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시의 매력속으로~

 

<단지 조금 이상한> 서평 쓰고, 책 소개 페이지 가보니 왠 미녀분이 ^_^

강성은 시인님 정말 아름다우시다ㅋㅋㅋ 무슨 영화배우 같으세요.

 

강성은 시인님 기사 읽고 기분 좋았던 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5&aid=0000534492

 

기사중에 [어릴 적에 슬픈 미학과 정서가 담긴 북유럽 동화를 무척 좋아했던 그는]이란

부분이 있는데요. 제가 <단지 조금 이상한>을 읽고 간파해 냈어요!!ㅋㅋㅋ (남들 다 아는 건가?ㅋ)

 

시를 분류할 때, [동화적 설정, 옛날 이야기 같은 시]라고 따로 항목을 나눴어요.

서평에는 쓸까하다, 귀찮아서 저 분류는 그냥 뺐는데...

아무튼 시를 제대로 읽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 좋음^_^

 


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단지 조금 이상한
강성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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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혼자 올 수 있니
이석주 사진, 강성은 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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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강성은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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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
배명훈 지음 / 문예중앙 / 201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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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은 우주 출신 장교가 지구인 여자친구에게 보내는 연애편지이자, 진실고백이고, 청혼이자 유언장이다. 한편으로 장시(長詩)를 읽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예쁜 일러스트와 어울려 마치 '한편의 예쁜 시집'을 손에 뒤고 있는 듯한 느낌까지.

 

하지만, 다음 두 가지 점에서 충격이었다. 첫째, <청혼>은 기대했던 우주인과 지구인의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둘째, 배명훈 작가의 작품임에도 따분하고, 지루하다.

 

두번째부터 보자. 외형상 연애편지이다 보니, 어투는 '~했어, ~놓여있지 뭐야'같은 구어체다. 시종일관 구어체가 이어지는데, 하나의 호흡으로, 하나의 어투로 끝까지 이어지다 보니, 따분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내용은 '버글러의 모순'같은 개념조차 난해한 것. 배명훈이란 이름만으로도 열광할 준비가 된, 자칭 SF매니아에게 이런 지루함은 당혹스러움 그 자체였다. (구어체의 호흡을 끝까지 따라가는 것은 쉽지 않은데, 여성시점을 추가해 핑퐁식으로 '남자-여자-남자-여자' 구성했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한다.)

 

첫번째를 보자. 처음 책소개를 보고, 우주인과 지구인의 시공을 초월한 사랑이야기를 상상했다. '우주선에서 지구와 별을 바라보며 키스를 하겠지? 무중력상태에서 우주 유영을 하면서 두 손을 꼬옥 맞잡는거야. 아 두근두근. 이런 건, 배명훈 아니면 못하지ㅋㅋㅋ'. 하지만, <청혼>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아쉬운 것은 청혼의 상대방인 여성이 일방적 서술속에서만 존재하기에, 존재감 제로! 모호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감동적이어야만 하는 마지막 장면은 붕 떠버리고, 감동도 반감된다. 사랑이란 건, 혼자 하는게 아니다. <청혼>의 마지막 장면은, 혼자 울고, 고뇌하다 마지막에 시선을 제3자에게 돌리더니 "어때 감동적이지 않아?" 이러는 느낌? 손발이 오그라 들었을 뿐, 전혀 감동적이지 않다. (p.21같은 데이트 에피소드를 추가하거나, p.130같은 만남에 살을 붙여서 '청혼'의 대상인 지구인 여성을 생기있는 존재로 부각시켰다면, 좋았을 것이다.)

 

내용은 적군과 아군의 우주전쟁이다. 여기서는 2가지가 핵심인데, 하나는 '적 함대의 정체가 무엇인가?'라는 의혹. 다른 하나는 [데 나다 총사령관 VS 리델 감찰군 사령관]간 군내갈등이다. 리델 원수가 음흉하게 그려지는데 반해, 데 나다 장군은 참군인 그 자체다. 데 나다 장군의 마지막 행동은 인상적.

