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칠 듯이 고여 있던 것을 단숨에 흘려내듯이 거기까지 말해 버린 야마우치의 아내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입을 다문 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우사의 눈빛을 느꼈을 것이다. 격렬하게 눈을 깜박이더니 당황하며 우사의 손을 놓고 몸을 뒤로 물렸다.
- P95

"몹시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군."
주조는 반쯤 놀리는 어투로, 반쯤은 걱정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 P100

우사는 문득 그리운 기분에 사로잡혔다. 뭘까, 이 느낌은 그리고 깨달았다. 게이치로 선생님께 이런저런 것들을 배울 때와 비슷하다. 우사가 묻고 작은선생님이 대답한다. 우사가 물은 것 이상의일까지 대답해 주실 때도 있었다.
사물의 이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 아직 모르는 것과 알고 싶은 것, 앞으로 어떻게 하면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가 하는방법.
- P115

어중간하게 똑똑한 것은 어리석은 것보다 불행한 법일세. 그것을 알고도 똑똑함을 선택할 각오가 없으면 지혜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편이 스스로를 위하는 길이야.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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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세 좋게 울었으니 배가 고플 테지. 보고 있던 나도 배가 고파 죽겠네."
무뚝뚝하게 말했지만 우사는 그래도 기뻤다. 와타베의 상냥한 마음이 몸에 사무쳤다.
- P12

 "비뚤어진 근성은 좋지 않아. 그러려면 차라리 화를 내게. 어차피 나는, 하면서 비뚤어진 생각으로 비비 꼬이는 것보다 솔직하게 화를 내는 게 훨씬 낫네."
- P13

 "호입니다. 그 아이를 마른 폭포에 두고 저만 행복해질 수는 없습니다. 안온하게 살 수는 없어요."
- P21

"이 아이처럼 무구한 존재야말로 어른들이 하나같이 길을 잘못들어 헤매고 있는 어둠을 거두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기 때문입니다."
헛된 공포, 아집, 욕심이나 미움, 하나하나 꼽아가며 말씀하신다.
- P48

목소리가 사람의 형태를 비추는 것이라면, 옥지기들의 목소리가 차분함을 잃고 있는데도 이 목소리만은 묵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P60

"나는 지금껏 이 아이의 순진함과 무지를 세상에 둘도 없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해 왔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아쉽기 그지없군. 아주 잠깐 동안 이 아이에게 못된 꾀를 빌려 주고 싶어. 이사태를 알게 해 주고 싶단 말일세."
- P82

"귀신이다. 악령이다 하며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남자가 네 목숨을 구해주었다. 가가 님이 네 목숨을 구해주셨단 말이다. 그리고 번을 위해, 집안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또다시 어린아이를 베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릴 뻔한 옥지기 중 누군가도 그 행위에서 구해주신 거란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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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적인 주지주의는 사람들의 힘을 인식으로 향하게 하고, 인식을 위한 노력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게함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나게 한다.
- P173

니체에게 바그너의 음악은 그리스 비극의 종언과 함께 서양의 역사를 지배해온 소크라테스주의와 그것의 천박한 아류적인 경향을 극복하는 결정적인 대안이었다. 그에 따르면 바그너의 음악에서 그리스 비극 정신이 부활했다. 따라서 니체는 이미 그 한계와 피로를 보이는 소크라테스주의의 명맥을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바그너의 음악을 통해 재탄생하고 있는 그리스 비극 정신을 수호할 것인지 결단할 것을 촉구한다.
- P183

가득 차 있다. 인간은 사물과 세계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름다운 인간, 즉 힘의 상승이라는 도취에 사로잡힌 인간만이 사물과 세계를 아름답게 보며, 그렇지 않은 인간은 사물과 세계를 추하고 무가치하며 무의미하게 본다.
- P190

니체는 비극에서 영웅이 겪는 고통과 운명은 비극의 영웅조차도 무자비하게 희생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으로 넘치는 세계의지를 표현한다고 본다. 이러한 세계의지를 니체는 디오니소스 신이라고 부른다. 비극은 유희하듯이 세계를 지었다가 파괴하는 디오니소스 신처럼 세계 내의 그 모든 고통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생을 유희하듯이 살라고 말한다. 



