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나라의 앨리스 - 앨리스의 끝나지 않은 모험, 그 두 번째 이야기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3
루이스 캐럴 지음, 정윤희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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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린 시절부터 참 많이 읽은 책일뿐더러,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로도 제작되어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 두 번째 이야기가 있는 줄을 여태 몰랐답니다. 앨리스 이야기가 시리즈일 줄이야. 그래서 찾아보니, 이미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있더라고요. 앨리스의 두 번째 이야기는 바로 『거울 나라의 앨리스』입니다. 이번에 인디고에서 새롭게 번역되어 나온 고전인 셈입니다.

 

거울은 당연히 어떤 상을 그대로 비춰주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앨리스는 조금은 엉뚱한 생각을 합니다. 거울 속에서의 집 안 풍경과 똑같은 풍경, 그 이면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은 어쩌면 거울 밖과 완전히 다른 세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상상에서 다 나가 거울 속의 집으로 들어가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앨리스의 맹랑한 상상력이 놀랍게도 현실이 되면서 앨리스는 또 하나의 모험을 시작하게 됩니다. 바로 거울 속 세상, 거울 나라로의 모험을.

 

거울 속 세상은 앨리스가 상상했던 것처럼, 거울 밖과는 달았습니다. 물론 거울에 비춰 보이는 곳은 같았지만, 모퉁이를 돌아 눈에 보이지 않던 곳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곳은 환상적인 세상이 펼쳐집니다. 꽃들이 말을 하기도 하고, 체스 판의 말들이 살아 움직이기도 하죠. 앨리스의 두 번째 모험은 바로 이 체스 판과 연관이 있답니다. 앨리스는 체스 판의 여왕들을 만나기도 하며, 앨리스 자신이 체스 판의 말이 되어 여왕의 자리를 향해 나아가기도 합니다. 결국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앨리스가 거대한 체스 판에서 여왕의 자리를 향해 나가는 모험입니다.

 

그런데, 왠지 거울 속은 마치 꿈속에서 아무리 앞으로 가려고 해도 도리어 뒤로 가는 것과 같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또한 갑자기 눈앞에 있던 상대가 다른 상대로 변하기도 하고 말입니다. 마치 꿈처럼 말이죠. 그 이유는 실제 이 모든 앨리스의 모험이 사실은 앨리스의 꿈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르죠. 실제 일어난 일일지도 말입니다. 어쩌면 많은 일들이 생각과 반대로 되는 건, 그곳은 거울 속이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거울은 실제와는 좌우가 반대로 비춰지니까요.

 

과연, 거울 나라로의 모험은 정말 앨리스의 꿈이었을까요? 아니면, 실제 일어났던 일일까요? 어쩌면 이것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 안에 상상력이 살아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가 아닐까요?

 

작가인 루이스 캐럴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이어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서 오늘 우리들의 상상력의 힘을 점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상상력이란 것이 때론 허무맹랑한 것으로 치부될 수 있지만, 실상은 상상력이 세상을 진보하게 하거든요.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읽으며, 상상력을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키티(앨리스네 고양이)! 우리 이제 복도 얘기를 해볼까? 우리 집 거실 문이 활짝 열려 있으면 거울 속의 집에 있는 복도도 살짝 보인단다. 그 부분은 우리 집 복도랑 정말 비슷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은 우리 복도랑 완전히 다를지도 몰라. 키티! 우리가 거울 속의 집에 들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분명 그 안에는 아주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할 거야!(19쪽)

 

그래요. 어쩌면 우리 집 거울 속에도 이러한 신비한 나라가 있을지도 말라요. 그 거울 속 신비의 나라가 음침하고, 무섭고, 괴기스러운 공간이 아닌, 실제의 삶보다도 더 아름답고, 더 선하며, 더 따스한 곳이면 좋겠네요. 그리고 그 안의 그 긍정적 에너지가 상상의 힘을 통해, 내 삶 속에도 날마다 스며들 수 있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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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4 0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중동이 2015-11-04 16:27   좋아요 0 | URL
이 책, 좋더라고요. 왠지 그 내용이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이 있기 하지만 말이죠^^
 
