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림 속 우리 얼굴>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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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속 우리 얼굴 - 심홍 선생님 따라 인물화 여행
이소영 / 낮은산 / 2009년 8월
평점 :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말에 공감을 불러 일으켰던 박동진 명창의 '제비 몰러 나간다'가 생각난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어륀지를 들먹이며 영어 몰입교육에 몰아넣으려고 안달이었다. 하지만 어륀지라 발음하지 않아도 오렌지를 사먹을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영어 발음이 문제가 아니라 내용의 빈곤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외국인에게 우리 것을 소개할래도 발음보다 우리 것을 너무 몰라서 말할 수 없다고 한다.ㅜㅜ
이 책은 우리 그림에 대해 뭔가 알고자 하는 초등생에게 좋을 책이다. 7차 교육과정에선 3학년 미술책에 우리 그림이 소개되는데, 김득신의 '파적도'(교과서엔 '야묘도추'라고 나와 있다) 김홍도의 '서당'과 신윤복의 '미인도'를 만날 수 있다. 4학년 미술엔 우리 민화 '떡방아 찧는 토끼', 신사임당의 '수박과 들쥐'와 천마도가 나온다. 6학년 미술엔 민화 한점과 이중섭의 흰소 뿐이다. 우리 아이들이 배운 중학교 미술책에는 안견의 '몽유도원도', 김홍도의 '월야 선유도', 정선의 '서원소정', 윤두서의 '자화상', 김명국의 '달마도, 이암의 '모견도' 등과 몇 점의 민화와 현대작가의 작품이 실렸다. 고등학교 미술책도 크게 다르지 않아 학년이 올라갈수록 서양 미술에 더 비중을 두는 게 현실이다.
옛사람들은 왜 얼굴을 그렸으며, 시대에 따라 어떤 얼굴을 아름답다 생각했는지 설명하고 있다. 초상화는 겉모습 뿐 아니라 정신까지 담아내는-전신사조(傳神寫照)를 중요시 했고,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 달빛에 비친 그림자를 따라 그리기도 했다. 화가의 생각이나 시대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그림을 그리려고 시도했고, 그림을 그릴 당시의 마음까지 남기는 꼼꼼함과 정직함을 엿볼 수 있다. 채제공의 초상화는 전통적인 배채법(背彩法-뒷면에 채색)으로 제작되었고, 여러 사람을 한 장에 같이 그리기도 했다니 오늘날 형제가 모여 사진을 찍은 것 같다. 황현의 초상화는 피부 결을 따라 가는 선을 그어 질감을 표현한 '육리문'이 잘 드러난다.
신윤복의 미인도와 중국, 일본의 미인도를 비교하여 세 나라의 미의 기준이 어떻게 다른지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와 일본 그림은 같은 시기인데, 중국은 그보다 천년 전의 그림으로 비교한 것은 아쉽다. 적어도 같은 시기의 그림을 비교 평가하여 공통점과 다른점을 찾아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근엄한 초상화나 자화상보다 역시 친근감이 가는 건 풍속화 속의 우리 얼굴이다. 옛사람들의 생활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표정과 동작도 생생히 느낄 수 있어 좋다. 김홍도의 풍속화로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얼굴이나, 신윤복이 그린 여자와 남자의 차이점도 짚어 준다. 굉장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이정명 소설 '바람의 화원' 덕분에 김홍도와 신윤복 그림의 차이점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고, 오주석 선생님의 저서 '한국의 미 특강'은 우리 그림에 관심을 갖게 한 일등공신이다. 어린이들도 눈높이에 맞는 해설서로 우리 그림을 자주 접하다 보면 친근함을 갖고 그림 보는 안목도 키우게 될 것이다. '알면 사랑한다'고 했다. 어린이들이 우리 그림을 알고 사랑하는데 이 책은 충분히 보탬이 될 듯하다.
옛그림 속 우리 얼굴을 아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오늘의 우리 얼굴을 비교하고 그려보도록 이끌어 준다. 얼굴형과 눈, 코, 입, 귀의 특징과 마음까지 담을 수 있도록 다양한 기법도 보충 설명했다. 내 얼굴을 관찰하고 청동거울 속에 그려본 후 화선지까지 덧붙여 자화상을 그려보도록 안내한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