 

허나, <청혼>의 전쟁장면은 지루하다. 신무기나 함선에 대한 전제서술이 부족해, 전쟁묘사에 몰입할 수 없으며, 전쟁장면에 긴장감이 전혀 없다. 작가는 전쟁장면을 보충해 중편으로 개작하고, 그 후 장편으로 만들었다는데, 그냥 단편인 게 나았다. 정말 장편으로 쓰고 싶었다면, 남자주인공에 대한 상세서술(군내에서 현재위치에 이르기까지 과정, 지구인 여자친구를 만나게 된 계기 등), 남자와 여자가 연인이 된 과정 및 연애감정, 신무기나 함선, UES(궤도연합사령부) 대한 상세설정등이 필요하다. 경장편 정도인 지금 분량으로는 설명은 설명대로 안되고, 단편같은 임팩트도 없다.

 

<청혼>을 읽으며, 'SF가 가미된 사랑이야기란, 정말 쓰기 힘든 것이구나.'란 사실을 알았다. 한국 SF의 희망인 배명훈 작가의 작품을 찬양하지 못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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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조금 이상한 문학과지성 시인선 430
강성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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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집을 읽고 단 한번도 실망한 적이 없다. 언제나 기대이상이었고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신기한 건, 그렇다고 해서 선뜻 시집에 손이 가지도 않는다는 거다. 바쁘게 살면서, 조용히 시를 읽는 습관을 잊어버린 듯하다. (이건 정말 '습관'의 문제다) 뭐 아무튼. 강성은 시인의 <단지 조금 이상한> 역시 기대에 200%이상 부응했다.

 

2. 가장 놀란 건, 掌篇소설 같은 장시(산문시)가 절반이상이라는 점이다. 처음엔 페이지를 적시하려 했지만, 그게 무의미할 정도로 많다. 혹시 "그래서 산문시 많은 게 불만이야??"라고 묻는다면, "아니!! 절대 아냐. 강성은 작가덕에 산문시 매력에 푸욱~ 빠졌다니까. 정말 좋았어^_^"라고 답하겠다. <단지 조금 이상한>의 산문시들은 관념의 나열이 아니라. 소설의 한 장면을 보는 듯,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그래서 훨신 덜 부담스럽고, 읽는 재미까지 있으며, 더 많은 걸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나의 셔틀콕](p.16)에는 아버지와 배드민턴을 치던 딸이, 숲속으로 사라진 셔틀콕을 찾으러 숲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있다. 이 설정은 워낙 독특하고 기묘해서 미스터리 소설과 같은 긴장감이 느껴진다. 또, 갑자기 사라진 셔틀콕과 어두운 숲의 상징성 / 딸과 아버지가 배드민턴을 치는 행위의 의미 / 지루한 듯 바라보는 어머니의 존재 / 등을 생각하게 했다. 

 

[밤이 간다](p.30)에는 외숙모와 아궁이 불을 지피며 조청을 만드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저 많은 조청은 누가 다 먹나요?" "이가 없는 노인들에게 먹여야지" 같은 대화가 이어져, 진짜 소설같은 느낌이 난다. 강성은 시인은 이런 설정으로 독자를 매혹시키고는, 슬쩍 지나가는 어투로 한마디씩 던지는데, 이게 참 놀라웠다. 가슴에 콕콕 박힌다. 한 부분을 보자. 화자인 '나'가 외숙모에게 "조청 속에는 무엇이 들었나요?"라고 묻자, 외숙모는 "죽은 사람들의 그림자들이지"라고 한다. 다시 '나'는 "나를 집어넣을 건 아니죠?"라고 묻자, 외숙모는 "저런 어쩌다 너는 이렇게 늙은 게냐"라고 한다. 놀랍다. 어린 시절 외숙모를 돕던 '나'는 어느새 나이를 먹었다.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유년시절의 향수, 어른이 된 현실의 허무 같은 게 느껴진다. (물론, 작품내에는 일체의 문장부호가 없다,)

 

3. 수록 작품을 몇 가지 군으로 묶어 보았을 때 가장 주목되는 건, 1) 초현실적이고 SF적인 작품이다. [환상의 빛](p.14)은 초현실적이고, 자아의 분열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지금 운전 중이지만, 왜 운전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옆에 사람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미지의 상태에서 차를 달려가고, 밤하늘을 푸른 박쥐들이 날아다닌다. 몽환적이고, 마치 환상의 늪을 보는 듯 하다.