여우비 도둑비 - 순 우리말 민화 동시집 즐거운 동시 여행 시리즈 4
김이삭 지음, 이순귀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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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엔 비 내리는 날도 즐거웠죠. 비옷에 장화, 그리고 우산으로 무장을 하고는 일부러 처마 밑에 서서 굵게 쏟아지는 빗물이 정수리에 떨어지게 하기도 하고, 비가 와서 생긴 웅덩이는 그냥 지나는 법이 없었고요. 작은 웅덩이라도 만나면 그곳은 이내 신나는 놀이터가 되었고요. 그러다보면 아무리 완전 무장을 해도 온몸이 젖고, 옷 역시 금세 더럽혀지곤 했었죠. 물론, 엄마에게 한 소리 듣게 되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비 내리는 날에만 누릴 수 있는 재미였기에 포기하기 힘들었죠.

 

그런데, 어느덧 나이가 들며 비오는 날의 즐거움은 사라져 버렸네요. 비에 대한 감상보다는 불편함이 먼저 떠오르니 말입니다. 빗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 게 언제인지도 모르겠고요. 그러다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오며, 정말 오랜 만에 비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답니다. 빗방울이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를 참 오랜 만에 들어봤습니다. 한참 빗방울이 신나게 지붕을 두드릴 때, 시끄럽다는 생각보다는 빗소리가 참 좋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어쩌면 이게 불편함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차 한 잔을 곁들였죠.

 

여기 그런 빗소리를 좋아하는 시인이 있네요. 김이삭 시인은 온통 비에 대한 동시로 책 한 권을 꾸미고 있습니다. 시인의 동시들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드네요. 같은 비라할지라도 참 여러 가지 종류가 있구나 싶은 생각. 그리고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예쁜 동시들을 노래할 수도 있구나 싶은 생각이 말입니다.

 

여러 예쁜 동시들이 가득하지만, 그 가운데 책 제목에도 들어간 <여우비>란 동시가 참 재미나기도 하고, 언제나 악역을 맡는 여우에게 미안하면서도, 화가 나 오줌을 뿌리고 도망치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아 귀엽단 생각도 드네요.

 

악당 / 교활 전문 / 동화 속 나쁜 역할만 시킨다고 / 화가 난 여우 //

맑은 하늘에 / 오줌 잠시 뿌리고 간다

< 여우비 > 전문

 

우박을 보면서 이런 예쁜 생각을 하는 시도 있네요. 이런 예쁜 시를 노래하려면 그 마음이 얼마나 예뻐야 할까요?

 

하늘에 큰 냉장고가 있나 보다 // 탁탁탁, 툭툭툭 //

함께 나눠 먹자고 // 얼음 과자 던진다

< 누리 > 전문

 

이제부턴 우박이 올 때마다 하늘의 냉장고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네요. 비에 대한 동시들을 읽다보니, 무엇보다 요즘 극심한 우리나라의 가뭄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가뭄을 그대로 표현한 동시가 있네요.

 

바짝 말라가는 / 남새 논 // 쩍 갈라지는 / 다랑이 논 //

안타까워 / 구름에서 비가 / 뛰어내렸다 //

맙소사 / 이를 어쩌나! / 땅에 닿기도 전에 / 사라졌네

< 마른 비 > 전문

 

