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돌아보니 사십이 넘었다.

이제 인생의 반은 살았구나하고 돌아보니 좋았던 기억은 부끄러운 실수와 함께 드문드문하고 훨씬 더 잦은 기억이 부끄러움이다.

이곳에 이사와 짧은 기간에 자질구레한 사건사고에 휘말려 지내다 근무부서도 바뀌고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다보니 머리가 둔해져 하루하루가 벅차다.

그래도 쉬 싫은 내색을 보이지 않는 주위사람들을 보며 과거 자신만만했던 내 모습이 뒤늦게 가소롭다.

 

   오늘은 성급한 봄 햇살이 창밖에 넘실거리는 와중에 노조위원장 이취임식을 했다.

낯익은 이들의 모습을 오랫만에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세상의 변화속에 숨죽이며 늙어간 우리,

이제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 도도한 흐름속에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복고의 추억이 아니길 바라며 그들사이에서 건배를 하며 문득 그들과 나의 흰머리가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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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2-29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소를 "현명"으로 바꾸고 싶다는..^^
 

살아가는게 단순명료했으면 좋겠다.

 

어제는 이번 겨울들어 가장 춥다더니, 오늘은 문득 봄이 발치께 어른거리는 듯 하다.

사람마음도 며칠을 지키는게 쉽지 않은데, 요즘은 날씨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점심을 회사밖으로 나가서 먹고 돌아오는데 창밖 햇살이 제법 따스하다.

그러나 방심하지 말아야지.

햇빛에 마냥 누그러져, 불시에 들이닥치는 꽃샘추위에 호되게 당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하리라 마음 먹는다.

조변석개로 변하는 인심에 대처하기에도 벅찬데 감기라도 된통 걸리고 나면 봄이 황망히 멀어질일이니.

올봄엔 아이들 내의도 좀 늦게 벗기고 외투도 느지막히 챙겨 넣으리라.

 

나이를 먹어갈수록 새로이 맞는 봄조차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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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2-14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 해가 길어진 걸 보고 봄이 온다는 생각을 가지곤 합니다..^^
잘 지내시죠?

무스탕 2008-02-15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창밖에 내다보고 있으면 햇볕이 좋아서 따스해 보이는데 허술하게 나갔다간 큰 코 다친다니까요..
개나리 필때까지 방심하지 말자구요 ^^*

건우와 연우 2008-02-15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잘지내시지요? 길다싶던 겨울도 끝이 있나봐요. 해가 제법 길어졌지요....
행복한 봄맞으세요.^^
무스탕님/ 그러게요. 오늘만해도 햇볕이 참 좋았는데 저녁엔 언제 그랬냐는듯 바람이 차더군요. 건강하세요.^^
 

세상일이라는게 진행되기 시작하면 일정한 방향과 속도를 가지고 진위여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모양을 형성해나가기도 한다.

뒤통수를 친 이는  그이대로 만신창이가 되었고, 나는 나대로 분이 가라 앚지 않아  새벽이면 벌떡벌떡 일어나 창밖을 본다.

사람에 대한 믿음을 버려야 한다는건 참으로 쓰라린 일이다.

사람을 믿지 못한다고 해서 살아가지 못할 것 까지야 없다.

그러나, 신뢰가 바탕이된 관계가 주는 잔재미와 정서적 안정감을  잃는다는 것은 나이 사십에도 적지 않은 손실이다.

 

 

하루종일 드라마를 쏟아내는 케이블채널을 보다가 몇년전 퇴사한 입사동기B와 통화를 했다.

피곤으로 갈라진 목소리로 한참을 얘기하고 들어주는 그녀.

까칠한 성격에 빈말 못하는 성격의 그녀가 한참을 듣더니 쓰게 웃는다.

직장다니는 여자들, 나이들수록, 일좀 할수록 늘 뒷통수를 조심하고 한수뒤를 경계하고 살아야 한다고, 나 빠지면 결국 죽도 밥도 안되게 정보나 업무를 공유하고 교육시키는 일따위는 절대 하지 말라고...

 

 

업무에 관한 정보를 최대한 공유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유사시에도 업무는 일사분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믿었던건 순진무구한 어린애의 사고였던것일까...

직장은 정글이 아니라고, 나는 직장에서 동료를 밟고 올라서는게 아니라 함께 평화로이 친구도 되고 선배도 되는 <관계>를 꿈꾸었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 믿음이 바람직하지 않은 어리석은 판단이었다는 결론앞에 서 있다.

