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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범스 1 - 목각 인형의 웃음소리 구스범스 1
R. L. 스타인 지음, 노은정 옮김, 소윤경 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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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 개봉하는 영화 <구스범스>의 무비북을 읽어보니, 이번 영화에서 최고의 악당은 목각인형 슬래피더라고요. 바로 그 슬래피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구스범스』시리즈 가운데 『목각 인형의 웃음소리』입니다. 고릴라박스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는 시리즈에서는 이 이야기가 첫 번째 책으로 나왔답니다. 예전 다른 출판사 타란튤라에서 나온 책으로는 『마네킹의 질투』란 제목으로 시리즈의 4번째 책으로 나오기도 했네요(원서로는 7번째 책으로 되어 있고요.).

 

아무튼 슬래피가 전해주는 공포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크리스와 린디는 쌍둥이 자매랍니다. 서로 좋을 때는 참 좋지만, 둘은 경쟁의식이 강해 질투할 때도 많답니다. 특히, 동생인 크리스가 더 이런 경쟁의식과 시샘이 강하네요. 그런데, 어느 날 린디는 새로 집을 짓고 있는 옆집에서 버려진 목각인형 하나를 줍게 됩니다. 이 인형이 바로 슬래피랍니다. 린디는 슬래피를 가지고 복화술 인형극을 연습하곤 하는데, 린디에게 재능이 있네요. 친구들도 좋아하고, 생일파티에 초대되어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합니다. 나중엔 TV 출연까지 섭외가 된답니다.

 

이런 린디의 모습에 샘이 난 크리스에게 어느 날 아빠가 슬래피와 같은 회사 제품의 같은 크기의 또 다른 목각인형을 사옵니다. 이 녀석이 바로 우디란 녀석입니다. 그런데, 이때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의자에 나란히 앉혀 놓은 목각인형 슬래피와 무디가 마치 싸움을 한 것 같은 모습으로 뒤엉켜 있기도 하고, 한 밤중에 물을 마시러 내려가 보니, 부엌이 난장판이 되어 있고, 그곳에는 크리스의 목각인형 우디가 얄밉게 웃으며 난장판 한가운데 앉아 있네요. 이런 믿을 수 없는 모습들에 크리스는 점차 목각인형 우디를 무서워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모두 크리스를 놀려주기 위한 린디의 장난이었네요. 그런데, 정말 린디의 장난뿐이었을까요? 나중엔 린디가 장난하지 않는 게 확실한대도 우디가 이상합니다. 우디가 사람들을 향해 못된 말을 하거든요. 물론, 모두들 크리스가 복화술로 못된 말을 하고 있다고 오해하죠. 그런데, 크리스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대요.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요?

 

이 이야기 『목각 인형의 웃음소리』에서 악령이 깃든 것 같은 못된 인형은 바로 우디랍니다. 우디는 마치 공포영화 속에 등장하는 처키와 같은 악마인형이랍니다. 결국 우디는 본색을 드러내고, 두 아이들을 노예처럼 부리려고 합니다. 말을 듣지 않으면, 두 아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죽이겠다고 협박하기도 하네요. 물론, 부모님들은 여전히 아이들의 말을 믿지 않아요. 어찌 인형이 살아있어 못된 짓들을 한다고 생각하겠어요. 부모님은 아이들의 장난이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하죠. 이런 상황에서 과연 아이들은 악마인형 우디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

 

영화의 스토리북을 읽고 난 이후에 읽게 된 『구스범스』 시리즈 첫 번째 책인 『목각 인형의 웃음소리』에서는 의외로 슬래피가 악마인형으로 나오지 않고, 우디라는 다른 녀석이 악마인형으로 등장하네요. 그런데, 과연 슬래피는 그냥 평범한 목각인형에 불과할까요?

