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깨우기 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 1
이어령 지음, 노인경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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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이어령 선생님이 어린이를 위해 쓴 '춤추는 생각학교 시리즈'로 예전에 웅진에서 출판됐던 책이다. 막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던 2005년 겨울방학에 동사무소 도서실에서 빌려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는데, 아이는 재밌고 좋은 책이지만 너무 꽉 차서 질린다고 즐겨 읽지 않았다. 그래서 시리즈를 구매하려다 말았던 아쉬운 책인데, 푸른숲 개정판을 보니 편집도 널널하고 삽화도 재밌어 아이들이 좋아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독자가 호감을 갖지 않으면 읽히기 어려운데, 이 책은 읽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잘 만들어 별 다섯이다.

  

생각을 깨우고 생각을 춤추게 하라는 저자의 말씀처럼 차례부터 보통 책과 달라서, 차례만 봐도 생각이 신나게 춤출 것처럼 보인다.^^ 앞 뒷마당과 여덟 개의 본 마당을 두어, 생각을 키우는 훈련과정을 보여 준다.

할아버지가 손주를 데리고 조곤조곤 일러주듯, 쉽고 재밌는 지식이 많이 담긴 보물책이다.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만 들어도 똑똑해지고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는 어린이가 될 것 같다. 생각의 생각에 꼬리를 물고 나오는 글을 읽다 보면 '아, 생각은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저절로 깨닫게 된다. 학교에서 뭘 질문했는지 확인하는 유대인 부모는, 그냥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갖게 한다. '왜, 어떻게?'라는 호기심을 쑥쑥 키워 세상을 바꾸는 생각을 깨우자.

 

'다르게 생각하고 싶다면 다르게 보기부터' 하라고 말한다. 다윈은 꼼꼼히 관찰하고 분류해서 진화론을 주장한 '종의 기원'을 세상에 내놓았고, 모두가 중국의 그림을 흉내낼 때 살아 움직이는 세상을 그린 김홍도 역시 관찰의 결과였다. 생각을 이미지로 만드는 것을 배운 헬렌켈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힘과 마음을 가졌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추리력은 생각의 틀을 깨고,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이 병풍에 그렸던 삼어(三漁)를 삼여(三餘)로 해석해, 하루의 마지막 밤과 겨울, 비오는 날처럼 여유가 있는 시간에도 학문하는 선비는 공부했다고 한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은 꿈을 이룰 수 있다. 손과 발과 몸이 생각의 힘을 키우는 바탕으로 그 생각을 실천해야 된다.

 

마지막엔 '나의 생각사전'이란 책 속의 책에서 창조성을 깨우는 생각도구로 호기심, 관찰, 형상화, 추리, 고정관념 벗어나기, 숨은 뜻 찾기, 실천의 일곱 가지를 소개했다. 이 책을 읽고 고정관념에 갇힌 내 생각도 벌떡 깨어나서 마음껏 훨훨 날면 좋겠다.^^ 아이들은 고정관념이 덜하니까 훨씬 생각을 깨우기가 쉬울 것 같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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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2009-11-03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어린데 엄마가 먼저 읽어봐도 좋겠지요?
장바구니에만 담아두고 아직 결제를 못하고 있어서요.^^
순오기님 리뷰를 보면 다 사고 싶어집니다.^^
날이 추운데 따땃하게 보냇길 바래요...

순오기 2009-11-03 20:53   좋아요 0 | URL
엄마가 읽어도 좋지요~ 아이들은 고학년은 돼야 읽을 수 있을 듯...
오늘은 좀 풀렸네요~ 님도 건강관리 잘하셔요.^^

같은하늘 2009-11-04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보고 한눈에 반했는데...
우리아이가 이해하기 보려면 한참 기다려야겠더군요.^^

순오기 2009-11-04 11:45   좋아요 0 | URL
우리 막내가 4학년때 읽고서 내용은 어렵지 않은데 땡기지 않는다고 했었죠.
개정판은 호감이 가게 잘 만들었어요.^^

꿈꾸는섬 2009-11-05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으네요. 시리즈인가봐요.

