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30분 건우아빠 아침준비후 6:20분에 건우아빠 보내고
6:30분 건우깨워 영어30분 수학 30분씩 공부
7:00분 연우깨워 영어 30분 공부
사이 사이 아이들 과제 점검하고 아침준비
8:30분 연우랑 출근
8:45분 연우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8: 52분 출근후 오후 6:00까지 근무
오후 6:15분 건우와 연우랑 함께 퇴근, 6:30분 집에 도착
7:30분 아이들의 낮동안의 독서, 학습지, 학원과제 점검후 저녁먹고
9:00까지 아이들은 택견하고 나는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9: 15분이후 집에 와 씻고 빨래하고 책읽고 아이들이랑 테레비젼좀 보다가
10: 00 건우아빠가 귀가하면 잠시 함께 더 떠들다가 정신없이 잔다.
이게 대부분의 날에 되풀이되는 나의 일과다.
여기에 한번씩 출장이나 회식, 작업사고가 터지면 모든 일정에 빨간불이 켜지며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뒤죽박죽이 된다.
학습지선생님과의 시간조정은 기본이고 퇴근후 아이들 저녁먹일 사람을 수배해야 하니 꼼짝없이 건우아빠의 일정을 체크해 이른 귀가를 종용해야하고, 헬스는 당연히 거르게 되며 연우를 찾는 일은 온전히 건우 혼자의 몫이 된다.
다행히 혼란이 하루로 마무리 되면 좋겠지만 회식이나 출장등 음주가 동반되곤 하는 날은 종종 그 다음날 아침까지 망쳐놓기 일쑤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제 갓 열살이 넘은 건우에게 맏이라고 종종 과도한 과제를 주곤 했나보다.
<네가 오빠이니...>라고 하며 동생을 데리고 어두운 밤길에 집에까지 잘 챙겨갈 것과, 학습지 선생님이 오시기전에 본인것과 동생것들 모두 빠진것 없이 했는지 확인하여 준비해 놓고 선생님 음료수도 컵에 따라 놓으라는것과 종종 택배아저씨가 다녀가는 날엔 경비실에 들러 택배물건도 챙기고 매일매일 우편함 확인도 할것등이 건우의 몫이었다.
건우는 특별히 별 탈 없이 시키는 일들을 순순히 해내곤 해서 나는 종종 아침에 동생 챙겨주고 엄마 출근할때 신을 신이며 휴대폰 챙겨주는 녀석에게 <건우없으면 엄마는 시체야...>하고 추켜주는 걸로 도움을 받곤 했다.
그래서 건우는 내게 딸보다 더 살뜰한 아들이다.
그런 녀석이 요즘들어 유난히 제 동생과 다툼이 잦았다.
연우: 엄마, 나는 오빠때문에 너무 스트레스가 심해요.
나: 오빠가 왜?
연우: 저한테 얼마나 잔소리가 심한지요,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요. 나도 다 알아서 할 수 있는데요, 오빠는 왜 항상 자기가 먼저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하는 걸까요? 자기일이나 하지...
건우: 야, 네가 항상 늦장을 부리니까 그렇지. 엄마는 매일 바쁘단 말이야. 너때문에 엄마가 지각하면 회사에서 엄마가 얼마나 챙피하겠냐?
나: 건우가 엄마때문에 동생한테 원성을 듣는구나...
건우: 엄마때문이 아니구요, 연우가 너무 느려서 그래요. 밥먹을때나 옷입을때 이런땐 책이나 테레비를 보지 않고 빨리빨리 해주면 좋잖아요.
연우: 내가 느려서 오빠가 늦는건 아니잖아, 나는 엄마한테만 혼나는걸로 충분해!
나: 둘다 그만...연우야, 연우는 오빠한테 혼나는건 엄마한테 잔소리듣는것보다 자존심이 상하는구나. 그럼 엄마가 될수 있으면 오빠가 잔소리를 줄이도록 잘 얘기해볼께. 그리고 건우야, 네가 엄마를 많이 도와줘서 정말 도움도 많이 되고 고마워. 근데 연우는 네가 퉁명스럽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싫은가봐. 연우에 관한 일은 엄마나 연우본인이 부탁한것만 도와주면 어떨까?
건우: 알았어요.
건우는 내심 서운한지 표정이 영 마땅치 않아 보였다.
어린 아이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지워 지레 애늙은이가 되어버린 것은 아니었는지, 가만히 살펴보니 제 동생에게 만만치 않게 잔소리를 한 모양이었다.
갑자기 간섭을 줄이는게 어른도 쉽지 않은데 그새 버릇이 되어버린 참견을 줄이기가 아이에게 쉽지 않은 노릇이어서 여전히 둘이 붙어 다투고 화해하느라 주말 내내 집안이 시끄러웠다.
주말내내 눈치를 보며 동생에게 잔소리를 하는 건우를 보니 안쓰럽기도하고 착잡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