 

[안녕 나의 외계인 아기](p.36)는 '외계인 아기'가 등장하기에 일견, SF적인 작품으로 보이나, 아니다. 도리어 사회비판의식 같은 걸 느꼈다. 이를테면, 임신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특히, 다문화 가정의 임신여성), 미혼모에 대한 멸시 등. 마지막 [안녕 지구 나는 이제 다른 별로 간다 어둠 속에서 달이 내 손을 슬며시 끌어당겼다]에서는, 비판의식이 극에 달해, 거의 관조의 경지에 이른 것 같다.

 

2) 어린 시절의 향수, 가족애를 다룬 작품도 눈에 띈다. [겨울방학](p.38)은 어린 시절의 향수와 괴담이 결합된 듯한 작품이다. 겨울 산에 토끼를 잡으러 간, 나와 동생, 사촌동생은 길을 잃는다. 그때 나타난 한 남자. 아이들에게 길을 가르쳐 주는데, 과연 남자의 정체는? [여름 한때](p.54) 가족애가 정반대에서 그려진다. 비록 '극'이라 설정했지만, 가족 공동체에 대한 비판의식이 절절하다.

 

[세계의 끝으로의 여행](p.58)은 거대한 바다 / 세계의 끝으로 가는 기차 / 등의 SF적 설정이 인상적이며, 소탈한 모습을 보이는 큰아버지와 강하게 대조된다. 시인은 [큰아버지는 원래 이런 사람이죠 / 오랜만에 만난 조카에게 손목시계를 끌러 주고 / 동생을 너무 많이 닮은 조카를 보고 뒤돌아서 우는]이라고 하는데, 큰아버지에 대한 애잔함, 고마움 같은 걸 느꼈다.

 

4. <단지 조금 이상한>을 통해, 다시금 시를 읽는 즐거움을 느꼈다. 특히 산문시의 매력을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강성은 시인의 시는, (굳이 비유를 하자면) 미지의 섬에서 아무도 모르게 자라나는 달콤한 열매 같다. 그 달콤함은 은밀하고, 초현실적이다. 다른 시집도 읽어보리라.

 

 

 

 

* 같은 제목-[환상의 빛]-의 시가 3편.(p.14,22,50) 세 작품을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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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강성은 시인님 너무 아름다우셔~ ^_^
    from 알라딘에 쥬베이가 왔다!! 2013-08-15 00:20 
    <단지 조금 이상한> 서평 쓰고, 책 소개 페이지 가보니 왠 미녀분이 ^_^강성은 시인님 정말 아름다우시다ㅋㅋㅋ 무슨 영화배우 같으세요. 강성은 시인님 기사 읽고 기분 좋았던 게 있어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5&aid=0000534492 기사중에 [어릴 적에 슬픈 미학과 정서가 담긴 북유럽 동화를 무척 좋아했던 그는
 
 
 

 

 

 

 

 

 

 

 

 

 

 

 

 

 

 

 

쇼리솔님께서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 보내주셨어요!! 

완전 감사합니다^_^

 

아침에 학교 갈려고 내려갔더니, 우편함속에 들어있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후다닥 들고 다시 뛰어 올라와서 사진찍었습니다ㅋㅋㅋ

 

 

다른 책들하고 나란히 놓으니까 더 멋지네요^_^

포장도 꼼꼼하게 해주셔서 흠집하나 없이 왔어요ㅋㅋㅋ

 

 

쇼리솔님, 감사합니다^_^

새로 이것저것 준비하시느라 바쁘실텐데, 정말 큰 선물을 받았어요

 

쇼리솔님 앞으로 하시는 일 무조건 잘 되실거에요!!! 화이팅!!!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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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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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스포일러 있음!!!

 

1. 김영하를 읽는 이유!!