순오기 2009-11-06 19:37   좋아요 0 | URL
시리즈 10권이에요.^^
 
미용 학교에 간 하느님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3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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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신시아 라일런트 시집인데, 표지 그림을 이금이 작가 따님인 누리양이 그렸다. '미용 학교에 간 하느님'은 미국에서 2004년 보스턴글로브 혼북상을 받았고, 도서관협회추천도서였다고 한다. 이 시집은 우리에겐 낯설지만, 시 형식으로 쓴 소설이다. 그래서 읽고 나면 한 편의 소설을 본듯이 줄거리가 줄줄 꿰어졌나? 미국에선 일반화 된 장르라고 하는데, 신형건 시인의 번역이라 매끄럽게 읽힌다.  

 하느님도 우리처럼 세상 살면서 고스란히 희노애락을 느낀다니 놀랍고 즐거웠다.   

이런 책을 볼때마다 느끼지만 창의력이라는 게 참신한 발상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어쩜 이런 생각을 했을까? 늘 감탄하며 부러워 할 뿐이다. 신이 먼 곳에 있는게 아니라 바로 내 곁에, 내 안에 있다고 느끼는 특별한 독서였다. 너무나 인간적인 하느님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보시라.^^  

   
 

하느님이 미용학교에 갔어요 

하느님은 어떻게 하면
파마를 잘할 수 있는지 배우려고
그 곳에 갔는데
그만 손톱에 홀딱 반하고 말았지요.
그래서 하느님은 가게를 열고
'짐 네일케어'라는 간판을 내걸었어요.
'하느님 네일케어'라는 간판은
아무래도 내걸 수가 없었지요.
하느님을 경시하고
하느님 이름을 남용했다고 여겨
아무도 팁을 주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거든요. 

-하느님이 미용학교에 갔어요, 부분 7쪽-

 
   

이 얼마나 유쾌한 이야기인가? 하느님이 가게를 열면서 손님이 줄 팁을 생각해 당신 이름을 간판으로 내걸 수 없었단다. 하긴 가게에서 손님들이 내는 손톱관리비만 받아서 언제 돈을 벌겠는가? 돈많은 사모님들이 덥석 쥐어주는 팁이 더 많을 테니, 그들의 심사에 맞춰 서비스하는 것처럼 간판 이름도 무시할 수 없으렸다.ㅋㅋㅋ

하느님은 우리처럼 하고 싶은 것도 많으시다. 버려진 개를 데려와 '어니'라 이름 붙였고, 보트를 타고 소파도 샀다. 어떤 사람이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심장이 좀 빠르게 뛰는 병으로 의사도 찾아갔다. 배꼽에 문신을 한 평범한 남자가 되어 술집에 갔다가 그만 예수님을 욕하는 걸 듣고 싸움을 걸었다가 이성을 잃고 화가 폭발해 경찰에 체포됐단다. 남의 이름을 무심코 부르며 욕하지 말고 조심하라는 작가의 센스 있는 경고도 재밌다. 

하느님은 부끄러워서 가운을 입은 채 목욕을 했고, 스무 번 정도 넘어지지만 인라인스케이팅을 좋아했다. 감기에 걸린 하느님이 위엄있게 '그러지 말거라!' 호통치지 못하고 '그러지 말그랑! 코맹맹이 소리를 해서 만화책 몇 권과 주스, 기분을 좋게 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단다. 자~ 하느님은 누구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을까? 요걸 맞힌다면 당신은 정말 하느님 마음을 아는 사람이다.^^ 

하느님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최악의 일들을 그려낸 영화를 보고 펑펑 울었고, 사람들은 '성경'을 하느님이 쓴 거라고 말하지만, 하느님은 소년을 위해 딱 한 권의 책만 썼을 뿐이란다. 하느님도 휴식이 필요해 케이블 티브이를 즐기거나 하느님을 찾아 교회에 가기도 했다. 하느님은 에베레스트 산에 올라가, 애초에 모두 에베레스트 정상에 살게 했으면 싸움을 거는 일은 없었을 거라며 '다음번에 그러지 뭐' 생각하신다. 

