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소한(?) 바램 내지는 갈등 하나.

주말에 시부모님께서 아기 보러왔다가셨다.
보통 시부모님이 올라오시면 서울서 대학원다니느라 자취하는 시누이까지 해서
어른 다섯(시댁식구 3에 우리 내외)명이 우리집에 와서 이틀 내지는 그 이상을 숙식을 하고간다.
그러므로 부모님이 한번 올아오시면, 청소하고 장보고 국이며 찌개며 하나 끓여야 되고
최소한 고기 반찬이나 나물이나 뭐든 해야한다.

평소 신랑은 아침부터 저녘을 회사에서 해결하고 오는터라, 내밥만 챙기던 일상에서 갑자기 5인분을 하려니
국도 한솥이요 밥도 끼니때마다 새로해야 하고 끼니때마다 새로운 반찬 하나라도 내야한다.
친정엄니가 이런거에 좀 민감하신 편이라, 시부모님 올라오신다면 손수 물김치며 고기를 재는등 하셨고
시어머니도 올라오실때마다 고기를 재오거나 딸네집 가져다줄 반찬 한 박스 한켠에 우리거 몇개도 가져오시고 해서
이래저래 넘겼는데, 이번엔 엄마는 지방으로 다니러 가셨고
거기다 신랑은 월요일날 영국에서 귀국하더니, 계속 10시 반 11시 회식이니 일이니 하고
급기야 금요일은 집에 안들어오고 토요일새벽 6시 넘어서야 들어오더니 쓰러진다.

애 젖먹이랴, 그 와중에 내밥 챙기랴 신랑 밥먹이랴
계속 쓰러져 자는 신랑 겨우 깨워서 마트에만 갔다오라고 시키고
집안 정리하고 청소하랴 찌개 끓이고 수육하고 오이썰어서 수육이랑 무치고,
오시면 바로 밥먹게 반찬 미리 접시에 덜어두고, 밥하고 헉헉
오셔서 대충 밥을먹었는데 시누이는 부모님 올라오시는걸 몰랐던듯, 늦게와서 따로 상차리고ㅜ 또 설거지
아침엔 6시에 일어나서 밥하고 찌개 또 끓이고 브로콜리 데쳐서 초장이랑 내고 두부전하고 반찬꺼내고
새벽잠 안잔 시누이는 옆에서서 계속 내가 하는거 지켜보고 있고
(왜 그랬을까? 도와줄려고? 신기해서? -_- 모지?)
밥먹고나면 차마시고 과일깍아먹고 또 머 마시고
중간중간에 내 일상들- 아가 젖은 먹이고 청소하고 젖병소독하고 미음만들고 애기가 흥얼흥얼하면 또 가서 보고- 도 계속되고
신랑은 피곤하다는 이유로 저녘먹고 9시인가부터 담날 12시까지 자고..
밥먹고 설거지는 했지만, 딱 식탁에서 나온 그릇만 씻은지라
옆의 솥이며 부엌 정리며 마른 그릇을 다시 정리하는 등의 일은 또 고대로 내 몫이고

이래 쓰고보니 시부모님 오셔서 2끼 밥 준비한거 밖에 없긴하지만..
쪼금은 수고한거 아닌가.
전엔 시부모님 왔다가시면 신랑이 먼저 수고했어.. 라고 그래도 어깨 톡톡 해주면서 말하더니
요번엔 아직 그런말을 안한다.
너무 피곤해서 그런가? 아님 인제 내가 그렇게 하는건 당연하다는 건가?
자기도 마트 갔다오고 설거지 했기때문에 할일 다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상은 저절로 차려지고, 바닥의 먼지며 머리카락이며는 저절로 사라진 줄 아는건가?

나 수고했지? 라고 생글거리며 한번 엎드려 절 받기를 해볼까?
그럼 응 수고했어 라고 무미건조하게 한마디 나올까봐 하기가 조금 싫으다.
거기다 대고 야 진짜 수고했다는 것 처럼 좀 해봐 라고 시킬려니
피곤하다는 사람 앞에놓고 - 아직 시차 적응이 안되었다고 -_- -
내 하고잡은대로만 할려니 것도 그렇고
칫.

그래도 함 찔러봐 ? 말어?

오늘의 사소한 고민이다.

사소하긴 뭐가 사소해. 쳇 은근히 맘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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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4-25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로 표현 마시고 행동으로 보여 주시는 방법은 어떨까요.?...^^

조선인 2006-04-25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 찔러야 되요. 남자들은 안 그러면 몰라요.

瑚璉 2006-04-2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따라 조금 다르긴 하지만 가끔 찔러줄 필요가 있어요(-.-;).

urblue 2006-04-25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찌르세요.

비로그인 2006-04-25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그 시누이 조금 이해가 안가요. (왜 안도와줄까요?)
그리구 말씀하셔요 마음속에 쌓이면 안되거든요.
그런 거 한개 두개 쌓이다 보면 나는 응어리져 있는데
남자들은 전혀 모르고 왜그러나...할 거에요.
(결혼은 안했지만 눈치빠른 나를찾아서 올림.)

