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만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1 - 더 깊고 풍부해진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ㅣ 만화 상상력 사전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수박 그림 / 별천지(열린책들) / 2011년 12월
평점 :
서점에 가서 처음 책을 산 건, 7살이나 8살 때 쯤이었다. 엄마와 누나랑 같이 가서 무려 2시간 넘게 책을 골랐다. 책을 꺼냈다, 보고, 다시 넣고, 또 보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께서는 지루하고 피곤하실 수 있던 상황인데도 우리를 기다려주셨다. 그때 고르고 골라서 샀던 책은 사자성어를 4컷 만화로 풀어낸 <이럴 땐 이런 말>이다. 사자성어를 미리 공부하려는 기특한 생각은 없었고, 그냥 만화가 재미있어 샀다. 그런데 이게 알게 모르게 공부가 되었는지, 수능 전까지 사자성어만 나오면 항상 자신만만했다.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하나고? <만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이하, 만화 상상력 사전)을 읽으며, <이럴 땐 이런 말>이 계속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은 4컷 만화가 아니고 훨씬 심도 있는 주제를 다룬 책이다. 하지만, '어떤 주제'를 만화로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점은 같다. 특히 학생들이 읽으면 '참 좋겠다'란 생각을 했다. 폭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 인류와 동물, 곤충 등 전우주를 아우르는 상상력을 자극받을 수 있다. 시간을 거슬러 엄마랑 누나랑 갔던 서점에 <만화 상상력 사전>이 있었다면, 이 책을 고르지 않았을까?
<만화 상상력 사전>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웃에 사는 헐렝이, 이쁜이, 멋쟁이 3총사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설정이다. 독자는 헐렝이나 이쁜이 입장이 되어 편하게 귀를 기울 수 있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 무릎에 누워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한 행복감도.
아, 등장인물을 좀 더 살펴보자. 3총사라 했지만 멋쟁이는 비중이 미미하고, 사실 헐렝이와 이쁜이가 핵심인물이다. 나이도 명확하진 않으나, "학사경고를 받았다"(p.150)란 코멘트를 보아 대학생으로 보인다. 이쁜이는 이름처럼 똑부러지고 얼굴도 예쁜 커리어우먼 같은 인물이다. 헐렝이는 그런 이쁜이를 좋아하며, 항상 이쁜이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한다. 아, 멋쟁이를 짝사랑하는 깡순이(p.169)도 있고, 화가 김수박님도 군데군데 카메오처럼 등장하신다. (p.97 우측하단에는 이세욱 역자님으로 추정되는 인물도 보임^^)
<만화 상상력 사전>을 읽으며 가장 놀랐던 건, <개미>와 <제3인류>의 주제의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점이다. 특히 개미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경쟁자들 : 개미](p.30)을 시작으로 [두려움](p.62), [마약 중독자](p.72), [사회성](p.99), [세스토드](p.116), [암개미의 운명](p.138)까지. 특히, 암개미가 개미사회를 건설하는 과정을 설명한 [암개미의 운명]은 놀라웠다. 고난의 비행을 끝에 살아남는 개체가 2000마리 중 1,2마리라니. 거기다 건설 초기, 자기의 날개와 알을 먹고 생명을 부지한다는 건, 충격 그 자체였다. 또한, p.76과 p.156은 신작 <제3인류>에도 등장하는 내용이다.
그밖에 교미과정에서 암컷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꾀를 내는 금파리 수컷이야기(p.104), 6마리 쥐 실험을 통해 살펴본 집단 역학관계 이야기(p.144), A4지 사이즈의 비밀(p.170)이 재미있었다.
만화가 아닌 <상상력사전>과 <만화 상상력사전> 모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매력을 가득 담긴 책이지만,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선 <만화 상상력사전>이 낫다. 재미있는 만화로 접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무한 상상력은 정말 대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