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블로그 글 복붙😊


📚 모래의 여자
아베 코보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 민음사 2001-11-10, 242쪽, 일본소설

10/26 수상한 책방 한스 @hans_books , 목요 독서모임


🫢 책방에서 열린 격주 목요 독서모임에 참여하며 읽게 된 책이다. 다른 분들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는데 이 책은 제목이 문제였다. 절대 나로서는 손에 잡을 제목이 아니었다. 그러나 추천자의 안목을 믿었고 궁금했다. 결론적으로 제목 제외하고 다 좋았다. 그런데 읽고나면 제목도 수긍이 간다.

마을 사람들에 대해선 모임분들의 평가가 엇갈렸으나, 나는 그들이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란 생각이 든다. 얼마 전 필사했던 강지혜 시인의 ‘초식동물‘이나, 채사장의 지대넓얕 제로에서 나온 코끼리의 영혼을 파괴하는 ‘파잔‘이 연상된 까닭이었다.

마지막 준페이의 결정 역시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나로서는 이해되면서도 수긍이 될 수 없었다. 나라면... 나왔을거다. 하긴 나라면 그렇게 그곳에 들어가지도 않았겠지만. 일상과 일탈에 대해도 생각해본다. 일탈이 된 곤충채집은 모래 속 일상이 된다. 준페이는 식수 만드는 걸 발견하지 않았어도 남아 있었을까?

여자에 대해서는... 뭔가 할 말이 많아지다가도 막상 할 말이 없다. 다만 나를 포함해 현대인들은 여자의 모습을 많이 닮지 않았나 싶다.

모임 분위기는 너무 좋았으나.. 병원가는 날과 일정이 계속 겹쳐 올 해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년에 일정 조정이 된다면 다시 도전해보기로 ㅠㅠ 11월에 일정이 변경되어 가능할수도..

🍂8월 어느 날, 한 남자가 행방불명되었다. 휴가를 이용하여 기차를 타면 반나절 정도 걸리는 해안으로 떠난 채 소식이 끊어진 것이다. 수색 신청서도 신문 광고도 모두 헛수고였다.
9

🍂
도망이 자신의 의지에 의한 것임을 알리는 성명서를 일부러 남거두고 온 것이나 다름없다. 현장에 있는 것을 이미 목격당했으면서도 꼼꼼하게 지문을 지워 오히려 범죄의 증거를남기는 어리석은 범인의 수법과 똑같지 않은가.
99

🍂
탈출구라고 생각하고 몸을 던진 철책의 틈새가 실은 우리의 입구였다는 것을 간신히 깨달은 짐승……. 몇 번이나 콧잔등을 부딪히면서야 비로소 어항의 유리가 통과할 수 없는 벽이라는 것을 안 금붕어………. 다시금, 알몸으로 내던져진 것이다. 지금 무기를 쥐고 있는 것은 그들이다.
120

🍂
가령 의무란것이 인간의 여권이라 해도, 어째서 그런 놈들에게까지 비자를 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인가! ......인생이란 그런 종잇조각이 아니지 않은가…... 반듯하게 덮인 한 권의 일기장이다...... 첫 페이지는 한 권에 한 페이지면 족하다. 앞 페이지에 이어지지 않는 페이지에까지 일일이 의리를 지킬 필요 따위 없다......설사 상대방이 굶어 죽어간다 해도, 일일이 상대하고 있을 여유는 없는 것이다…... 제길! 물! ……그러나 아무리 목이 마르다 해도, 죽은 사람 모두의 장례식에 돌아다녀야 한다면, 몸이 열이라도 남아나지 않는다!
124

🍂
막상 일을 시작해 보니, 생각했던 것만큼의 저항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 변화의 원인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물 배급이 중단될까 봐 두려워서인가, 아니면 여자에 대한 자책감 때문인가, 아니면 또 노동 자체의 성격 때문일까?
과연 노동에는, 목적지 없이도 여전히 도망쳐 가는 시간을 견디게 하는, 인간의 기댈 언덕 같은 것이 있는 모양이다.
153

🍂
눈여겨봐 두었던 낡은 가위를 손보자, 거의 예정한 시각이 되었다. 집을 나서며 힐끗 뒤돌아볼 때는 어쩐 일인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161

🍂
 그녀가 숙녀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매춘부도 아니었다는 것은 내가 확실하게 보장한다. 만약 보증서가 필요하다면 도장이야 열 번이든 스무 번이든 언제든 찍어줄 수있다. 그저 그녀는 나와 마찬가지로 왕복표에 매달리는 것 외에는 달리 재주가 없는 어리석은 여자였을 뿐이다. 
165

🍂
바다 쪽에 접해 있는 집들이 가림막 구실을 하는 덕분에 벼랑은 한결 낮고 사방용 섶나무 울타리가 그곳에서는 큰 도움이 되는모양이다. 바깥쪽 벼랑을 통하면 아마 마음대로 출입도 할수 있을 것이다. 자세를 약간 높이자 방안까지 훤히 들여다보였다. 부채꼴로 넓게 벌어져 있는 모래의 사면에 기와 지붕과 양철 지붕, 판자 지붕이 검게 모여 있고………… 빈약하나마 소나무 숲도 있고, 연못 같은 것도 보였다. 이까짓 풍경을 지키기 위해서 바다에 접해 있는 열 몇 채의 집이 노예의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168

