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 - 개정증보판
배한철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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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

- 문화재 기자와 함께 읽는 초상화 속 흥미로운 한국사 -

 

 

 

 

 

 

지은이 : 배한철

펴낸곳 : 매경출판(주)/생각정거장

발행일 : 2020년 3월 20일 개정증보판1쇄

도서가 : 19,500원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우리민족은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 하여 부모에게서 물려 받은 신체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는 말을 금과옥조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유효한 말이겠지만 그만큼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기란 의미겠죠. 지금은 외모를 가꾸다 못해 성형으로 뜯어 고치는 세상이 되었다지만 나이가 들어가니까 신체에 칼을 대면 댈수록 나이 들어 고생이란걸 느끼게 되더랍니다.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초상화가 그다지 전해지는게 많지 않은 줄 알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읽게 된 책을 통해 그렇지만도 아니더란 걸 알게되었죠. 그것은 영정을 위해 제작된 초상화가 가문에 전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랍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왕실의 화가들에 의해 그려진 초상화들이 많이 제작되었다더군요. 이러한 사실은 <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되었구요. 이 책은 2016년에 처음 발간되었던 것을 이번에 개정증보판으로 새로이 출간된 책이었는데 흥미로운 내용들이 꽤 많았습니다. 초상화들도 꽤 많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눈에 익은 것도 있었지만 생소한 초상화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저자는 역사학도를 꿈꿔왔지만 경제학으로 학사를, 경영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한 분이랍니다. 1995년 언론사에 입사하여 정부 부처를 출입하면서 정책기사를 주로 써왔다는데 우연한 기회로 문화재 관련 취재를 맡게 되면서 꿈을 일부 이룰 수 있었다고 하는군요. 지금도 언론사와 포털에 한국사와 문화재, 고전을 주제로 다양한 칼럼을 쓰고 있다 하구요. 역사는 늘 대중과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는 그 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은 머리말과 본문 8부, 그리고 참고문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본문부는 각 부마다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제목을 보면 어떠한 초상화들을 보여줄지 감이 잡히는 것 같았죠. 그 본문부의 타이틀은 다음과 같습니다.

1부. 다른 각도로 보는 초상화     2부. 임금의 얼굴, 어진     3부. 시대와 위인을 담은 초상화      4부. 조선의 아웃사이더

5부. 화폭에 담긴 불멸의 여인들     6부. 얼굴 없는 위인들    7부. 초상화 속 숨은 역사 찾기       8부. 거장들의 숨겨진 얼굴

 

 

  

 

 

 

본문의 내용들 중에는 참 흥미로운 내용들이 꽤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라 그런거 같은데 예를 들자면 조선시대 대표적인 음담패설집이라는 '고금소총'에 대학자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나 걷는 것도 버거울 정도로 거구의 위인들을 초상화를 통해 살펴보는 것들이 그러했죠. 각 부마다 마지막에는 '초상화 다르게 읽기'라 하여 초상화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면들을 설명해주는 코너가 특히 재밌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초상화 인물들과 관련된 다양한 기록들을 조사했다는걸 여실히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서점에 게재된 책 소개내용을 봄 '초상화 이면에 깃든 역사를 설명해 주는 책'이라 하는데 그것보다는 '초상화에 얽힌 에피소드들을 소개해주는 책'이라 하는게 좀 더 정확한 표현 같단 생각이 듭니다. 역사를 설명해준다는 거창한 말보단 그게 더 맞는거 같았죠. 많은 초상화들을 살펴보면서 많은 얘기를 언급하려다 보니 불가피하단 측면이 없진 않겠지만 아쉬운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가 없네요..

