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가장의 기묘한 돈벌이 2 - 황천택배 헬택배 보름달문고 68
보린 지음, 버드폴더 그림 / 문학동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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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린 작가의 신작 『고양이 가장의 기묘한 돈벌이』 1권을 읽은 후, 2권이 궁금하여 바로 구입하였다. 바로 「황천택배 헬택배」다.

 

먼저, 1권의 지난 이야기를 간략히 살펴보자.

 

이제 자신은 가장을 하지 않고 음유시인이 되겠노라며 가장 자리를 딸에게 넘겨준 병호 씨. 돈을 벌어와야만 하는 가장 역할은 자신도 못하겠노라며, 집 보일러실에서 살고 있는 길고양이 꽃님이에게 가장 자리를 넘겨준 메리. 덜컥 자신이 가장이 되겠노라며 가장이 된 꽃님이. 이렇게 꽃님이는 가장이 되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돈벌이를 시작한다.

 

1편에서는 이를 위해 여우 호호 씨에게 방을 세놓아주고 돈을 받지만, 오히려 이 일로 인해 가족들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자신들의 머리카락을 호호 씨에 팔아 인두겁을 만들게 했던 병호 씨와 딸 메리는 이 일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자신들의 인두겁을 사 간 까마귀들이 자신들이 되어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다.

 

이렇게 하여 병호 시와 메리는 호호 씨의 배려로 또 다른 인두겁을 쓰고 까마귀들을 쫓는다. 노래하는 음유시인이 되고 싶은 병호 씨는 연예인 씨가 되고, 가난한 게 너무 싫은 메리는 왕부자 씨가 되어.

 

하지만, 이는 호호 씨의 계략이었다. 메리를 왕부자 씨로 변하게 하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구미호 호호 씨의 계락. 메리가 쓴 왕부자 씨 인두겁은 평범한 인두겁이 아닌, 만드는 것이 금기로 되어 있던 꼭두각시 인두겁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런 꼭두각시 인두겁의 문제는 해결했지만, 아직 문제가 남았다. 까마귀들이 병호 씨가 되어 카드를 만들고 엄청난 돈을 썼던 것. 이에 또 다시 병호 씨와 메리, 꽃님이는 대책회의에 들어가게 되고. 카드 대금도 해결해야 되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도 해야 하는 꽃님이는 이번에는 택배 기사로 취직하게 된다. 평범한 택배가 아닌, 황천에 사는 존재들에게 물건을 배달하는 황천택배의 기사로 말이다.

 

그런데, 메리가 황천 세상에 들어가게 된다. 뿐 아니라 병호 씨까지. 병호 씨는 헬쇼핑의 전속 가수로 취직하게 되고, 메리는 헬쇼핑의 모델이 되어 cf를 찍게 되는데, 문제는 그 카메라가 요지경이었던 것. 인간과 황천 세상의 존재를 함께 찍을 수 있는 건 요지경 밖에 없다는데, 요지경에 찍히게 되면, 그림자부터 빨려 들어가 결국엔 완전히 요지경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단다. 요지경에 찍힌 메리를 구하기 위해선 요지경을 찾아 깨뜨려야 한다는데, 과연 요지경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번 이야기 역시 재미나다. 황천 세상이 마치 인간 세상과 비슷한 모습이라는 것도 재미나고. 황천 세상의 물건을 인간 세상으로 빼돌리려는 헬쇼핑 사장 공공 씨의 비리, 그리고 이 비리를 고발하는 메리와 연오(메리의 인두겁을 사갔던 까마귀, 메리와 병호 씨는 이 까마귀 모자의 집에 의탁하게 된다. 메리는 연오를 도와 공공 씨와 맞선다.)의 용감한 모습도 멋지다.

 

