17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ㅎㅎ 오만과편견 제가 중학교시절 첫사랑(?)이 다시였는데. .. 20대가되니 브리짓존스의 일기로 ㅡㅡ 나타났더군여 물론 엘리자베스와 브리짓은 많이 다르지만 ㅡ그치만 다시가 브리짓을 싫어한 건. 같이 춤추기엔 예쁘지않다는둥 오만하게행동해서였죠 그러다가 자신이 별로라던 엘리자베스에게 눈뜨게되는 아이러니 ㅡㅡ 사랑이란 쩝 ㅡ어쩌면 반하는것조차 때로편견일 때가 더 슬픈거같아요 ㅡ반한 오해를 푸니 ㅡ실체가 영 아니라면? ㅡ 그렇게보면 안좋게생겼다 좋게 풀려가는 편견이 차라리 아름답기에 ㅡ 소재가되는지도요 잠이안와서 맛폰으로 들어왔다가 ㅡ첫사랑 다시를 보고 글 남기네요^.^

페크pek0501 2011-10-17 15:35   좋아요 0 | URL

<오만과 편견>, 오래 전에 이 소설을 읽었는데, 참 신선했어요. 사실 우리 인간은 어느 정도 오만하고 어느 정도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잘 포착해 쓴 것 같아요. 인간을 이 두 가지의 키워드로 통찰할 수 있다니... 놀랍지요. 전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의 통찰력에 감탄하곤 하는데, 아마 그 재미로 소설을 읽는 것 같아요.

반가웠어요. ^^
 

 

매주 토요일이면 기대되는 게 있다. 신문이다. 토요일 아침에 받아 보는 신문은 평일의 신문에 비해 내용이 풍성하고 재미있다. 특히 신간을 안내해 주는 지면에 흥미를 느낀다.


그 지면에서 내가 사고 싶은 책들을 고르곤 하는데, 그 책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 책들엔 인간의 재밌는 심리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아마 난 이런 것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요즘 내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분야도 심리학이다. 인간의 심리엔 말로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구석이 있다. 또 상반된 두 가지의 심리가 한 사람 속에 공존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것들을 나는 자세히 알고 싶은 것이다.


이번에 신문에서 내 관심을 끈 책은 <가격은 없다>라는 책이다. 이 책을 시작으로 인간의 재밌는 심리를 보여 주는 책들을 골라 보았다. (신문에서 <가격은 없다>에 대한 소개를 읽자마자 다른 책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1. 물건을 살 때의 심리 1


내 경험에 의하면 이렇다. 백화점에서 내가 고른 스카프가 4만 원이라고 하면 우선 비싸다는 느낌을 갖고 구입하기가 망설여진다. 그러나 그 옆에 있는 다른 스카프가 6만 원이라고 하면 4만 원짜리 스카프가 상대적으로 싸 보여 그것을 구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 내가 고른 구두가 20만 원이라고 하면 비싸다는 느낌을 갖고 구입하기가 망설여진다. 그러나 그 옆에 있는 다른 구두가 30만 원이라고 하면 20만 원짜리 구두가 상대적으로 싸 보여 그것을 구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심리를 설명해 주는 책이 있다.  

  


윌리엄 파운드 스톤 저, <가격은 없다>는 “다양한 가격 정책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거기에 얽힌 심리학적 분석들을 보여 준다. 경우에 따라서 ‘가격은 위험한 조작 장치’라는 주장을 편다.” “가격 설정이 중요한 것은, 팔리지 않는 상품이 팔리는 상품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에 의하면) 800달러짜리 구두를 팔고 싶다면 바로 옆에 1200달러짜리 구두를 전시해 두면 되는 것이다.” - (조선일보, 2011. 09. 17.) 



 

“가격은 단순한 숫자에 불과하지만 복잡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이 감정은 이제 뇌 스캔을 통해서 눈으로 관찰되기도 한다. 상황만 달라지면 똑같은 가격이 할인된 가격처럼 보일 수도 있고, 또 바가지요금처럼 보일 수도 있다. 아니면 가격의 변화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포장 용기를 작게 만드는 것, 가격의 끝자리를 9로 맞춰 눈속임을 하는 것 등의 트릭들은 오래전부터 애용되어 왔다. 이제 가격 컨설턴팅은 세상에서 통용되는 판촉술의 마지막 장에나 나올 법한 수법에만 머물고 있지 않다. 여기에는 최근 심리학에서 아주 중요하고 혁신적인 연구 결과들이 도입되고 있다. 가격을 매긴다는 그저 평범해 보이는 행동 속에서 우리는 마음속의 욕망을 숫자라는 대중의 언어로 바꾼다. 이 책은 이런 전환이 놀랄 만큼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과정임을 밝혀 준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2. 물건을 살 때의 심리 2


로버트 치알디니 저, <설득의 심리학>에 이런 글이 있다.  

