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옮겨간곳으로 출근을 했다.

아직 집을 옮기지 못해 집에서 사무실까지 출근하는데 세시간 넘게 차를 탄다.

십분 안팎이면 출근하다 아침저녁으로 여섯시간 넘게 차를 타고 다니니 보이지 않게 진이 빠졌던 모양이다.

언제부터인지 몸이 무섭게 피곤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

나이가 들었다는 표시일까...

거실에 누운채 얕은 잠에 빠져있다가 들어가자라는 건우아빠의 말에  몸을 일으키자 머리속에만 혼곤하던잠이 이때다 하며 달아나버렸다.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다보면 봄을 보내며 진해진 꽃들이 시속140키로의 차안에서도 눈부시다.

종종 다니던 출장길에 멀리서 보던 풍경은 딱 그 거리만큼 떨어진채 익숙하다.

그러나 출장이 아닌 생활이 된 출근길은 낯설다.

고속도로를 타고 머릿속으로 계산된 시간이면 나타나는 기흥도 천안도 처음보는 지명처럼 까칠하다.

지도에 보이는 지명은 익숙한데 눈은 길을 잃은 것일까....

 

토요일에 건우는 다른학교 축구팀 아이들과 친선게임을 했다.

게임을 하기 두시간 전부터 땡볕에 나가 저희들끼리 팀을 나눠 시합을 하고 놀던 건우네는 막상 다른 학교와의 게임에선 체력저하로 3:2로 졌다.

유난히 태클을 많이 당한 건우는 팔꿈치며 무릎이 다깨져서 들어왔다.

씩씩거릴줄 알았던 녀석은 비교적 멀쩡했다. 

< 너무 무리를 했어요. 땡볕에 너무 미리 뛰어서 체력이 딸렸어요.>

패인을 분석하며 다음을 위해 기초체력을 더 다지겠다는 녀석을 보며 나는 자꾸만 공부도 기초가 중요한거라며 어깃장을 놓았다.

 

지금 축구는 열한살 건우에겐 인생이고 내겐 미로다.

고속도로옆 풍경이 생활속에서 낯설듯 취미가 아닌 인생을 걸고 싶어하는 건우의 축구는 취미와 인생의 간격만큼 낯설다.

일주일의 피로가 덕지덕지 묻은채 누구라도 붙들고 길을 묻는다.

이길이 맞는 길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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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6-17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걸 누가 알겠어요? 이 나이에도 아직 모르는걸요. 그냥 가는 거지요.

건우와 연우 2007-06-17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그냥 가다보면 어디쯤에선가 그럭저럭 잘 걸어왔노라고 말하게 될까요?
안녕하시지요?

치유 2007-06-18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길 출퇴근 하시느라 몸 상하실까 염려되네요..
....
 

일주일남았다.

아침이면 유리창밖으로 보이는 탄천과 청둥오리, 물가에 무성한 수초들...

이곳에 산지 어느새 9년. 어린건우를 유치원에 들여보냈고 연우를 낳았다.

그새 한산하고 정갈하던 동네는 자가용으로 넘쳐나지만 우리식구는 별다른 변화없이 세월을 낚아왔다. 간혹 진짜 낚시질도 해가며...

 

그리고 이제 다시 타의로 짐을 싼다. 꼭 9년전 그때와 같이.

구조조정의 뒤끝은 참담했다. 그 참담함이 새로이 정착할곳을 얼마나 낯설게하던지...

그리고 이제 또다시 사무실 이전으로 짐을 싸며 빠지지 않은 집에 아이들과 애아빠를 남겨두고 일하던 보따리와 갈아입을 옷가지를 챙기자니 물속에 깊이깊이 가라앉은 난파선같다.

조만간 물위로 두둥실 기어올라 부서진 키며 고물을 수리하고 움직일수 있을까...

혹은 누군가를 태우고 물위로 뜰수도 있을까...

 

나이가 드니 새로이 낯을 익히는 일이 자꾸 어려워진다.

늙어가는 눈에 무엇인들 쉬울까마는 갖추어지지않은 행장은 자꾸만 발목을 무겁게 한다.

회사아래층엔 그동안 사용하던 장비들이 포장되어 아랫지방으로의 이사를 준비하고 싸매어져 나와있었다

1주일안으로 남을 아이들과 애아빠가 해야할 일들을 체크하고 집문제도 해결해야한다.