 

『목각 인형의 웃음소리』, 구스범스 시리즈의 진가를 알 수 있는 책입니다. 오싹한 분위기가 줄곧 유지되는. 새벽에 혼자 읽으면 더 재미있겠죠? 조심하세요. 여러분들의 인형이 살아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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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기 싫은 날
홍화정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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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무겁고 심각한 내용의 책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칠 수 있는 책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럴 때, 가장 적합한 책 가운데 하나가 그림 에세이집이 아닐까? 그래서일까? 작년 한 해 동안 그림 에세이집들이 상당히 많이 출판되었고, 나 역시 제법 많이 읽었다. 여기 작년에 읽은 또 한 권의 그림 에세이집이 있다. 홍화정 작가의 『혼자 있기 싫은 날』이란 책이다.

 

홍화정 작가는 일러스트레이터다. 어느 날 제주도로 떠나 그곳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여전히 이처럼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아가씨라 한다. 아마 있는 곳이 애월 어디쯤인가 보다.

 

혼자서도 잘 지낸다는 말을 듣고 싶은 로망을 가진 아가씨. 하지만, 혼자 있으면서도 여전히 SNS를 들여다보게 되는 아가씨란다. 이 모습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모습 아닐까? 우리 모두는 때론 혼자이고 싶어 하지만, 정작 혼자된다면, 그 혼자됨의 외로움에 힘겨워하게 되니 말이다.

 

작가는 때론 깊은 곳에 슬픔을 묻어둔 채, 그런 슬픔 따위는 없다는 듯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을 그려내기도 하고, 때론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바르게 가고 있는지 불안해하는 젊음의 불안을 표현해내기도 한다. 또한 작가는 자신의 사랑과 이별의 아픔도 담담하게(?) 그려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작가는 되고 싶고 하고 싶은 모습의 나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함을 이야기한다. 그렇다. 우린 때론 나의 부족함을 채워나가며 보다 긍정적인 모습으로 삶을 만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누군가 남의 모습을 내 안에 투영하며, 그 허상만을 쫓아간다면, 자칫 나라는 실상은 간데없이 사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글이 있다.

 

<간절히 원하는 것>

주변의 모습에 흔들림 없이 내가 가진 것을 내가 가진 대로

나의 단점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나만의 방식대로 더 나은 나를 고민하는 것.

그러니까, 내가 요즘 간절히 원하는 건

나는 그저 나로서 더 행복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일부러 꾸미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많은 그림 에세이집을 보면, 작가들은 뭔가 유익한 글, 뭔가 독자들의 공감을 강요(?)할만한 글을 찾아내 소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될 때가 있기에 그렇다. 하지만, 홍화정 작가는 그렇지 않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감정을 적어나간다. 어쩌면, 삶을 향한 통찰력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솔직한 표현이 젊은이답다. 아울러,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고백이야말로 이 책의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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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의 국경
신경진 지음 / 문이당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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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엄마의 자살로 작가인 아빠와 단 둘이 살았던 유희는 이혼을 앞둔 별거녀다. 부유한 집안의 아들인 남편은 수많은 여성편력을 쌓아가고, 이에 남편과 별거하여 홀로 살아가는 아버지가 계신 부산으로 내려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여인이다. 그런 유희 앞에 어느 날 시어머니가 찾아온다. 그리곤 남편이 국회의원에 출마해야 하니, 그 때까지 이혼을 보류하자고 한다. 1년 동안 생활비도 보내주겠고, 1년이 지난 다음에는 상가 건물 하나 위자료로 떼어줄 테니 그 때까지 이혼을 보류하자는 시어머니. 서류상으로는 부부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이혼한 상태이니 며느리가 남자를 만나든 뭘 하든 상관치 않겠으니 마음대로 하라는 시어머니.

 

이렇게 이혼을 위한 1년이란 유예기간을 갖게 된 유희 앞에 거짓말처럼 세 명의 남자들이 나타난다. 명문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에 다니며, 성적으로도 매력적인 동갑인 다니엘. 거래처 직원이자 6살 연하인 민중(고아로 성장하였으며, 이종격투기 선수라는 경력이 있다.). 너무나도 의젓한 아들을 둔 홀아비인 유희가 다니는 회사의 황사장.