 



어떤 부부가 가전제품 대리점에서 냉장고 하나를 살피고 있었다. 그들이 그 특정 모델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은 그들의 표정이나 대화를 통하여 판매원에게 즉각적으로 간파되었다. 그러한 모습을 발견한 판매원은 그들 부부에게 접근하더니 “이 모델에 관심이 많으신가 보지요? 그럴 만도 하지요. 이만한 기능을 가진 모델을 이 가격으로 살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죄송해서 어쩌지요? 제가 불과 20분 전에 그 모델을 다른 분에게 이미 팔아 버렸거든요. 제 기억으로는 우리 대리점에는 그 모델 재고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부부의 얼굴에는 실망의 표정이 분명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모델의 재고가 없다는 사실에 그 모델의 가치가 갑자기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때 부부 중 한 사람이 판매원에게 그 모델의 제품을 근처 다른 대리점에서도 구할 수 없는가를 물었다. 이 질문에 판매원은 “글쎄, 혹시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한번 알아보지요. 그런데 만일 다른 대리점에서 그 모델의 제품을 구할 수 있다면 그것을 구입하시겠습니까?”라고 되묻는 것이었다. 이런 경우에 대부분의 손님들은 “물론이지요.”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이들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얼마 후, 판매원은 그들 부부가 원했던 모델을 근처 대리점에서 찾았다는 희소식을 전해 주면서 그들 앞에 계산서를 내놓았다. 그들이 원했던 모델이 실제로 구입 가능하다는 소식에 이들 부부는 그 모델의 제품을 구입하고 싶지 않다고 다시금 마음이 바뀔지도 모른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구입에 대한 의사결정은 이미 이루어졌고 구두로 그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힌 이상, 이제 와서 구매를 취소하기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들 부부 역시 말없이 볼펜을 집어들고 신용카드에 서명하고 있었다. - (로버트 치알디니 저, <설득의 심리학>, 331쪽.)


이와 같은 일은 우리도 한 번쯤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희귀성에 너무 큰 가치를 두면 이렇게 된다.



3. 가짜 갱의 심리


고교동창모임에 정기적으로 나가는 선배로부터 들은 말이 있다. 그 모임엔 상당한 재력가들의 부인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그 모임에 처음 나가게 됐을 때 그들의 겉모습에 놀랐다고 한다. 재력가의 부인이니 만큼 화려한 옷차림에 명품 가방을 들고 나올 줄 알았던 선배의 예상과는 달리 그들은 매우 수수했던 것.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이 검정색이나 곤색의 정장 차림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가방도 명품으로 보일 만한 게 없었을 정도로 소박했다고 한다. 그들의 똑같은 옷차림에 대한, 그 선배의 말 한 마디가 압권이다.


“나는 그들만의 유니폼이 있는 줄 알았어.”


실제로 부자들 중에는 의외로 검소한 옷차림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사실 재력가는 재력가임을 사람들에게 나타낼 필요가 없다. 돈 많은 걸 주위에선 다 알 테니까. 그래서 그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부자들의 전형적인 옷차림과 거리가 먼 옷차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진짜 갱은 우리가 알고 있는 갱들의 전형적인 옷차림과 거리가 먼 옷차림을 할지도 모른다. 이것을 지적한 책이 있다. 정영문 저, <어떤 작위의 세계>라는 책이다.   

 

“그는 갱 흉내를 내며 걸을 때도 약간 갱처럼, 그것도 흑인 갱처럼 걸었고, 바지도 통이 넓은 것을 팬티가 때로는 살짝, 때로는 심하게 드러나게 입었는데, 나는 그가 걷는 모습을 보며 진짜 갱이 아니니까 갱 흉내를 내며 걸을 때도 약간 갱처럼 걸을 수 있는 거야. 진짜 갱이라면 갱 흉내를 내지는 않을 거야,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정영문 저, <어떤 작위의 세계>, 10쪽.) - (조선일보, 2011. 09. 17.) 
 

“<어떤 작위의 세계>에는 뚜렷한 플롯이 없다. 이 소설은 표류기에 가까운 체류기인 동시에, '나'가 샌프란시스코에 머물며 보고 듣고 겪은 것들을 '보이는 대로 보지 않고 들리는 대로 듣지 않고 느껴지는 대로 느끼지 않고 경험한 대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관념과 실재가, 사실과 상상이 공존하는 정영문식 상상의 박물지이기도 한 것이다.” - (알라딘 제공, 책소개)


4. 자랑하는 심리 

      


버트런드 러셀에 의하면 누구나 자만심이 있다고 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적든 많든 자만심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가치를 과장하지 않고도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뛰어난 능력을 타고나서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사람들만이 자신의 가치를 과장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 - (버트런드 러셀 저, <런던통신 1931-1935>, 304쪽.)
 