하느님은 당신이 창조한 세상 모든 곳에 갈 수 있고, 당신이 지은 모든 피조물이 하는 일을 이미 아시지만, 오만 방자해진 피조물이 하느님을 잊고 살아서 세상에 다시 와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기독교의 하나님이 아닌 세상 모두의 하느님으로, 우리와 똑같이 사는 이웃을 만나는 기쁨과 감동을 준 시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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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11-02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다른분들 서재에서도 봤는데...
특이한 형식인것 같아요.

순오기 2009-11-02 10:34   좋아요 0 | URL
여름에 받았는데 이제 썼어요.ㅜㅜ
재밌어요~~ ^^
 
<옛그림 속 우리 얼굴>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옛 그림 속 우리 얼굴 - 심홍 선생님 따라 인물화 여행
이소영 / 낮은산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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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말에 공감을 불러 일으켰던 박동진 명창의 '제비 몰러 나간다'가 생각난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어륀지를 들먹이며 영어 몰입교육에 몰아넣으려고 안달이었다. 하지만 어륀지라 발음하지 않아도 오렌지를 사먹을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영어 발음이 문제가 아니라 내용의 빈곤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외국인에게 우리 것을 소개할래도 발음보다 우리 것을 너무 몰라서 말할 수 없다고 한다.ㅜㅜ 

이 책은 우리 그림에 대해 뭔가 알고자 하는 초등생에게 좋을 책이다. 7차 교육과정에선 3학년 미술책에 우리 그림이 소개되는데,  김득신의 '파적도'(교과서엔 '야묘도추'라고 나와 있다) 김홍도의 '서당'신윤복의 '미인도'를 만날 수 있다. 4학년 미술엔 우리 민화 '떡방아 찧는 토끼', 신사임당의 '수박과 들쥐'와 천마도가 나온다. 6학년 미술엔 민화 한점과 이중섭의 흰소 뿐이다. 우리 아이들이 배운 중학교 미술책에는 안견의 '몽유도원도', 김홍도의 '월야 선유도', 정선의 '서원소정', 윤두서의 '자화상', 김명국의 '달마도, 이암의 '모견도' 등과 몇 점의 민화와 현대작가의 작품이 실렸다. 고등학교 미술책도 크게 다르지 않아 학년이 올라갈수록 서양 미술에 더 비중을 두는 게 현실이다.   

옛사람들은 왜 얼굴을 그렸으며, 시대에 따라 어떤 얼굴을 아름답다 생각했는지 설명하고 있다. 초상화는 겉모습 뿐 아니라 정신까지 담아내는-전신사조(傳神寫照)를 중요시 했고,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 달빛에 비친 그림자를 따라 그리기도 했다. 화가의 생각이나 시대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그림을 그리려고 시도했고, 그림을 그릴 당시의 마음까지 남기는 꼼꼼함과 정직함을 엿볼 수 있다. 채제공의 초상화는 전통적인 배채법(背彩法-뒷면에 채색)으로 제작되었고, 여러 사람을 한 장에 같이 그리기도 했다니 오늘날 형제가 모여 사진을 찍은 것 같다. 황현의 초상화는 피부 결을 따라 가는 선을 그어 질감을 표현한 '육리문'이 잘 드러난다.   