속살같이 붉은 이삿짐 포장이 유난히 쓰리다.

늘어난짐과 늘어난 식구수만큼 발걸음도 무겁지만 때로 그들이 위로가 되어 줄 것을 믿으며 오늘부턴 느린 손을 놀려 짐을 챙겨야겠다.

안녕히 우리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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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4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수맘 2007-06-0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참 맘이 아프네요.
힘내세요!.아마 집 문제도 잘 해결될 수 있을 겁니다. 홧팅!!!

조선인 2007-06-04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세요, 꼭 좋은 집을 찾을 거에요.

무스탕 2007-06-04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모든일이 좋게좋게 잘 풀릴거에요!!

엄마가 힘을 내야 아가들이 웃는답니다. 건우와연우님. 화이팅!!


Mephistopheles 2007-06-04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점심시간에 사무실 이사간다는 이야기 나왔는데..
난리 아니였습니다.. 서로 자기 교통편 편한대로 이야기들 하는 걸 보고
오만정이 다 떨어졌어요...^^ 기운내세요..집 문제 잘 해결되셨으면 합니다.

프레이야 2007-06-04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힘든 일이 겹쳤네요. 힘내시기 바래요. 그리고 뭐든 잘 해결되리라 믿습니다.
건강하시구요...

씩씩하니 2007-06-05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마음이 얼마나 힘이드세요...
살다보면 참,,이렇게..힘든 일이 피해갈 수 없이 닥쳐오네요...
모든 일이 생각하기 나름이라는데 그렇게 마음을 추스리기 어려울 때도 있어요..그쵸?
님..그래도..우리 힘내요...
눈 밝은 연우,,엄마 닮아 그런거 아니에요? 님도..세상 보는 눈이 밝아서...어려움 있어도...밝게 씩씩하게 잘 견뎌내실 수 있을꺼에요...
님 힘내세요,,,그리고 건강하세요~~
 

건우가 외식하고 싶다고 며칠을 졸랐다.

줄창 집에서 만들어주는 튀김이나 고기구이등에 이젠 질렸다는거다.

시켜먹는것도 싫고 식당의 왁자한 분위기에서 음식먹으며 배두드리며 나오는 그런 분위기가 생각났던듯...

그러나 건우아빠나 나는 그런 분위기를 별로 즐기지도 않을뿐더러 가격대비 식당표음식의 맛을 선호하지도 않고 어느한쪽은 운전에 매달려 음주를 할수 없는 상황이 싫어 외식이라곤 근거리의 걸어서 갈 수 있는 곳 외엔 가지를 않으니 녀석이 조를만도 했다.

나: 좋아, 가자 가. 메뉴 골라. 중국음식이냐, 양식이냐, 아니면 고기집이냐? 건우야, 네가 알아서 연우랑 너의 선호도를 보고해라.

건우: 야호!!! 넵.^^

그러곤 녀석이 말이 없었다.

너무 기대가 컸나, 양식도 중식도 고기집도 못고르더니 석가탄신일 오전내 숙제를 마치고 컴퓨터앞에 앉아서도 말이 없다.

나: 어디 가고싶은지 정했니?

건우: 생각중이예요.

나: 생각하다 오늘 다 지난다...

건우: 빨리 정할께요.

창밖엔 주룩주룩 비가 내렸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는데 더이상 미룰수가 없어 채근을 하지만 녀석은 여전히 글쎄요...한다.

도서관에 공부하러갔다가 저녁에 돌아온 애들아빠가 어디로 갈지 정했냐고 묻는데도 건우는 아직이요가 다다.

급기야 성질급한 내가 터졌다.

나: 가긴 뭘가. 그놈의 밥한끼 먹자다가 굶어 죽겠다. 강씨들끼리 갔다와.

건우아빠: 애들이 같이 모여 정하고 싶었나보지...

나: 회의의 폐단이다. 칼로 흥한놈 칼로 망하고 회의 좋아하는 조직 회의로 망한다더니, 딱 그짝이다. 뭔놈의 식당하나 정하는데도 삼박사일이 모자라냐?

건우아빠: 네엄마 왜 저러냐?

건우, 연우: 그냥집에서 먹어요....

두녀석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꼬리를 내린다.

눈치보는 두녀석이 안쓰럽다. 고기도 먹어본놈이 잘먹고 자주 놀아본놈이 재미있게 논다고 아무래도 외식이 너무 뜸했나보다.

