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반 책쓰기 - 50.60대에 처음 책을 쓰는 사람들을 위한 책쓰기 코칭
유영택 지음 / 가나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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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책들을 읽다 보면 문득 ‘나도 책 한 번 써볼까?’ 하는 허무맹랑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공이 짱짱한 책을 볼 때는 감히 상상도 못하지만 내가 보기에도 ‘이걸 책이라고 썼나?’ 하는 수준 이하의 책을 봤을 때 주로 든다.

 

이런 정도의 책이라면 자료 조금 모으고 편집만 잘하면 될 것(?)같은 오만한 생각이 들다가도 막상 시도할라치면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기에 쓴웃음만 짓고 만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날 또 부추긴다. 본인 역시 첫 출간인 주제에 책을 내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 것에 대해 쑥스러워 하면서 말이다.

 

책 읽는 사람이 없어 출판시장이 불황이라면서도 일 년이면 만권이상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환경에서 초판 발행부수인 1~2천부(최소)를 넘기고 재판으로 넘어가는 책들이 몇 권이나 될까 생각해보면 직업이 특이한 것도, 경험이 많은 것도, 돈이 많은 것도 아닌 지극히 평범한 내가 책을 낸다는 것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가는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친절하게 책 만드는 법을 알려주며 꼬신다. 당신도 노력하면 쓸 수 있다고. 큰 욕심 부리지 말고 한 권씩 쓰면 된다고. 하루에 2페이지씩 석 달만 쓰면 된다고. 일단 목표를 잡고 자료를 모으고 꾸준히 써서 출판사를 두드리라고.

 

물론 누구나 책을 쓸 수 있고 기회가 닿는다면 출간도 가능한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혹시 아나? 헨리포터를 써서 1조를 번 조앤 롤링은 아니더라도 일만 부라도 팔린다면 1억은 번다. 그럼 계속 책을 쓸 수도 있고 부수입으로 강연료도 받을 수 있다. 유명인사도 될 지도 모르고.

 

한참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다시금 현실의 차가운 벽을 깨닫는다. 웃기지 말고 일단 보던 책이나 열심히 보자. 뭘 알아야 쓰든 말든 할 것이 아닌가? 아무리 개나 고동이나 책을 내는 시대라지만 우리가 보기에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책이라 하더라도 그 책을 쓰기 위해 저자는 얼마나 많은 날을 하얗게 새며 고통의 시간을 보냈겠는가?

 

하여튼 그동안 나만의 책을 내고 싶은 꿈을 가슴에 품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이 어느 구체적인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으니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을 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선다면 결과가 설사 뜻대로 안됐을지라도 그 과정 중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상당할 것이다. 어쩌면 그러는 과정에 정말 책이 나올 수도 있다. 꿈에도 그리는 작가가 될 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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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하면 보인다
신기율 지음, 전동화 그림 / 쌤앤파커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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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신간코너에 있던 이 책을 난 제목처럼 직관적으로 골랐다. 제목만 보고 요새 유행하는 흔해 빠진 경영이나 처세술 책처럼 보여 지나가려다가 목차를 보고 마음을 고쳐 잡은 책.

 

뭔가 삶과 운명이 교차하는 신비스럽고도 묘한 느낌.

 

내 직감은 맞았다. ‘도시수행가’, ‘직관의 철학자’라는 수수께끼 같은 프로필의 작가의 정체만큼이나 묘한 책이다. 무엇을 말하는지 가슴으로는 알겠는데 머리로는 받아들이기가 낯설다. 어려운 이야기도 아닌데 뜬 구름 잡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느낌은 찐하다.

 

이 책을 굳이 분류하자면 힐링에세이라고 해야 될까? 처음 상반부는 사회비평처럼 들렸고 중반을 넘어갈 땐 심령학이나 초월명상, 단학같은 냄새가 나다가 마지막에는 운명학처럼 보였고, 결국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며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결론을 맺기로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까닭모를 슬픔에 눈물이 핑 돌았다.

뭔가 알 수 없는 묵직한 느낌에 가슴이 먹먹해지며 새삼스럽게 내 삶에 얹혀 있는 운명의 한 자락을 어루만지는 알 수 없는 따스한 손길의 쓰다듬을 느꼈다.

내용과 상관없이 마음에 와 닿는 이 느낌의 정체가 궁금했다. 이 책의 무엇인가가 내 마음 밑바닥에 숨어 있는 묵은 감정의 가닥들을 건들이고 있었다.

 

작가는 말한다. 나는 나 혼자만의 동떨어진 외로운 개체가 아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과 연결되며 내 마음을 열고 세상의 주파수와 맞추고 공감하며 떨림에 공명하는 존재. 이 세상과 수많은 인연의 끈으로 연결된 존재가 바로 나라는 것이다.