신윤복의 미인도와 중국, 일본의 미인도를 비교하여 세 나라의 미의 기준이 어떻게 다른지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와 일본 그림은 같은 시기인데, 중국은 그보다 천년 전의 그림으로 비교한 것은 아쉽다. 적어도 같은 시기의 그림을 비교 평가하여 공통점과 다른점을 찾아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근엄한 초상화나 자화상보다 역시 친근감이 가는 건 풍속화 속의 우리 얼굴이다. 옛사람들의 생활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표정과 동작도 생생히 느낄 수 있어 좋다. 김홍도의 풍속화로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얼굴이나, 신윤복이 그린 여자와 남자의 차이점도 짚어 준다. 굉장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이정명 소설 '바람의 화원' 덕분에 김홍도와 신윤복 그림의 차이점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고, 오주석 선생님의 저서 '한국의 미 특강'은 우리 그림에 관심을 갖게 한 일등공신이다. 어린이들도 눈높이에 맞는 해설서로 우리 그림을 자주 접하다 보면 친근함을 갖고 그림 보는 안목도 키우게 될 것이다. '알면 사랑한다'고 했다. 어린이들이 우리 그림을 알고 사랑하는데 이 책은 충분히 보탬이 될 듯하다.  

옛그림 속 우리 얼굴을 아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오늘의 우리 얼굴을 비교하고 그려보도록 이끌어 준다. 얼굴형과 눈, 코, 입, 귀의 특징과 마음까지 담을 수 있도록 다양한 기법도 보충 설명했다. 내 얼굴을 관찰하고 청동거울 속에 그려본 후 화선지까지 덧붙여 자화상을 그려보도록 안내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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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바람 2009-11-01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상화를 보면 돈이 생각나요.정교할수록 위조의 가능성이 낮다고... 미인도 같은 그림도 화폐에 들어가면 좋겠어요. 실존 인물은 아니라도 대표적인 그림이잖아요.

순오기 2009-11-01 14:41   좋아요 0 | URL
흐흐~ 초상화와 돈!^^
미인도를 화폐에 넣겠다고 하면 난리 칠 인간들이 많겠죠.ㅋㅋ

꿈꾸는섬 2009-11-01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까지 올리니까 너무 좋은데요. 전 귀찮아서 그냥 글만 썼거든요.
이 책 참 괜찮은 것 같아요.

순오기 2009-11-01 14:41   좋아요 0 | URL
그림에서 얼굴을 만나자는 책이니까 그림도 보여줘야 할 거 같아서요.^^
 
독서·토론·논술 5학년 교과서 - 2008 한 권으로 끝내는
최윤도 지음 / 책과책사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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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기초는 독서에서 비롯되고 논술은 얼마나 많이 읽고 쓰는 습관을 가졌느냐가 좌우한다. 논술의 비법을 배운다고 해서 논리적인 글을 잘 쓰는 건 아니다. 독서의 결과로 자기 속에서 정리된 생각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표현하느냐의 문제다. 따라서 편식하지 않는 독서로 박학다식이 최고의 조건이라서 논술의 왕도는 많이 읽는 것이다. 책을 읽는 방법으로는 자기 수준에 맞고 재미있는 책, 교과서와 연계된 책, 독서감상문이나 독서일기 쓰기, 책의 흐름을 멈추지 말고 문장으로 줄줄 읽으라고 조언한다.

이 책은 초등 5학년 교과서에 실린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도록 모아 놓았다. 논술을 위한 지문이나 토론거리는 제시하지 않는다. 교과서에 실린 원작을 다 읽으면 좋지만, 그렇게 하기 어려운 어린이는 간추려 놓은 이야기를 읽어도 도움이 된다. 여기 실린 이야기는 교과서에 실린 것보다 작품 줄거리를 이해하기에 좋다. 초등 2~3학년도 짧은 분량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어린이들도 잘 아는 박제상, 로빈슨 크루소, 정몽주, 시애틀의 추장, 톰소여의 모험, 인어공주, 별주부전, 향을 쌌던 종이,  어리석은 농부의 소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베니스의 상인까지 11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중에 제일 낯설은 이야기로 '시애틀의 추장'을 소개한다. 1854년 미국의 프랭클린 피어스 대통령은 인디언으로부터 워싱턴주를 사겠다고 제안했다. 그때 두와이족과 수쿠아미족 추장인 '시애틀'이 1855년 승락의 조건으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다.   