🍂
노예들의 구멍은 지금 길 오른쪽에 줄지어있다.……. 군데군데 삼태기를 끌고 가는 고랑의 곁가지가 있고, 그 끝에 묻혀 있는 닳아빠진 가마니가 구멍의 존재를 알려주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다. 가마니에는 새끼줄 사다리가 걸려 있지 않은 곳도 있지만, 걸려 있는 가마니가 더 많은 듯했다. 이미 탈출 의욕을 상실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뜻일까?
168

🍂
<라디오와 거울…… 라디오와 거울......>
마치 인간의 생활이 그 두 가지만 있으면 성립될 수 있다고 믿는 듯한 집념이다. 과연 라디오도 거울도, 타인과의 관계를 연결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
어쩌면 인간이란 존재의 근원에 관계되는 욕망인지도 모르겠다. 
178

🍂
그제야 등뒤가 웅성거린다. 부삽이 도착한 모양이다. 신발 밑에 판자를 댄 남자 셋이, 엉거주춤 다가와 멀찍이서 그의 주변을 파기 시작했다. 모래가 푹푹 층을 이루며 퍼올려졌다. 꿈도 절망도 수치도 소문도, 그 모래에 묻혀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남자들의 손이 어깨를 잡았을 때도놀라지 않았다. 그렇게 하라고 명령하면, 바지를 내리고 보는 앞에서 똥이라도 싸질렀을 것이다. 하늘이 밝아졌다.
머지않아 달이 뜰 모양이다. 여자는 어떤 표정으로 나를 맞이할까? ····……어떤 표정이라도 상관없다………. 지금은 얻어맞아도 괜찮을 것같다.
194

🍂
「하지만, 순조롭게 성공한 사람, 없어요……지금까지단 한 명도……」여자는 눈물 어린, 그러나 마치 남자의 실패를 변호하듯 힘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아, 이 얼마나 비참한 친절함인가. 이 친절함이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다니, 너무 불공평한 것은 아닌가?
198

🍂
불현듯, 새벽빛 슬픔이 북받친다…... 서로 상처를 핥아주는 것도 좋겠지. 그러나 영원히 낫지 않을 상처를 영원히 핥고만 있는다면, 끝내는 혓바닥이 마모되어 버리지 않을까?
198

🍂
그 바늘의 춤에는 지구의 중심을 느끼게 할 만큼 무게가있었다. 반복은 현재를 채색하고, 그 감촉을 확실한 것으로 만들어준다. 
202

🍂
정말 생각해 보니, 언제 어떤 식으로 탈출의 기회가 찾아올지 전혀 앞을 내다볼 수가 없었다. 아무런 기약 없이 그저 기다림에 길들어, 드디어 겨울잠의 계절이 끝났는데도 눈이 부셔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구걸도 사흘을 계속하면 그만두기 어렵다고 한다…...
204

🍂
딱히 서둘러 도망칠 필요는 없다. 지금,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왕복표는 목적지도 돌아갈 곳도, 본인이 마음대로 써넣을 수 있는 공백이다. 그리고 그의 마음은 유수 장치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욕망으로 터질 듯하다.
털어놓는다면, 이 부락 사람들만큼 좋은 청중은 없다. 오늘이 아니면, 아마 내일, 남자는 누군가를 붙들고 털어놓고 있을 것이다.
도주 수단은, 그 다음날 생각해도 무방하다.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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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님의 표정은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저 얼굴은 무표정한 것이 아니다. 멈추어 있는 것도 아니다. 호는 열심히 가가 남을 바라보며 ‘잔잔하다‘라는 말에 생각이 미쳤다. 파도도 없고 물결도 조용하고 온통 파랗게 펼쳐져 있는 조용한 아침 바다를 가리키며 언젠가 성님이 하던 말이다.
- P177

그러나 지금 이 몸을 둘러싸고 있는 마루미의 꼴은 어떠한가. 지식도 이치도, 의원의 신념도 확신도, 찢어진 그물처럼 영락했다.
게다가 그것은 다름 아닌 게이치로 자신의 손으로 부른 결과다.
가가 님을 맡기로 결정되었을 때부터 게이치로-사지 가를 포함한 마루미의 위정자들은 성 아래 사는 사람들이 지금의 이 한심한 꼴처럼 가가 님을 두려워하고 꺼리기를 바랐다.
- P187

교묘한 선동이다.
그것밖에 길이 없었다는 변명이 얼마나 허무하게 울리는지.
나무상자를 열고 대망의 책을 훑어볼 만한 기력이 솟아나지 않는 것은 피로 탓이 아니다. 나는 부끄러운 것이다. 게이치로는 뼈저리게 깨달았다. 내게는 이제 이 청신한 의학 지식을 접하고 그것을 내 것으로 삼을 자격이 없다.
- P188

모든 이치를 잊고 모든 것을 삼켜 달라고 한번 떴던 눈을 감아달라고,
그러지 않으면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간 고토에의 죽음을 덮을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토에가 죽기 전의 게이치로는 자주 우사에게 말하곤 했다. 하타케야마 공이든 누구든, 그렇지, 쇼군이라 해도 사물의 이치를 바꿀 수는 없다고. 진리는 하나다. 우사, 알겠느냐. 이제 모든 민초들도 그것을 알게 될 시대가올 것이다. 그때 틀림없이 세상은 변할 것이다, 하고.
그 말을 한 혀로, 대체 어떤 얼굴을 하고 나는 우사에게 부탁했던가.
- P189

