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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가우초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이경민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9월
평점 :
버즈북을 통해 로베르토 볼라뇨에 대해 알게 됐지만, 그의 작품을 읽는 건 처음이다. 버즈북을 읽을 당시만 해도 "오 멋진 작가네. 표지그림도 근사하고. 나오자마자 전부 사야겠다." 이랬으나, 어느 순간 볼라뇨를 깨끗하게 잊었다-_- 희미하게 열린책들과 표지작업을 한 야후벨과의 계약과정이 기억에 남았을 뿐. (금액이 오가고, 계약조건을 논의하는 과정이 신기했다. 뭐 아무튼)
<참을 수 없는 가우초>는 5편의 단편소설과 2편의 에세이가 실린 작품집이다. 문화권도 다르고, 처음 접하는 작가라 조심조심 읽어나갔다.
[짐] '어라 벌써 끝났어?' 이런 말이 튀어나왔을 정도로 짧다. (딱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 분량 정도.) 가장 슬퍼 보이던 미국인 친구 '짐'에 대한 이야기.
[참을 수 없는 가우초] 판사출신 변호사, '엑토르 페레다'의 이야기다. 페레다는 대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떠나 전원생활을 시작한다. '알라모 네그로 농장'을 운영하며, 가우초들과 어울려 전원생활에 적응해 간다. 그러나 모두가 페레다 같진 않았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부터 함께 했던 요리사는 적응하지 못하고 도시로 떠나버린다. 페레다는 3년만에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돌아오지만, 그를 기다리는 건, 삭막한 도시의 현실. 아무도 그를 반기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주제의식이 명확했던 작품.
[경찰쥐] 쥐가 상징적 소재인지 알았는데, 진짜 쥐가 화자다. 의인화된 경찰 쥐, '호세(페페 엘 티라)'가 주인공. 정체불명의 살인마(포식자)를 추적하는 내용이라 미스터리한 느낌이 강하다.
[알바로 루셀로트의 여행] <참을 수 없는 가우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 소설가 루셀로트의 삶을 다루고 있다. (이처럼 <참을 수 없는 가우초>엔 특정 인물을 관찰하고 이야기하는 작품이 많다.) 자기 작품을 표절한 프랑스 감독을 찾아, 표절의혹을 파헤치는 것이 핵심이며, 창녀 시몬과의 관계 같은 흥미로운 소재도 등장한다. 루셀로트는 볼라뇨의 분신이 아닐까?
5편의 단편소설과 2편의 에세이라고 했지만, 다음 세 작품은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정통 소설의 느낌은 덜 하지만, 소설로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앞 4작품에 비해 굉장히 모호하고, 주제 파악하기도 힘들었다. 특히, [크룰루 신화]는 생소한 인명이나 고유명사가 많이 나와, 혼란스러웠다. 볼라뇨의 다른 작품을 충분히 접한 다음, 천천히 음미할 필요가 있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