비도오고 귀찮은데 한껏 불쌍해진 두녀석을 모르는척하고 치킨 시키고 샐러드 만들고 감자찌고 스테이크 만들어 우적우적 먹였다.

건우도 안됐고 고까짓 기다리는것하나 못해내는 내가 짜증나 술병을 왕창 비웠다.

다음엔 자주 데리고 나가주마...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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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5-25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시락 뽀지게 싸가지고 근교로 나가 먹는 건 어떨까요..^^
(건우와 연우 母님왈 : 도시락은 누가 싸는데..!!!! ) 라고 하시면
저도 꼬리를 내립죠..=3=3=3=3=3=3

전호인 2007-05-25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나가기 싫은 엄마의 기색을 아이들이 먼저 눈치를 챘군요. 이런 모처럼만의 기회였는 데 아이들의 실망이 컸겠는 걸요. 아마도 엄마를 위하는 마음에 녀석들이 포기한 것 같네요. 그래서 아이들이 더욱 사랑스럽다는 거. 다음에는 님이 먼저 근사한 곳을 정해서 데리고 가시길......아이들이 정하는 것은 뻔하지요, 햄버거, 피자, 돈까스, 짜장 등.. 이렇게 정해서 알려주었어도 분위기상 엄마가 야 그거 말고 다른 걸로 정해, 했을 것 같네요. 아이들 기죽이지 맙시다.ㅋㅋ ^*^

무스탕 2007-05-25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 낮에 가족들 모두 데리고 그 비를 뚫고 나가서 바지락 칼국수를 먹고왔어요.
저희집도 그렇게 외식이 잦은편이 아니라서 나가자하면 애들이 방방 뜬다지요.. -_-;

조선인 2007-05-25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웃으면 안 되는데, 회의의 폐단!이라는 대목에서 갑자기 왈칵 쏟아져나오네요. 흐흐 우리들 조직이 많이 그러죠. 전적 동감!

물만두 2007-05-25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나중에 그런 것이 모두 재미있는 추억이 되요^^

홍수맘 2007-05-25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외식하는 집을 아예 딱 한 군데로 정했어요. 그래서 외식하자 하면 바로 홍/수 입에서 " 돼지공화국~" 하고 바로 답이 나온다지요. ^ ^;;;;;

2007-05-25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학기초엔 담임선생님이 무섭다며 울상이던 연우가  두어달이 지나니 평온해졌다.

담임선생님의 악명은 여전히 위세도 당당히 학부모들 사이를 떠돌고 있으니 슬그머니 연우의 학교생활이 궁금해졌다.

 

나: 연우야, 이제 선생님 안무서워?

연우: 그냥 그래요.

나: 선생님이 이제 아이들 안혼내셔?

연우: 아이, 선생님도 사람인데 어떻게 날마다 아이들을 혼내시겠어요?

나: 그렇긴하다....

 

엄마를 쳐다보는 연우의 눈빛이 갑자기 반짝반짝했다.

 

연우: 엄마, 제가 우리선생님의 좋은점을 찾아냈어요.

나: 어머, 대단하다. 다른사람의 좋은점을 잘 찾아내는건 굉장한 장점인데, 그래, 선생님의 장점은 뭐야?

연우; 제가 세가지를 찾아냈는데요, 첫째는 선생님이 이야기를 개그맨처럼 재미있게 해주는걸로 봐서 개그맨의 피가 흐르는게 아닐까요?

나: 그래? 선생님이 이야기솜씨가 좋으신 모양이구나. 두번째는?

연우: 우리선생님이 화를 잘내시지만요, 아픈 사람은 잘 돌봐주시더라구요.  아픈 사람에게는 친절하세요. 엄마가 사람이 아플때 서운한건 오래가니까 잘해줘야한다고 하셨잖아요.

나: 그렇지. 아픈사람을 잘돌봐주어야 하는데 너네 선생님은 많은 아이들을 지도하느라 힘드신데도 아픈애들에게는 더 친절하시구나. 그래, 세번째는?

연우: 그리고 우리 선생님은요 과거지사를 묻지 않으세요.

나: 과거지사?