 

과연 이들과의 사랑은 유희에게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아울러, 이혼을 보류하자는 시어머니는 어떤 꿍꿍이를 품고 있는 걸까? 또한 『국경』에 대한 소설을 쓰며 이상향의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곤 하는 아버지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이 소설 『유희의 국경』은 『슬롯』으로 제3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신경진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이 소설 『유희의 국경』을 통해, 다양한 국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작가가 소설을 통해 말하는 국경들은 어떤 것들일까?

 

작가가 말하는 국경은 사랑의 국경, 신분의 국경, 이념의 국경, 영토의 국경 등 다양한 국경을 복합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소설의 전반부에서는 유희가 사랑의 국경을 허무는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면, 중후반부에서는 가진 자와 없는 자간의 좁혀지지 않는 국경이 주를 이룬다.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유희의 남편과 재력이 있는 시어머니가 유희를 향해 펼치는 만행이 이 부분에서 독자들의 울분을 자아내게 된다. 자신들만의 왕국을 만들고, 그 밖에 있는 자들을 향해 펼치는 가진 자들의 만행, 이들이 만들어가는 국경이야말로 오늘 이 땅의 수많은 한숨들을 자아내고 있는 국경이 아닐까?

 

소설의 후반부에서는 유희의 아버지 신현우 작가가 찾아가는 유토피아의 국경을 보여준다. ‘엠베리 오르삭’이라는 가상의 공간. 이곳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사고를 가진 자에게만 열려지는 공간으로 민족적 차별을 극복하고 다양한 민족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영토다(이 곳은 가상이면서도 실재하는 공간이다.). 계급과 민족 차별을 없애고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나라. 바로 그곳을 둘러싼 국경이다. 이 가상공간은 모든 차별의 국경을 해체하고 인간성을 회복한 공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곳은 수많은 차별의 국경을 허문 공간임에도 세상과 구별되는 또 하나의 국경을 만들고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음도 사실이다.

 

소설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재미있고 몰입도가 높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유익을 위해 돈으로 사람들을 매수하고 거짓을 진실처럼 이야기하는 가진 자들. 그리고 그들의 수행원이 되길 자처하는 검사와 경찰의 모습이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며 분개하게 하였다. 물론, 그들의 몰상식하고, 뻔뻔하며, 탐욕스러운 그 모습들, 의도적으로 거짓을 양산해내며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는 모습이 픽션의 세상에서만 존재하리라 믿어본다. 하지만, 실제 세상에서도 이런 자들이 존재한다면? 이들이 만들어가는 수많은 국경으로 인해 여전히 힘없는 자들이 억울함 가운데 신음하고 있다면? 그렇기에 소설 속의 유토피아 엠베리 오르삭이 요구되어지는 세상이라면? 여전히 무거운 마음을 안고 소설을 덮게 된다.

 

국경은 사랑만으로는 제거할 수 없는 난공불락의 장벽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국적이 없는 인간이 사라져버렸듯, 국경선이 가로막지 않는 땅도 지도에 존재하지 않는다.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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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나는 삼촌이 되는 중! 튼튼한 나무 9
데이브 커즌스 지음, 김지애 옮김 / 씨드북(주)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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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마커스 오즈번)는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것도 모든 것이 갖춰진 대도시 런던(보다 정확하게는 런던 바로 옆 동네인 하드에이커)에서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마을 슬로웰이란 곳으로 말이다. 물론 오즈의 의사나 의지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엄마가 그곳 교사로 가는 바람에 이사하게 된 오즈의 슬로웰에서의 첫 날이 이제 시작된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특히 열두 살 청소년기의 전학에 있어 첫인상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오즈의 첫 날은 실수투성이. 가방에서 책을 꺼낸다고 꺼낸 것이 그만 여자 팬티였다. 그 가방은 오즈의 책가방이 아닌, 엄마와 누나의 속옷이 잔뜩 들어 있는 빨래가방이었던 것. 그것도 가장 껄렁하게 생긴 게리 앞에서 팬티를 꺼냈으니, 오즈의 새로운 학교에서의 생활이 눈에 훤하다.

