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밤 되세요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1
노정 지음, 드로잉메리 그림 / 폴앤니나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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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초콜릿어쩐지 달달한 달콤함이 묻어나는 이름이다. 그런데, 무슨 이름일까? 드림초콜릿이란 이름에서 떠올릴 수 있는 것이 뭘까? 초콜릿 만들기 체험 공간 이름이라면 딱 이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곳은 호텔이름이다. 그것도 무너져가는 호텔. 소설은 말한다. 무너져간다는 건 은유가 아닌 실제 물리적으로 무너져 간다고.

 

이처럼 무너져 가는 낡은 호텔, 그러나 그 이름만은 여전히 달달함을 풍기며 뭇 연인들의 발길을 유혹하는 공간, 그곳에서 벌어지는 호텔리어, 아니 호텔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 담겨 있다.

 

문이 닫히지 않는 호실이 있고, 여름에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는 호실이 있다. 이런 곳이 호텔이라니. 그럼에도 그곳은 호텔이 분명하다.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 과연 그곳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달콤한 밤 되세요란 제목의 소설. 표지 그림과 색상부터 시작하여 뭔가 달달한 것들이 잔뜩 펼쳐질 것만 같은 기대감을 품게 한다. 그런데, 별로 달달하지 않다. 오히려 씁쓸하다. 우리네 인생이 그런 것처럼. 달콤함 가득 떠올리게 만드는 이름, “드림초콜릿호텔하지만, 그곳에서는 씁쓸하고 아픈 일들이 가득하다.

 

물론, 인생사가 아픔만 있는 건 아닐 게다. 이 소설 달콤한 밤 되세요는 그런 아픔을 딛고 일어서게 하는 묘한 힘도 느껴진다.

 

또한 소설 속에서 느끼게 되는 아픔, 먹먹함의 이면에는 우리 사회의 정치적 암울함도 자리 잡고 있다. 주인공은 진보정당인 남한사회주의노동자당소속으로 일했던 진보주의자다. 그런 그의 집안은 또한 독실한 기독교집안. 그리고 지금은 드림초콜릿이란 이름의 무너져 가는 호텔에서 케셔로 일하며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는 을의 입장에 있는 고용인.

 

주인공은 자신의 과거 정치적 노선을 회고하는 과정을 통해,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정치적으로 접근하지만, 실상 주인공에게 중요한 것은 정치적 신념도, 정치적 이상도 아니다. 사실 중요한 건 개인의 삶이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야 하며 보장받아야만 하는 개인의 삶. 결코 행복하지 않은 드림초콜릿호텔에서의 생활을 통해, 이런 삶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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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성 스토리콜렉터 51
혼다 테쓰야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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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테쓰야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 그의 <레이코 형사 시리즈>를 통해서다. 첫 번째 책 스트로베리 나이트가 참 강렬했다. 역겨울 만큼. 하지만, 짐승의 성을 읽고 난 후, 그 모든 것들은 약과였음을 알게 된다.

 

짐승의 성, 최악이다. 역겹다. 구역질이 날 만큼. 제법 많은 소설들을 읽으며, 최악의 캐릭터들을 만났지만, 이 소설 속 범인만큼 최악의 캐릭터는 없다. 그 모든 악당들을 뛰어넘는 최강의 악당. 악마 그 자체다. 어쩌면 많은 독자들이 소설을 읽다 중도에서 포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최강의 악마, 그리고 역겨운 묘사들.

 

그러나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소설 평점은 별 다섯에 다섯을 주고 싶다. 역겹지만, 역겨움을 목적으로 소설이 쓰이지 않았음을 알게 되니까. 최강의 악당, 아니 악마 중에 악마를 만나게 되지만, 그럼에도 소설은 추리소설로서, 미스터리 소설로서는 최고급이다. 미스터리답게 반전에 반전이 거듭된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을 통해, 독자를 옥죄고 있던 답답함이 사르르 사라지게 됨을 느끼게 된다.

 

소설은 한 소녀가 경찰에 보호요청을 해오면서 시작된다.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소녀 마야. 그 소녀는 1년 넘게 한 맨션에 감금되어 요시오라는 남자와 아쓰코라는 여자에게서 학대를 당했다고 말한다. 이렇게 해서 출동한 맨션, 403호에선 아쓰코가 남아 있었는데, 아쓰코 역시 마야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 오랜 세월 누군가에게 학대당한 몸의 상흔들. 그런데, 요시오란 남성은 어디에도 없다. 과연 요시오란 남성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두 여성을 심문하는 가운데 밝혀지는 끔찍한 범죄의 현장. 그곳 403호는 소설의 제목처럼 짐승의 성이다. 아니, 짐승 이하의 악마가 만들어간 성이다. 403호 욕실에서는 다섯 명의 DNA와 엄청난 혈흔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게다가 다섯 명 가운데 네 명은 혈연관계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그곳에서 발견된 DNA는 일곱 명의 것으로 늘어나게 된다. 과연 그곳 403호에선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졌던 걸까?