재미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안타까움과 먹먹함이 함께 공존한다. 메리네 집은 가난한 반 지하 셋방. 많은 비에 그만 집이 온통 물바다가 되어버린다. 게다가 집에 자동차가 없어 친구들과 함께 현장학습 모둠에 들어갈 수도 없다. 병아리를 길러 부자가 되어보겠다는 메리는 병아리를 잘 기르지만, 쥐가 밤새 한 마리만 남겨 놓고 다 물어간다. 이런 불편하고, 궁상맞은 가난함으로 인해 메리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이런 모습이 안타깝다. 가난으로 인해 메리가 위축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당당하다. 이게 메리의 매력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이야기에서는 과도한 소비생활과 이로 인해 범람하는 쓰레기들에 대한 문제도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슬쩍 고발한다. 마치 반짝이는 것을 보면, 아무런 생각 없이 달려드는 까마귀들처럼 우리 모두 선전에 매혹되어 필요도 없는 물건들을 자꾸 구입하는 것은 아닌지. 자꾸 반짝거리는 물건이라 해서 구입하기만 하는 까마귀들이 오늘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게다가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 마치 새것과 같은 물건도 마구 버림으로 온통 쓰레기 산을 만들고 있는 모습은 아닌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염라대왕의 재판에까지 참석하게 되는 메리의 모험, 이제 그 세 번째 이야기는 또 어떤 재미난 일들이 벌어지게 될지 기대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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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가장의 기묘한 돈벌이 1 - 여우양복점 보름달문고 67
보린 지음, 버드폴더 그림 / 문학동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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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린 작가의 책을 처음 접했다. 책날개에서 작가를 ‘이야기꾼.’이라 소개하고 있다. 어쩜 이렇게 당당하게 작가소개를 ‘이야기꾼’이라 소개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동화를 읽어가는 가운데, 이야기꾼이라는 표현이 전혀 과장됨이 없음을 알게 된다.

 

그럼, 이야기꾼인 보린 작가가 전해주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고양이 가장의 기묘한 돈벌이』란 제목의 책, 그 첫 번째는 「여우 양복점」이다.

 

한 집안의 가장인 병호 씨는 어느 날 딸 메리를 불러놓고 자신의 가장 자리를 딸에게 내놓는다. 이제 딸 메리가 가장을 하란다. 메리 역시 가족의 일원이니 자격이 충분하단다. 이렇게 가장이 된 메리는 가장이라면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번엔 가장 자리를 꽃님이에게 넘긴다. 꽃님이가 동생이냐고? 아니다. 꽃님이는 보일러실에서 살고 있는 길고양이다. 무슨 고양이가 가장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꽃님이는 덜컥 가장 자리를 수락하게 되고, 이제 꽃님이가 병호 씨와 메리 네 집의 가장이 되어 돈을 벌게 된다.

 

고양이가 어떻게 일을 할 수 있느냐고? 그건 몰라서 하는 말이다. 꽃님이는 그냥 고양이가 아닌 영물 중에 영물이다. 사람 말도 할 수 있는 영물. 구미호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영물 고양이. 이렇게 돈을 벌겠다는 꽃님이는 어느 날 여우 호호 씨를 데려온다(그냥 여우가 아닌 구미호다. 영물인지 요물인지 알 수 없는.). 호호 씨에게 하나밖에 없는 방을 세놓기로 했다며. 병호 씨와 메리는 펄쩍 뛰지만, 월세가 자그마치 백만 원. 곰팡이와 거미줄투성인 반 지하 방 하나를 한 달에 백만 원이나. 아니다. 하루에 백만 원이다. 그러니 일세가 백만 원. 이렇게 병호씨와 메리는 부엌에서 잠을 자기로 하고 방을 세놓고 만다.

 

자칭 영물이라는 호호 씨는 그곳에 <폭스테일러>란 간판을 건다. 이렇게 ‘여우 양복점’이 열리게 된다. 그런데, 그곳에서 파는 것은 바로 인두겁이었다. 인두겁을 쓰게 되면, 인두겁의 재료로 머리카락을 제공한 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게 된단다. 어떤 인두겁을 쓰느냐에 따라 연예인이 되기도 하고, 재벌 회장님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병호 씨와 메리가 또 돈에 눈이 멀어 자신들의 머리카락으로 인두겁을 만들게 되고, 이로 인해 까마귀 모자가 자신들의 인두겁을 사 쓰고 다님으로 말미암아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까마귀 모자가 이제 인두겁을 통해 병호 씨와 메리 행세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병호 씨와 메리, 그리고 둘을 돕는 꽃님이는 둘의 인두겁을 되찾을 수 있을까?

 

메리네 가정의 궁핍한 경제 사정과 사람의 말을 하는 영물들의 등장. 여기에 그저 탈을 쓰는 수준이 아닌, 그 사람으로 온전히 변하는 신비한 인두겁이란 물건. 게다가 호호 씨의 계략까지 합쳐져서 병호 씨와 메리, 그리고 꽃님이를 궁지에 몰아넣는 사건 전개가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어 빠져들게 만든다.

 

아울러, 내가 아닌 누군가의 흉내를 내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인두겁을 씀으로 누군가가 된다는 것이 흥미로운 사실임에도 그건 내가 아니다. 나는 나의 모습일 때, 비로소 내가 된다. 오늘 어쩌면 우린 내가 아닌 누구가의 인두겁을 쓰고 살고 있는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게도 된다.

