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인지, 한번 가라앉았던 가슴의 두근거림이 다시 시작되었다. 슬픈 것은 아닐 텐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아니, 사실은 슬픈것일까. 게이치로 선생님이나 고토에 님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아아, 그렇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슬픔과 불안이 솟구친다.
- P155

생각해 보면 이노우에 가에서 신상에 대해 물었을 때도 우사에게 신상 이야기를 했을 때도 역시 이렇게 대화를 이어나갔기 때문에 호는 이야기할 수 있었다. 가가 님도 지금 같은 일을 해 주고 계신다. 같은 일을 해 주신다는 것은 가가 님도 게이치로 선생님이나 고토에 님이나 성님처럼 상냥하다는 뜻이 아닐까.
가가 님은 몹시 나쁜 사람일 텐데.
- P158

주제넘은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렇게 외치려고 했을 때 가가 님은 호의 작은 머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일을 하셨다.
미소를 지은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의 일이다. 덧없는 미소였다. 보이는가 싶었는데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틀림없다. 입술연지 붓으로 슥 그린것처럼 가가 님의 곧은 입매가 누그러졌다가 금세 다시 돌아오고,
그 뒤에는 미소를 짓기 전에는 없었던 따뜻한 선이 남았다.
- P170

"너는 어떤 글자를 배우고 싶으냐?"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호의 마음은 금방 정해졌다.
"바다, 이옵니다."
고토에 님과 나란히 서서 이노우에 가의 야트막한 정원에서 바라보던 바다. 성님과 함께 히다카야마 신사 경내에서 내려다보던 바다. 마루미의 바다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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