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우아빠가 아침 9시쯤에 가까운 고등학교로 텝스를 치러간다고 말해둔지라 일요일아침의 달콤한 늦잠은 물건너갔다.
평소에 여섯시조금 넘으면 애들을 죄 깨워버릇했더니 별다른 씨름도 하지 않고 일어났다.
그런데 아침상앞에서 평소에 하지 않던 반찬투정을 한다.
건우. 연우: 엄마 먹을게 없어서 더 못먹겠어요.
나: 엄마는 원래 요리에 별로 취미가 없거든. 그래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 청국장찌개도 끓이고, 생선도 굽고, 연근도 튀기고 했잖아. 그럼 먹을 만큼은 먹어주는게 예의라고 생각해. 먹을게 없다니? 멸치볶음도 있고, 김도 있고.... 더이상의 메뉴는 엄마능력으론 무리야. 그러니까 엄마랑 사는 동안은 엄마솜씨에 너희들의 입맛을 맞춰.....
두녀석의 때아닌 반찬투정에 심술이 났다.
원래 음식솜씨가 썩 좋지는 않지만, 밥상앞에서 반찬투정에는 평소 애어른없이 가차없이 굴었던지라 좀 의외이기도 했다.
평소같으면 반찬투정을 한날은 거의 예외없이 반찬투정을 한 사람이 아빠랑 청소에 식사당번까지 시켜먹어왔는데 애들아빠는 시험치러간다고 아침부터 서두니 별 생각도 들지 않고 짜증만 울컥했다.
결국 아이들 밥그릇에 약간 남아있는 밥을 청국장찌개에 쓱쓱 비벼주고 차례대로 앉아 빨리 먹으라고 채근을 한게 화근이었다.
건우밥그릇을 밀어주는데 척추쯤에서 십센티가 조금 넘을것같은 길이로 불같은 통증이 등을 타고 올라왔다.
오분쯤 숨도 막히고 꼼짝을 못하고 있다가 시험치러 나간다는 남편을 불러세워 찜질팩을 데우고 드러누웠다.
그렇게 누울수도 앉을수도 없던 상태가 찜질을 서너번 되풀이하니 온전치는 않지만 조금씩 움직이는게 가능해졌다.
제아빠가 없는사이 건우는 찜질팩을 데워오고 자잘한 심부름을 하면서 공부도 하고 연우 읽을책을 챙겨주고 꼬마천사로 돌변했다.
시험을 마치고 돌아온 건우아빠까지 가세해 점심챙겨주고 연우는 허리를 주물러주겠다고 덤비고, 가만히 누워 일요일 하루를 책읽으며 보내는 재미가 그놈의 허리통증만 아니라면 꽤 쏠쏠한 것이었다.
이제 명절연휴의 시작인데, 이렇게 확 누워버려.
핑계김에 추석도 제껴볼까하고 사특한 생각으로 일요일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통증과 함께 아침이다.
아무래도 더 버틸 통증은 아닌것 같다.
고개를 아래로 숙여도 보고 누워 다리도 들어보고 해 봤건만 내심 속으로는 병원을 서둘러 다녀와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꾸물거리게 된다.
혹시 이거 명절증후군이 척추로 간거 아냐.
어쨌든 더는 미루지 말고 병원에 다녀올 일이다.
.....
우와, 어쨌든 추석연흅니다. 다들 온가족이 함께 일하고, 일하지 않는자 숟가락도 들지 못하게 하면서 행복한 명절 보내세요.
저는 미루었던 진찰받으러 병원갑니다.
일가친척들 부려먹는것도 내몸이 성해서 웃어가며 부려먹어야겠어요.^^
행복한 추석 맞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