피아노를 잘 친다거나 그림을 잘 그리는 재능이 있는 사람의 경우,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재능을 알고 있다면 굳이 자신의 재능을 떠벌릴 필요가 없다. 하지만 만약 아무도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지 않는다면 자신의 재능에 대해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과장되게 말할 가능성이 있다.

인기가 많은, 유명한 연예인은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인기에 대해 자랑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왜? 다 알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별로 인기 없는 연예인 또는 이제 인기를 조금 얻기 시작한 연예인은 연예인으로서의 자신의 존재가치를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자기의 인기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을 가능성이 많다. 
 


* 결론

우리들 대부분은 뻔히 다 알고 있으면서도 번번이 이런 심리들에 속아 어리석은 모습을 하고 산다. 문제는 다른 사람이 그러할 경우엔 그것이 정확히 보이는데, 자신이 그러할 경우엔 그 어리석은 모습을 깨닫지 못한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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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1-09-26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중간한 것들이 과시욕이 심한 것이 사실이죠."나는 이 정도 산단 말이야. 저 가난뱅이들과는 다르거든!" 하는 심리.그래서 저 구름위의 상류층과 동일시하려고 몸부림치지만 정작 그 상류층 사람들은 중산층의 그러한 얼치기 짓거리를 비웃을 뿐이죠."뭐? 너희들이 우리하고 같이 놀려고 해? 웃기고 있네..." 하면서.

페크pek0501 2011-09-26 19:17   좋아요 0 | URL
"어중간한 것들이 과시욕이 심한 것이 사실이죠" - 맞습니다. ^^^ 어중간하는 것...ㅋㅋ

꼬마요정 2011-09-26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이에자이트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는 어중간하지 않아서 그저 가난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아.. 서글프군요. 심리학 책 좀 읽으면서 얼치기로 배워도 결국 똑같은 것에 당하고 만답니다. 특히 희귀성에 가치를 두는 거 말이죠. 제가 고른 거 남이 손대면 저도 모르게 사야겠다는 마음이 불끈.. ㅠㅠ

어떻게 하면 안 넘어갈까 그런 거 적어놓은 책은 없나요..ㅜㅜ

페크pek0501 2011-09-26 19:18   좋아요 0 | URL
"제가 고른 거 남이 손대면 저도 모르게 사야겠다는 마음이 불끈.. ㅠㅠ" - 저도요.ㅋ

"어떻게 하면 안 넘어갈까 그런 거 적어놓은 책은 없나요" - 역시 저도요. ㅋ

신지 2011-09-26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책에서 제가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 생각나네요 ^^

"다음은 어떤 가정에서 엄마와 딸이 나누는 대화이다.

딸 : 엄마 , 내 루이뷔통 핸드백 못 봤어?

어머니 : 못 봤어. 샤넬은 옷장 안에 있던데.

딸 : 샤넬은 저번에 메고 나갔잖아. 오늘은 루이뷔통을 갖고 나가야 되는데.

이 가정은 하류다. 상류라면 절대 이런 대화가 오가지 않는다. 상류층 딸이라면 자신의 핸드백의 브랜드명을 말하지 않는다. 수많은 브랜드 핸드백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빨간색 핸드백"이란 식으로, 색깔로 구별할 것이다. 상류는 브랜드에 집착하지 않는다. 핸드백이 모조리 브랜드 제품이기 때문에 브랜드 따위엔 흥미가 없다.
(...) 예를 들어 계급 과민성에 걸린 중류가 자동차를 부를 때는 '리무진을 불러주게.''모범택시를 부탁하네'라고 하지만 상류는 그저 '차 좀 부탁하네'라고 말한다. 영어로는 ' Car, please.'다. "

ㅡp120~123, 90%가 하류로 전락한다, 후지이 겐키


페크pek0501 2011-09-26 19:21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오셨네요.

"리무진을 불러주게" - 이것, 재밌는데요.^^^

아주 좋은 이야기를 써 주셨어요. 어떻게 그런 책을 알고 계시는지...
어디에다 저장해 놔야겠어요. 나중에 써 먹게요.

신지 2011-09-26 19:47   좋아요 0 | URL

이렇게 인용한 문장만 보면 상류니 하류니 나누는 게 반감이 들지만 ㅡ 실은 일본사회를 참담한 양극화의 시대가 온다고 진단한 책입니다. '개성적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워드와 엑셀은 다룰 수 있지만 파워포인트는 못 한다....' 등등의 항목에 해당되는 저는 (이 책에 따르면) 신계급 사회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군요.ㅋ ㅡ 가방, 리무진 이야기는 일리가 있는지 친구들한테 얘기했더니 재밌어 하더군요. ^^


페크pek0501 2011-09-26 22:55   좋아요 0 | URL
그런 책이군요. 검색해 보겠습니다.