- P195

영원히 반복되기를 바랄 정도로 그대의 운명을 사랑하라
- P192

후기 니체는 인간들이 자신의 개체성을 망각하고 디오니소스적 황홀경에 몰입하는 것을 일종의 현실 도피이자 퇴폐이고 몰락이라고 본다. 또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영원회귀 사상이 디오니소스적인 태도를 가장 잘 구현하고 있다고 본다. 
- P199

니체의 사상은 보통 초기와 중기 그리고 후기로나뉜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를 엄격한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세 시기 사이에는 차이 못지않게 공통점과 연속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 P200

그리스도교와 플라톤주의는 이원론에 입각하여 현실 세계를 허망하고 악과 투쟁에 가득 찬 곳으로, 그리고 인간을 유한하고 죄많은 존재로 폄하한다.
- P205

고갱과 피카소가 과학과 주지주의와 이원론적인사고방식에 왜곡되지 않은 야성적인 삶의 근원적인 힘을 유럽이 아닌 타히티와 아프리카에서 발견했듯, 니체는 고대 그리스에서 그러한 힘을 발견했다.
- P208

예술에는 다양한 흐름이 존재하며, 인간의 성격도 삶도 다양하다. 따라서 모든 예술에 타당한 예술철학이나 모든인간에게 타당한 인간학을 제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니체가 『비극의 탄생』에서 전개한 사상은 예술은 무엇이고,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는 데 좋은 실마리가 된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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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이론적 낙천주의자의 원형이다. 그는 사물의 본성을 논리적 지성을 통해 철저하게 규명할 수 있다고믿는 것과 함께 논리적 인식이 만병통치약과 같은 효력을갖는다고 보면서, 오류를 악으로 파악한다. 지식과 추론에대한 과대평가와 함께 동정심, 희생심, 영웅심과 같은 가장고귀한 윤리적 행위까지도, 그리고 아폴론적 그리스인이 소프로슈네sophrosyne, 즉 ‘사려‘라고 불렀던 ‘잔잔한 바다와같은 영혼의 고요함‘마저도 이론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했다.
- P162

소크라테스주의나 근대 계몽주의를 신봉하는 자들은 사람들 사이의 모순과 갈등이 해소된 안락하고 평화로운세계를 희구한다. 그러나 이는 그들이 삶에 지치고 삶을 견딜 만한 힘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그리스인들은 생명력으로 충만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삶의 현실을 갈등과 모순 그리고 비극에 찬 삶으로서 흔쾌히 받아들였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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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 아이는 괜찮다고 말한 걸세. 겐슈 선생님이 믿고 들여보냈으니까."
타지 사람이니 죽어도 아깝지 않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호는 머리가 둔하니 오히려 나쁜 기에 당하지 않을 테고, 강할지도 모른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설령 호가 죽더라도 이번에는 이자키의 손따윈 빌리지 않고 사지 가의 겐슈 선생님이 직접 진단을 하면 어떻게든 얼버무릴 수 있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말을 해 봐야 우사를 안심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 P336

미네의 얼굴에 교태 어린 웃음이 떠올라 있다. 눈은 한결같이 빛나고 있다. 방금 전에 창으로 호타 신노스케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도 똑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죽이는 것이나 사랑하는 것이나, 강한 감정은 마찬가지라는 뜻일까.
- P365

우사는 등이 술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차가운 것이 방바닥에서 기어올라와 우사의 몸을 감싸려 하고 있다. 그 차가운 것의 정체를 우사는 이제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마른 폭포에서 관리가 왔다. 대장님은 끌려갔다. 집주인에게 뒷일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 P406

화내고 한탄하기보다 그저 갈라지고 쉰 목소리로 시치로베에가이렇게 말했다.
"둘 다 베였다고 하네."
차가운 것이 우사를 머리까지 삼켰다.
"아직 자세한 것은 몰라, 마른 폭포의 관리는 그 아이들이 목에걸고 있던 부적을 보았을 테지. 이름이 씌어 있었거든."
그래서 여기로 찾아온 것이다. 부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물속에 들어간 것도 아닌데 - 잘 아는 늘 어질러져 있지만 편안한 가스케 대장의 집 안에서, 늘 다로와 지로의 밝은 목소리가 가득 넘쳐나던 이 집 안에서-우사는 익사해 가고 있었다. 
- P407

그런데 우사는 울음을 터뜨렸다. 주먹을 쥔 채, 여름 한낮의 햇볕 아래에서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짙고 짧은 그림자를 밟고 소리 내어 울고 말았다.
- P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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