 

근래 한국소설을 멀리한 이유는 소재가 빈곤하고 재미없기 때문이다. 읽다보면 등장인물이 전부 비슷비슷하고, 소재도 항상 보아왔던 것이다. 그래도 꼭 찾아읽는 작가들이 있는데, 김영하 작가도 그 중 한명이다. 김영하 작가하면, 일단 떠오르는 건, <오빠가 돌아왔다>의 '경선이'다. 처음 작가를 접하고, 웃고, 좋아하게 된 작품의 주인공인데다, 힘든 군생활때 여러번 읽어서 친여동생 같은 느낌도 들기 때문에. 작가의 다른 작품 중 빼어난 작품이 많지만, 이상하게도 김영하!하면 "경선이!"하고 튀어 나오고, 저도 모르게 배시시 웃게 된다.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으며, "역시" "역시 김영하!!"를 연발했다. 한국소설에 대한 불만 1순위, 소재의 빈곤함은 이 작품 앞에선 딴나라 얘기고 등장인물은 거의 충격 그 자체다. 한문장 한문장, 만족스럽게, 즐겁게 때론 심각하게 읽고서 마지막에 또 배시시 웃어 버렸다. 이런 말이 되내이면서. "오~ 김영하를 모국어로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번역서만 읽다 지쳐버린 나.)

 

 

2. <살인자의 기억법>의 혁신적 구성

 

일단, 가장 주목되는 건, 짧게 짧게 끊어지는 문단이다. 어떤 문단은 달랑 한 문장인데, 초반엔 약간 어색했다. 이런 의심까지 했다. "어라, 분량 확보를 위한거 아냐? 왜 이렇게 끊으셨을까-_-" 하지만, 읽다보면 알게 된다. 이런 구성이, 알츠하이머 환자의 파편적 기억을 상징하는 것이란 걸. 더욱 놀라운 건, 문단이 짧게 짧게 이어지더라도 이야기의 흐름이 전혀 끊기지 않고, 도리어 살아 넘실댄다는 점. 가히 [김영하 매직]이라고 불러도 될법한 이것은, 김영하가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다.

 

 

3. <살인자의 기억법>은 SF ??

 

이야기 중반부터 SF로 읽혔는데, 이 또한 엄청난 충격이었다. 자세히 보자. <살인자의 기억법>은 병수가 보고 느낀 것이, 병수의 관점에서 이야기 되기에, 서술된 내용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한마디로, 쓰여져 있지만 그대로 믿을 수 없고,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쓰여있는 사실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

 

[개]를 통해 이야기 해보자. [개]는 초반부터 결말을 암시하는 핵심소재이다. 병수는 [옆집 개]가 마당에 똥을 싸고 짖는다며 욕설을 하는데, 은희는 그 개가 [우리집 개](p.43)라고 한다. 병수는 은희에게 집에 도둑이 들었고 개까지 없어졌다고 하소연한다. 그러자 은희는 원래 [집에 개가 없다.](p.85)고 한다. p.125에서는 은희에 의해 부정되었던 개가 다시 등장한다. 이처럼 [개]는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고, 우리집 개인 동시에 옆집 개이다. 이런 개방성은 SF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예컨데, 필립 K.딕의 <유빅>에는 '반프리콕'인 패트(패트리샤 콘리)란 인물이 등장한다. 패트는 시간을 역행할 수 있는 능력, 다시 말해 과거로 돌아가서 현재를 바꾸어 놓을 수 있는 능력(미래 통제능력)을 갖고 있다. 현재 존재하는 것으로 이미 서술된 사실일지라도, 패트에 의해 곧바로 부정되어 존재하지 않는 사실이 될수도 있다. 따라서, 독자는 지금 읽고 있는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대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이는 <살인자의 기억법> 역시 마찬가지다.