핸드백이나 차 이름을 말하는 건 벼락부자 스타일일 듯해요. 뼛속까지 부자들은 그렇지 않을 듯하니까요.^^^

2011-09-26 1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6 1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잘라 2011-09-26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격은 단순한 숫자에 불과하지만 복잡한 감정을 만들어낸다,는 말이 눈에 띄어요. 그러게.. 가격표는 안 보는게 상책이예요. ㅎㅎ

페크pek0501 2011-09-26 22:5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그럼 쇼핑할 때 가격을 보지 말까요? ^^^ 그럼 최소한 가격표의 배치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의 변화가 없을 테니까요.^^^

순오기 2011-09-27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공감되는 페이퍼네요.^^
앞으로 심리학이 뜰거라서 올해는 심리학과가 굉장히 높다네요.
심리학과를 꼽고 있던 우리아들, 너무 쎄서 수시를 심리학과 지원하지 못했어요.ㅠㅠ

페크pek0501 2011-09-27 11:29   좋아요 0 | URL
아, 벌써 수능의 계절이 오고 있네요. 그 마음 잘 알지요. 좋은 소식 있기를 바랄게요.

심리학과, 다시 대학 들어가게 된다면(그런 일은 절대 없지만) 심리학 전공하고 싶어요. ^^^

mono 2011-09-27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게 꼭 필요한 것, 내게 꼭 적당한 예산이 기준이 되면 될텐데...쉽진 않죠...
오늘 백화점 가는데 제 마음을 리딩하며 실험해보고 싶네요^^
알라딘 페이퍼 처음 와 봤는데 정말 잘읽었어요.
참, 저 중학교때 실제 재벌집에서 몇일 머문적 있는데 정말, 정말 검소했어요.
낡고 찌그러진 양은 냄비 빼곡한 주방싱크대는 잊혀지지가 않아요.^^

페크pek0501 2011-09-27 11:32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아마 부자들은 돈 많아서 그것만으로도 배 불러서? 사고 싶은 게 없나봐요. 뭐든 살 수 있다면 시시한가봐요.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여유롭게 무엇을 살 수 없으니 더 사고 싶은 것이고요. 원래 하지 말라는 것은(금지된 사랑처럼) 더 하고 싶은 심리처럼...^^^

아이리시스 2011-09-27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시 대학 들어가면 경제학 전공하고 싶어요, 페크님. 페크님따라 한 번 생각해 본건데, 대학원을 가려면 학부과정을 빡세게 다시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나 저는 공부가 싫어요.ㅜㅜ

있는 척 하지 말아야 겠어요, 아는 척도 말고. 제대로 찔려서 더이상 말을 못하겠습니다.ㅋㅋㅋ

페크pek0501 2011-09-27 21:51   좋아요 0 | URL
저도 대학은 다니고 싶지만 시험을 겨냥한 공부는 싫어요. 지금처럼 맘대로 읽고 싶은 책이나 읽고 사는 게 더 좋아요.

있는 척, 아는 척, ㅋㅋ 저는 잘난 척을 좀 합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글 - 자랑하는 심리 - 의 글도 쓸 수 있는 거죠. 경험에 의해 인간을 꿰뚫어 본 거죠.^^^

그래서 요즘 페이퍼를 쓰거나 댓글을 쓰고 난 뒤 한 번 꼭 검토를 합니다. 잘난 척한 게 있나 없나 보려고...ㅋ (어느 블로그에 들어갔더니 제가 아는 것에 대한 글이 있길래 제가 댓글을 길게 쓴 적 있어요. 마치 내가 그 분야의 전문가인 양. 그 다음날 보니깐 얼마나 부끄럽고 미안하던지... 쯧쯔 모자라, 모자라...^^^)

루쉰P 2011-10-02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0501님의 리뷰를 보면 하나의 주제를 통해 그 속에 정보를 분류 취합하는 능력이 탁월하신 것 같아요. 제가 제일 부러워 하는 능력이죠. ^^; 저도 나름 독서를 많이 하지만 정보 분석과 취합이 잘 되지가 않아요. 정리하다가 한 세월 가 버리거든요. ㅋㅋ

심리 분석은 저도 참 좋아해요. 제 자신을 보지 못하는 병이 있어서 그 병을 고치고자 제 심리를 파 헤치고 싶어하는데 마음처럼 잘 되지가 않아요. 전체적 책들이 그런 심리를 보여주는 책들 같아서 참으로 댕기네요. ㅋ

책을 너무 많이 사서 한 1년치 읽을 것을 미리 구입한 것 같은데 이런 심리는 무슨 심리인지? 책만 봐도 배 부르다. 뭔가 책장에 책만 봐도 읽은 느낌든다. 이런 것들은 정신병일까요? 아니면 심리적 문제일까요? 헤헤헤

페크pek0501 2011-10-03 13:3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루쉰님.