 

여기에 교차적으로 진행되는 또 하나의 스토리는 한 쌍의 행복한 연인들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들의 집에 찾아온 여자 친구의 아버지 사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의문의 이 남성의 진면목은 무엇일까? 여자 친구의 아버지를 의심하며 뒤쫓던 그곳에 위치한 평범한 맨션은 결코 평범할 수 없는 403호 그곳이다.

 

정원수 그늘에서 나와 다시 사부로를 뒤쫓는다. 도중에 맨션 이름을 확인한다. 선코트마치다. 특별할 것 없고, 이 근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층 맨션이다(98).

 

사부로가 바로 사라진 용의자 요시오인 걸까? 바로 그 악마가 무능한 남성의 옷을 입고 위장하고 있었던 걸까? 아무튼 끝까지 요시오를 추적해보자.

 

소설은 멀쩡하던 인격체가 계속되는 폭력 앞에 어떻게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무력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과연 이렇게까지 한 인간에게 종속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간혹 뉴스에서 만나게 되는 끔찍한 폭력의 모습을 볼 때, 이런 학습성 무력감이 그저 소설 속에만 등장하는 것만이 아니고, 또한 비현실적인 폭력으로만 치부할 수 없음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 끔찍하다. 어쩌면 이런 말도 안 되는 끔찍한 일들이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기에.

 

앞에서 말한 것처럼, 소설은 끔찍하다. 최악이다. 구역질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이런 점을 제외하면 미스터리 소설로서는 최고다. 어쩌면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지 않을까 생각된다. 너무나도 끔찍한 사건 속에 들어갔다 나왔기에 심신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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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유희 레이코 형사 시리즈 5
혼다 데쓰야 지음, 이로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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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데쓰야의 <레이코 형사 시리즈> 5번째 책을 만났다. 감염유희란 제목의 책인데, 책은 단편소설집처럼 되어 있다. 감염유희, 인쇄유도, 침묵원차, 추정유죄이렇게 네 편의 단편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들은 사실 하나로 묶여 있다.

 

무엇보다 이번 책의 특징은 레이코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잠깐 두어 번 얼굴을 비추긴 한다. 하지만, 레이코가 주인공이 아니다. 감염유희에서는 시리즈 속에서 레이코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베테랑 형사 가쓰마타가. 인쇄유도에서는 지금은 퇴역경찰인 구라타 슈지가(인쇄유도속에선 현직 형사다.). 침묵원차에서는 레이코 형사의 부하였던 신참 하야마 노리유키가. 이렇게 각기 주인공들이 다르게 진행된다. 그러니, <레이코 형사 시리즈>이긴 하지만, 레이코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외전 격이다.

 

또 하나 각각의 이야기는 하나하나의 단편처럼 느껴지지만, 마지막 추정유죄에 이르면 앞에서 등장했던 사건들,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다 함께 어우러져 이들 사건이 모두 연결된 하나의 사건임을 알려준다. 그러니, 결과적으로는 단편소설집이 아닌 장편소설인 셈이다.

 

마지막 이야기인 추정유죄를 접하기 전까진, 어쩐지 소설이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뭔가 메시지를 전하려다 보니 소설의 재미가 반감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데, 추정유죄를 읽다보면, 앞에서 부족하게 느끼던 부분이 모두 상쇄되면서, 각각의 이야기처럼 여겨졌던 사건들이 알고 보면 모두 하나로 연결된 사건임을 알게 되면서 도리어 짤 짜인 하나의 판이라는 생각을 든다. 앞에서 살짝 느꼈던 실망은 금세 사라지게 된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사건들은 대부분 전직 관료 살인 사건이다. 이 사건들을 통해, 왜 이런 사건들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범인이 살인을 벌이는 목적 내지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접근하며, 소설은 일본 관료주의의 추악함을 고발하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그들의 죄악을 고발하기 위해, 또는 그들의 나태함과 뻔뻔스러움을 정죄하기 위해 개별적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하는 질문을 내던지기도 한다.

 

공무원이란 자리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리임을 망각한 채, 공직을 이용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며, 또한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자들, 그러면서도 뻔뻔스럽게 점잖은 인격체인양, 사회 지도자인양 으스대는 고위 관료들의 행태를 소설은 끊임없이 고발하고 있다.