 

태초에 하나에서 떨어져 나왔기에 우리 모두는 거대한 네트워크에 연결된 존재며 문명과 함께 잠시 잊고 있기에 떨어져 있을 뿐, 언제라도 다시 연결될 수 있다.

그 옛날 자연과 교감하고 생명과 감응하는 삶을 다시 복원하자는 이야기다. 우주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면 우리 모두는 거대한 동일체며 함께 존재의 목적을 이야기할 수 있는 친밀한 사이인 것이다.

 

이른바 동양의 천인감응설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현대 양자역학에서도 만물은 서로 파동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하나의 광양자를 두 개의 입자로 나누어 멀리 떨구어 놓아도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현상은 과학에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에게는 참 신기한 일이다.

 

작가는 자신의 말을 가끔씩 이런저런 과학에 같다 붙이지만 삶에 대한 성찰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사족이라 생각한다. 서로 교감하며 고통은 나누고 행복은 함께 하자는 당연한 말을 과학적으로 논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속해 있는 이 우주 삼라만상이 결코 따로 떨어진 개별체의 단순한 총합이 아닌 것은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일이니까.

 

이미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가? 나의 가족이 아프면 쓰다듬어 주고 나의 친구가 괴로워하면 같이 술 먹어 주고, 내가 모르는 사람이라도 힘든 일을 당한 걸 보면 가슴이 아프고......이미 우린 그렇게 서로 함께 살 준비가 되어 있는 연결된 존재들인 것이다.

 

다만, 이렇게 살아도 좋지만 내 주위만 생각하지 말고 크게, 더 크게, 어마어마하게 크게 이 우주를 향해 그동안 닫혔던 가슴을 활짝 열어 제치고 놓치고 살았던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는 공동체적 삶을 산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일 것이다.

 

몸의 상처는 ‘후시딘’으로 치료되겠지만 마음의 상처는 그럴 수 없다. 어떤 약을 발라야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치료가 언제 될지 모른 채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불치병일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내가 그 상처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보듬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같이 호~~해주고 쓰다듬어 준다면 생각보다 일찍 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살면 참 좋지 않겠는가?

 

상처를 치료하지 않은 채 붕대로 감아버리면 안에서 곪아 터진다. 진정한 힐링은 상처를 덮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늘 상처를 보고 관심을 가지고 살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다 나아 있을 지도 모른다. 내가 모르는, 그렇지만 보이지 않은 끈에 연결된 누군가가 도와준다면 말이다.

 

책도 결국 독자와의 궁합이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는 비과학적인 명상에세이일 수도도 있고 시답잖은 잡서일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삶의 지도가 될 수 있다. 내게 이 책은 잊고 있었던 과거의 상처를 다시 한 번 꺼내 보고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니 그것 한가지만으로도 책값은 한 것 같다.

 

참 이상한 책이다. 글을 쓰면서도 뭔가 횡설수설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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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
정수복 지음 / 로도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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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에 대한 꼼꼼한 이야기를 읽었다.

독서라는 것이 좀 여유가 되어야 하는데 너무 바쁘다 보니 호흡이 긴 책을 볼 수가 없다. 틈틈이 읽는 것은 다소 가벼운 책이 좋다. 무거운 주제는 맥을 이어가야 하는데 잠깐씩 읽다 보면 갈피도 안 잡히고 망각의 곡선을 따르기에 지지부진 읽다가 지쳐서 말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정신없을 때는 나도 모르게 가벼운 책을 찾게 된다. 최소한 번트라도 대겠다는 마음가짐의 표현이리라. 그냥 독서라는 흐름 정도만 유지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읽게 된 정수복님의 책은 ‘책을 읽어서는 안 되는 이유’부터 시작해 처음엔 다소 의외였다.

결국, 책을 읽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쭉 나열하고 그래도 읽겠다면 ‘이렇게 읽어라’ 고 말하긴 했지만 말이다.

느낌으로도 상당한 독서량을 채운 분 같았기에 독서 선배로서 충고하는 내용을 즐거운 마음으로 경청하였다.

결론은? “독서하겠다면 열심히 하되 독서방법에 대한 정답은 없으니 자신한테 맞는 방법을 택해라” 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글을 쓴 사람도 자기 맘대로 썼듯이 읽는 사람도 자기 맘대로 읽는 것이 당연하다. 오히려 쓰는 것보다 읽는 것이 더 다양할 수 있다. 독자의 삶의 가지 수 만큼 글의 해석 방법도 여러 가지 일 것이며 당연히 내게 맞는 활용이 따로 있을 것이다.

