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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
김영미.김홍길 지음 / 북하우스 / 2007년 3월
평점 :
동원호 나포사건. 솔직히 내 기억속에서 사라져 버린 사건이었다. 동원호 나포 117일간의 기록을 책으로 옮긴 <바다에서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런 일이 있었구나, 이걸 취재하기 위해 목숨까지 건 사람이 있었구나'하는 것 때문에…그리고 그런 사실을 난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 때문에…
일단 동원호 나포사건의 전말부터 알아보자. 책에서 그대로 인용한다. '2006년 4월 4일 오후3시 40분경 원양어업 업체인 동원수산 소속 선박 한척이 인도양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무장 해적단에 나포됐다. 당시 소말리아 해적단 8명은 두척의 보트에 나눠 타고 총기를 발사하면서 동원호에 접근했다..."(p.9) 총을 쏴대는 이들 앞에서 선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나포사실을 알고 추격하던 미국과 네델란드의 군함도 결국 추격을 포기하고 이들은 해적들의 본거지인 하라데레로 끌려간다.
해적들은 그들이 가진 모든것을 가져가고, 선원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와 굶주림, 모기떼와 싸우며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간다. 석방대가로 50만달러를 요구하는 이들과 회사와의 협상은 지지부진하고 이들이 계획했던 탈출계획은 무위로 돌아간다. 희망은 하나씩 사라지고, 자기들을 구하러 달려올 줄 알았던 정부는 아무 소식이 없다. 마치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프리랜서 기자 김영미. 그녀는 동원호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소말리아로 가기로 결심한다. 당시 소말리아는 심각한 내전중으로, 그곳으로 간다는 것은 목숨을 거는 위험한 일이었다. 그녀는 '내가 알고 싶은 욕구와 시청자들에게 진실을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p.73)하나로 그 어려운 결심을 한 것이다. 그녀의 취재기는 또 하나의 드라마다. 그녀는 일단 소말리아내에서 존경받는 지도자인 '셰이크 하산'을 만나 안전을 보장받고 수행원격인 D와 함께 해적을 찾아 나선다. 단 몇문장으로 그녀의 노력을 글로 옮기는게 미안할 정도로 그녀는 온갖 고생을 한다.
결국 그녀는 억류되어 있던 동원호 선원들을 만나 취재하는데 성공한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일이란 생각은 나만이 가진게 아니었나보다. 김영미 기자님도 이렇게 말한다. "그 다음부터는 선원들이 얘기해주는 것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중략) 선원들도 할리우드 영화로만 봤을법한, 자신이 그런 경험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장면이었을 것 같았다."(p.137) 김영미기자는 선원들에게 희망이었다. 그들은 '기자님 덕에 우리 목숨이 연장됐다면서'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결국 취재를 마치고 한국에 무사히 돌아온 김영미기자. 하지만 그녀를 기다리는건 일개 프리랜서기자의 취재를 믿을 수 없다는 외교부의 반응. 하지만 MBC PD수첩을 통해 동원호사건이 방송되고 인질협상이 타결되어 천만다행으로 그들은 풀려난다.'
책을 읽는 내내, 김영미 기자의 놀라운 열정과 용기에 감탄했다. 그녀는 진실을 위해 목숨까지 거는 진정한 언론인이었다. 협상과정에서 분명 우리 외교부에서도 열심히 노력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왜 책읽는 내내 아쉬움이 남는지? 일개 선원이 아닌, 외교공무원이나 상사주재원들이 납치되었어도, 이처럼 오랜시간이 걸릴지 답답하다. 이 책은 책이 아닌, 하나의 생생한 투쟁기요, 처절한 기록이다. 읽는내내 가슴졸이며, 때론 분노하며 자신을 추스렸다. 아직까지 사고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동원호 선원들과 김영미기자의 건강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