분류과 취합 - 이런 것 잘 몰라요.ㅋㅋ 그냥 글감이 생겨 어떤 주제가 정해지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책들이 있어서 한데 모아 보는 것이죠.

1년치의 읽을 것을 미리 구입하는 건, 아마 루쉰님뿐만 아니라 독서광들에게 흔히 있는 현상일 듯해요. 저도 그래요. 책을 사는 속도를 책을 읽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서 일어나는 현상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딴 데엔 돈을 아끼면서도 책값은 전혀 아깝지 않아 아끼지 않는 것도 공통점일 듯해요. 그러니 정신병 운운은 하지 마시길...

오랜만에 올리신 글, 잘 보고 왔어요. ^^^

2011-10-03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3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코>를 읽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소설 <코>를 읽었다. 코가 긴 것에 열등감을 가진 사람과 그를 보는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케노오에 사는, 오십을 넘긴 나이구는 어릴 적부터 궁중 승려가 된 지금까지 내심 코 때문에 고민을 하였다. 코가 특이하게 생겨서다. 그의 코는 길이가 대여섯 치나 되고 가늘고 긴 순대와 같은 모양으로 얼굴의 한가운데에 덜렁 걸려 있는 것이다. 그가 코 때문에 고민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긴 코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밥을 먹을 때 누군가가 코를 떠받드는 도움 없이는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또 하나는 코로 인해 웃음거리가 되어 상처 받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일상적인 이야기 중에도 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무엇보다도 두려워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제자가 잘 아는 의사로부터 긴 코를 짧게 줄이는 방법을 배워 왔다. 그 방법이란 단지 뜨거운 물에 코를 데치고, 그 코를 사람들에게 밟게 한다는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코는 짧아졌다. 그러나 그의 짧은 코를 보는 사람들은 오히려 비웃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용건을 전하러 왔던 제자들도 얼굴을 들이대고 있을 때에는 참고 있지만, 그가 등을 돌리기만 하면 킬킬거리며 웃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같은 웃음이라도 코가 길었을 때와는 웃는 것이 어딘지 다른 것 같았다. 익숙한 긴 코보다도 익숙하지 않은 짧은 코가 우습다고 한다면 그뿐인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뭔가 다른 게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이전에는 이렇게 드러나게 웃지 않았었다.”라는 생각을 하며 불쾌했으나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작가는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이렇게 정리한다.




- 사람의 마음에는 서로 모순된 두 가지의 감정이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의 불행에 동정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불행을 본인이 어떻게 해서든 풀어 나가면, 이번에는 사람들이 왠지 허전함을 느끼는 심보가 있다. 조금 과장을 해서 말하자면 다시 한 번 그 사람을 같은 불행에 빠지게 하고 싶은 생각까지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어떤 적대감을 그 사람에게 가지게 되는 것이다. - 나이구가 이유를 알 수 없으면서도 왠지 불쾌하게 생각한 것도 이케노오의 승려들의 태도에 이런 방관자의 이기주의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저, <아쿠타가와 대표단편선>, ‘코’ 55쪽~56쪽, 인덕 출판.




나이구는 섣불리 코를 고친 것이 오히려 원망스러워졌다. 그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어느 날 코가 하룻밤 사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예전의 그 긴 코로 돌아오자 이젠 비웃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후련한 마음이 되었다. 


2. 사촌이 땅을 사면 꼭 배가 아플까


실제로 자신의 코가 흉할 만큼 길게 생겨서 남들이 쳐다보며 웃는 것에 고통을 겪으며 사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 코를 보고 웃어야 할까. 그 코에 대해 위로를 해야 할까. 아마도 그의 코를 보고도 모른 척함으로써 그의 고통을 건드리지 않는 게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말하자면 ‘당신의 코는 그리 이상하게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난 당신의 코엔 관심이 없다’라는 태도가 가장 좋을 듯싶다.


자식을 잃었거나 배우자와 사별해서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심리적으로 자신의 불행을 모른 척해 주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그 불행한 일에 대해 누군가가 위로를 한답시고 먼저 말을 꺼낸다면 오히려 그 상처를 건드리는 일이 되는 것이다. 상대방이 아는 척해 주길 바라는 경우는 본인 스스로 그 불행한 얘기를 먼저 꺼낼 때에 한하겠다. <코>의 주인공 역시, 일상적인 이야기 중에도 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무엇보다도 두려워하고 있었다고 하지 않던가.  