마태우스 2006-04-25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시'가 들어가는 사람은 죄다 싫어요! 그 시누이가 얄밉구, 피곤하다고 안도와주는 신랑도 야속하네요. 누구나 피곤한데.... 하여간 시 자 붙은 분들은 얼씬 안하는 게 도와주는 건데...

Mephistopheles 2006-04-25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그럼 플라시보...님은 어쩌시려구요....

ceylontea 2006-04-25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그 서운한 맘 잘 알지요...(전 지금도 그래 가끔 싸웁니다.. 그리고 생색도 내고.. ^^) 옆구리 푹 찔러 절 받으세요.. 그리고 영국 출장 가 있는동안 혼자 얼마나 힘들었는지도 말씀 하시구요..
저도 애 낳고 회사 다닐 때 남편이 3개월 부산 출장 가 있었는데, 회사 다니라, 애 이유식 챙기라 빨래에, 젖병 닦고, 애 목욕에, 청소에, 시어머니 식사에.. 등등 정말 힘들었어요..
그리고 남편이 돌아오니, 나름 애도 봐주고 편한데, 남편 식사도 챙겨야 하니 그건 또 나름 힘들더라구요..
이래저래.. 아무것도 안하고 방실거리며 웃으며 엄마만 바라보는 예쁜 눈동자를 가진 아가를 한명더 수발해야 하니 어찌 되나 힘들긴 힘들지요.. 다 큰 사람들은 알아서 해주면 좋으련만...
남편이 힘들어도, 집에서 애 보고 집안 일하는 사람도 당연히 힘들지요.. 백일이 지났어도 애낳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산모도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이 아니고.. 다시 복직하면 회사일에 집안일 애 돌보는일까지... 만만치 않습니다.. 피곤한 남편 솔직히 안쓰럽지요.. 그래도 나도 힘듬을 이야기 하시고, 가사, 육아 많이 분담 하세요..
남편이 가사, 육아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고, 같이 하는 것임을 끊임없이 이야기 해야합니다.
그리고, 말을 하느니 차라리 내가 하지... 는 아닌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많이 하지만, 그것이 일주일, 또는 한두달 반짝 고생하고 끝나는 일이 아니고, 장기이고 보니 계속 변화시켜야 해요.. 그래도 토토아빠는 잘 하실것 같은데.. ^^ 괜한 우려에 몇자 적어봅니다.

기운내요~~~ ^^
그리고, 남편한테 서운한 맘 오래 담고 있지 말고... 바로 푸시기를... ^^

토토랑 2006-04-25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 음 행동으로 잘..하고싶은데 신랑이 하던 플젝이 이상하게 되서 12시에 들어오는 바람에 못 그러구 있어요 흑

조선인님, 호리건곤 님 ~ 그렇겠죠 ^^? 으음..
urblue 님 까지 그러시니 오늘 메신저로라도 한번 찔러볼까 봐요

나를 찾아서님 안녕하세요 ^^. 사실 시누이님은 부탁하면 잘 하시는데,,
그게 그래도 손위라 이거 해달라 하기가 참 거시기 하거든요 ^^

마태님 심정적으론 맞는 말씀인데 .. 그래도 자꾸 익숙해 지고 정붙여야죠.
싫다 싫다하면 더 싫어 지니 ^^;;

메피스토님. 그쵸?
안그래도 플라시보님 글 읽을 때마다 아이구 저런 아이구 저런 한답니다.
특히나 대구 사람들 그런게 더한데.. 에구구..

ceylontea님 이래저래.. 아무것도 안하고 방실거리며 웃으며 엄마만 바라보는 예쁜 눈동자를 가진 아가를 한명더 수발해야 하니 어찌 되나 힘들긴 힘들지요.. => 푸하하~ 그나마 ceylontea님 남편은 예쁜 눈동자지요. 저희 신랑은 방실거리지도 않는데. 안그래도 아침에 메신저로 '버럭~' 몇번하고. 오늘 밤에 어떻게 잘 풀까 생각하고 있답니다. 고맙습니다.

승주나무 2006-04-26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랑이 좀 밉군요.
하지만 서로에게 굴레가 있다보니까,
삭혀야 하는 부분이 참 안타깝습니다.
플젝으로 고단해 하고 있는 남편이라면
더욱 그러하고요.
생활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니, 감동이 되네요^^
꾸~욱 하며 여운을 되새길랍니다^^


2006-04-26 0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토랑 2006-04-26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 안녕하세요 ^^;; 감동은 무슨요.. 어제밤엔 그래도 푹 찔러 가지구 설랑은 수고했다는 말을 들었답니다. 히힛 ^^

숨어계신님 사용하셔도 됩니다. ^^;; 제가 다 황송한걸요~~ 그런데 새벽늦게까지 못 주무셨나봐요 피곤하시겠어요 저런

ceylontea 2006-04-27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예쁜 눈동자는 아가여요.. 남편 말구.. ㅋㅋ
울 지현이.. 님의 토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