지은이의 의중만 파악하다 나를 잊게 되고, 텍스트 독해에만 몰두하다 읽는 목적을 간과한다면 책이 주인이고 나는 주변인, 구경꾼이 되는 어리석은 상황에 놓인다.

 

책은 책일 뿐, 저자의 생각은 그럴 뿐, 내가 항상 책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생각해본다. 나는 얼마나 주도적으로 독서를 했던가? 저자의 생각을 마치 내 생각인양 착각하지 않았던가? 책의 내용을 마치 불변하는 절대 진리인양 맹신하지 않았던가?

한 권의 책을 백 권으로 읽을 것인지, 백 권의 책을 한 권만도 못하게 읽을 것인지는 순전히 내게 달린 것임을 다시 한 번 기억해 본다. 그래서 7가지 질문은 꼭 내게 던질 일이다.

하여튼 한 번 읽어 보기에 괜찮은 책이다. 시간 낭비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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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6-17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맞아요. 책 선택도 내맘대로, 독서 방식도 내맘대로... ^^

책을베고자는남자 2015-06-17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인생사가 내맘대로 되는게 거의 없더군요 그래서 좋아하는 책이라도 누구 눈치볼 일 없이 내맘대로 하자는 거죠
 
책으로 다시 살다 - 함께 읽기로 인생을 바꾼 사람들
숭례문학당 엮음 / 북바이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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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내가 책을 읽는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가를.

책으로 다시 살다는 평소 책을 보면서 독서방법론에도 지대한 관심이 있기에 무심코 장바구니에 집에 넣었던 몇 권 중 한권이다. 별 기대 없이 읽었고 내용 또한 내 기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평범한 책이다. 그런데 문득 머리에 스치는 섬광!

 

내가 하는 독서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불길한 느낌이 팍 머리에 꽂혔다. 독서의 진정한 목적은 내 인생의 반추(反芻) -먹었던 것을 다시 게워내어 다시 한 번 씹다-를 통한 자기반성과 성찰이다. 굳이 어려운 책이 아닌 동화책 한 페이지라도 인생의 길잡이가 될 것을 얻는 다면 성공한 독서다.

 

그런데 내 독서는 철저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지식을 위한 독서에서 한 발자국도 못 떼고 제자리를 빙빙 도는 것 같은 느낌이 착각이 아니었다.

썩은 생선대가리 몇 개 물고 의기양양한 들 고양이처럼 어쭙잖은 지식 쪼가리 몇 개 주워 들고 마치 세상의 모든 진리를 캐고 있는 시늉을 했던 내가 갑자기 너무 한심하고 부끄러워졌다. 도대체 지금까지 난 무슨 짓을 한 건가?

 

책 한권에 삶의 등불을 켠 사람이 이렇게 많건만 난 수년의 세월동안 무엇을 읽을 것일까?

잠 안자고 쭈그리고 앉아 침침한 눈으로 더듬어간 수많은 활자들은 도대체 내게 무슨 의미로 남았는가? 난 진정으로 물었던가? 진심으로 갈구했던가? 지식이 아닌 삶의 지혜를 찾기는 했던가? 지식의 두께만을 생각하며 관성적으로 집어 들고 타성에 빠져 형식적인 독해만 하지는 않았던가?

 

그동안 이상한 일이었다. 그토록 책을 읽었건만 내 삶은 지푸라기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생각도 행동도 말도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잡다한 상식과 어려운 이론 몇 조각으로 아는 척하기 외 난 얻은 게 별로 없었다.

진심이 부족했을까? 그토록 삶의 지도를 찾고자 했건만 결국 몇 개의 그럴싸한 지식에 난 만족하고 만 것이다. 쌓여가는 서가의 권수에 뿌듯해하며 별 내용도 없이 말장난만 남발한 리뷰 몇 자에 만족하며 시간을 낭비했다. 가슴이 서늘하다.

 

남들은 이리도 치열하게 생을 태우고 있건만 난 뭐하고 있었던 것일까?

도대체 생각은 하고 살았던 것일까? 그래서 잡념과 망상만 가득한 머리는 늘 복잡했고 행동하지 않은 몸의 다리는 무거웠던 것일까?. 쭉정이만 붙들고 난 뭐하고 있었던 거지?

 

독서량에 연연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질은 더더욱 접근하지도 못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너무 산발적으로 읽었을까? 어려운 책만 좋아했던 뽐내기의 결과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어지러운 생각에 정신이 아득하다. 지금까지 난 돈지랄과 함께 독서를 흉내만 낸 것이다.

 

갑자기 서가를 확 엎어 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저건 책이 아니다. 저건 과시다. 저건 빈껍데기다. 내용을 못 읽었는데 글자만 열심히 읽었는데 저게 무슨 책이란 말인가?