 

사람이란 남의 불행이나 고통에 대하여 적지 않은 기쁨을 느낀다(E. 버어크)는 말이 사실일까. 이것이 사실이라면 남이 불행해진 것 그 자체에 대한 기쁨이라기보다 ‘나만 힘들게 사는 게 아니었어.’라는 안도감 때문일 것 같다. 사실 남의 불행 그 자체가 자신에게 행복을 주지는 않는다(떡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 불행해진 사람이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을 지켜보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게 될지 모른다.


<코>를 읽고 나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생각났다. 이것은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한다는 뜻의 말이다. “그 불행을 본인이 어떻게 해서든 풀어 나가면, 이번에는 사람들이 왠지 허전함을 느끼는 심보가 있다.(소설에서)”는 것도 이 속담과 비슷한 심리일 것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게 사실일까. 알랭 드 보통(그의 저서 <불안>에서)에 의하면 우리는 모두를 질투하지 않으며, 우리 자신이 같다고(비슷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만 질투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라고 한다. 아이스킬로스도 “질투심이 조금도 없이 친구의 성공을 기뻐하는 강한 성격의 소유자는 한 사람도 없다.”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깝게 지내는 친구나 사촌에 대해 시기심을 갖나 보다.


내 경험에 의하면 내가 배 아파도 좋으니 사촌이 땅을 샀으면 좋겠다. 아버지 형제가 일곱이다 보니 내겐 사촌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 사업을 하다가 빚만 지게 되어 어렵게 사는 사촌이 내게 돈을 꿔 달라고 전화를 한 적이 있다. 너무 큰 액수의 돈을 요구해서 꿔 주지는 못하고 미안한 마음에 그냥 약간의 돈 얼마를 그의 통장에 넣어 주었다. 어느 사촌에게 들었는데, 다른 사촌들에게도 돈 얘기를 하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했다고 한다. 돈을 꿔 주지 못할 땐 부탁을 하는 사람이나 그 부탁을 들어 주지 못하는 사람이나 참 괴로운 일이다. 그러니 나로선 그 사촌이 잘 살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런 마음은 친구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사정에 처해 돈을 꿔 달라는 친구를 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또 자신의 입장이 난처해지는 일이다. 돈을 꿔 주자니 그의 어려운 형편으로 보아 돌려받지 못 할 것 같고, 꿔 주지 않자니 인심을 잃는 일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꿔 줄 돈이 없을 때에도 마음 불편하긴 똑같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친구들이여, 사촌들이여, 땅을 사세요. 제가 배 아파하지 않을 터이니 제발….’   

 

 

..............................................................................  

<책 소개>

내가 읽은 책은 인덕 출판의 <아쿠타가와 대표단편선>이란 책인데, 이곳 알라딘에선 찾을 수가 없었다. 오래된 책이라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책 다섯 권을 찾아 넣었다. 이 책들엔 <코>라는 작품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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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9-23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에서 읽었습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753629

페크pek0501 2011-09-23 16:56   좋아요 0 | URL
까르르~~~ 반갑습니다.

읽으셨군요. '나생문', '덤불 속'이란 소설도 좋은데, 이렇게도 소설을 쓸 수 있구나, 하고 놀랐지요. 신선한 충격이죠.

'여름이 갔네'라는 시 좋던대요. 댓글 남기려다가 댓글이 너무 많아 그냥 왔어요. 다음 새 글에다 첫 번째나 두 번째쯤에 댓글을 남기고 말겠어요.ㅋ 여기 다락방님처럼... 그래도 추천은 눌렀다는 것. 우린 또 좋은 글 보면 그냥 못 가죠.^^^

저도 다락방님을 따라해서...

'뜨거운 태양과 함께 여름이 갔어요. 그냥 가기 미안했는지 가을이란 선물을 내놓고 갔어요.' - pek0501 ^^^


노이에자이트 2011-09-23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잖은 무관심은 예의이기도 하죠.장애인들을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시선...그런 시선을 장애인들이 제일 싫어한다고 하죠.그냥 무관심하게 자연스럽게 스쳐지나가는 게 더 나은데.너무 키가 작다거나 너무 뚱뚱한 사람을 봐도(코가 너무 큰 사람을 봐도) 그냥 모른 체 지나가주는 게 좋죠.관심이 좋은 게 아니에요.쓸 데 없는 관심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페크pek0501 2011-09-23 16:57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쓸 데 없는 관심, 이게 문제일 때가 많아요.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이고, 이건 곧 미성숙이죠. 우리 모두 잊지 말고 조심할 일입니다. ^^^

잘잘라 2011-09-23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합니다. 저도 사촌이 땅 사길 바랍니다. 제발~
그리고 저는 그 땅에 집도 짓기를 바랍니다. 정말.
공사를 저에게 맡겨주기도 함께!!!
ㅎㅎㅎ

