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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1 ㅣ 조반니노 과레스끼 선집 2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이승수 옮김 / 서교출판사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쩌면 이 책은 우리세대 이후로는 그 재미를 잘 느끼지 못할수도 있다. 이미 사회주의는 사라진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꼭 사회주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재미를 느낄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사회주의란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 읽어야 소설 속의 위트를 느낄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세대는 이념이 갈리는 과도기에 있어 행복한 세대일까 ?
이 얘기는 시간과 장소가 좁다. 1946년 12월부터 1947년 12월까지 이탈리아 뽀강 유역의 한 지역에서 펼쳐지는 정치풍자소설이다. 못 배우고 성격 안 좋은 마을의 읍장인 공산당원 빼뽀네와 덩치크고 주먹이 매운 마을 신부님 까밀로의 티격태격 이념다툼이랄까....
시리즈는 전체 10권으로 되어 있는데 이야기가 각자 이어진 것이 아니라 별개의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따로 읽어도 별 부담은 없다. 책 사이즈도 좀 작고... 군데 군데 삽입된 조그마한 그림들이 귀엽다.
몇 년전에 초판 완역본이 나왔을 때 사실 별 기대는 없었다. 대부분의 완역본이 그렇듯 이 책도 어릴때의 기억보다는 재미가 없겠지 싶었기 때문에...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다른 완역본과는 달리 처음 봤을 때의 재미가 그대로 살아있어 반갑기도 했다.
빼뽀네와 까밀로는 서로의 이념이 다르기 때문에 늘상 티격태격한다. 그래도 상황은 웃음을 자아내면서 해결이 된다. 분명 심각한 상황도 있다. 그러나 읽고 있으면 그다지 심각하다는 상황이라고 느껴지지 않는것은 이 소설이 풍자소설이기 때문이지 싶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하느님의 존재이다. 까밀로신부가 모시는 하느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경건한 그 하느님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이 하느님은 까밀로신부의 양심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왜 하느님은 인간에게 말할수 있는 능력을 주셨습니까 ?”
예수님이 웃으셨다.
“인간은 문자로 또는 수화를 써서라도 하느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 방법을 찾았을테니까. 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죄를 짓는 방법을 알고, 충동을 갖고도 죄를 짓지 않는 게 미덕이기 때문이니라.”
도시사람들은 죽음을 싫어한다. 그뿐만 아니라 평범허게 죽는 것을 슬퍼하는 데 반해, 시골 사람들은 단지 더 이상 숨을 쉴수 없다는 것을 슬퍼한다. 도시 사람들이 더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식은 이처럼 삶뿐만 아니라 죽음까지도 골치 아프게 만들기 때문에 어쩌면 이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물건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