 

애초부터 국민이 피땀 흘려 낸 세금의 결실을 고작 농작물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는 놈들이잖아. 국민에게 봉사할 생각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던 거야. ‘()’이란 글자를 사기로 착각하는 썩어 빠진 놈들이니까.

 

이런 고위관료들을 처단하기 위해 모든 사건의 배후세력인 인물이 선택한 방법, 그 방법은 대단히 효과적이면서도 대단히 교묘하다. 그리고 끔찍하고. 이 모든 사건의 배후인물이 만든 사이트 제목은 이렇다. “Unmask your laughing neighbors.” “웃고 있는 이웃의 가면을 벗겨라.” 이들 웃고 있는 이웃은 점잖은 척 노년의 삶을 즐기고 있는 전직 관료들이다. 국민을 섬기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아니 백보 양보해서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생각조차 않는 관료들.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국민의 돈을 빼돌리고, 예산이라는 명목으로 여기저기 쓰고 뿌릴뿐더러 자신들을 위해 숨기는 자들. 수상한 법인들을 만들어 세금을 물 쓰듯 퍼부으며, 그 자리에 은퇴 후 낙하산으로 자리를 잡는 자들. 결국 이들은 젊잖게 웃는 가면 뒤에는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탐욕스러운 모습만이 도사리고 있다.

 

이들을 처벌하려 해도 어떤 수단도 없는 소시민들, 그런 그들이 이들 전직 고위 관료들의 정보를 제공받음으로 그들을 향한 울분과 정의의 구현이란 이유로 테러를 행함으로 또 하나의 범죄로 나아가는 모습을 소설을 보여준다. 결국 이런 모습을 통해, 고위 관료들의 작태에 대한 경고를 보내려는 게 아닐까 싶다. 너희들, 그러다 이처럼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레이코 형사가 나오지 않아 조금은 실망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책장을 덮을 때엔 뭔가 묵직한 느낌을 갖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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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중록 4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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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자신의 누명을 벗게 되고, 소환관 양숭고에서 천재추리소녀황재하의 신분을 되찾게 된 황재하, 그녀는 또다시 장안으로 가게 된다. 위기에 처한 기왕 이서백을 돕기 위해. 그런데, 엄청난 운명의 굴레 아래 한 작은 소녀가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4권에서는 기왕 이서백의 최측근들의 이상한 행동들이 기왕과 황재하를, 그리고 독자를 충격으로 몰아넣는다. 이서백과 가장 친한 형제였던 악왕 이윤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서백을 모함하고, 기왕이야말로 당을 몰락시킬 원흉임을 외치고 투신자살하고 만다. 그런데, 악왕의 시신은 어디에도 없다. 악왕처럼 기왕을 모함하는 몇몇 사건들이 벌어짐으로 기왕은 점점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점점 사방에서 기왕을 향해 옥죄어 오는 커다란 힘의 굴레. 두려워 도망치고만 싶을만한 엄청난 위협 아래 기왕과 황재하는 너무나도 미약한 존재로만 느껴지는데, 과연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을까?

 

황재하는 기왕 이서백에게로 몰리는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 사건 해결을 위해, 자신의 정혼자 왕온의 손을 잡게 되는데. 과연 이대로 황재하는 왕온의 품에 안기고 마는 걸까?

 

이번 편에서는 1권부터 계속되며 풀리지 않던 수수께끼들, 그리고 새롭게 4권에서 제시되는 수수께끼들이 황재하의 뛰어난 추리로 인해 풀려나가게 된다. 물론 쉬이 풀리지 않아 독자마저 함께 전전긍긍하게 만들지만 말이다.

 

모든 사건 뒤에 도사리고 있는 것만 같은 신비의 물고기 아가십열의 역할이 무엇인지. 이서백의 운명을 예고하는 것만 같은 신비한 그리고 불길한 부적의 존재,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구궁 자물쇠 상자 안에 있는 부적이 자꾸 글자의 표시가 바뀌는 수수께끼는 정말 신비한 힘에 의한 것인지 아님 어떤 트릭에 의한 것인지. 장항영의 아버지가 선황의 마지막 순간 선황의 정신을 돌아오게 한 대가로 받은 그림(?)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인지. 그리고 새롭게 시작된 수수께끼인 악왕의 돌변한 태도는 무엇 때문인지. 누구보다 신실한 우군이었던 장항영의 돌변한 태도는 또한 무엇 때문인지. 등의 수수께끼들이 황재하에 의해 해결되어진다.