"화가 난 모양이구나."
"그렇지 않습니다."
"아니, 화가 났어. 누구에게 화가 난 것이냐? 너 자신이냐?"
- P194

두 사람, 세 사람, 네 사람, 관련되는 눈과 귀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더욱더 비밀은 새어나가기 쉬워진다. 본인에게 그럴 마음이 없어도 비밀이 생겨나는 자리에 우연히 있게 되는 사람도 있다.
스님처럼, 우사처럼,
그렇게 새어나간 비밀의 대부분은, 이번에는 알고도 모른 척하는 사람들 속에서 감추어져 간다.
- P239

이자키는 다른 무언가, 더 중요한 무언가를 안고 있다. 그것을 말하고 싶은데 말하지 못하고, 아니, 말해도 되는지 아닌지 망설이고 있다. 그런 분위기이다.
- P242

"이자키 씨, 혹시 생각나신 겁니까?"
필요할 때는 돌아오지 않고 잊었을 때쯤 찾아오는 귀찮은 기억.
- P243

와타베의 몸에 체념이 배어들었다. 기왕 독을 마시려면 접시까지 핥아라. 이 얼마나 이 자리에 어울리는 속담이란 말인가.
- P246

작은 번의 복잡한 가계와 혈통.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는 생각과 이해.
- P249

"고데라 님도 이시노와 똑같이 강제 할복을 하게 되는 걸까?"
- P255

"가가 님, 저는 제가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모릅니다."
"아니, 안다."
단호하고 엄격한 목소리다.
"너는 매일 열심히 일하고, 습자를 하고 있다. 그것은 무엇 때문이냐? 이 가가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서냐? 그것은 아니다. 너는 너를 위해 그리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는 언제 어디로 가게 됩니까? 어디에 이르게 될까요?"
" ‘사람‘이 있어야 하는 곳에 이르게 될 것이다."
수수께끼 같다. 사람? 제대로 된 어른을 말하는 것일까.
"고토에 님이나, 성님처럼 될 수 있을까요?"
"그렇다. 그것을 마음에 새기고 이 글자를 잘 익히도록 해라."
- P258

나중에 생각해 보면 반쯤은 각오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기때문에 소식을 들었을 때 와타베는 놀라지 않았다. 다만 시간이 멈추고, 심장이 멈추고, 피의 흐름도 멈추었다.
마른 폭포 저택에서 항구로 통하는 수로에 떠 있는 이자키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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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인지, 한번 가라앉았던 가슴의 두근거림이 다시 시작되었다. 슬픈 것은 아닐 텐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아니, 사실은 슬픈것일까. 게이치로 선생님이나 고토에 님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아아, 그렇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슬픔과 불안이 솟구친다.
- P155

생각해 보면 이노우에 가에서 신상에 대해 물었을 때도 우사에게 신상 이야기를 했을 때도 역시 이렇게 대화를 이어나갔기 때문에 호는 이야기할 수 있었다. 가가 님도 지금 같은 일을 해 주고 계신다. 같은 일을 해 주신다는 것은 가가 님도 게이치로 선생님이나 고토에 님이나 성님처럼 상냥하다는 뜻이 아닐까.
가가 님은 몹시 나쁜 사람일 텐데.
- P158

주제넘은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렇게 외치려고 했을 때 가가 님은 호의 작은 머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일을 하셨다.
미소를 지은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의 일이다. 덧없는 미소였다. 보이는가 싶었는데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틀림없다. 입술연지 붓으로 슥 그린것처럼 가가 님의 곧은 입매가 누그러졌다가 금세 다시 돌아오고,
그 뒤에는 미소를 짓기 전에는 없었던 따뜻한 선이 남았다.
- P170

"너는 어떤 글자를 배우고 싶으냐?"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호의 마음은 금방 정해졌다.
"바다, 이옵니다."
고토에 님과 나란히 서서 이노우에 가의 야트막한 정원에서 바라보던 바다. 성님과 함께 히다카야마 신사 경내에서 내려다보던 바다. 마루미의 바다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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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로그 글 복붙...냥..


😊 니체는 어렵다. 그런데 있어 보인다. 뭔가 알 것 같은 무언가, 잡을 것 같은 무언가를 알지도 잡지도 못하겠다. 이건 니체 입장에서 바라는 게 아니다. 니체는 아는 게 아니라 느끼길 원했고, 아는 것으로 도피는 약해지는 거라 했으니. 니체는 일단 나에게 설득은 실패한 것 같지만, 나는 니체의 초기, 중기, 후기 작품을 읽어보기로 했다. 니체는 여전히 내겐 매력적이므로.


😊 온라인 독서 모임 중, 내 글 정리

< 1주차 10/30 – 11/5>
~60p
이 책을 읽기 전에 학문의 분류
들어가는 글
가장 불행한 존재인 인간과 『비극의 탄생』
왜 삶은 고통과 갈등으로 가득 차 있는가
음악은 우주적 생명력을 상징하는 디오니소스의 표현이다

마음에 남은 구절 1:
˝비극은 세계 내의 그 모든 고통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생을 유희하듯이 살라고 말한다.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이 세계를 긍정하면서 춤추듯 살아간다.˝
10p

이유, 소감 1:
고통과 고난이 있는데 어떻게 놀고 즐거움을 알듯이 살아갈까 싶지만... 니체가 지향하는 인간이 선인, 악인의 개념이 강한 사람이기에 그럴 수 있겠구나 싶다. 니체의 글을 아직 제대로 본 게 없으나, 내 느낌에는 무조건 긍정적인 게 아닌, 고통과 고난의 바닥을 찍어봤기에 수용하고 나온 긍정이 아닐까 싶다.

