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학교에 간 하느님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3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좋아하는 신시아 라일런트 시집인데, 표지 그림을 이금이 작가 따님인 누리양이 그렸다. '미용 학교에 간 하느님'은 미국에서 2004년 보스턴글로브 혼북상을 받았고, 도서관협회추천도서였다고 한다. 이 시집은 우리에겐 낯설지만, 시 형식으로 쓴 소설이다. 그래서 읽고 나면 한 편의 소설을 본듯이 줄거리가 줄줄 꿰어졌나? 미국에선 일반화 된 장르라고 하는데, 신형건 시인의 번역이라 매끄럽게 읽힌다.  

 하느님도 우리처럼 세상 살면서 고스란히 희노애락을 느낀다니 놀랍고 즐거웠다.   

이런 책을 볼때마다 느끼지만 창의력이라는 게 참신한 발상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어쩜 이런 생각을 했을까? 늘 감탄하며 부러워 할 뿐이다. 신이 먼 곳에 있는게 아니라 바로 내 곁에, 내 안에 있다고 느끼는 특별한 독서였다. 너무나 인간적인 하느님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보시라.^^  

   
 

하느님이 미용학교에 갔어요 

하느님은 어떻게 하면
파마를 잘할 수 있는지 배우려고
그 곳에 갔는데
그만 손톱에 홀딱 반하고 말았지요.
그래서 하느님은 가게를 열고
'짐 네일케어'라는 간판을 내걸었어요.
'하느님 네일케어'라는 간판은
아무래도 내걸 수가 없었지요.
하느님을 경시하고
하느님 이름을 남용했다고 여겨
아무도 팁을 주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거든요. 

-하느님이 미용학교에 갔어요, 부분 7쪽-

 
   

이 얼마나 유쾌한 이야기인가? 하느님이 가게를 열면서 손님이 줄 팁을 생각해 당신 이름을 간판으로 내걸 수 없었단다. 하긴 가게에서 손님들이 내는 손톱관리비만 받아서 언제 돈을 벌겠는가? 돈많은 사모님들이 덥석 쥐어주는 팁이 더 많을 테니, 그들의 심사에 맞춰 서비스하는 것처럼 간판 이름도 무시할 수 없으렸다.ㅋㅋㅋ

하느님은 우리처럼 하고 싶은 것도 많으시다. 버려진 개를 데려와 '어니'라 이름 붙였고, 보트를 타고 소파도 샀다. 어떤 사람이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심장이 좀 빠르게 뛰는 병으로 의사도 찾아갔다. 배꼽에 문신을 한 평범한 남자가 되어 술집에 갔다가 그만 예수님을 욕하는 걸 듣고 싸움을 걸었다가 이성을 잃고 화가 폭발해 경찰에 체포됐단다. 남의 이름을 무심코 부르며 욕하지 말고 조심하라는 작가의 센스 있는 경고도 재밌다. 

하느님은 부끄러워서 가운을 입은 채 목욕을 했고, 스무 번 정도 넘어지지만 인라인스케이팅을 좋아했다. 감기에 걸린 하느님이 위엄있게 '그러지 말거라!' 호통치지 못하고 '그러지 말그랑! 코맹맹이 소리를 해서 만화책 몇 권과 주스, 기분을 좋게 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단다. 자~ 하느님은 누구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을까? 요걸 맞힌다면 당신은 정말 하느님 마음을 아는 사람이다.^^ 

하느님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최악의 일들을 그려낸 영화를 보고 펑펑 울었고, 사람들은 '성경'을 하느님이 쓴 거라고 말하지만, 하느님은 소년을 위해 딱 한 권의 책만 썼을 뿐이란다. 하느님도 휴식이 필요해 케이블 티브이를 즐기거나 하느님을 찾아 교회에 가기도 했다. 하느님은 에베레스트 산에 올라가, 애초에 모두 에베레스트 정상에 살게 했으면 싸움을 거는 일은 없었을 거라며 '다음번에 그러지 뭐' 생각하신다. 

하느님은 당신이 창조한 세상 모든 곳에 갈 수 있고, 당신이 지은 모든 피조물이 하는 일을 이미 아시지만, 오만 방자해진 피조물이 하느님을 잊고 살아서 세상에 다시 와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기독교의 하나님이 아닌 세상 모두의 하느님으로, 우리와 똑같이 사는 이웃을 만나는 기쁨과 감동을 준 시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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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11-02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다른분들 서재에서도 봤는데...
특이한 형식인것 같아요.

순오기 2009-11-02 10:34   좋아요 0 | URL
여름에 받았는데 이제 썼어요.ㅜㅜ
재밌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