 

4권은 무엇보다 결코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없을 것만 같은 거대한 흐름 앞에 기왕과 황재하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나가게 되는지가 관건이다.

 

전하 곁에서 일어나는 그 모든 이상한 일들을 말입니다. 선황께서 피를 토하시면서 함께 토해내신 자그마한 물고기, 서주 성루에서 발견한 부적, 진 태비마마의 광증과 마마께서 남기신 암시, 그리고 악왕 전하의 기이한 실종과 죽음. 이 모든 일의 진상을 파악한 뒤 알게 되었죠. 제가 마주한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무서운 힘이라는 사실을요. 하오나 전하, 비록 미미한 제 힘으로는 그저 사마귀가 앞발을 들어 수레를 막는 정도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나, 수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할 때, 아주 조금이라도 그 방향을 틀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아주 조금의 어긋남으로도, 미친 듯이 세상 모든 것을 압박하며 굴러오는 수레바퀴가 망가져버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521-2)

 

황재하의 말처럼 작은 사마귀의 앞발로 과연 역사의 수레바퀴를 틀 수 있을까?

 

<잠중록> 마지막까지 재미나다. 한 권 한 권이 두툼한 분량이지만, 바라기는 1권부터 4권까지 한 숨에 읽을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아무래도 몇 달을 기다리다 읽다보니, 앞 내용이 가물가물해지는 단점이 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한 동안 <잠중록>의 잔상에서 벗어나기가 쉽진 않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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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중록 3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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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극 미스터리 로맨스 소설인 잠중록3,4권이 출간되었음을 알고 당장 읽고 싶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미루다가 이제야 드디어 3,4권을 손에 넣게 되었다.

 

가족 살인마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도망쳐 기왕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는 천재추리소녀황재하, 그녀는 기왕부의 천재추리환관양숭고란 신분으로 이런저런 사건에 관여한다. 기왕에게 얽힌 사건들을 해결해주면, 기왕의 도움으로 촉으로 건너가 가족 살인마라는 누명을 해소할 수 있도록 기왕에게 약속받지만, 계속하여 사건들이 터지는 바람에 여태 촉으로 향하지 못하던 황재하.

 

3권을 펼치며 황재하는 기왕과 함께 촉 땅으로 향하게 된다. 그런데, 둘은 자객에게 쫓기게 되고 목숨이 경각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 과연 누가 겁도 없이 천하의 기왕을 해치려는 걸까? 과연 기왕와 황재하는 호위 무사들도 없이 둘만의 힘으로 자객들의 천라지망을 뚫고 성도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이 부분이야말로 기왕 이서백과 황재하 간의 사랑이 뭉클뭉클 피어나는 부분이다. 어째, 소설의 무게추가 로맨스로 확 기운 것만 같은 느낌적 느낌. 미스터리를 기대하는 독자들에겐 기우를, 로맨스를 꿈꾸는 독자들에겐 간질간질 행복한 부분이다. 하지만, 미스터리를 기대하시는 독자들 역시 실망할 필요가 없다. 물릴 정도로 미스터리가 계속되니 말이다.

 

이번 3권에서는 황재하 가문을 몰살시킨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진다. 누가, , 어떻게 황재하 가문을 몰살시켰는지 말이다. 물론, 그 모든 것은 황재하의 추리를 통해 밝혀지게 되고 말이다.

 

황재하의 첫 번째 사랑인 우선, 황재하의 운명적 사랑인 이서백, 그리고 황재하의 공식적 짝인 정혼자 왕온, 이들 세 남자 사이에서 황재하의 사랑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하는 점은 역시 로맨스 소설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물론 독자는 이미 황재하의 마음이 어디로 향할지 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조마조마 콩닥콩닥 하는 맛이 있다는.).

 

뿐 아니라, 기왕 이서백의 묵묵한 도움, 그리고 시신에 미친 철부지 공자님에서 성도부의 포도대장이 된 주자진의 도움과 함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황재하. 역시 소설의 가장 큰 감초는 주자진의 존재다. 황재하 주변의 여러 인물들은 이미 양숭고가 황재하임을 알고 있지만, 정작 날마다 붙어 다니는 주자진은 여전히 그의 우상인 황재하를 그리워하며, 황재하에 버금갈 추리능력을 갖춘 양숭고와 붙어 다니며 사건 현장을 종횡무진 한다.

 

무엇보다 3권은 황재하의 누명이 다 벗겨지게 되는 쾌거를 이룬다. 속이 다 시원하다. <잠중록> 한 번 손에 들면 놓을 수 없다는 치명적 단점을 가진 책, 얼른 4권으로 손을 뻗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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