연우: 네. 엄마가 그러셨잖아요. 이미 한번 지나간일을 자꾸 되풀이하며 짜증내지말라구요. 선생님은 떠들거나 말썽을 피우면 옐로카드를 한장씩 주시는데요, 옐로카드가 세장이면 레드카드가 돼요. 그리고 레드카드를 받으면 교실에서 퇴장을 당해 집으로 쫓겨나겠지요. 근데요, 중요한건 그전날, 즉, 지난간 과거의 옐로카드는 상관이 없구요, 오늘걸린 옐로카드만 적용하시는 거지요. 그러니 과거를 묻지 않는거 아니겠어요.

나: 그렇구나, 근데 연우야, 너네반에 레드카드받은 아이도 있니?

연우: 아직 없어요. 옐로카드 두장이면 이미 겁을 먹고 조심을 하지요.

나: 우리딸 대단하다. 그새 선생님의 좋은점을 세가지나 찾아내고...

연우: 제가 눈이 밝잖아요.

나: 그래, 앞으로도 다른 사람의 좋은점이 무엇인지 잘 찾아봐. 남의 좋은점을 잘 찾는 아이는 눈만 밝은게 아니고 마음도 밝은 아이가 될거야.

연우: 조금더 노력해야 마음도 밝아질수 있겠군요. 저는 아직 좋은점을 많이 찾아내진 못했거든요.

 

연우의 눈빛이 씩씩하고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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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5-18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정말 대단한 연우예요.
제가 보기엔 눈이 아니라 마음이 맑은 연우인데요. ^ ^.

프레이야 2007-05-18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고 밝은 눈빛의 연우를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제가 다 기쁘네요.
상대의 좋은점을 발견하는 눈을 가진 연우, 너무 예뻐요.
정말 눈 밝은 사람 마음 밝은 사람!

Mephistopheles 2007-05-18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연우때문에 반성하는 메피스토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7-05-21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 연우는 가끔씩 황당하기도 하답니다...^^
알토란같은 홍.수가 반짝반짝하네요...^^
나침반님/ 아이들은 어른과는 다른눈을 가지고 더 가지고 있나봐요...^^ 잘 지내시지요?

건우와 연우 2007-05-2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연우가 자라면 세상을 깊게 봤으면 좋겠어요.
혜경님의 사진이나 글처럼요...
메피님/ 어른이 된다는건 합리적이고 사려깊어지지만 아이들처럼 마냥 순수할수만은 없겠지요. 그래도 메피님의 카리스마와 유머는 여전히 많은이들의 기쁨인걸요.^^
 

어제는 스승의 날이라 학교도 재량휴업을 하고, 평소같으면 알아서 아이들 챙겨주던 건우아빠도 스승의날 행사가 있다며 가 버리고 나니 별수 없이 건우와 연우만 집에 남았다.

숙제며 간식을 챙겨주긴 했지만 요기가 될것 같진 않아 건우에게 돈을 주며 점심에는 분식집에라도 가서 연우랑 먹을 김밥이라도 사먹으라고 일러두었다.

일하는 내내 두녀석은 번갈아 전화를 하며 숙제마친 보고며, 간식을 먹는다는 보고에 둘이 싸운 내용을 일러바치기까지 자신들의 일상을 자세히도 보고를 했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이제 슬슬 배고플 시간인데 녀석들이 점심을 잘 해결하고는 있는지 궁금하던차에 휴대전화로 여지없이 보고전화가 왔다.

 

연우: 엄마,  오빠랑 점심으로 김밥을 먹었는데요...

나: 오빠가 김밥을 사왔구나...

연우: 그게 아니구요, 저랑 오빠가 같이 가서 먹었거든요. 김밥 두줄 달라고 하니까요 아줌마가 된장국물도 주시구요 단무지도 주셨어요. 엄마는 김밥만 사오시곤 했는데 가서 먹으니까 아주 맛있고 좋더라구요.

나: 집으로 사온게 아니고 식당에서 먹었어?

연우: 네. 그리구요 아줌마가 김치도 줄까?하셨는데 그건 제가 거절했어요. 그런데 오빠랑 둘이서 먹는데 다른 사람들이 우릴 몰래몰래 쳐다보더라구요.

나: 왜?

연우: 제생각엔 그사람들이 우릴 가출남매로 보는것 같았어요...

 

순간 나는 명치끝이 아린데 연우는 연신 끼드득대며 설명을 했다. 오빠랑 둘이서만 식당에 가서 음식을 시켜먹은게 엄청난 모험처럼 느껴졌던 모양이었다.