마음에 남은 구절 2:
그러나 자신보다 약하고 불리한 위치에 있는 자들에 군림하는 강함을 니체는 강함이라고 부르지 않고 비겁함이라고 부른다. 
12p

이유, 소감 2:
니체도 오해를 받았었다니. 지금도 강함과 비겁함을 구분짓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독자적인 철학이라도 전통 속에서 생겨난다. 물론 그것은 전통과의 대결을 통해 새로운 사상을 개척해나가지만, 그 과정에서 전통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게 된다.
17p

칸트가 말했듯 철학의 모든 물음은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귀착된다. 
23p

『비극의 탄생』은 예술을 실마리로 인간과 삶의 방향과 의미를 탐구하려는 시도인 동시에 세계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하이데거가 말했듯 인간은 ‘세계-내-존재‘다. 이것은 어떤 사물이 어떤 공간에 존재하는 것처럼 인간이 세계 안에 존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간은 세계에 던져진 채로 세계에 순응하거나 그것과 투쟁하거나 그것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살아간다. 인간의 삶은 세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26p

니체는 아폴론적인 것이라는 용어를 태양과 같은 밝음, 이러한 밝음 아래에서 모든 사물이 드러내는 균형, 절도, 질서, 명료한 형태 그리고 국가의 도덕이나 법률, 아름다운 가상 이러한 아름다운 가상을 형성하는 예술적 능력을 상징하는 용어로 사용했다.
43p

아폴론이 밝음과 절도 그리고 평정을 상징한다면,
디오니소스는 밤의 어둠과 혼돈의 심연 그리고 끊임없이유동하고 변화하는 생명력을 상징한다.
44p

 아폴론적인 것은 남성적인 절도와 균형 그리고 엄격함을, 디오니소스적인 것은 여성적인 조화와일치 그리고 부드러움을 의미하는 것이다.
44p

『비극의 탄생』에서뿐 아니라, 니체의 사유 전체에서 디오니소스적인 것이라는 개념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디오니소스는 봄에는 만물이 소생하고 여름에는 무성해지며 가을에는 시들고 겨울에는 모든 활동이 중단되지만, 다시 봄이 오면 만물이 소생하는 식으로 끊임없이 유희하는 세계의 생명력을 상징한다. 그리고 니체는 우리에게도 이런 생명력을 가지고 유희하듯 살 것을 권한다.
45p

마음에 남은 구절 3: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 두 예술 원리는 각각
‘꿈을 꾸려는 충동‘과 ‘도취를 맛보고 싶은 충동‘이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충동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49p

이유, 소감 3:
나는 아폴론적인 걸 지향하고, 디오니소스적인건 감히 도달 못하는 수준이라 정말 멀리서 동경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정말 천재는, 예술은 미쳐야 나올 수 있겠지.


< 2주차 11/6 - 11/12 >
61~95p
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라
내 안의 비극적 영웅을 깨우다

마음에 남은 구절 1,2:
이러한 욕망은 인간에게 원초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이성의 지배를 받지 않고 오히려 이성을 자신의 도구로 만든다. 욕망을 충족하는 데 필요한 방법을 알아낼 것을 이성에게 지시하는것이다. 66p
&
 또한 우리는 자신의 주장을 객관적인 논거에 입각한 것으로 여기지만, 사실은 자신의 이익을 변호하기 위해서 그럴듯하게 만들어낸 것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 67p

이유, 소감 1,2:
연속된 페이지에 내용이 공통적인거라 묶어 보았다. 이성이 욕망보다 더 객관적이고 안정된 감정이라 일반적으로 생각하지만, 니체는 그 반대라고 얘기하는 것이 너무 색달랐다. 망나니(?)에 불안정해 보이는 형이 알고보니 똑똑한 동생을 조종하는 느낌이랄까. 그에 한 발 더 나아가 우리의 그럴듯한 합리적 이유도 알고보면 우리의 감정, 욕망을 그럴듯하게 하기위한 도구라니. 사실 살다보면 사회, 정치, 커뮤니티에서 많이 보고 있는 모ㅡ습이다.

마음에 남은 구절 3 , 4:
쇼펜하우어처럼 니체도 개체들의 이면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일자로서의 세계의지는 내적인 갈등과 고통에 사로잡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세계의지가 겪는 내적인 갈등과 고통의 원인을 쇼펜하우어와 전혀 다르게 파악한다. 쇼펜하우어는 그 원인이 충족되지 않는 무한한 욕망과 그로인한 결핍감에 있다고 보는 반면, 니체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나는 자신의 창조적인 생명력을 세계의지가 발산하지 못하는 게 원인이라고 본다. 73p
&
니체와 쇼펜하우어의 차이는 비극의 본질에 대한 견해에서 가장 분명하게 나타난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에서 비극의 주인공은 우리에게 세상의 허망함을 깨닫고 자신의 욕망을 부정할 것을 가르친다. 이에 반해 니체의 철학에서 비극의 주인공은 넘치는 힘 때문에 고통과 고난을 찾으면서 자신의 힘을 시험해보는 자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에서비극의 주인공은 우리에게 세상과 욕망에서 등을 돌릴 것을 가르치는 반면, 니체의 철학에서는 비극의 주인공처럼생명력으로 충만한 존재가 될 것을 가르친다. 75p

이유, 소감 3,4:
연속된 페이지에 내용이 공통적인거라 묶어 보았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는 니체의 철학, 특히 영원회귀에 대해서 많이 나온다. 비극의 탄생과는 이어지는 철학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책의 개체들은 세계와 충돌이 있고 고통 받는 가운데서도 살아있는 느낌이다. 니체 관련 책을 더 읽으면 언급한 책도 다시 읽어봐야겠다.