 

게다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게시판에 붙어 있는 여자아이 사진에 수염을 그렸는데, 그 사진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태권도로 주 챔피언을 지낸 전력이 있는 이소벨 스키너(오즈의 새 친구 라이언은 마피아 가족이라고 부를 정도다.). 결국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오즈는 첫날 하교하다가 이소벨을 만나게 되고, 이소벨의 무시무시한 개에게 쫓겨 도망치다가 엄마 차와 부딪힐 뻔 한다(이 사고로 엄마의 팔이 부러져, 엄마가 해야 할 작업의 조수로 이소벨이 등장한다.).

 

또한 오즈가 사귀게 된 친구 라이언은 비틀즈를 좋아하는 아주 올드하고, 영화 코스튬 플레이에 빠져 있는 괴상한 느낌의 친구인데. 과연 오즈의 새로운 생활이 괜찮을까?

 

 

청소년소설인 『열두 살 나는 삼촌이 되는 중!』은 크게 두 가지 축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나는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여 겪게 되는 혼란과 적응의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또 다른 하나는 고등학생 누나가 임신을 하게 됨으로 겪게 되는 가족의 혼란이다.

 

청소년기에는 사회적 관계에 민감하다. 다시 말해 친구관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친구관계에서 오는 불안과 공포가 청소년기의 정서적 특징을 나타내는 하나의 표현이기도 하다. 바로 이러한 시기에 친구들과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만 하는 오즈의 불안이 소설 속에 잘 녹아 있다. 아울러 이런 불안과 혼란을 넘어 새로운 관계들을 맺고 적응하게 되는 멋진 과정들도 그려내고 있다.

 

아울러 열두 살이라는 나이에 삼촌이 되는 황당한 사건을 통해, 오즈는 마치 태교를 하는 것과 같은 다소 판타지적인 전개가 이어진다. 소설 속에서 오즈와 곤조(태어나게 될 오즈의 조카, 오즈가 부르는 태명이다.)와의 대화 역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작가는 이런 판타지적인 접근을 통해, 낙태문제에 대해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한다. 재미와 의미가 함께 잘 버물어져 있는 좋은 청소년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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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품은 집 문학의 즐거움 53
조경희 지음, 김태현 그림 / 개암나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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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희 작가의 창작동화 『바람을 품은 집』은 합천 해인사에 있는 장경판전을 그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동화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팔만대장경은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죠. 그렇기에 국보 제32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팔만대장경만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아니라,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집 역시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랍니다. 지금도 그곳에서 옛 보관방식 그대로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오늘 우리의 과학수준으로도 더 나은 방식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건축물이란 의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기에 이 장경판전은 국보 제52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뿐 아니라 이런 가치가 인정받아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고요. 이렇게 자랑스러운 건축물을 만든 우리의 조상들이 정말 자랑스럽네요.

 

창작동화인 『바람을 품은 집』은 이처럼 자랑스러운 장경판전 건물을 지은 선조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니 단순히 건물을 지어내는 이야기가 아닌, 그 건물 안에 담겨진 ‘바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선조들이 이 건축물을 지으면서 아마도 자신들의 고단한 삶을 버틸 수 있게 해 준 희망의 ‘바람’을 이 건물에 담아냈을 것이라 작가는 생각합니다. 바로 이런 생각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소화네 아빠는 매품을 팔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소화 부녀의 삶이 얼마나 힘겨운 삶일지 알 수 있네요. 매품이란 양반들이 죄를 짓고, 그에 상응한 벌로 맞아야 할 매를 대신 맞는 겁니다. 남이 맞아야 할 매를 대신 맞고 그 대가를 받아 생활해야 하는 소화네 가정의 삶이 얼마나 힘겨울지 짐작이 되네요.