이제는 이 땅의 가뭄, 그로 인해 타들어가는 농민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시도록 구름에서 비가 뛰어내릴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비들이 복비, 약비가 달구비로 내릴 수 있길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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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화를 내봤자 -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자의 나답게 사는 즐거움
엔도 슈사쿠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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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랜만에 엔도 슈사쿠의 책을 읽게 되었다. 한 동안 엔도 슈사쿠에게 빠져 그의 책을 여러 권 읽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처음은 『침묵』이었지만, 그 뒤로 『예수의 일생』, 『그리스도의 탄생』(『예수의 일생』 속편)이란 두 권의 책은 나에게 많은 도전을 줬던 책이기도 하다. 이에 몇몇 책을 더 구입하여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대부분 소설이었고, 한 권의 에세이집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 엔도 슈사쿠의 에세이집으로는 두 번째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번에 위즈덤하우스에서 새롭게 출간된 에세이집, 『인생에 화를 내봤자』는 저자가 근 30년간에 걸쳐 여러 곳에 발표한 에세이들을 선별하여 묶은 책이다. 71년도를 위시로 하여 70년대 글이 상당수 되고, 80년대, 90년대 글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데, 가장 최근 것으로는 98년도 글이 포함되어 있다. 역시 에세이집이라 소설과는 다른 느낌이다. 아무래도 무게감이 느껴지던 소설과는 다르게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저자는 자신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이런저런 소재들을 끄집어내어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어느 글들은 저자의 나이 들어감을 느끼게 하여 쓸쓸한 분위기의 글도 있으며, 때론 옛 시절의 추억에 함께 젖어들게 하는 글들도 있다. 또 어떤 글들은 저자에게 이런 유머 감각이 있었었구나 싶은 것들도 있다. 일상의 소소한 삶의 소재들을 수다 떠는 것처럼 담담하고 솔직하게 전해주는 글들이기에 아무래도 소설을 통해 만나는 것보다는 엔도 슈사쿠라는 한 사람에 대해 더 가깝게 느끼게 한다. 이 에세이집을 통해, 엔도 슈사쿠라는 분을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 왠지 수지 맞은 느낌이다.

 

또한 아무래도 글을 쓰는 작가이기에 작가로서 살아가는 엔도 슈사쿠에 대해 느끼게 하는 글들도 제법 된다. 이 가운데, 「멍하니 있는 시간의 힘」이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멍하니 있는 시간이 글쓰기에 얼마나 유익한지를 말한다. 이 멍하니 있는 시간은 때론 하던 일을 중단하고 사색을 하는 시간이기도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기도 하며, 때론 영화를 보면서 새로운 영감을 받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무작정 글쓰기에 매달리기보다는 이런 멍하니 있는 시간이 글의 물꼬를 트게 되고, 생각지 못했던 글들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된단다.

 

‘괴로운 즐거움’을 말하던 부분도 인상적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그 일이 즐겁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해본다. 오늘 우리가 하는 그 일이 어떤 종류의 것이든 간에 적어도 이런 ‘괴로운 즐거움’이라고 고백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일에 대해 괴로움만 가득하고, 즐거움은 거의 없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오늘 우리의 삶이 힘겨운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힘겨움이 ‘괴로운 불행’이 되지 않고, ‘괴로운 즐거움’이 되길 소망해본다.

 

거기에서 거기인, 대동소이한 짧은 글귀들, 자신의 사유의 결과물인지 여기저기에서 수집한 글인지 잘 구별되지도 않는 짧은 글들로 엮어진 에세이집들이 사랑받고 있는 요즈음(물론 나 역시 이런 글들을 사랑하고 즐겨 읽고 있다. 그러니 이런 시류가 옳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그런 에세이집과 조금 다른 느낌의 에세이집이라는 의미다.). 오랜만에 좋은 에세이집을 읽을 수 있어 배가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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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고구마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 노란돼지 창작동화
양영지 지음, 민소애 그림 / 노란돼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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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고양이 얌스는 운 좋게도 마음씨 좋은 할머니를 만나 함께 살게 됩니다. 할머니는 고추장 애찬론자입니다. 무슨 음식이든 고추장을 넣어 먹습니다. 게다가 할머니가 담근 고추장은 맛나답니다. 얌스는 점차 할머니의 고추장에 빠져듭니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은 얌스는 할머니가 담가 놓은 고추장을 여전히 먹는데, 무엇보다 그토록 좋아하는 고구마에 고추장을 발라먹습니다. 그러다, 고추장 항아리 단지 가운데 고춧가루가 든 봉지를 발견하고, 이젠 고춧가루까지 뿌려먹네요.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요.