마음에 남은 구절 5:
이런 의미에서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는 쇼펜하우어에게만 존재하는 염세주의가 아니라 당시의 유럽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장차 유럽 전역을 지배할 수도 있었다. 따라서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에 대한 니체의 대결은 단순히 쇼펜하우어 개인과의 대결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정신적 흐름과의 대결이었다.
79p

이유, 소감 5:
당시 역사, 문학, 철학을 하나로 묶어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듯.

마음에 남은 구절 6:
더 나아가 아폴론적 예술이 구현하는 아름다움과 절도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근저에는 삶의 고통과 허망함에 대한 인식이 깃들어 있었다. 즉 그리스인들은 삶의 고통을 느끼는 능력이 유달리 강했기에, 올림포스 신들과 같은 찬란한 꿈의 가상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아폴론적 예술은 삶의고뇌를 강렬하게 느끼는 디오니소스적인 성향에서 나온것이다.
85p

이유, 소감 6:
극과 극은 다르지 않구만...


< 3주차 11/13 - 11/19>
96~160p
예술을 통해 삶은 정당화된다
비극을 통해 생명력의 고양을 경험한다
우리에게는 고통을 감당하는 힘이 있다

마음에 남은 구절 1&2 :
바그너는 니체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혁신은 그리스의 문화와 정신을 기준으로 수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그너는 그리스 문화의 정점을 아이스킬로스와 소포클레스의 비극에서 찾았다. 이들 작품이 자유롭고 강력하며 아름다운 그리스적 인간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롭고 강하며 아름답다˝라는 말은 바그너의 책들에서 거듭해서 나온다. 
107p
&
비극은 삶의 비참함과 허망함을 표현함으로써 욕망을 버리라는 가르침을 주는 게 아니다. 비극이 주는 메시지는 건설과 파괴를 거듭하면서 놀이하는 세계의 충일한 생명력을 닮으라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의 생명력은 운명의 장난으로 급격하게 비상했다가 급격하게 추락해버리는 비극 주인공의 삶으로 나타난다. 비극 주인공은 비참한 운명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받아들인다.
122p

이유, 소감 1,2:
107p 아이스킬로스와 소포클레스를 몰라서 찾아보니 많은 사람들이 아는 비극의 저자들이었다. 프로메테우스라던가 오이디푸스왕 같은. 어떤 작품을 지었는지 찾고보니 비극이지만 자유롭고 강하고 아름답다라는 말을 알 것 같다. 비록 결말은 행복하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하는 (122p) 강함과 자유로움, 그리고 아름다움...

마음에 남은 구절 3:
그리스인들은 경쟁과 투쟁을 인간사회뿐 아니라 우주를 지배하는 원리로 보았다. 이러한 생각은 ˝투쟁은 만물의 아버지˝라고 말한 헤라클레이토스의 사상에서 잘 드러난다. 모든 것이 경쟁과 투쟁을 통해 끊임없이 생성하고 변화하는 우주가 바로 그리스인들이 생각하는 우주였다. 경쟁과 투쟁이 사라진 세계는 조화롭고 평화로운 세계가 아니라 죽은 세계라는 것이다.
129p

이유, 소감 3:
조화와 평화를 인정하지 않는듯한 사상이 지금 시대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결국 조화와 평화를 핑계로 무력하고 죽은듯이 잠잠한 상태가 아닌 끊임없이 생성하는 사회를 원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과잉 경쟁도 사람을 지치게 하지만 무기력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필요한 현대인이 많을 수 있는 사상으로 느껴진다.

마음에 남은 구절 4:
이에 반해 악의적인 힘을 향한 의지는 자신보다 약한자들만을 찾아서 괴롭히고 지배하려는 의지다.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갑질‘이라고 불리는 것이 바로 그 예다. 자기보다 불리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통해 자신의 강함을 손쉽게느끼고 싶어 하는 비겁한 의지다. 자기보다 강한 자와의 대결을 통해 자신을 고양하거나 강화하려고 하지 않기에 아무런 발전도 없다.
세상에는 흔히 악의적인 의지가 판치기에 이 세상은 비극이다. 
130p

이유, 소감 4:
니체는 이런 의지를 투쟁과 강함이 아닌 비겁함으로 봤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비겁한 악의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그 비극을 변명하지 않겠다!

마음에 남은 구절 5:
니체는 우리가 경험하는 고통스러운 현실과 아폴론적인 가상은 서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스인들은 다른민족들과는 달리 삶의 고통과 고뇌를 극히 민감하게 느끼는 민족이었기에, 고통과 고뇌를 견디기 위해 올림포스 신화라는 환희에 찬 신들의 질서를 창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는 그리스인들이 올림포스의 환상적인 세계로 도피해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리스인들은 신들도 인간과 동일한 삶을 산다고 봄으로써 인간의 삶을 정당화하고 신성한 것으로 만들었다.
138p

이유, 소감 5:
그렇구만!

