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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다시 살다 - 함께 읽기로 인생을 바꾼 사람들
숭례문학당 엮음 / 북바이북 / 2015년 5월
평점 :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내가 책을 읽는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가를.
‘책으로 다시 살다’는 평소 책을 보면서 독서방법론에도 지대한 관심이 있기에 무심코 장바구니에 집에 넣었던 몇 권 중 한권이다. 별 기대 없이 읽었고 내용 또한 내 기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평범한 책이다. 그런데 문득 머리에 스치는 섬광!
내가 하는 독서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불길한 느낌이 팍 머리에 꽂혔다. 독서의 진정한 목적은 내 인생의 반추(反芻) -먹었던 것을 다시 게워내어 다시 한 번 씹다-를 통한 자기반성과 성찰이다. 굳이 어려운 책이 아닌 동화책 한 페이지라도 인생의 길잡이가 될 것을 얻는 다면 성공한 독서다.
그런데 내 독서는 철저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지식을 위한 독서에서 한 발자국도 못 떼고 제자리를 빙빙 도는 것 같은 느낌이 착각이 아니었다.
썩은 생선대가리 몇 개 물고 의기양양한 들 고양이처럼 어쭙잖은 지식 쪼가리 몇 개 주워 들고 마치 세상의 모든 진리를 캐고 있는 시늉을 했던 내가 갑자기 너무 한심하고 부끄러워졌다. 도대체 지금까지 난 무슨 짓을 한 건가?
책 한권에 삶의 등불을 켠 사람이 이렇게 많건만 난 수년의 세월동안 무엇을 읽을 것일까?
잠 안자고 쭈그리고 앉아 침침한 눈으로 더듬어간 수많은 활자들은 도대체 내게 무슨 의미로 남았는가? 난 진정으로 물었던가? 진심으로 갈구했던가? 지식이 아닌 삶의 지혜를 찾기는 했던가? 지식의 두께만을 생각하며 관성적으로 집어 들고 타성에 빠져 형식적인 독해만 하지는 않았던가?
그동안 이상한 일이었다. 그토록 책을 읽었건만 내 삶은 지푸라기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생각도 행동도 말도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잡다한 상식과 어려운 이론 몇 조각으로 아는 척하기 외 난 얻은 게 별로 없었다.
진심이 부족했을까? 그토록 삶의 지도를 찾고자 했건만 결국 몇 개의 그럴싸한 지식에 난 만족하고 만 것이다. 쌓여가는 서가의 권수에 뿌듯해하며 별 내용도 없이 말장난만 남발한 리뷰 몇 자에 만족하며 시간을 낭비했다. 가슴이 서늘하다.
남들은 이리도 치열하게 생을 태우고 있건만 난 뭐하고 있었던 것일까?
도대체 생각은 하고 살았던 것일까? 그래서 잡념과 망상만 가득한 머리는 늘 복잡했고 행동하지 않은 몸의 다리는 무거웠던 것일까?. 쭉정이만 붙들고 난 뭐하고 있었던 거지?
독서량에 연연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질은 더더욱 접근하지도 못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너무 산발적으로 읽었을까? 어려운 책만 좋아했던 뽐내기의 결과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어지러운 생각에 정신이 아득하다. 지금까지 난 돈지랄과 함께 독서를 흉내만 낸 것이다.
갑자기 서가를 확 엎어 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저건 책이 아니다. 저건 과시다. 저건 빈껍데기다. 내용을 못 읽었는데 글자만 열심히 읽었는데 저게 무슨 책이란 말인가?
모든 걸 원점으로 돌려야겠다. 다시 한 번 고민해야겠다. 그동안 내가 읽은 것은 책이 아니다. 그림을 본 것이다. 실체는 읽지 못하고 형식만 본 것이다. 아! 물속은 보지도 못했는데 깊이를 따졌다니....... 다시 읽어야겠다. 모든 걸 다시 읽어야겠다. 갑자기 슬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