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스승의 날이라 학교도 재량휴업을 하고, 평소같으면 알아서 아이들 챙겨주던 건우아빠도 스승의날 행사가 있다며 가 버리고 나니 별수 없이 건우와 연우만 집에 남았다.

숙제며 간식을 챙겨주긴 했지만 요기가 될것 같진 않아 건우에게 돈을 주며 점심에는 분식집에라도 가서 연우랑 먹을 김밥이라도 사먹으라고 일러두었다.

일하는 내내 두녀석은 번갈아 전화를 하며 숙제마친 보고며, 간식을 먹는다는 보고에 둘이 싸운 내용을 일러바치기까지 자신들의 일상을 자세히도 보고를 했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이제 슬슬 배고플 시간인데 녀석들이 점심을 잘 해결하고는 있는지 궁금하던차에 휴대전화로 여지없이 보고전화가 왔다.

 

연우: 엄마,  오빠랑 점심으로 김밥을 먹었는데요...

나: 오빠가 김밥을 사왔구나...

연우: 그게 아니구요, 저랑 오빠가 같이 가서 먹었거든요. 김밥 두줄 달라고 하니까요 아줌마가 된장국물도 주시구요 단무지도 주셨어요. 엄마는 김밥만 사오시곤 했는데 가서 먹으니까 아주 맛있고 좋더라구요.

나: 집으로 사온게 아니고 식당에서 먹었어?

연우: 네. 그리구요 아줌마가 김치도 줄까?하셨는데 그건 제가 거절했어요. 그런데 오빠랑 둘이서 먹는데 다른 사람들이 우릴 몰래몰래 쳐다보더라구요.

나: 왜?

연우: 제생각엔 그사람들이 우릴 가출남매로 보는것 같았어요...

 

순간 나는 명치끝이 아린데 연우는 연신 끼드득대며 설명을 했다. 오빠랑 둘이서만 식당에 가서 음식을 시켜먹은게 엄청난 모험처럼 느껴졌던 모양이었다.

 

연우: 점심도 먹구요, 오빤 용돈챙겨서 소아과에도 다녀왔어요. 목도 좀 아프구요, 어지럽다고 하더라구요. 의사선생님이 폐렴이 될수도 있으니 푹 쉬라고 했대요. 근데요, 오빠가 포카리스웨트를 자기꺼만 사왔어요. 엄마 저도 감기기가있으니 먹어도 돼지 않을까요?

나: 오빠혼자 병원에 다녀왔어?

연우: 네. 동네소아과니까 다녀와서 엄마한테 얘기한다구요.

나: 응 알았어. 이온음료는 둘다감기기가 있으니 엄마가 너도 하나 사다줄께. 오빠한테 속이 거북하면 더이상 음식먹지말고 이온음료 마시고 있으라 그래. 너무 차갑지 않게 냉장고에 넣지말고...

 

네하고 대답하는 연우의 목소리가 신이 났다.

재량휴업일 내내 두녀석은 엄마에겐 전화로 보고하며 하루가 가출남매처럼 모험이었나보다.

제엄마야 속이 뜨끔하거나 말거나....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7-05-16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짠하기도 하고 대견스러운 느낌이 들게하는 페이퍼입니다..^^

물만두 2007-05-16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연우님 너무 짠해하지마세요. 아이들도 엄마 마음 다 알겁니다. 밝고 이쁘게 생각하세요.^^

무스탕 2007-05-16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조금 더 컸구나... 하고 생각하세요.
건우랑 연우도 엄마맘 다 알고 서운해 하지 않을거에요 ^^

홍수맘 2007-05-16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음이 아프네요. 그래도 둘이서 나름 잘 해나가는 모습에 대견해 보이기도 하구요. ^ ^.

sooninara 2007-05-16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대견스럽네요. 엄마 마음은 짠하지만..
아이들이 저렇게 맑고 착하게 자라주면 무슨 걱정이겠어요^^

푸하 2007-05-16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출 남매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른사람이 몰래 쳐다 본 이유는 넘 귀여워서 그런 듯해요. ㅎㅎ

치유 2007-05-16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쁜 아이들..참 대견스럽네요..건우는 정말 의젓한 오빠에요..

로드무비 2007-05-17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건우처럼 혼자 병원에 가면 참 좋겠는데.
(마이도러는 주로 이비인후과에 가요.)
사랑스러운 남매 소식 오랜만에 듣습니다.^^

건우와 연우 2007-05-17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이젠 제법 둘이서 많은 일들을 해치우곤 하는데, 익숙한 모습들이 좀 안쓰럽지요... 안녕하시지요?
만두님/ 오랫만에 들어오다보니 건강하셨지요? 안쓰러운건 엄마마음 뿐이고 애들은 멀쩡한가봐요.^^
무스탕님/ 저렇게 어느날 훌쩍 다 커버려서 가버리면 또 그게 미안할것 같아요. 그래도 님의 말씀이 고맙습니다.^^
16일 14:45분 속삭이신님/ 잘지내시지요? 자주 못와도 님의 서재는 훔쳐보곤 하는데, 님도 요즘 좀 뜸하셨나봐요. 보고싶었어요.^^
홍수맘님/ 홍수맘님 서재에 몇번을 들락거렸어도 인사도 못했는데, 아이들이 참 예뻐요.^^
수니님/ 이사오셨군요. 은영이랑 재진이는 여전히 재기발랄남매로 잘 지내지요?
저흰 다음달에 몽땅 보따리챙겨 남하할일로 제정신이 아닌데...ㅜ.ㅜ
푸하님/ 정말 오랫만이지요? 하시는일은 잘 돼시구요? 아이들은 둘만 놔두면 꼭 덜큰 들고양이같이 좀 측은해보이기도해요...
반가운 배꽃님/ 건강은 어떠신가요? 오랫만이다보니 정말 안부가 궁금했어요....
건우는 너무 애어른이라 담임선생님은 좀 안쓰럽다 하시더라구요...
로드무비님/ 씩씩한 주하는 학교에서 기발한 일들을 벌이고 있지는 않은가요?
주하소식도 궁금해요...^^

이렇게 게으른 서재에도 들러주시고... 감사드려요. 꾸벅.
유월이면 보따리싸들고 집이며 직장이며 모조리 이전을 해야해서 좀 제정신이 아니랍니다.
그래도 정신날때마다 찾아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