 

그런데, 그만 고구마가 다 떨어졌답니다. 이제 얌스는 어떡하죠? 고구마를 얻기 위한 얌스의 시도가 때론 위험하고, 때론 신나고, 때론 멋집니다. 무엇보다 고추장을 바른 고구마를 마음껏 먹은 얌스의 방귀와 트림은 엄청나답니다.

 

이 동화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귀와 트림이 가득하네요. 게다가 실감나는 그림을 통해 그 진한 냄새가 책 밖으로도 진동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이 책은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네요.

 

얌스의 방귀와 트림의 진한 향에 취한 고구마 밭은 대풍년이 됩니다. 얌스의 진한 방귀 냄새에 벌레들이 다 도망갔거든요. 이에 얌스는 고구마 농사짓는 법을 강의하러 다니는 유명 강사가 됩니다. 이때부터 얌스는 더욱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합니다. 유명한 강사이기에 자꾸 자신의 모습을 포장하며 멋진 모습만을 보여주려 합니다. 하지만, 고추장을 듬뿍 바른 고구마가 너무 먹고 싶어 몰래 숨어서 먹죠. 이 장면이 몰래 찍혀 기사화되기고 하고요. 또한 강의를 하며 방귀 뿡뿡 뀌는 일이 들통 나기도 합니다. 이제 얌스는 놀림감이 될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이 일로 인해 얌스를 더욱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직접 담근 고추장을 보내주기고 하고, 함께 고구마에 고추장을 발라 먹자며 찾아오기도 하죠.

 

이 귀여운 동화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남의 시선을 필요 이상으로 의식하며 사는 것은 아닌지 묻고 있네요.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식성 역시 마찬가지고요. 남들의 판단에 휘둘릴 필요는 없죠. 나에게 맛있는 방식으로 먹으면 되고요.

 

전 어려서부터 된장을 넣고 끓인 배춧국이나 김치찌개, 김칫국 등에 버터를 넣어 먹었답니다. 온 가족이 그렇게 먹었으니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았죠. 그런데, 커서 그렇게 먹는다고 했더니,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어떻게 그렇게 먹느냐며 말이죠. 나중에 결혼하고는 순대를 사서 청경채를 집어넣고, 스테이크 소스로 볶아 먹었죠(제가 만든 청경채순대볶음이랍니다). 이것도 사람들은 이상하게 여기더라고요. 뭐,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얼마나 맛있는데요. 그렇게 안 먹어본 사람만 손해죠.^^

 

얌스의 고추장을 바른 고구마 먹기는 계속 될 것 같네요. 그러니 얌스의 방귀와 트림도 계속 될 것 같고요. 이 책을 읽고 우리 아이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조금은 당당해 질 수 있다면 좋겠네요. 또한 각자 자신들만의 독특한 식습관이 있다면 함께 나누는 것도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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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몽골 소녀 체체크 웅진책마을 79
김향이 지음, 백대승 그림 / 웅진주니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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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소녀 체체크는 욕심이 많은 소녀랍니다. 그리고 고집도 세고요. 그래서 체체크의 아버지는 염소 아가씨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체체크의 고집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뚜렷한 욕심과 주관이라고 볼 수 있답니다. 체체크에게는 쌍둥이 오빠가 있는데, 아버지는 오빠와 자신을 차별합니다. 오빠에게는 공부의 기회도 더 주려고 하고, 똑같이 말이 필요한데도 오빠에게만 말을 사준답니다.