 

연우: 점심도 먹구요, 오빤 용돈챙겨서 소아과에도 다녀왔어요. 목도 좀 아프구요, 어지럽다고 하더라구요. 의사선생님이 폐렴이 될수도 있으니 푹 쉬라고 했대요. 근데요, 오빠가 포카리스웨트를 자기꺼만 사왔어요. 엄마 저도 감기기가있으니 먹어도 돼지 않을까요?

나: 오빠혼자 병원에 다녀왔어?

연우: 네. 동네소아과니까 다녀와서 엄마한테 얘기한다구요.

나: 응 알았어. 이온음료는 둘다감기기가 있으니 엄마가 너도 하나 사다줄께. 오빠한테 속이 거북하면 더이상 음식먹지말고 이온음료 마시고 있으라 그래. 너무 차갑지 않게 냉장고에 넣지말고...

 

네하고 대답하는 연우의 목소리가 신이 났다.

재량휴업일 내내 두녀석은 엄마에겐 전화로 보고하며 하루가 가출남매처럼 모험이었나보다.

제엄마야 속이 뜨끔하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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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5-16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짠하기도 하고 대견스러운 느낌이 들게하는 페이퍼입니다..^^

물만두 2007-05-16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연우님 너무 짠해하지마세요. 아이들도 엄마 마음 다 알겁니다. 밝고 이쁘게 생각하세요.^^

무스탕 2007-05-16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조금 더 컸구나... 하고 생각하세요.
건우랑 연우도 엄마맘 다 알고 서운해 하지 않을거에요 ^^

홍수맘 2007-05-16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음이 아프네요. 그래도 둘이서 나름 잘 해나가는 모습에 대견해 보이기도 하구요. ^ ^.

sooninara 2007-05-16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대견스럽네요. 엄마 마음은 짠하지만..
아이들이 저렇게 맑고 착하게 자라주면 무슨 걱정이겠어요^^

푸하 2007-05-16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출 남매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른사람이 몰래 쳐다 본 이유는 넘 귀여워서 그런 듯해요. ㅎㅎ

치유 2007-05-16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쁜 아이들..참 대견스럽네요..건우는 정말 의젓한 오빠에요..

로드무비 2007-05-17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건우처럼 혼자 병원에 가면 참 좋겠는데.
(마이도러는 주로 이비인후과에 가요.)
사랑스러운 남매 소식 오랜만에 듣습니다.^^

건우와 연우 2007-05-17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이젠 제법 둘이서 많은 일들을 해치우곤 하는데, 익숙한 모습들이 좀 안쓰럽지요... 안녕하시지요?
만두님/ 오랫만에 들어오다보니 건강하셨지요? 안쓰러운건 엄마마음 뿐이고 애들은 멀쩡한가봐요.^^
무스탕님/ 저렇게 어느날 훌쩍 다 커버려서 가버리면 또 그게 미안할것 같아요. 그래도 님의 말씀이 고맙습니다.^^
16일 14:45분 속삭이신님/ 잘지내시지요? 자주 못와도 님의 서재는 훔쳐보곤 하는데, 님도 요즘 좀 뜸하셨나봐요. 보고싶었어요.^^
홍수맘님/ 홍수맘님 서재에 몇번을 들락거렸어도 인사도 못했는데, 아이들이 참 예뻐요.^^
수니님/ 이사오셨군요. 은영이랑 재진이는 여전히 재기발랄남매로 잘 지내지요?
저흰 다음달에 몽땅 보따리챙겨 남하할일로 제정신이 아닌데...ㅜ.ㅜ
푸하님/ 정말 오랫만이지요? 하시는일은 잘 돼시구요? 아이들은 둘만 놔두면 꼭 덜큰 들고양이같이 좀 측은해보이기도해요...
반가운 배꽃님/ 건강은 어떠신가요? 오랫만이다보니 정말 안부가 궁금했어요....
건우는 너무 애어른이라 담임선생님은 좀 안쓰럽다 하시더라구요...
로드무비님/ 씩씩한 주하는 학교에서 기발한 일들을 벌이고 있지는 않은가요?
주하소식도 궁금해요...^^

이렇게 게으른 서재에도 들러주시고... 감사드려요. 꾸벅.
유월이면 보따리싸들고 집이며 직장이며 모조리 이전을 해야해서 좀 제정신이 아니랍니다.
그래도 정신날때마다 찾아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