 

 

4. 알츠하이머가 아닌, 다중인격의 발현 가능성

 

병수가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는 장면(p.13)에 은희가 등장하기에, 1) 알츠하이머 자체를 공(空)으로 보아, 알츠하이머가 아닌 다중인격의 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2) 은희는 XXXXX로 실제로 함께 병원에 갔고, 병수가 착각했을 뿐이라고 보면, 알츠하이머는 공(空)이 아니고, 알츠하이머에 의한 다중인격의 발현으로 볼 수도 있다. (2번 해석론이 주류일 것) (하단 보충설명 참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병수에 의해 그려지는 은희의 모습이다. 왜 병수는 은희를 창조했을까? 1) 은희를 병수의 또다른 모습 즉 병수의 유년시절 자아로 볼 수도 있고, 2) 먼저 죽은 누이에 대한 기억이 은희로 발현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3) 아버지와 함께 살해한 어린아이(p.143)에게 병수는 무의식적 죄책감을 갖고 있었고, 이것이 은희를 만들어 냈을 수도 있다. 살해당한 아이의 이름이 '은희'(p.143)임을 감안하면 3)해석이 유력하다. (물론, 1) 2) 3)이 종합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5. 김지운 감독의 영화 [장화, 홍련]과의 연관성

 

영화 [장화, 홍련]과 <살인자의 기억법>은 상당한 연관성을 갖는다. 영화 속 수미(임수정)와 수연(문근영), 두 자매는 새엄마 은주(염정아)와 갈등하고 중후반까지 격렬하게 대립각을 세운다. 3인의 존재는 너무나 생생해 의심의 여지가 없게 느껴진다. 하지만, 수연과 은주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 인물들의 갈등은 수미가 수연과 은주의 인격을 창조하여 벌인 1인3역의 1인극이었던 것이다. (하단 보충설명 참조)

 

<살인자의 기억법>의 병수는 1) 지켜내야 하는 은희 2) 은희를 노리는 살인마 박주태 3) 끈질기게 추격하는 안형사란 인물에 둘러쌓여 있는데, 이들은 모두 병수의 머리속에서 재창조된 인물이다. 즉, 존재하지 않는 인격을 (재)창조하고, 원맨쇼를 벌인다는 점에서 병수와 수미는 완벽히 일치한다.

 

 

6.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어야 하는 이유!!!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고 나서, 뭔가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자기전에 '이런 내용을 쓰면 어떨까?'라며 이런저런 생각도 해보고, 의외로 SF적인 내용을 해석하려고 필립 K.딕의 여러 작품을 다시 읽었다. 영화 [장화, 홍련]도 다시 한번 봤다. 읽어서 즐겁고, 뭔가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처럼 훌륭한 소설은 없다.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으며 작가의 숨소리를 느꼈다. 이는 모국어로 읽지 않으면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작가 김영하의 존재는 한국어를 쓰는 이들의 영광이자, 축복이다. 번역서가 아닌, 우리 작가의 소설에서 실로 오랜만에 큰나큰 만족감을 느꼈다. <살인자의 기억법>이 고전 반열에 오르는데 걸림돌은, 오로지 시간의 흐름뿐이다.

 

 

 

 

 

 

 

 

* 보다 쉽게, <살인자의 기억법>의 장점 중 몇 가지만 열거해 보겠습니다. 1) '재미'라는 소설의 기본에 충실하다. (한마디로 무지 재밌다^_^) 2) 혁신적 구성과 충격적 반전. (일본소설의 왠만한 반전은 명함도 못내밈) 3) SF적 향취 (김영하 작가에게서 SF의 향기를 느끼다니, 황홀함ㅋㅋㅋ) 4)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열린 단초들. (예를 들어, [개], [박주태] 등)

 

 

* 4번 항목에 대한 보충설명.

 

뭐낙 직접적인 스포일러라, 말미에서 추가설명 합니다.

 

필자는 '다중인격의 발현'이란 점은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 들입니다. 물론, 은희는 사회복지사를 딸로 착각한 것이지만, 그려지는 은희의 모든 모습이 사회복지사의 그것은 아닙니다. 즉, 현재 존재하는 사회복지사에 병수가 만들어 낸, 자아가 겹쳐졌다는 것이죠. 결국, 병수는 1) 사회복지사를 바탕으로 은희라는 인격을, 2) 형사 박주태에서 살인마 박주태 인격을 만들고, 3) 자신의 쫒는 추격자의 인격으로 안형사를 탄생시킵니다.

 

* 5번 항목에 대한 보충설명

 

[수연과 은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서술은 배경이 되는 시골집에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수연과 관련, 수연이 수미가 창조한 인격인지, 실제 시골집에 머무르는 유령인지 견해가 분분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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