모든 걸 원점으로 돌려야겠다. 다시 한 번 고민해야겠다. 그동안 내가 읽은 것은 책이 아니다. 그림을 본 것이다. 실체는 읽지 못하고 형식만 본 것이다. ! 물속은 보지도 못했는데 깊이를 따졌다니....... 다시 읽어야겠다. 모든 걸 다시 읽어야겠다. 갑자기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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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from 쓰지 않은 글, 읽지 않은 책 2016-02-28 15:27 
    책으로 인생이 바뀌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책으로 인해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마음먹었다던지 목표를 정했다던지 어쨌든 삶을 바꾸게 됐다는 것이다.나는 그 말을 믿지는 않는다. 책 한 권으로 인생이 바뀐다면 세상에 삶의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 없겠지. 그러나 모든 사람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책으로 삶이 바뀌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사람들의 이야기다. 아니, 정확히는 이 책은 '독서토론'으로 삶이 바뀐 사람들의 이야기다.이 책을 보긴 했지만 조금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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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정치인유시민에 대한 감정이 별로였기에, 여러 권의 책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의 책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작가가 별로면 작품도 별로인 것은 당연하니까. 그러나 이 책을 본 순간, 어쩌면 내가 그를 오해한 부분이 있었을 지도 모르며, 정치인 유시민과 별도로 인간 유시민은 좋아할 수 있는 구석이 꽤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도 촌스러운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이렇게 그에 대한 나의 편견을 어느 정도 사라지게 만들었다. 글은 그 글을 쓴 사람을 그대로 보여 준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내가 수긍할 수 밖에 없는 내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동안 글쓰기에 쏟아 부은 노력의 흔적이 곳곳에 깊숙이 배어 있는 그의 글은 쉽게 읽히면서도 생각보다 알찬 내용을 담고 있다. 본인의 경험(혹은 자랑?)을 예로 들며 자연스럽게 주제를 풀어나가는 품새가 고수다. 보통 이해하기 어려운 책을 만나면 짜증은 나지만 뭔가 내가 모르는 것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서, 오히려 너무 쉽게 풀어 쓴 책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평범함에 진리가 있는 법. 그의 글은 비범한 평범이다.

 

문학적인 글쓰기는 타고난 소질에 큰 영향을 받지만 논리적인 글쓰기가 주인 실용문은 후천적인 노력만으로 얼마든지 잘 쓸 수 있다는 말에 새삼스레 위안을 받는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해서 다 글을 잘 쓸 수는 없지만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 한말에 고맙기까지 하다. 늘 책을 가까이 하면서도 과연 독서가 글쓰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가에 대하여 긴가민가했기 때문이다. 독서를 통한 지적능력 향상에 한계를 느끼고 있어서 그나마 독서를 유지할 명분을 찾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정도 수준의 글쓰기 강좌를 할 정도면 유시민의 독서편력과 글쓰기 경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의 책을 처음 접한 나는 왜 그의 책들이 잘 읽혔는가를 알게 되었고 여러 가지 도움을 고맙게 받아 들였다.

 

글을 잘 쓰기를 소망했기에 그동안 여러 권의 글쓰기 강좌 관련 책을 찾아 봤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읽었을 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책장을 덮는 순간, 다 잊어 버렸고 활용이 잘 되지 않았다. 그게 다 잘 쓰는 법만을 열심히 습득하고자만 했지 잘못 쓴 글을 분별할 수 있는 노력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문장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 된 글을 알아보고 똑 같은 착오를 범하지 않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글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잘못된 글을 접했을 때 알아 볼 수 있으면 최소한 못난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백신에 비유했다.

 

그의 책에서 내가 배운 것은 간단하다.

 

말하듯 쉽게 쓰고 가급적 단문으로 짧게 써라. 한자와 영어를 좋아하지 마라.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글쓰기는 기능이다. 글 쓰는 근육을 기르자.

잘 쓰기 위해서 애를 쓰지 말고 잘못된 글을 쓰지 않기 위해 노력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제에 집중하고 취향이 아닌 주장은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책을 덮은 후 이정도 까지 생각이 난 만큼 난 딱 이것만 내 것으로 할 계획이다.

어찌 보면 너무 평범한 비법이기는 하지만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어려운 방법은 실천하기 어렵고 실천할 수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쉽게 따라 하고 조금씩 걸어가 보기로 한다.

 

아무리 쉽게 읽어도 글쓰기가 어렵다는 것은 변함이 없는 사실이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새삼 느낀다. 글쓰기는 정말 어렵다. 특히 내 맘에 들 정도로 잘쓰기는 대단히 어렵다. 하물며 다른 사람의 눈에 들 정도면 얼마나 어려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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