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그 아이는 괜찮다고 말한 걸세. 겐슈 선생님이 믿고 들여보냈으니까."
타지 사람이니 죽어도 아깝지 않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호는 머리가 둔하니 오히려 나쁜 기에 당하지 않을 테고, 강할지도 모른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설령 호가 죽더라도 이번에는 이자키의 손따윈 빌리지 않고 사지 가의 겐슈 선생님이 직접 진단을 하면 어떻게든 얼버무릴 수 있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말을 해 봐야 우사를 안심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 P336

미네의 얼굴에 교태 어린 웃음이 떠올라 있다. 눈은 한결같이 빛나고 있다. 방금 전에 창으로 호타 신노스케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도 똑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죽이는 것이나 사랑하는 것이나, 강한 감정은 마찬가지라는 뜻일까.
- P365

우사는 등이 술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차가운 것이 방바닥에서 기어올라와 우사의 몸을 감싸려 하고 있다. 그 차가운 것의 정체를 우사는 이제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마른 폭포에서 관리가 왔다. 대장님은 끌려갔다. 집주인에게 뒷일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 P406

화내고 한탄하기보다 그저 갈라지고 쉰 목소리로 시치로베에가이렇게 말했다.
"둘 다 베였다고 하네."
차가운 것이 우사를 머리까지 삼켰다.
"아직 자세한 것은 몰라, 마른 폭포의 관리는 그 아이들이 목에걸고 있던 부적을 보았을 테지. 이름이 씌어 있었거든."
그래서 여기로 찾아온 것이다. 부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물속에 들어간 것도 아닌데 - 잘 아는 늘 어질러져 있지만 편안한 가스케 대장의 집 안에서, 늘 다로와 지로의 밝은 목소리가 가득 넘쳐나던 이 집 안에서-우사는 익사해 가고 있었다. 
- P407

그런데 우사는 울음을 터뜨렸다. 주먹을 쥔 채, 여름 한낮의 햇볕 아래에서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짙고 짧은 그림자를 밟고 소리 내어 울고 말았다.
- P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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