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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경영학 - 위대한 영웅들의 천하경영과 용인술
최우석 지음 / 을유문화사 / 2007년 6월
평점 :
삼국지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소설이 있을까? 만화로, 드라마로, 게임으로…삼국지는 이미 단순한 소설차원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중국역사인 삼국지에 이토록 우리를 열광케 하는건 도대체 무었 때문일까? 명쾌한 답을 내리기는 힘들다. 그럼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삼국지에는) 영웅호걸들의 꿈이 있고, 도모와 경영함이 있고, 흥망성쇠가 있다. 그 전란의 와중에서 살아간 무수한 사람들의 삶의 역정과 희노애락이 있다. (중략) 재미 있는 무용담뿐만 아니라 세상 이치에 관한 것들이 다 들어 있다."(p.9) 저자의 말에서 하나의 답을 끌어낼 수 있다. 삼국지는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할만한 '다양한 삶의 역정'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국경을 초월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것은 아닐지?
이 책은 삼국지의 영웅 조조, 유비, 손권을 통해 리더쉽과 경영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나라를 일으키고 키워가는 과정과 경영자가 창업하여 성공에 이르는 과정을 같게 보는데 일리가 있다. 리더쉽과 경영이란 차원에서 삼국지를 재해석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
[조조] 조조에 대한 평은 크게 나뉜다. 전통적으로는 조조를 야비하고 잔인한 난세의 간웅으로 봤지만, 그를 재해석하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즉, 삼국지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유비가 아니라 조조란 것이다. 일단 조조에 대한 저자의 평을 들어보자. '조조의 성공은 스스로의 역량에 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경영자로서의 자질이 앞선데다 노력도 더 많이 했다. (중략) 냉철한 계산력에다 시대의 소리를 듣고 따라가는 탁월한 감성을 갖췄다.(p.32) 상당히 긍정적이다. 조조가 과소평가됐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선 이런 평가가 신선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저자는 능력을 우선시하는 조조의 인재관을 부각시키는데, 이 점은 조조가 사실상 삼국통일을 이뤄내는데 가장 큰 요소가 됐다. "초야에 있는 사람을 찾아내라. 오직 능력만으로 천거하라. 나는 능력있는 사람을 중용할 것이다."(p.45) 능력을 우선시하고 인재를 모으는데 열심이였던 조조의 모습에서 훌륭한 CEO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조조와 원소의 최대격전이었던 관도대전에서 조조는 승리하고 난 뒤, 원소와 몰래 내응하던 반역문서를 문제삼지 않고 모두 불태워버린다. 이는 넓은 도량을 보임과 동시에 전후 불거질 지도 모른 여러문제(내분등)를 차단하기 위한 적절한 행동이었다.
[유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유비. 내가 보기에 그는 인복이 많은 사람이다. 두형제와 제갈량, 조자룡등. 유비의 인덕이 많아서일까? 단지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 역시 이 점에 대해 언급하는데 '좋은 사람을 골라 믿고 맞기는 스타일, 이른바 부하들의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리더십'을 유비가 가졌기 때문이라 한다.(p.126) 일견 공감이 가면서도 명쾌하게 이해되지 않는다. 유비가 원래 불가사의한 매력을 가진 인물이기에 오늘날 관점에서 단 몇마디로 정의내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저자는 공명과 관우의 긴장관계와 이를 적절히 조절한 유비의 능력을 말하는데, 무척이나 공감이갔다. 관우의 죽음을 관우와 이인자 싸움을 하던 제갈량이 방조했다는 말까지 있으니, 그 당시 관우와 제갈량의 관계는 보기만큼 원만했던거 같지는 않다. 그랬을 것이다. 의형제관계로 평생 동고동락을 했던 관우, 장비가 갑자기 어린 공명의 지휘를 받게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유비는 이런 갈등관계를 적절히 봉합해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시키지 않았다.
[손권] 개인적으로 손권이 가장 뛰어난 CEO라고 생각한다. 당시 오나라와 촉나라의 국력은 위에 비하면 큰 열세에 있었다. (위촉오의 국력이 7.5대1대1.5라는 분석이 있음) 이러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위에 대항하지 않고, 촉과의 동맹, 때론 위나라에 거짓 항복등으로 현란하게 위기를 헤쳐나간 그의 현실판단은 적절했다. 더구나 여러 인재를 모으고 원로들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데, 이 책에서 언급하는 삼국지내용은 '소설인 삼국지'이다. 뭐 '당연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 도 있지만…삼국지의 내용 중 상당수가 실제 역사와는 동떨어진 허구인 점(적벽대전은 정사에 단 한줄만 기록되어 있고, 관우의 오관참장,화룡도 사건등도 허구임)에서 이를 알고 있는 독자입장에서는 내용에 깊게 몰입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삼국지는 하나의 소설임이 분명하지 않은가? 어쩌면 소설에서 역사적 정확성을 요구하는거 자체가 무리일듯 싶다. 삼국지를 경영관점에서 재해석해낸 저자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