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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청으로 보는 세계사 - 자르지 않으면 죽는다!
진노 마사후미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0년 2월
평점 :
[도서후기] '숙청으로 보는 세계사'
- 숙청을 알면 세계사가 보인다! -
지은이 : 진노 마사후미(神野正史,じんの まさふみ)
옮긴이 : 김선숙
펴낸곳 : (주)도서출판 성안당
발행일 : 2020년 2월 13일 초판1쇄
도서가 : 15,000원
인간에게 있어서 처세술이란 세상 살아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세상 살아가다 보면 어떻게 처세하느냐에 따라 꽃길만 걷게 될지 지옥도로 빠져버리게 될지 판가름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죠. 정해진 정답은 없겠지만 독불장군처럼 살아가든 파리처럼 손이 발이 되도록 비비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다 처세의 한 방편들이겠죠. 한 개인의 삶에서 처세란게 중요하듯 왕조나 정권에 있어서도 그와 유사한 것이 있는 듯 합니다. 그 중 하나가 숙청인 것 같습니다. 이번 도서후기는 숙청에 대해 중국과 유럽의 사례를 살펴보고 냉혹한 사회 현실과 조직 상태를 파악하여 어떻게 해야할 지 그 비결을 터득하게 하는 책이 그 대상으로 제목은 <숙청으로 보는 세계사>입니다. 책 표지 제목 위에 쓰여진 <자르지 않으면 죽는다!>란 부제가 섬뜩하게 느껴집니다..
저자는 1965년 일본 나고야 출신의 입시학원가의 세계사 강사로서 세계사 전문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답니다. 저자는 교단에선 스킨 헤드, 선글라스, 콧수염, 블랙수트를 항상 고수하고 있다 합니다. 참 희한하고 독특한 캐릭터죠. 사진을 보니 조폭스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저자 이름이 일본어로는 じんの まさふみ이지만 한자로는 神野正史이란 점도 독특하게 느껴집니다. 바른 역사의 신? 대충 그런 의미겠지만 그와는 딴판으로 책 내용 중에 저자도 별 수 없는 일본인이란걸 알게 해주더군요. 편협해 보이는 가치관을 지닌 듯 한 저자에게서 배우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역사관을 지니게 될런지 심히 우려되더랍니다.. 이런 생각 역시 일부만 보고 잘못 판단한 것일 수도,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여튼 그렇습니다.. 그 해당 내용은 마지막에 언급, 정리하도록 하지요.
책은 <들어가며>, <서장. 역사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 <1장. 중국의 처참한 숙청사>, <2장. 유럽에서 벌어진 숙청의 실상>, <3장. 숙청 괴물의 탄생>, <4장. 숙청이 남긴 교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들어가며'에는 왜 숙청을 논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보여줍니다. 좀 독특한 논리였는데요. 그것은 지금의 국제 외교 상황은 약육강식의 험난한 환경이기에 이에 대해 미숙한 대응은 국가의 존망과 국민들의 고통과 직결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외교 환경에 대응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민족의 특성(민족성)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민족성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들의 역사와 정치, 경제, 전통, 문화 등을 총체적이고 구조적, 유기적으로 이해하여야 한답니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을 다 논하기가 지면상 불가능하기에 그중 <숙청>을 주제로 선택했다 하구요. 독특한 논리죠?
'서장. 역사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패권국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지구상 패권국가는 보통 3개 나라를 얘기합니다. 지중해의 고대국가 로마와 19세기의 영국, 20세기의 미국이 그것들이죠. 영원불멸한 것은 없다는 말처럼 이들 국가 역시 시작과 성장, 번영, 그리고 쇠퇴에 이르게 되었답니다. 저자는 미국 역시 전형적인 선동정치인이 나타났기에 민주정이 기능을 하지 못하는 중우정치로 그리스 도시국가처럼 망국의 길을 걷고 있다고 보고 있고, 21세기 패권국이라 자화자찬하는 중국 역시 독재체제 강화로 진행되고 있어 케이사르(시저)나 나폴레옹, 스탈린 처럼 망국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강대국에 자격지심이 있는 걸까요? 좋은 점은 전부 빼버리고 나쁜 점만 부각시키는 것 같습니다. 하긴.. 숙청이 주제니 그럴 수 밖에 없겠네요.ㅎㅎ
숙청(肅淸)은 보통 정치단체나 국가 등에서 정책이나 조직의 일체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반대파를 처단하거나 제거하는 것을 말합니다. 책은 이러한 숙청의 사례들로 중국의 왕조 초기에 발생한 사례들과 유럽의 사례를 들고 있는데요. 중국은 이해가 갑니다만 유럽의 사례는 좀 이상했습니다. 아리아계 민족이 인류 최초로 피부색으로 인종차별을 하면서 벌였던 대대적 숙청과 아메리카 대륙에서 인디오들과 아프리카 흑인들을 대상으로 행했던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 보기엔 그건 숙청이라기 보다 학살이라 하는게 맞을 것 같더군요. 학살 역시 숙청의 정의와는 내용 대부분이 부합되지만 숙청은 그 대상이 동등한 지위의 반대파이지만 학살은 약자들이나 피지배층이 그 대상이란 차이점이 있겠죠..
