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의 소원 민화그림책시리즈 1
윤열수 이호백 기획.글 / 재미마주 / 2003년 10월
구판절판


우리 민화의 멋과 맛을 아는 어른들이 보면 좋을 책이다. 아이들은 그 의미를 잘 모르기 때문에 재밌어 하지는 않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좋아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박동진 명창의 소리를 곁들여 아이들에게 우리 민화의 매력을 느껴보도록 이끌어 주거나, 엄마와 아이랑 민화를 보며 재밌는 이야기를 뚝딱 만들어내도 좋을 그림책이다.

굶주린 호랑이가 토끼를 잡아먹으려 하지만, 토끼는 간식거리 밖에 되지 않으니 종으로 부리라고 한다. 호랑이는 말동무나 삼겠다며 토끼의 소원을 물어본다. 토끼는 속으론 '호랑이로부터 빠져나가는 것이 소원이다' 생각하며 다른 동물들의 소원을 들려준다. 한 면엔 동물들의 소원이 옆쪽엔 민화 속 주인공들을 보여준다.

토끼의 소원은 풍년이고, 닭의 소원은 건강, 거북이는 오래 사는 것, 두루미는 고결한 품성으로 사는 것이라고 토끼가 설명하면 호랑이는 '하지만' 한 가지를 덧붙여 말하며 다음에 나올 동물의 소원을 미리 보여주는 걸 눈치 챌 수 있다.

토끼가 "사랑하면, 저 원앙을 따를 동물이 있겠습니까? 언제나 부부가 떨어지는 일 없이 평생을 같이 하지요." 라고 말하면, 호랑이는 "부부 간의 사랑이 깊은 만큼 자식 복도 많아야 하지 않느냐?" 라고 말한다. 그 옆엔 금슬 좋은 원앙의 그림을 보여주니까 의미를 새기며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토끼는 "자식 복이라면 잉어를 따를 동물이 있겠습니까? 잉어는 많은 후손을 남기는 귀한 동물이죠." 라고 설명하고, 호랑이는 "이제 우리 동물들의 소원은 다 나온 것 같은데 좀더 재미있는 소원은 없을까?"라고 묻는다.
토끼는 이어서 재주꾼 원숭이, 주인의 사랑을 받는 개를 들려주고 호랑이는 유익한 하루였지만, 자기의 소원은 주린 배를 채우는 것이라며 먹이를 찾아 떠난다.

재치있는 언행으로 위기를 모면한 토끼의 지혜도 돋보이고, 너그러운 호랑이의 아량도 엿볼 수 있는 민화 이야기로, 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우리 옛이야기 속엔 토끼의 꾀에 넘어가는 어리숙한 호랑이가 많이 나오지만, 서로 약속을 지키고 좋게 마무리하니까 즐겁다.

맨 뒷장엔 그림책에 소개된 민화를 자세히 설명했다. 민화는 그린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니 화가는 없지만, 그림의 내용과 어디에서 소장하고 있는지 안내했다. 우리 것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애정을 갖고 살펴 보며 좋을 듯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노아 2009-10-28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역시 재미마주예요! 기획이 훌륭하네요. 민화 속에 담긴 의미를 재밌게 짚어주네요. 오늘도 보관함은 만선이에요.^^

순오기 2009-10-28 09:20   좋아요 0 | URL
이 책 나온지 오래됐어요~ 재미마주 기획이 좋은 것들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