마음에 남은 구절 6:
『비극의 탄생』은 니체 자신이 인정하는 것처럼 한계를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후기 니체의 사상으로 발전될 수 있는 강력한 맹아를 가진 책이다. 후기 니체가 전개하는 힘을 향한 의지 사상은 디오니소스 신의 충만한 생명력에 대한 사상을 발전시킨 것이다. 그리고 영원회귀 사상은 디오니소스 신을 표출하는 현상세계가 갖는 완전성에 관한 사상을 발전시킨 것이다. 그리고 초인 사상은 『비극의 탄생』에서 말하는 디오니소스적인 힘의 화신인 프로메테우스에 관한 사상을 발전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60p

이유, 소감 6:
비극의 탄생을 읽어보게끔 만드는 멘트!


<4주차 11/20 - 11/26 >
161p~
소크라테스냐, 디오니소스냐
음악에서 새로운 신화가 탄생한다
참된 예술은 삶을 구원한다
Q/A 묻고 답하기
나가는 글 고대 그리스 비극 정신에서 찾은 새로운 신화
주석

마음에 남은 구절 1 :
소크라테스는 이론적 낙천주의자의 원형이다. 그는 사물의 본성을 논리적 지성을 통해 철저하게 규명할 수 있다고믿는 것과 함께 논리적 인식이 만병통치약과 같은 효력을갖는다고 보면서, 오류를 악으로 파악한다. 지식과 추론에대한 과대평가와 함께 동정심, 희생심, 영웅심과 같은 가장고귀한 윤리적 행위까지도, 그리고 아폴론적 그리스인이 소프로슈네sophrosyne, 즉 ‘사려‘라고 불렀던 ‘잔잔한 바다와같은 영혼의 고요함‘마저도 이론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했다.
162

이유, 소감 1:
소크라테스가 나오면서 비로소 니체 철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 무언가를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는 그것과 반대되는 것과 비교, 대조를 하는것. 소크라테스는 모든것을 지식, 이성, 논리로 풀었고 니체는 의지였다.

마음에 남은 구절 2 :
소크라테스주의나 근대 계몽주의를 신봉하는 자들은 사람들 사이의 모순과 갈등이 해소된 안락하고 평화로운세계를 희구한다. 그러나 이는 그들이 삶에 지치고 삶을 견딜 만한 힘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그리스인들은 생명력으로 충만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삶의 현실을 갈등과 모순 그리고 비극에 찬 삶으로서 흔쾌히 받아들였다.
166

이유, 소감 2:
안락하고 평화로운 세계를 추구하는 이유가 삶에 지치고 약해져서라는 건 어떤면에서 너무 큰 비약아닌가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해도 된다. 내 현실을 견디기 어려울때 유토피아를 꿈꾸니.

마음에 남은 구절 3:
소크라테스적인 주지주의는 사람들의 힘을 인식으로 향하게 하고, 인식을 위한 노력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게함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나게 한다.
173

이유, 소감 3:
나 또한 지적이지 않으면서 지적 허영심이 있고, 지적인 자극을 추구한다. 이런 것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는게 약한건가. 니체는 매력적이지만 중간중간 울컥해져 반발하고 싶다.

마음에 남은 구절 4 :
인간은 사물과 세계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름다운 인간, 즉 힘의 상승이라는 도취에 사로잡힌 인간만이 사물과 세계를 아름답게 보며, 그렇지 않은 인간은 사물과 세계를 추하고 무가치하며 무의미하게 본다.
190

이유, 소감 4:
자신의 상태에 따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는 건 맞다. 종교적 성인의 흔들리지 않는 시선을 가진 게 아니라면. (하지만 그 성인이기에 그렇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에 남은 구절 5:
니체는 비극에서 영웅이 겪는 고통과 운명은 비극의 영웅조차도 무자비하게 희생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으로 넘치는 세계의지를 표현한다고 본다. 이러한 세계의지를 니체는 디오니소스 신이라고 부른다. 비극은 유희하듯이 세계를 지었다가 파괴하는 디오니소스 신처럼 세계내의 그 모든 고통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생을 유희하듯이 살라고 말한다. 
194

이유, 소감 5:
무조건 긍정이 아닌 강한의지에서 비극도 운명처럼 맞는다면, 고통과 고난의 생도 유희하듯.

마음에 남은 구절 6:
영원히 반복되기를 바랄 정도로 그대의 운명을 사랑하라
195

이유, 소감 6:
정말 멋있는 말. 그러나 삶은..
니체는 멋있고 마음은 가는데, 나는 온전히 받아들이기엔...

마음에 남은 구절 7 :
니체의 사상은 보통 초기와 중기 그리고 후기로나뉜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를 엄격한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세시기 사이에는 차이 못지않게 공통점과 연속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200

이유, 소감 7:
초기 작품인 ‘비극의 탄생‘, 중기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후기 ‘이 사람을 보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차례로 2024년에 읽어봐야겠다.

마음에 남은 구절 8 :
예술에는 다양한 흐름이 존재하며, 인간의 성격도 삶도 다양하다. 따라서 모든 예술에 타당한 예술철학이나 모든인간에게 타당한 인간학을 제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니체가 『비극의 탄생』에서 전개한 사상은 예술은 무엇이고,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는 데 좋은 실마리가 된다.
209

이유, 소감 8:
니체의 철학이 어렵고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도 반감이 들면서도 읽고 싶은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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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도, 나라도, 이념도, 이름도 모두 다르다. 그러나 모든 독재의 얼굴은 어쩌면 이토록 똑같은가. 독재체제에 빌붙어 자기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또 어째서 이토록 같은가. 그리고 슬픈 일이지만 이른바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은 또 어째서 그토록 비겁하고 문약한 것인가. 사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은 겁먹고 움츠러들어 제 한 목숨을 지탱하기에 급급하다. 누군가 투쟁을 위해 일어서면, 마음놓고 박수도 못 치지 않았던가!
- P6

칼뱅 일파에게 남은 방법은 그의 책들이 발간되는 것 자체를 철저히 금지하고, 그것이 후세에 남겨지는 길을 차단하는 것뿐이었다. 잔인한 독재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가 하는 것은 그러한 시도가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슈테판 츠바이크가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오늘날에도 카스텔리오의 이름은 거의 무명에 가깝지 않은가!

