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라는 것은 능력의 한계로 찾아오는것이 아니라 ‘환기를 위한 신호‘ 인지도 모릅니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도 띄어쓰기가 존재하듯 쓰는 삶에도 띄어쓰기가 필요합니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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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는 작가가 머물렀던 공간으로독자를 초대하는 글입니다.
내가 앉았던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내가 벗어둔 옷을 잠시 입을 수 있도록,
그리하여 나의 생각과 감정과 감각까지 공유하는 것이 에세이의 목적입니다.
타인으로 하여금 나를 이해하게 하는 작고 좁은 문, 에세이.
- P5

세상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든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방향과 속도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늘 쓴 글이 조금 형편없으면 어떤가요, 내일은 보다 더 근사한 문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텐데요. 
- P7

에세이는 일기나 일지와는 다르게 하나의주제를 중심으로 쓰인 문학입니다. 작가의 실제 경험을 기반을 하고 있지만 작가의 경험 모두를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 P152

다큐멘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솔한 모습을 거짓 없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에도 연출은 존재합니다. 기획 의도에 맞는 모습을 집중하여 담아내고 취지와 불필요한 장면은 편집할수 있겠죠. 과한 편집은 위험할 수 있지만 주제를 분명히 드러내기 위한 편집은 불가피합니다.
- P153

글을 낯설게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퇴고는 더욱 정교해질 것입니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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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거의 크리스마스 유령이다."
- P43

문이 열리면서 기다랗고 썰렁하고 음침한 교실이 나타나는데 허술한 의자랑 책상이 줄줄이 늘어서서 분위기를 훨씬 황량하게 만들었어. 바로 그런책상에서, 미지근한 난롯불 옆에서, 외톨박이 아이가 책을 읽는 거야.
스크루지는 의자에 앉았어. 그리고 오랫동안 잊고 지낸 자신의 불쌍한 어린 시절을 바라보며 구슬피 울었어.
- P47

"그런 게 아니오 유령님. 그런 게 아니오 영감님한텐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힘도 있고 불행하게 만들 힘도 있소 우리가 하는 일을 편하거나힘들게 즐겁거나 고통스럽게 만들 힘 말이오 입에서 나오는 말과 표정하나하나에서 너무 사소하고 하찮아서 덧붙일 수도 없고 셀 수도 없는행위 하나하나에서 그런 힘이 솟구쳐 나온다면 유령님은 뭐라고 하시겠소? 영감님이 베푸는 행복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값진 것이오"
- P57

질병과 슬픔도 전염이 잘 되지만 재미있는 말과 웃음처럼 전염이잘 되는 것 역시 없다는 사실을 보면 세상 이치가 정말 공평하고 숭고하고 정의롭다는 생각이 들어.
- P88

그런데 자신이 늘 머물던 모서리에 낯선 사람이 있는거야. 게다가 시계는 자신이 평소에 거래소를 찾던 시각을 가리키는데 출입구로 밀려드는 군중 가운데에는 자신을 닮은 사람이 하나도 안보였어. 그렇다고 해서 많이 놀란 건 아니야. 다르게 살겠다고 단단히 결심한 터라, 그런 결심을 행동에 옮겼다는 생각도 들고 정말 그러면 좋겠다는 희망도 떠올랐거든.
- P105

귀에 대고 이렇게 말하는 목소리도 없는데 스크루지는 침대를 바라보다가 이런 소리를 들었어. 그러자 이런 생각이 절로 드는 거야. 이사람이 다시 일어난다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길까? 탐욕, 경쟁,집착? 그러다가 이렇게 비참하게 죽은 거잖아!
- P112

맞아. 아무리 감추려 해도 마음이 가벼워 아이들도 옹기종기 모여서 뭔지 모를 말을 숨죽여 듣다가 표정이 밝게 변했어. 노인네가 죽어서온 집안이 행복하다니! 노인네가 죽었는데 유령이 보여줄 수 있는 감정이라곤 기쁨밖에 없다니! 그래서 스크루지가 사정했어.
"노인이 죽어서 슬퍼하는 사람을 보여주세요 안그러면 방금 나온컴컴한 방이 계속 생각날 거예요, 유령님."
- P115

그래! 침대 기둥이 자기 것이야. 침대도 자기 것, 침실도 자기 것.
무엇보다 즐겁고 행복한 건 자신한테 시간이 있다는, 그래서 새롭게 거듭날 수 있다는 사실이야. 그래서 스크루지는 침대에서 기어 나오며 유령한테 한 말을 그대로 중얼거렸어.
- P123

세상 사람 일부는 스크루지가 변한 모습을 보고 비웃기도 하지만 본인은 남이 비웃건 말건 개의치 않았어. 앞에 나선 사람이 처음에 조롱하는 분위기를 못 견디면 세상에 좋은 일은 영원히 안 일어난다는 사실을, 자신은 이런 비웃음을 못본 척하면 그만이지만 사람들은 얼굴을 찡그리는 대신 차라리 비웃기라도 해서 눈가에 주름을 잡으면 훨씬 좋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 그래서 마음이 편해. 스크루지는 그걸로 충분했지.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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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는 죽었다는 말부터 시작해야겠어. 이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사실이야.
- P9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영적으로 넓고 깊게 교류해야 하네. 살아생전에 못 그런 영혼은 죽은 다음에 이러는벌을 받아. 아, 비통하고도 비통하구나! 살아생전이라면 서로 많은 걸나누면서 행복을 누릴 터인데 지금은 아무것도 나눌 수 없어, 그저 바라만 보면서 세상을 이리저리 떠돌아야 하는구나!"
- P31