안녕하세요. 알라딘서재 메인에서 보고 왔어요.
파란 하늘 배경그림이 멋있어서 즐찾합니다.
저는 <코>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페크pek0501 2011-09-23 23:14   좋아요 0 | URL
환영합니다. 공사를 하시는군요.^^^

알라딘 서재에서 보셨군요. 제가 1위를 다 해 보네요.(살다 보니깐...ㅋ)

파란 하늘, 그러고 보니 제가 그동안 파란 하늘에 글을 쓴 것이네요. 넓네요. 오늘 정확히 본 것 같아요. 왜 전 푸른 나무들과 풍차만 보였는지... 제가 이렇답니다.^^^

좋은 가을 보내세요.(추신, 님의 블로그에 방문한 적이 몇 번 있답니다. 고맙습니다.)


아이리시스 2011-09-23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사는 포핀스님에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저는 사촌이 땅 사는 거 싫어요. 내가 먼저 살래요. 아하하. 펙님도 그렇죠? 앞 페이퍼들은 제가 제일 먼저 보고 추천 누른 기억이 나는데(200번째 글도 보게 해주세요, 응원하면서) 왜 제 댓글 없는 걸까요? 저는 정말 정신이 없어요. 나름 참한데, 알라딘만 들어오면 여기저기 기웃대며 정신을 못 차려요. 펙님, 응원할게요. 혹시 모르고 있을까봐^-^

페크pek0501 2011-09-23 23:40   좋아요 0 | URL
ㅋㅋ 그러셨어요? 저 혹시 몰랐어요.^^^

아직 안 주무셨군요. 아이리시스님도 알랭 드 보통의 책 좋아하신다고 하셨죠? 그의 글을 이 글에도 인용해 썼는데, 리뷰도 쓴 적이 있어요. 앞으로 보통의 책은 다 사서 봐야지, 하고 있어요.

매우 반가웠다는 펙입니다. 닉네임이 펙이 나을까요, 페크가 나을까요?

아이리시스 2011-09-24 00:07   좋아요 0 | URL
아아, 그러면 팩 할래요? 팩?

페크pek0501 2011-09-24 00:18   좋아요 0 | URL
팩은 pack가 되어야 할 것 같으니까, 펙이나 페크가 좋겠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한 건데, 펙은 좀 세게 보이지 않나요. 그래서 부~드~럽~게 페크 할래요.ㅋㅋ 앞으론 페크로 불러 주세요. 예전에도 이 이름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맘에 들어요. (제가 별 걸 다 묻고 상의하네요. 키득)^^^

아이리시스 2011-09-24 00:47   좋아요 0 | URL
네, 페크 당첨! 펙 보다는 페크가 좋네요. 팩도 좋은데, 오이팩!^^;
페크님, 상의해줘서 고마워요. 부드러운 페크님. 잘자요.^^

페크pek0501 2011-09-24 09:12   좋아요 0 | URL
네, 페크 당첨! 만장일치!... 고맙습니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운 페크가 되길 희망하며...

 

 1. 우리는 현명한 선택을 하지 못하며 산다


나는 나의 선택을 의심한다. 무엇이 최선의 선택인지를 모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중국집에 가면 늘 고민한다. 자장면을 먹을 것인가, 짬뽕을 먹을 것인가, 하고. 문제는 어느 것이 더 먹고 싶은지를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둘 다 먹고 싶지만 조금이라도 더 먹고 싶은 게 분명 있을 것인데 말이다. 또 백화점에서 옷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맘에 드는 두 가지 옷을 골라 놓고 내가 어느 것을 더 사고 싶은지를 알 수가 없다. 조금이라도 더 맘에 드는 게 분명 있을 것인데. 어떤 날은 책을 읽고 싶은지, 글을 쓰고 싶은지를 알 수가 없다. 그러면서 나는 생각한다. ‘둘 다 하고 싶지만 분명히 어느 쪽을 내가 더 하고 싶을 거야. 다만 내가 어느 쪽인지를 모를 뿐.’


이처럼 내가 뭘 더 원하는지 몰라 무엇을 선택하는 문제에서 갈등하곤 하는데, 인간의 선택이 얼마나 합리적일까 하는 문제를 다룬 신간이 있어 관심이 간다. 레이 허버트 저, <위험한 생각 습관 20>이란 책이다.


“심리학 실험에 따르면 사람들은 ‘지방 25%’보다 ‘무(無)지방 75%’라는 라벨을 붙인 햄버거를 더 맛있고 덜 느끼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위험한 생각 습관 20’의 저자는 이를 ‘산수 휴리스틱(arithmetic heuristic)이라 부른다. 낮은 숫자보다 높은 숫자에 더 끌리는 현상이다.”(조선일보, 2011. 8. 20.)