- P8

자유와 권위 사이에서 언제나 되풀이되는 이 불가피한 결정은 어떤 민족, 어떤 시대, 어떤 사람에게도 면제되지 않는다. 자유는 권위 없이불가능하고(그렇지 않으면 혼란이 되어버리므로), 권위는 자유 없이 불가능하다(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폭군이 될 것이므로).
- P16

수많은 문제들을 앞에 두고, 삶의 복잡성과 책임성을 앞에 두고 너무나 지친 나머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사색을 면제해줄 최종적이고 보편타당한 특정 질서를 통해 세계가 기계화되기를 바란다.
- P17

가장 순수한 진리라 해도 폭력으로 그것을 남에게 강요한다면,
그것은 정신에 반하는 죄악이 된다.
- P19

그러나 사실은 순수한 마음에서 감행되었던 어떤 노력도 헛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어떠한 도덕적인 노력도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지는않는다. 영원한 이상理想을 위해 너무 일찍 나타났던 사람들, 그래서 패배한 사람들도 패배함으로써 자신들의 의미를 실현했다. 한 이념을 위해 살고 죽는 증인과 확신을 얻은 사람들을 만들어냄으로써 이념은 지상에 살아남기 때문이다.
- P27

언제나 자기 시대를 가장 모르는 사람은 바로 그 시대 사람들이다. 가장 중요한 순간들은 그들의 눈에 띄지 않은 채 스쳐 지나가고, 진정으로결정적인 시간들이 연대기에서 합당한 주목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 P44

 자기만 옳다는 확신은 그에게는 아주 선천적인 특성이어서, 자기 아닌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 나름으로 올바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 P52

그러나 바로 이 위대한 편집증, 곧 자기 자신에 대한 완고한 믿음과 예언자처럼 자기 안에 사로잡힌 상태 덕분에 칼뱅은 현실에서 견뎌낼 수 있었다.
  - P54

감각성에서 완전히 벗어난 이런 태도는, 영원히 젊음 없는 모습과 함께 칼뱅의 가장 특징적인 본질이다. 그 자신이 스스로의 가르침에 대해.
가장 위험한 존재였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 P69

그와 같은 정신의 금욕주의는 동시에 무서운 위험이기도 하다.
- P74

국가가 시민들을 테러 상태에 잡아두면, 자발적인 밀고라는 역겨운 식물이 번성하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을 고발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있고, 심지어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지는 곳에서는 평소에 올바르게 살던사람들까지도 두려움으로 인해 남을 밀고하게 된다. 
- P80

평범한 것을 위해 평범하지 않은 것을 희생시키고, 모순 없는 노예근성을 위해 창조적인 자유를 희생시킨 것이다.
- P91

이념적인 인간에게 진짜로 위험한 것은, 다른 사상을 가지고 자기에게 맞서서 대항하는 인간뿐이다. 
- P99

제네바에서 새로 임명된 목사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오직 자신들만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오만하고도 자신감에 넘쳐서 해석하는 것을 보면서 카스텔리오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확실한 분노가 자유로운영혼을 짓눌렀다. 끊임없이 자신들이 거룩한 소명을 받은 것을 찬양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욕지기나는 죄인이며 무가치한 사람이라고말하는 오만한 성직자들에 대한 분노가 그를 사로잡았다.
- P113

개인적으로는 의심의 여지없이 가장 정직한 열성과 가장 순수한 종교적 의지를 가진 인간이었지만, 칼뱅은 자신의 도그마, 자신의 일이 문제되는 순간에는 아주 냉혹한 인간이었다. 
- P138

얼마 지나지 않아 칼뱅은 세르베투스가 그의 책이나 생명보다는 억울한 죽음을 통해 더욱 위험스러운 존재가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 P182

"당신의 최초의 경고는 욕설이요, 두 번째 경고는 감옥이었다. 세르베투스는 화형장으로 끌려가 산 채로 불에 태워진 후에야 비로소 김옥을떠날 수 있었다."
by 카스텔리오
- P184

결정적인 문제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죽이거나 죽이라고 명령해도 되는가 하는 점이었다.
- P185

그래서 당국이 칼을 엄격하고 무섭게 휘두르기보다는 차라리 지나칠 정도로 온건하게 처리하는잘못을 저지르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P187

이 광신의 시대에, 보잘것없고 알려지지 않은 시의회 서기가 이런 말을 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모든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그저 조용히 했을 뿐이다. 저 용감한 체르힌테스도 스승인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가 시대의 논쟁을 두려워한 것과같은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체르힌테스는 솔직하게 부끄러워하면서 칼뱅에게 오직 편지로만 이 의견을 알릴 뿐 공식적으로는 침묵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 P188

인문주의적인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체념했고, 그럼으로써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이 마음대로 행동하기 쉽게 만들어주었다. 
- P188