 

그런데, 이걸 어쩌지? 인두겁 문제가 잘 해결 되는 가 싶었는데(사실, 인두겁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꼭두각시 인두겁 문제만이 해결된다.), 누군가 병호 씨 이름으로 카드를 만들고 카드를 사용했다. 바로 병호 씨의 인두겁을 쓴 자다. 안 그래도 힘겨운 경제사정에 15,324,000원이나 썼으니, 이를 어쩐다? 아무래도 궁금하여 2권을 안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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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의 책 교실 - 책은 왜 읽어야 할까? 수상한 인문학 교실
이향안 지음, 이경석 그림 / 시공주니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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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인문학 교실>은 시공주니어에서 새롭게 시작한 시리즈입니다. 동화를 통해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인문학에 대한 생각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시리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은 <수상한 인문학 교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네요.

 

수상한 인문학 교실은 세계사의 인물들과 함께 역사 여행을 하며 우리 생활 속의 인문학적 고민들을 해결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키우는 인문학 동화 시리즈입니다.

 

그 첫 번째 책은 진시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향안 작가의 『진시황의 책 교실-책은 왜 읽어야 할까?』입니다.

도영이란 친구는 책 읽는 것이 너무너무 싫습니다. 책이 없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하죠. 그런 도영이 어느 날 매일 가던 마을 언덕길에서 길을 잃게 되고, 눈앞에 나타난 수상한 인문학 교실이란 건물에 들어가게 됩니다. 다소 괴기스러운 건물에서 교실지기 할아범의 안내로 한 선생님을 만나게 되는데, 선생님의 이름이 진시황이래요. 무시무시하게 생긴 진시황 선생님은 알고 보니 너무 좋은 사람입니다. 책읽기가 싫다는 도영이를 혼내기는커녕 자신이 다스리는 나라는 평생 책을 보지 않고 실컷 놀 수 있다고 하며 도영이를 칭찬하거든요. 이렇게 해서 도영은 진시황과 함께 시간여행을 하게 됩니다. 바로 분서갱유의 끔찍한 역사 현장으로 말입니다.

 

과연 그곳에서 도영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고, 무엇을 배우게 될까요? 정말 진시황 선생님이 도영 생각처럼 좋은 사람인 걸까요?

이번 이야기는 진시황의 분서갱유 사건을 토대로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아니,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주죠. 진시황이 책들을 모두 태워버린 이유가 무엇인지도 생각해보게 하고요.

 

독재자들이 금서를 양상해내고, 심지어 진시황처럼 책을 배우는 것은 역설적으로 책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겠죠. 책에서 전해주는 사상, 지혜, 진실을 독재자들은 두려워하는 거겠죠. 그래서 자꾸 하나의 목소리만을 강요하려는 것이겠고요. 이런 못된 접근은 오늘날도 여전하고요. 국정교과서가 이 시대의 또 하나의 분서갱유 아닐까요?

 

이런 잘못된 접근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결국 책에서 건강한 가치관을 찾아내고, 진리를 말할 힘을 얻는 거겠죠. 우리 어린이들이 이처럼 좋은 <수상한 인문학 교실>을 통해, 건강한 가치관을 갖게 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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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다독(多讀多讀) 캠페인 책 사진을 올려봅니다.

이번엔 4권의 책이 있어 올려 봅니다.

사진만 올려도 되겠지만, 이왕지사 간단한 책 설명을 덧붙여봅니다.

 

< 피자 선거 >

 

반장 선거를 통해 선거, 투표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동화입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모습이 어른들의 모습 그대로라는 점이 어른들마저 부끄럽게 하는 동화입니다.

대가를 내세우며 후보 사퇴를 종용하기도 하고, 유권자들에게 뇌물(사탕)을 돌려요.

공약도 남발하죠. 게다가 같은 참모진을 향한 약속도 지키지 않아요.

그저 반장이 되면 그만인 거죠.

상대 후보를 향한 인신공격은 필수고요. 댓글부대를 동원해서 말입니다.

 

너무나도 우리 어른들 세상과 똑같네요.

but, 결국 피자 토핑처럼 하나로 어우러져 각기 다르지만 맛난 피자맛을 내는 화합의 모습을 보인답니다.

 

< 할아버지와 보낸 하루 >

원폭 피해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그림동화입니다.