 

이런 성차별의 대우로 인해 체체크는 더욱 고집스럽게 자신의 인생에 대해 욕심을 냅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 고집을 부리는 거죠. 정작 오빠는 배부른 아이처럼 공부보다는 밴드에 더 관심이 많고요(물론 이런 모습 역시 자신의 꿈을 좇아가는 것이기도 하고요). 체체크는 자신의 이름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체체크는 몽골어로 꽃을 뜻 한데요. 그래서 체체크는 몽골 벌판에 흔하디흔한 꽃, 그 잡초처럼 자신의 인생이 끝나버릴까 싫답니다.

 

이처럼 욕심 많은 소녀, 그리고 자신의 꿈을 위해 공부하려는 소녀 체체크의 도전기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꿈꾸는 몽골 소녀 체체크』입니다. 체체크는 아버지가 말을 사주지 않자, 기어이 말을 얻게 됩니다. 바로 몽골 토종 야생말인데, 바위틈에 끼어 있던 말을 구해 자신의 말로 만들게 됩니다. 참 억척스러운 소녀죠?

 

체체크는 또한 돈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얻은 말(업둥이라는 뜻으로 얼거멀이라 이름 지어줍니다)이 새끼를 배고 있는데, 오랜 시간 바위틈에 끼어 있어 불안하거든요. 그래서 얼거멀을 먹이기 위한 약을 구해야 하는데, 돈이 없답니다. 이에 체체크는 부모님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합니다.

 

나중엔 장학금을 준다는 말에 혹해 나담 축제(사흘 간 전국에서 열리는 축제로 씨름, 말타기, 활쏘기 시합을 합니다. 이 가운데 체체크는 가장 빨리 달리는 기수에 뽑히고자 하고요.)에 출전하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체체크는 돈에 집착할까요? 그건 자신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서입니다. 엄마의 비자금 가운데는 오빠를 위한 학자금은 있어도 자신을 위한 학자금은 없거든요.

 

풍요롭지 못한 환경, 게다가 여전히 여자이기에 차별받는 사회에서 체체크가 자신의 꿈을 향해 나가기 위해 억척스럽게 노력하는 모습에 참 많은 도전을 받게 되는 동화네요. 아울러 돈이 꼭 필요한 체체크이지만, 그럼에도 돈에 휘둘리기보다는 여전히 사람이 더 중요하고, 사람 사이의 정이 먼저인 모습을 보이기에 그런 모습에 부러움까지 느끼게 하는 동화기도 하고요. 분명 오늘 우리 사회보다는 빈곤한 모습이지만, 왠지 우리보다 더 넉넉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비록 친구 동생을 위해 시합 전날 밤 빗속을 달려 감기에 걸리고, 이로 인해 급채까지 하게 되어 시합에선 꼴등으로 들어왔지만, 오히려 그 미담이 알려지게 되어 주목받게 되는 체체크는 동화 말미에서는 아버지와 더욱 가까워지게 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때론 밉기만 하던 아버지가 체체크에게 이렇게 말하네요.

 

꽃들은 자신을 더 향기롭고 더 아름답게 가꾸어 벌과 나비를 불러 모은단다. 꽃들을 몸부림치게 하는 거센 바람이 꽃들을 강하게 만드는 셈이지.(172쪽)

 

이게 사실 부모의 마음일 겁니다. 아이들이 생각할 때엔 자신만 차별받고, 자신만 천덕꾸러기처럼 여겨질지라도 모든 부모는 자녀들이 더욱 강하고 멋지게 피어나길 기도하고 있는 거죠. 그 아버지의 바람처럼 체체크가 앞으로 멋지게 자라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는 아름다운 꽃으로 활짝 피어나게 되길 소망해봅니다. 아울러, 우리 아이들 역시 온실 속의 화초보다는 거센 바람을 맞고 건강하게 성장하여 강한 꽃들로 피어나게 되길 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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