 

소화네 아빠는 원래는 목수였대요. 하지만, 소화를 놔두고 오랜 시간 집을 비울 수 없어, 목수생활을 포기하고 매품팔이를 해서 소화를 키우고 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소화네 아빠는 너무 과한 매타작에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홀로 남겨진 소화는 못된 뱀골 영감에게 집도 빼앗기게 되고요. 이 불쌍한 소화가 기댈 사람은 아빠의 오랜 친구이자, 아빠 다음으로 소화를 아껴주곤 하던 대목장 아저씨 부부 뿐이랍니다.

 

이제 홀로 남겨진 소화는 대목장 아저씨를 따라다니며 목수 일을 배우고자 합니다. 하지만, 대목장 아저씨는 댕기머리를 한 여자아이는 목수 일처럼 험한 일은 할 수 없다고 하네요. 이에 소화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남자아이의 옷을 입고는 아저씨를 따라가 집을 짓는 일을 돕게 됩니다. 바로 이 일이 해인사의 장경판전을 짓는 일이고요. 과연, 장경판전을 짓는 일에 소화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그리고 장경판전을 짓는데 어떤 일들이 그들 앞에 펼쳐질까요?

 

이야기 속의 소화는 철저한 사회적 약자입니다. 고아인데다 사회적 제한이 많은 여자아이입니다. 게다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아이죠. 뱀골 영감의 농간에 아버지가 남겨준 단 하나의 유산인 집조차 빼앗겼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소화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집을 짓는 일입니다. 이 일은 아버지가 못 다 이룬 꿈이기도 하고요. 소화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당시대상으로 여자아이가 할 수 없는 일임에도 소화는 그러한 금기를 향해 과감하게 부딪히는 멋진 아이네요. 게다가 아주 못된 뱀골 영감에게 맞서 아버지의 집을 되찾는 용감한 아이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이 책 『바람을 품은 집』의 주인공 소화는 살아가기 힘겨운 사회적 약자의 신분임에도 힘겨운 세상에 맞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멋진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어쩌면 이렇게 자신의 삶을 세워나가는 것, 그 희망이야말로 ‘바람을 품은 집’에 담겨진 ‘바람’이겠네요. 대목장 아저씨와 수많은 아저씨들, 그리고 소화가 만들어가는 장경판전, ‘바람을 품은 집’은 단순히 바람골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지나가는 집, 그 불어오는 바람을 품은 집이란 의미만이 아닌, 이처럼 힘겨운 삶을 다시 세우기를 바라는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의 ‘바람’을 품고 있는 집임을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맞아요. 장경판전이 단지 불어오는 ‘바람’만을 품고 있진 않죠. 장경판전이 지어진 목적은 팔만대장경을 품기 위해서잖아요. 이 팔만대장경이 만들어진 목적이야말로 당시 힘겨운 삶을 살아가던 민중들의 보다 더 나은 삶을 바라는 것이니 장경판전은 바로 이러한 민중의 ‘바람’을 품고 있는 집임에 분명하네요. 그렇습니다. 장경판전, ‘바람을 품은 집’에는 민중들의 힘겨운 삶을 벗어나길 바라는 ‘바람’, 그들의 희망이 담겨져 있답니다. 아울러, 이 동화 『바람을 품은 집』 역시 마찬가지고요. 이 동화를 통해, 작가는 선조들의 그 ‘바람’이 오늘 우리들의 ‘바람’이 되길 바라는 거겠죠. 오늘 자라나는 아이들 역시 자신들의 삶을 세우려는 ‘바람’을 품는 인생들이 되길 말입니다. 이 동화를 통해 수많은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희망의 ‘바람’이 불어올 수 있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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