"그런데 자네가 몸에 걸친 사슬은 얼마나 무겁고 기다랗고 억센지 아는가? 칠 년 전 크리스마스이브 때만 해도 자네 사슬은 무게랑 길이가 나와 비슷했어. 그런데 이후에도 자네는 정말 열심히 사슬을 만들더군. 그래서 지금은 정말 대단해보여!"
스크루지는 백 미터쯤 되는 쇠사슬이 자신을 휘감았을 거로 생각하며 바닥을 이리저리 훑어보았어. 하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 
- P32

"죽은 게 칠 년인데, 내내 떠돌다니!"
"멈춘 적이 없어. 휴식도 없고 평안도 없어. 후회는 끊임없이 달려들며 괴롭히고 "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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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베는 코웃음을 친다. 사람은 이렇게 웃을 수도 있구나, 하고 우사는 떨면서 생각했다. 부서진 얼굴을 이어붙인 틈새가 다 보이는데도 억지로 짓는 웃음.
- P282

우사에 대한 비아냥과 자신에 대한 자조로 와타베의 목소리는이중삼중 불쾌하게 갈라져 있었다.
그것이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애처롭다.
- P283

우사는 와타베의 눈에서 시선을 피하지 않고 물었다. 섣불리 피하려고 하다간 오히려 삼켜지고 만다. 맞서야 한다. 와타베 님을 제정신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 P285

그러던 중 가가 님이 말씀하셨다.
"무언가를 배우려고 할 때 당장 익힐 수 없는 것을 일일이 사과할 필요는 없다. 이제 막 시작했을 때는 누구나 아무것도 모르는법이야. 머리를 숙이지 말고 머리를 쓰도록 해라."
- P300

다시 달려가기 전에 잠시 숨을 멈추고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손을 뻗으면 닿고, 건드리자마자 무너져 당장이라도 쏟아져 내릴것 같을 정도로 별이 가득하다. 이미 여름 하늘이 아니다.
뱃사람들은 별을 올려다보고 진로를 정한다. 신관은 별을 읽어 길흉을 점친다. 여자와 아이들은 별에 소원을 빈다. 지상에서 깨끗하게 죽은 사람은 하늘 위로 올라가 별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무수하게 넘쳐난다 해도 별로 하늘을 메울 수 없다. 별과 별 사이에는 어떤 빛도 비치지 않는 어둠이 있다.
- P312

마음이 이렇게 멈추는 것이라면 왜 그날 밤에 나는 와타베 님을 멈추게 할 수 없었던 것일까. 왜 와타베 님의 마음을 멈추고 생각을 바꾸게 하지 못했을까.
- P323

 우사는 새삼 분함과 슬픔을 곱씹어야만 했다.
- P369

아직도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우사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것을, 눈을 부릅뜨고 참으면서.
- P371

옥지기는 몇 번인가 입을 뻐끔거리고 나서 맥 빠진 듯 감탄의 목소리를 냈다.
"너는 참으로."
이시노도 놀라고 있을 테지, 하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 P378

알고 있다. 호는 가가 님을 지킬 수 없다. 그저 아무 말도 하지않은 채 헤어지기가 싫은 것이다.
호는 마음을 더듬다가 말을 찾아냈다.
쓸쓸한 것이다. 이대로 가가 님과 헤어지기는 괴롭다. 도망쳐 버리면 두 번 다시 뵐 수 없게 된다.
- P379

일꾼의 낮은 목소리에는 동정인지 경멸인지 모를 감정이 섞여있었다.
"쓸데없는 짓을 했지요….……."
- P401

이 사람들을 맞이하자 우사는 마음을 다잡았다. 하나키치의 죽음을 슬퍼하는 일은 나중이다. 도울 수 있는 사람을 도와야 한다.
마지막까지 지기 싫어하고, 착각을 잘하긴 했어도 히키테의 오기를 가슴에 품고 있던 하나키치도, 그것이라면 허락해 줄 것이다.
나 같은 건 상관하지 마. 너도 한때 히키테의 붉은 한텐을 입었던 여자라면 해야 할 일을 해 봐. 우사는 뺨을 호되게 얻어맞은 것처럼 단숨에 기운을 차렸다.
- P405

그들은 떨면서 서로 수군거린다. 신수와 악귀가서로 싸우는 모습은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하고 불길하고, 그러나- 아름다웠다고도.
누가 꾸미고, 누가 말을 꺼내고, 누가 퍼뜨리고, 누가 뒷받침을 하는지도 모른 채, 파문처럼 퍼져 가는 소문.
- P419

끝까지 올라가자 하늘을 밀어올리고 갑자기 바다가 가득 펼쳐진다.
성님의 바다다.
- P431

행복하게 읽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좀 난해할 수도 있고 가슴 아플 수도 있는 작품이지만,
독자 여러분께 행복한 독서였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 P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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