고양이처럼 발톱을 곧추 세운채 갈아야하나, 발톱을 흉기처럼 갈아두어야 하나, 마음이 자꾸만 독버섯처럼 얼룩덜룩해지는 가을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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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0-21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역시 세상은 절대 무릉도원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니까요..^^

건우와 연우 2007-10-21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오신 메피님, 얼굴이 무서워지셨네요.^^
가을이 깊어가니, 마음도 썰렁하네요. 건강하세요.^^

조선인 2007-10-21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뒤통수... ㅠ.ㅠ

홍수맘 2007-10-22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힘드시구나~."
이 어려움을 얼렁 극복하시길 ....

전호인 2007-10-22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쟁이라는 것은 공정함이 바탕이 되어야 겠지요.
그것도 하나의 신뢰가 될 테니까요 그런데 마음 같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다들 내맘 같지가 않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힘내시길.....

2007-12-13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옮겨온 곳은 층층시하다.

부서가 좀더 큰 기관으로 이관되고 보니 윗분도 더 늘어나고 관리감독자도 많아졌다.

그래도 일만 잘 한다면야, 무탈한  나날들이 이어지리라고 방심했다.

과거, 워낙 거하게 찍혔던 전력이 있는지라, 어차피 총대만 메지 않으면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분위기는 예서도 여전 할 것이고 나는 정말이지 내 일에 너무나 자신만만했던 거였다.

그러나 세상 일이라는게 어디 그리 간단명료한게 흔하단 말인가, 단순한건 나만이었던거다.

사고는 의외의 곳에서 터졌고, 현재 내 업무가 아니어서 연락조차 받지 못한 사고가 경위조사과정에서 윗분께 업무설명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예사로 듣고 설명을 마치고 나니, 어느새 그 사고의 주무 담당 관리자로 내가 보고되어 있었다.

머리검은 짐승은 키우는게 아니라더니, 머리 검은 짐승은 함부로 믿어서도 아니되는 것인지...

뒷통수를 맞은 사실보다 분했던건, 그런이들에게 내가 뒤통수를 쳐도 될만큼 만만히 보였다는 사실이었다.

속내를 아는 이들은 대부분 혀를 차기도 하고 어차피 간단한 경고차원에서 끝나리라고 하지만, 징계의 내용보다는 사람의 면면을 본것이 이 나이에도 생경한 허탈감을 불러온 것은 내가 아직도 유아적 사고 수준에 머물렀다는 반증일 것이다.

정치적인 처신을 좀 하라던 십년전 선배의 충고가 생각나는 가을,

나는 진화하고 있는 것일까, 노회해지는 것일까....

가을은 노란 볏잎위에 날것같은 햇살로 다가오고, 나는 사람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앞에 날것으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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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0-05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연우님, 오랜만이에요. 가을이 완연한데 반가워요^^
정치적 처신, 저도 참 잘 못하고 살지요. 그렇게 살래요, 그냥.
님, 진화하는 가을 되시길요.. ^^

치유 2007-10-05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이네요..반가움에 달려와 빙빙맴돌며 서성이다 갑니다.

2007-10-05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05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07-10-05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찾아보니 제가 님 서재에 글 남긴지가 석달 가까이 되네요 --;;
어찌 지내셨는지요? 환절기에 감기같은 몹쓸 녀석과 동행하고 계시진 않으신지요?
정말 소소한 가족관계에서부터 정신없는 사회생활까지 모두가 내 맘 같다면 걱정이 없겠지요..
그저 흘릴것은 흘리고 챙길것은 챙기고 크게 맘 다치지 않고 베풀 만큼은 베풀수 있는 평온한 나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Mephistopheles 2007-10-05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저라면 기회를 노렷다가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뒷통수를 가격할 껍니다^^
 

잠옷바람으로 뒹굴거리던 연우가 다리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연우: 엄마, 다리에 점은 왜 생기는 거예요?

나: 몰라.

연우: 그러지 말고 생각좀 해 보세요.

나: 네 점에게 물어봐.

연우: 아이, 엄마 좀 과학적으로 생각해보시라니깐요.

나: 네 점에게 과학적으로 물어봐.

연우: 엄마가 요즘들어 너무 생각이 없어진다니깐요. 쯧쯧...

생각이란걸 하고 살면, 세상이 과학적으로 설명되어지고 이해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 할 수록 무기력증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일상이 이어지면서, 만화와 드라마를 넋놓고 보는 시간이 계속된다.

세월아 훌쩍 지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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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7-10-03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차니즘? &^^;
오랜만이네요.. 귀여운 연우...

건우와 연우 2007-10-05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오랫만이시네요? 건강하신가요?
모녀의 귀챠니즘이 날로 기승을 부리는 가을 초입이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