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블로그 글 복붙😊


📚 모래의 여자
아베 코보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 민음사 2001-11-10, 242쪽, 일본소설

10/26 수상한 책방 한스 @hans_books , 목요 독서모임


🫢 책방에서 열린 격주 목요 독서모임에 참여하며 읽게 된 책이다. 다른 분들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는데 이 책은 제목이 문제였다. 절대 나로서는 손에 잡을 제목이 아니었다. 그러나 추천자의 안목을 믿었고 궁금했다. 결론적으로 제목 제외하고 다 좋았다. 그런데 읽고나면 제목도 수긍이 간다.

마을 사람들에 대해선 모임분들의 평가가 엇갈렸으나, 나는 그들이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란 생각이 든다. 얼마 전 필사했던 강지혜 시인의 ‘초식동물‘이나, 채사장의 지대넓얕 제로에서 나온 코끼리의 영혼을 파괴하는 ‘파잔‘이 연상된 까닭이었다.

마지막 준페이의 결정 역시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나로서는 이해되면서도 수긍이 될 수 없었다. 나라면... 나왔을거다. 하긴 나라면 그렇게 그곳에 들어가지도 않았겠지만. 일상과 일탈에 대해도 생각해본다. 일탈이 된 곤충채집은 모래 속 일상이 된다. 준페이는 식수 만드는 걸 발견하지 않았어도 남아 있었을까?

여자에 대해서는... 뭔가 할 말이 많아지다가도 막상 할 말이 없다. 다만 나를 포함해 현대인들은 여자의 모습을 많이 닮지 않았나 싶다.

모임 분위기는 너무 좋았으나.. 병원가는 날과 일정이 계속 겹쳐 올 해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년에 일정 조정이 된다면 다시 도전해보기로 ㅠㅠ 11월에 일정이 변경되어 가능할수도..

🍂8월 어느 날, 한 남자가 행방불명되었다. 휴가를 이용하여 기차를 타면 반나절 정도 걸리는 해안으로 떠난 채 소식이 끊어진 것이다. 수색 신청서도 신문 광고도 모두 헛수고였다.
9

🍂
도망이 자신의 의지에 의한 것임을 알리는 성명서를 일부러 남거두고 온 것이나 다름없다. 현장에 있는 것을 이미 목격당했으면서도 꼼꼼하게 지문을 지워 오히려 범죄의 증거를남기는 어리석은 범인의 수법과 똑같지 않은가.
99

🍂
탈출구라고 생각하고 몸을 던진 철책의 틈새가 실은 우리의 입구였다는 것을 간신히 깨달은 짐승……. 몇 번이나 콧잔등을 부딪히면서야 비로소 어항의 유리가 통과할 수 없는 벽이라는 것을 안 금붕어………. 다시금, 알몸으로 내던져진 것이다. 지금 무기를 쥐고 있는 것은 그들이다.
120

🍂
가령 의무란것이 인간의 여권이라 해도, 어째서 그런 놈들에게까지 비자를 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인가! ......인생이란 그런 종잇조각이 아니지 않은가…... 반듯하게 덮인 한 권의 일기장이다...... 첫 페이지는 한 권에 한 페이지면 족하다. 앞 페이지에 이어지지 않는 페이지에까지 일일이 의리를 지킬 필요 따위 없다......설사 상대방이 굶어 죽어간다 해도, 일일이 상대하고 있을 여유는 없는 것이다…... 제길! 물! ……그러나 아무리 목이 마르다 해도, 죽은 사람 모두의 장례식에 돌아다녀야 한다면, 몸이 열이라도 남아나지 않는다!
124

🍂
막상 일을 시작해 보니, 생각했던 것만큼의 저항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 변화의 원인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물 배급이 중단될까 봐 두려워서인가, 아니면 여자에 대한 자책감 때문인가, 아니면 또 노동 자체의 성격 때문일까?
과연 노동에는, 목적지 없이도 여전히 도망쳐 가는 시간을 견디게 하는, 인간의 기댈 언덕 같은 것이 있는 모양이다.
153

🍂
눈여겨봐 두었던 낡은 가위를 손보자, 거의 예정한 시각이 되었다. 집을 나서며 힐끗 뒤돌아볼 때는 어쩐 일인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161