쉽게 정열적으로 싸움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래 망설이는 사람, 내면에서 진심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 천천히 결심하고 결정을내리는 사람들이 모든 정신적인 투쟁에서 가장 훌륭한 투사들이다. 모든 다른 가능성이 사라지고, 무기 드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될때 그들은 무겁고 편치 않은 심정으로 방어를 위해서 일어선다. 그러나이렇듯 가장 어렵게 싸움을 결심한 사람들이야말로 언제나 가장 단호하고 확고한 사람들이 된다.
- P189

자기 자신의 의견 말고는 모든 의견을 억압하려는 편협한 광신주의에 대항하여, 이 세상의 온갖 적대심을 해결할 수 있는 저 이념, 곧 관용의 이념이 내세워진 것이다.
- P194

우리가 이교도보다 더 지혜롭다면, 우리는 이보다 더 선량하고 동정심을 가져야 한다.
- P197

"이단자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보면, 나는 우리 의견과 일치하지 않는 생각을 가진 모든 사람들을 우리가 이단자라 부른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지극히 단순한 말로, 너무 자명해서 진부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것을 공개적으로 분명하게 말했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무서울 정도의 도덕적인 용기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 P198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생각에 대해, 혹은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생각에 대해 너무나도 뚜렷한 확신을 가진 나머지 오만하게 다른 사람을멸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오만에서 잔인함과 박해가 나온다. 오늘날에는 거의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한 견해가 있건만, 다른 사람이 자신과견해가 같지 않다면 조금도 참으려 하지 않는다. 
- P199

비록 말이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 해도, 그것은 그 말의 영원한 존재를입증하는 것이다. 그런 순간에 진실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하는 사람은 어떠한 테러도 자유로운 영혼에 대해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비인간적인 세기에도 인간성의 목소리를 위한자리가 있다는 사실도 입증하는 것이다.
- P205

그리고 이 공개적인 고발장 <칼뱅의 글에 반대힘>은 비록 한 사람을 상대로 한 것이지만, 그 도덕적인 힘으로 인해, 법으로 말을 유린하고, 교리로 생각을 짓밟고, 영원히 천박한 폭력으로 영원히 자유로운 양심을 짓밟으려는 모든 시도에 반대하는 글이 되었다.
- P216

나는 세르베투스의 주장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칼뱅의 잘못된 주장을 반박하려는 것이다. 
- P218

광신자 개개인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광신이라는 불치의 정신이 위험한 것이다. 정신의 인간은 냉정하고 독선적이고 피에 굶주린 인간들에만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 아니고, 테러의 태도를 취하는 모든 이념에도 맞서 싸워야 한다.
- P231

 그것도 가장 간단하고 가장 잔인한 이유 때문에 그랬다.
카스텔리오의 <칼뱅의 글에 반대합>은 인쇄조차 되지 못한 것이다. 이글이 유럽의 양심을 뒤흔들어놓기 전에 칼뱅의 명령에 따라 검열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 P235

그리고 언제나 모든 전쟁에서 자기편의평화주의자는 군사적인 적보다도 훨씬 더 위험한 법이다. 
- P245

그리고 우연은 언제나 이중의 칼날로 무장하고 있기 마련이다. 
- P266

그와 같은 비인간성의 시대에는 어떤 동정심도 인간성도 기대할 수 없었다. 그의 유일한 잘못이란, 너무나 인간적으로 느꼈고 박해받는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보여주었다는 것뿐이었다. 세르베투스를 옹호한 사람에게 세르베투스의 운명이 준비된 것이다. 관용 없는 시대가 가장 위험한 적인 관용의 옹호자의 목에 칼을 들이댄 것이다.
- P269

살아서 미움받는 사람보다는 죽은 사람을 옹호하는 것이 언제나 더 편하기 때문이다. 

- P270

언제나 그렇듯이 미움이란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비웃음도 죽은 자를 건드릴 수는 없으며, 그가 목숨을 걸고지켜낸 이념은 참된 인간적 사상들이 그렇듯이 모든 유한한 지상의 폭력을 넘어서 있기 때문이다.
- P271

오랜 기간에 걸쳐서 보면, 감각적인 삶은 언제나 추상적인 가르침보다 더 강하기 때문이다. 삶이 그 따뜻한 즙을 가지고 모든 완고함을 뚫고,
엄격함을 느슨하게 만들며, 모든 가혹함을 부드럽게 만든다. 하나의 근육이 계속해서 극단적인 긴장 속에 있을 수 없으며, 하나의 정열이 지속적으로 하얗게 달구어져 열을 뿜고 있을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정신적인 독재자들도 지속적으로 가차 없는 극단주의를 유지할 수는 없다. 대개는 그 지나친 억압을 고통스럽게 견디는 것은 한 세대 동안만 당하는일이다.
- P280

언제나 가장 완벽한 극단은 마지막에 서로 만나는 법이다. 그리하여 200년이 지난 다음 네덜란드, 영국, 미국에서 카스텔리오의 요구와 칼뱅의 요구였던 관용과 종교는 서로 형제처럼 함께 실현되기에 이르렀다.
- P283

그러나 역사는 밀물과 썰물이며, 끊임없이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것이다. 하나의 권리는 절대로 영원히 확보된것이 아니며, 어떠한 자유도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폭력에 대해서 안전하지 못하다.
- P286

그리고 언제든 모든 칼뱅에 맞서 어떤 카스텔리오가 다시 나타나서 폭력의 모든 폭행에 맞서 사상의 독자성을 옹호하게 될 것이다.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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