일본의 원폭 피해에 대해서도 우리의 시각을 교정해주고, 아울러 우리 조선인 피해자가 사망자만 4만 명 이상, 피해자는 7만 명 이상임을 생각할 때, 일본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 수상한 학원 >

 

공부만 강요되어지는 오늘의 교육을 돌아보게 하는 동화입니다.

아이들이 성적, 학교, 취직 등 목적지를 정해놓고 뻥 뚫린 고속도로로 그저 앞만 보고 빨리 달려가는 것이 좋은지.

아님, 구불구불 국도를 천천히 달려가며 이런저런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가는 것이 좋은지.

천천히 걸어가며 들에 핀 야생화도 만져보고 향내도 맡아보며 걷는 것이 좋은지.

생각해보게 하는 동화입니다.

비록 구불구불 갈지라도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며 길가에 피어나는 야생화의 꽃향기도 맡아가며 걷는 길이 행복한 길이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동화입니다.

 

< 블랙리스트 >

 

위험요소를 제거하겠다는 욕심으로 아이들을 통제하는 그 통제야말로 가장 위험한 접근임을 알려주는 좋은 동화입니다.

자유롭게 성장해야 할 아이들을 주어진 틀 안에 가두려 하는 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통제와 틀 안에 가두는 시도야말로 아이들을 사라지게 만든다는 접근.

무엇보다 마지막 문장 ‘이제 너희들만 돌아오면 돼.’란 문장이 먹먹함으로 다가왔던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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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 2016-10-13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누굴보고 배우겠습니까 안타깝네요.....

중동이 2016-10-13 16:0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이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쉽고 즐겁고 재미있는 어린이책을 만든 장혼 (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 창의력을 길러주는 역사 인물 그림책
박혜숙 글, 이창민 그림 / 머스트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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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인물을 만난다는 것은 언제나 묘한 즐거움을 줍니다.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도 있어 즐겁습니다. 특히, 힘겹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을 일으켜 세우고, 뭔가를 이루어 낸 분들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여기 그처럼 멋진 분을 만나게 해주는 어린이 책이 있습니다.

 

동화작가 박혜숙 작가의 『쉽고 즐겁고 재미있는 어린이 책을 만든 장혼』이란 그림책입니다. 도서출판 머스트비에서 금번 출간된 책으로 <창의력을 길러주는 역사 인물 그림책> 시리즈에 속한 책입니다.

 

장혼이란 분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분은 조선시대 중인으로 조선시대 책을 만드는 관아인 교서관(校書館)의 사준(司准, 종8품)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쉽게 말해 국가에서 운영하는 출판사의 직원으로 책을 교정하고, 만드는 일을 했던 분입니다. 종8품, 비록 낮은 관직이었지만, 중인으로서 그 자리에 올라 국가의 일을 감당했다는 점이 뭔가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게다가 이분은 6살에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를 절었다고 합니다. 이런 장애를 딛고 관직에 올랐던 중인 출신 장혼. 왠지 이것만으로도 이분이 멋져 보입니다.

 

그런데, 진짜 이분의 업적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어린이 교재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어린 시절 양반집 아이들이 글공부하는 것을 부러워하였던 장혼은 후에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보다 더 쉽고 재미나게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교재의 필요성을 느끼고, 교재를 만들기에 이릅니다. 그것이 바로 <아희원람>이라고 하네요. 이 책에는 자연 형상, 사람과 동물의 특징, 의식주와 일상용품, 건국 신화와 지명, 나라의 풍속과 놀이, 인간의 수명과 부귀 이야기, 기상이변 현상, 역사적 인물과 재주 있는 인물 이야기, 왕조와 왕 이야기 등 열 가지 주제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청소년을 위한 학습서 <몽유편>, 본인의 시문집 <이이엄집> 열네 권도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이이엄집>은 인쇄하지 못하고, 손으로 쓴 필사본만 만들었다고 하네요. 이분의 호가 이이엄인가 봐요. 장혼이 살던 옥류동 집이 ‘이이엄’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마치 신사임당이 살던 곳이 ‘사임당’인 것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이이엄이란 뜻은 당나라의 시 “허물어진 집 세 칸이면 그만”이란 구절에서 따온 거래요. 그나마 이 세 칸 집조차 돈이 없어 십 년이 넘게 걸려 지었다고 하네요. 장혼이란 분의 삶의 궁핍함과 함께 소박함과 자족하는 삶을 느끼게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어린이들이 우리 역사 가운데 이처럼 멋진 분들이 정말 많았음을 알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네요. 아울러, 장혼 이분처럼 멋진 꿈 한자락 품고 이루어가는 다음세대들이 되면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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