🍂
 그녀가 숙녀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매춘부도 아니었다는 것은 내가 확실하게 보장한다. 만약 보증서가 필요하다면 도장이야 열 번이든 스무 번이든 언제든 찍어줄 수있다. 그저 그녀는 나와 마찬가지로 왕복표에 매달리는 것 외에는 달리 재주가 없는 어리석은 여자였을 뿐이다. 
165

🍂
바다 쪽에 접해 있는 집들이 가림막 구실을 하는 덕분에 벼랑은 한결 낮고 사방용 섶나무 울타리가 그곳에서는 큰 도움이 되는모양이다. 바깥쪽 벼랑을 통하면 아마 마음대로 출입도 할수 있을 것이다. 자세를 약간 높이자 방안까지 훤히 들여다보였다. 부채꼴로 넓게 벌어져 있는 모래의 사면에 기와 지붕과 양철 지붕, 판자 지붕이 검게 모여 있고………… 빈약하나마 소나무 숲도 있고, 연못 같은 것도 보였다. 이까짓 풍경을 지키기 위해서 바다에 접해 있는 열 몇 채의 집이 노예의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168

🍂
노예들의 구멍은 지금 길 오른쪽에 줄지어있다.……. 군데군데 삼태기를 끌고 가는 고랑의 곁가지가 있고, 그 끝에 묻혀 있는 닳아빠진 가마니가 구멍의 존재를 알려주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다. 가마니에는 새끼줄 사다리가 걸려 있지 않은 곳도 있지만, 걸려 있는 가마니가 더 많은 듯했다. 이미 탈출 의욕을 상실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뜻일까?
168

🍂
<라디오와 거울…… 라디오와 거울......>
마치 인간의 생활이 그 두 가지만 있으면 성립될 수 있다고 믿는 듯한 집념이다. 과연 라디오도 거울도, 타인과의 관계를 연결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
어쩌면 인간이란 존재의 근원에 관계되는 욕망인지도 모르겠다. 
178

🍂
그제야 등뒤가 웅성거린다. 부삽이 도착한 모양이다. 신발 밑에 판자를 댄 남자 셋이, 엉거주춤 다가와 멀찍이서 그의 주변을 파기 시작했다. 모래가 푹푹 층을 이루며 퍼올려졌다. 꿈도 절망도 수치도 소문도, 그 모래에 묻혀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남자들의 손이 어깨를 잡았을 때도놀라지 않았다. 그렇게 하라고 명령하면, 바지를 내리고 보는 앞에서 똥이라도 싸질렀을 것이다. 하늘이 밝아졌다.
머지않아 달이 뜰 모양이다. 여자는 어떤 표정으로 나를 맞이할까? ····……어떤 표정이라도 상관없다………. 지금은 얻어맞아도 괜찮을 것같다.
194

🍂
「하지만, 순조롭게 성공한 사람, 없어요……지금까지단 한 명도……」여자는 눈물 어린, 그러나 마치 남자의 실패를 변호하듯 힘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아, 이 얼마나 비참한 친절함인가. 이 친절함이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다니, 너무 불공평한 것은 아닌가?
198

🍂
불현듯, 새벽빛 슬픔이 북받친다…... 서로 상처를 핥아주는 것도 좋겠지. 그러나 영원히 낫지 않을 상처를 영원히 핥고만 있는다면, 끝내는 혓바닥이 마모되어 버리지 않을까?
198

🍂
그 바늘의 춤에는 지구의 중심을 느끼게 할 만큼 무게가있었다. 반복은 현재를 채색하고, 그 감촉을 확실한 것으로 만들어준다. 
202

🍂
정말 생각해 보니, 언제 어떤 식으로 탈출의 기회가 찾아올지 전혀 앞을 내다볼 수가 없었다. 아무런 기약 없이 그저 기다림에 길들어, 드디어 겨울잠의 계절이 끝났는데도 눈이 부셔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구걸도 사흘을 계속하면 그만두기 어렵다고 한다…...
204

🍂
딱히 서둘러 도망칠 필요는 없다. 지금,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왕복표는 목적지도 돌아갈 곳도, 본인이 마음대로 써넣을 수 있는 공백이다. 그리고 그의 마음은 유수 장치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욕망으로 터질 듯하다.
털어놓는다면, 이 부락 사람들만큼 좋은 청중은 없다. 오늘이 아니면, 아마 내일, 남자는 누군가를 붙들고 털어놓고 있을 것이다.
도주 수단은, 그 다음날 생각해도 무방하다.
2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