 

 

  

 

  

 

 

 

책의 내용을 요약하기 보다는 개인적으로 뇌리에 남을 것 같은 초상화 위주로 소감을 남기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초상화는 보물 제1483호로 등재된 이재라는 분의 초상화입니다. 무엇보다 그간 보았던 우리나라 선현들의 초상화, 정면에서 약간 좌우측에서 바라본 시각으로 그려진 초상들과는 전혀 다르게 느껴졌던 초상화였습니다. 정면에서 바라보는 초상화는 극히 드물다고 하는데 좌우가 정확하게 대칭되는 느낌을 주는 이재의 초상화는 마치 사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전달하더랍니다. 이런 초상화가 있었다는게 놀라웠죠. 물론 윤두서 자화상도 책에는 나오긴 합니다만 제 시각으론 윤두서 초상화보다 미학적으로 뛰어난 초상화라 여겨졌습니다. 뭐 아님 말구요.^^

책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인데 조선의 화공들은 초상화에 있어서는 '일호불사 편시타인(一毫不似 便時他人)'이라 하여 중국의 화풍을 계승해 극사실주의 초상화를 추구하였다 합니다. '터럭 한올이라도 같지 않다면 다른 사람'이라는게죠. 후손들은 이러한 조상님의 영정을 실제 조상님과 동일시하면서 지극 정성으로 모셨다 합니다. 

 

 

 

 

 

 

책에는 표준영정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표준영정에 대해서 ​의아했던 부분이 많았는데요. 책은 그에 대해 명쾌하게 말해주고 있었죠. 현대에 제작된 표준영정은, 물론 입수한 다양한 자료들을 근거로 제작했다지만, 모두 화가의 상상으로 그려진 초상화라고 저자는 단언하면서 과연 그것이 실제 모습일까 의문시 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리 생각했었구요. 그러면서 기록으로 전해지고 있는 초상화에 나오는 인물들의 외관에 대한 표현들과 표준영정과의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는데 의외라 여겨지는 내용들이 많더군요..  보이는데로 믿으면 안된다는 말, 여기에서도 적용되는 것 같았습니다.

책엔 현재 초상화가 전해지지 않는다고 알려진 위인들 초상화가 여럿 수록되어 있습니다. 일제시대 촬영되어 제작된 도록에서 발굴된 자료에서부터 일본인들이 소유하고 있던 그림들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보할 수 있었던 자료라 합니다. 김유신, 원효, 왕건, 이순신, 정약용 등 그간 알려진 초상(물론 표준영정이지만)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기에 놀라웠죠. 물론 그 초상화의 진위 여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고 하구요.  

 

 

 

 

 

 

미인도에 대한 다채로운내용들. 꽤 재미있습니다. 이 부분은 책을 통해 접해보시길 바랍니다.^^

 

 

  

 

 

 

책은 초상화를 통해 그 인물들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꽤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였지요.

현재까지 전해지는 초상화는 대부분이 조선시대 제작된 것들이고 극히 일부 고려시대의 것이 있다고 합니다. 보통 초상화는 종이나 비단에 그려지다 보니 오래 보관하기가 쉽진 않았었겠지요.. 지금도 가문 종가댁에 보관되어 전해지는 초상화들이 많이 있을거라 합니다. 책에 수록된 초상화 중에도 종가댁에서 기증하였다는 것들이 꽤 많이 나와있었구요. 아쉬운건 일제시대 당시 일본인들에 의해 많은 초상화들이 반출되었다는 점과 6·25전쟁 당시 창덕궁 선원전에 전해내려 오던 조선 왕실의 어진들을 부산국악원으로 옮겼는데 화재가 발생하여 4점만 남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수록되어 있는 철종의 어진을 보니 절반 가까이 불에 타 소실되었던데 참 안타까울 뿐이었죠..

이러한 이야기들, 초상화와 인물, 역사가 믹스된 이야기에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이 책 적극 추천할 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제 보기엔 깊이있게 역사를 살펴 본다기 보단 초상화라는 특이한 주제를 가지고 그와 연관된 역사적 사실과 그 이면에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로 구성된 흥미와 재미를 주는 책이라 여겨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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