'1장, 중국의 처참한 숙청사'에 나오는 중국의 사례로 제일 먼저 언급되는 것은 의외로 공자(孔子)입니다. 중국에서 성인군자로 추앙받는 인물인 공자도 노(魯)나라 대사구가 되어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숙청이었답니다. 공자는 부임한 지 7일만에 당대 대학자인 소정묘와 중신들을 전부 죽였답니다. 게다가 제후회의에서 무례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배우와 광대까지 죽이라고 명했다는군요. 다음으로는 한(漢) 고조(유방)과 당(唐) 태종(이세민), 명(明) 홍무제(주원장)의 숙청 사례와 송(宋) 태조(조광윤)의 숙청하지 않은 사례를 비교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중국에서 숙청은 산고(産苦)와 같아서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번영은 찾아오지 않는다고 하면서 반드시 정의가 승리하지 않고 승리한 자가 스스로를 정의라 위장해 그렇게 보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는 날조와 왜곡, 변조에 대한 내용이 잠깐 이어지는데 저자의 정체성이 의심되는 대목이었죠.
'2장. 유럽에서 벌어진 숙청의 실상'에서는 유럽의 사례를 설명하기에 앞서 일본의 오다 노부나가의 사례를 잠깐 보여줍니다. 그런데 중국의 수많은 숙청 사례들에 비하면 노부나가의 숙청은 온정 어린 그의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라고 하네요. 이는 말 그대로 견강부회이자 내로남불이라 여겨집디다. 아무튼 유럽의 경우에는 앞에서 말한 바 대로 백인종인 아리아계 민족들의 인종차별로 시작했답니다. 아리아인은 중앙아시아 초원지대의 유목민이었는데 기원전 2천년경 기후가 한랭건조해지자 민족 대이동이 시작되었답니다. 동쪽으로 이동한게 인도계 아리아인이고 남쪽으로 이동한게 이란계 아리아인, 서쪽으로 인동한게 유럽계 아리아인이랍니다. 인도로 이동한 아리안들은 원주민(드라비다)들을 차별하기 위해 바르나라는 차별제도를 시행했답니다. 유럽으로 이동한 아리안들은 한동안 별다른 차별이 없었으나 중세 들어 이슬람인들을 상대로 대대적 종교를 빙자하여 숙청(학살)을 했답니다. 이 역시 숙청이라 하기엔 좀 억지스럽단 느낌이 들었죠. 다음으로 인디오와 아프리카 흑인의 사례, 프랑스혁명과 러시아혁명 이후 독재정권의 대숙청 사례를 순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에 대해 살펴보면서 언급했던 저자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내용을 마지막으로 도서후기 마무리하렵니다. 책 57페이지에는 <역사를 읽을 때는 언제나 '승자가 누구인가?'를 염두에 두어라>란 소제목으로 역사의 왜곡과 변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면 왜 저자가 별 수 없는 일본인이라 언급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그것은 "침략전쟁을 일으킨 일본이란 악을 미국이 정의의 철퇴를 내렸다"이란 진실을 교묘하게 왜곡, 변조하고 있기 때문이죠. 저자는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가를 생각하면 진실은 명백하게 드러난다면서 전쟁이 끝나면 승자는 패자를 폄훼하는 유언비어를 흘리고 널리 퍼뜨린다 하고 있습니다. 이건 현재의 일본 극우정권과 그 추종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동일한 내용이죠. 19세기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아시아를 극한의 파탄에 빠뜨린 가해자 일본이 자신들의 죄악에 대한 사죄와 반성은 외면하고 구라파에 의해 원자폭탄에 피폭되었단 피해자 코스프레를 이어갈런지.. 어의가 없을 뿐입니다. 어떤 책에서 그러더군요. 일본은 독일과 달리 그들이 저지른 인류에의 범죄에 대해 철저한 단죄와 심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책 뒷표지에는 이런 문구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로베스피에르, 레닌, 스탈린, 주원장, 마오쩌뚱... 역사상 뛰어난 권력자들은 왜 그렇게 많은 인명을 앗아갔을까" 거슬리는 표현이지만 권력을 비교적 장기간 유지했단 점에서 보자면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말과 비슷해 보이는 이 말은 이것입니다. "강한 자, 뛰어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환경에 적응한 자와 유연성 있는 자가 살아남는다." 21세기에 살아 남을 수 있는 사람은 승자 그룹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급속하게 변모하는 새로운 시대를 재빨리 이해하고 이에 적응하는 사람이란게죠. 맞는 말이긴 하지만 누구보다도 먼저 편승해야 한다는 기회주의자스런 의미 같아 좀 씁쓸합니다..
책은 중국과 유럽에 있었던 숙청의 역사를 조명하면서 숙청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잔인한 숙청이 있던 왕조와 정권은 한동안 강한 국력을 유지하게 되었고 흐지부지 대충 숙청을 했던 왕조와 정권은 약한 국가로 나아가게 되었다고 말이죠. 물론 중국이나 중세이후 유럽에서는 3백년 이상 유지된 국가나 왕조는 없었답니다만 그정도라도 유지한 왕조는 창업과 이어진 대대적인 숙청이 있었다고 저자는 얘기합니다. 송(宋)처럼 숙청을 회피한 나라는 지리멸렬하게 숨통만 이어가다 소멸되었다면서요..
숙청. 불합리와 처참함을 떠오르게 하는, 결코 유쾌할 수 없는 주제로 쓰여진 책이지만 거꾸로 숙청의 대상에서 회피하기 위해서 필요한 처세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나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