나도 어떤 음식을 먹으려 할 때 지방 25%라고 표기된 것보단 무지방 75%라고 표기된 것에 마음이 끌릴 것이다. 그런데 난 숫자보다 ‘무지방’이란 낱말에 끌려서일 것 같다. ‘무지방’이라고 하면 일단 안심이 되니까.


이와 같은 예를 다른 책에서도 읽은 적이 있다. 같은 약인데도 의사가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선택이 달라진다.




A라는 약에는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10퍼센트 있다. 그리고 B라는 약에는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이 90퍼센트 있다. 그러면 환자는 B를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이는 의사가 그것을 긍정적인 문맥으로 설명했기 때문이다.


- 니콜레 랑어 저, <심리학>, 63쪽.




그렇다면 배우자의 선택에서는 어떨까.


“미국의 한 결혼 전문가가 이혼 여성 1000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3명은 애당초 결혼이 오래 가지 못할 것, 출발부터 불행할 것임을 대강 짐작하면서도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꿈꿔왔던 남자, 이상적 남편감이 아닌 줄 알면서도 시집을 갔다는 것이다.”(조선일보, 2011. 8. 18.)


인간이 얼마나 현명하지 못한 선택을 하며 사는지는 자신을 살펴봐도 잘 알 수가 있다. 우리는 짬뽕을 선택하여 먹으면서 곧바로 ‘자장면을 먹을 걸 그랬어’하고 후회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또 구입한 옷을 잘못 산 것 같아 다른 옷으로 바꾼 경험도 있지 않은가.


 

2.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


존 브록만 엮음, <위험한 생각들>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조차 알지 못한다고 한다. "사회심리학자들이 지난 50년간 밝혀낸 것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사람들은 자신이 왜 그런 식으로 행동했는지, 왜 그런 식으로 판단했는지, 어떤 것을 왜 좋아하고 혹은 싫어하는지에 대해 믿을 만한 정보제공자가 아니라는 점이다."(68쪽)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거나, 취향을 갖고 있을 때, 그것이 어디에 근거해서 나오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올바른 결론을 얻어낼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고, 정반대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 존 브록만 엮음, <위험한 생각들>, 72쪽.





아마 자신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감정이나 생각 따위)을 당장 알 수는 없지만 시간을 두고 꼼꼼히 살펴보고 분석하면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잘 생각해 보면, 누구나 경험을 통해 어제(과거)의 판단과 오늘(현재)의 판단이 달랐기 때문에 내일(미래)의 판단이 옳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남녀 사이에서는 서로의 소중함을 이별한 뒤에야 안다고 한다. 늘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해선 그 소중함을 모르기 때문이다. A. 카뮈 저, <페스트>라는 소설 속의 한 부부가 ‘페스트’라는 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격리되어 별거 생활을 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깨우친 진실은 서로 떨어져서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 부부의 경우에도 함께 있을 땐 자신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몰랐던 것일까.




그 부부는 지금까지 자신들의 결혼이 만족스러운 것인지 확신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런데 (페스트로 인해) 이 돌발적인, 더욱이 오래 계속된 별거 생활이 그들로 하여금 서로 떨어져서는 살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이같이 명백해진 진실 앞에서 페스트 따위는 아무 문제도 될 수 없다는 것을 확신시켜 주었다.


- A. 카뮈 저, <페스트>, 80쪽.





아인슈타인은 직관을 중요시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아인슈타인은 “오직 직관만이 교감을 통하여 통찰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의 성과는 면밀한 의도나 계획에서 오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부터 바로 나온다”라고 말했다.


-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 미셸 루트번스타인 저, <생각의 탄생>, 29쪽~30쪽.




결국 우리의 이성적 판단력을 신뢰해선 안 된다는 것. 오히려 이성보다 직관이 중요하다는 것이겠다. 그러므로 심사숙고한 선택이라고 여겨질 때, 그럴수록 진짜 최고의 선택인지를 꼭 의심해 봐야 하겠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의 마음을 읽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가 우리 자신을 누구보다 더 잘 안다고 확신하는 것보다는 더 안전한 태도이다.


- 존 브록만 엮음, <위험한 생각들>, 72쪽.





우리는 이성으로써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자가 되기보다는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현명한 자가 되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런데 도대체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내가 모른다면 누가 안단 말인가. 매우 어처구니없는 사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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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 관련한 책>


레이 허버트 저, <위험한 생각 습관 20>

니콜레 랑어 저, <심리학> 
 
존 브록만 엮음, <위험한 생각들>

A. 카뮈 저, <페스트>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 미셸 루트번스타인 저, <생각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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