   
  갓난 아기가 어머니의 심장에서 들려오는 고동소리를 사랑하듯 이 땅을 사랑한다. 우리가 땅을 사랑하듯 사랑하고, 우리가 보살피듯 보살피며, 그 땅에 대한 기억을 지금의 모습대로 간직해달라. 모든 힘과 능력과 정성을 기울여 그대의 자녀들을 위해서 그 땅을 보존하고, 신이 우리를 사랑하듯 그 땅을 사랑하라.  
   

미국 대통령은 자연과 자유로운 삶을 사랑했던 시애틀 추장과 그 인디언들의 영혼을 기리기 위해 그 지역을 '시애틀'이라고 이름 붙였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으로 친숙한 이름이지만 이렇듯 감동적인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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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소원 민화그림책시리즈 1
윤열수 이호백 기획.글 / 재미마주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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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화의 멋과 맛을 아는 어른들이 보면 좋을 책이다. 아이들은 그 의미를 잘 모르기 때문에 재밌어 하지는 않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좋아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박동진 명창의 소리를 곁들여 아이들에게 우리 민화의 매력을 느껴보도록 이끌어 주거나, 엄마와 아이랑 민화를 보며 재밌는 이야기를 뚝딱 만들어내도 좋을 그림책이다.

굶주린 호랑이가 토끼를 잡아먹으려 하지만, 토끼는 간식거리 밖에 되지 않으니 종으로 부리라고 한다. 호랑이는 말동무나 삼겠다며 토끼의 소원을 물어본다. 토끼는 속으론 '호랑이로부터 빠져나가는 것이 소원이다' 생각하며 다른 동물들의 소원을 들려준다. 한 면엔 동물들의 소원이 옆쪽엔 민화 속 주인공들을 보여준다.

토끼의 소원은 풍년이고, 닭의 소원은 건강, 거북이는 오래 사는 것, 두루미는 고결한 품성으로 사는 것이라고 토끼가 설명하면 호랑이는 '하지만' 한 가지를 덧붙여 말하며 다음에 나올 동물의 소원을 미리 보여주는 걸 눈치 챌 수 있다.

토끼가 "사랑하면, 저 원앙을 따를 동물이 있겠습니까? 언제나 부부가 떨어지는 일 없이 평생을 같이 하지요." 라고 말하면, 호랑이는 "부부 간의 사랑이 깊은 만큼 자식 복도 많아야 하지 않느냐?" 라고 말한다. 그 옆엔 금슬 좋은 원앙의 그림을 보여주니까 의미를 새기며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토끼는 "자식 복이라면 잉어를 따를 동물이 있겠습니까? 잉어는 많은 후손을 남기는 귀한 동물이죠." 라고 설명하고, 호랑이는 "이제 우리 동물들의 소원은 다 나온 것 같은데 좀더 재미있는 소원은 없을까?"라고 묻는다.
토끼는 이어서 재주꾼 원숭이, 주인의 사랑을 받는 개를 들려주고 호랑이는 유익한 하루였지만, 자기의 소원은 주린 배를 채우는 것이라며 먹이를 찾아 떠난다.

재치있는 언행으로 위기를 모면한 토끼의 지혜도 돋보이고, 너그러운 호랑이의 아량도 엿볼 수 있는 민화 이야기로, 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우리 옛이야기 속엔 토끼의 꾀에 넘어가는 어리숙한 호랑이가 많이 나오지만, 서로 약속을 지키고 좋게 마무리하니까 즐겁다.

맨 뒷장엔 그림책에 소개된 민화를 자세히 설명했다. 민화는 그린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니 화가는 없지만, 그림의 내용과 어디에서 소장하고 있는지 안내했다. 우리 것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애정을 갖고 살펴 보며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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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0-28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역시 재미마주예요! 기획이 훌륭하네요. 민화 속에 담긴 의미를 재밌게 짚어주네요. 오늘도 보관함은 만선이에요.^^

순오기 2009-10-28 09:20   좋아요 0 | URL
이 책 나온지 오래됐어요~ 재미마주 기획이 좋은 것들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