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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
김진송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처음 목수란 직업을 머리속에 떠올리며, '정보화최강국 우리나라에서 목수란 직업은 시대를 역행하는 거 아냐'하는 생각이 들었다. IT전문가는 시대에 부합하고, 목수는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생각...참 한심한 생각이다. 부끄럽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어릴때부터 베워왔건만 저런 이상한 생각이 드는건 뿌리깊은 직업차별의식 때문이 아닐까 자신을 되돌아본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인 김진송님이 정말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목수란 직업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나무에서 삶의 진리를 ?는 예술적 깊이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목수에게 가장 중요한건 나무를 고르고 구하는 일일것이다. 초반부에 저자가 여기저기 돌며 나무를 구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나무주인인 노인들에게 공손히 나무를 청하는 모습이 성실하게 느껴졌다. 저자는 나무의 냄새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무 냄새는 다 다르다. 생나무와 죽은 나무, 썩은 나무가 다른건 당연하지만 나무마다 냄새가 다른건 어떨 때 생각하면 이상할 정도이다. 나무 냄새는 좋다. 그러나 실상 냄새 좋은 나무가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소나무나 향나무를 제외하면 딱히 냄새가 좋은 나무라 할 만한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p.22) 사람마다 고유의 냄새가 있듯이 나무도 나무마다 고유의 냄새가 있으리라...난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나무고유의 냄새는 구별해 낼 수 없지만, 산속에서 느껴지는 상쾌함과 푸근함을 알고 있으면 된거 아닐까하며 스스로 위안 삼아본다.
폭우로 인한 수해이야기가 나온다. 나 역시도 어릴때 외가집에서 물이 마당은 물론 부엌까지 들이친 수해를 경험해 본지라 저자의 글이 한껏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새벽?수해가 할퀴고 지나가고, 남은 것은 물고기였다. 왠 물고기?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물이 급하게 빠지자 평평한 논이며 밭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물고기들이 그야말로 사방천지였다. 자포자기한 것처럼 벌렁 누워 기절해 버린 것들을 그저 주워담기만 하면 되었다."(p.37) 저런 심각한 상황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는건 시골사람들의 순박한 마음가짐같아 보여 좋았다.
책 곳곳에 저자가 작업한 나무작품들의 사진이 실려 있는데, 놀랐정도로 근사했다. 하나의 예술품이라해도 무방할 정도였는데, 특히 25페이지 책상이나, 129페이지 의자, 156페이지 물고기가 인상적이었다. 또한 버드나무로 만든 스탠드도한 일품이었다. 슬그머니 얼마쯤 할까 궁금하기까지 한...그 밖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되는데, 실물로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미친 대추나무 이야기(p.63)도 참 흥미로웠다. 대추나무는 너무 단단하고 뒤틀려서 좋은 목재는 아니라고 한다. 이런 대추나무는 가끔 갑자기 미친(?)다고 하는데,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대추나무는 이상하다. 잘 자라던 나무가 감자기 이상한 짓을 하면서 미쳐버리고, 한번 미쳐버리면 도저히 어찌해 볼 수 없어 결국 베어버려야 한다." 대추나무가 미치는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를 언급하지만 어느하나 확실한 건 없는듯하다. 나무를 비롯한 식물들도 생각 하는 생명체란건 여기저기서 밝혀지고 있다. 대추나무는 왜 미치는지 어떤 가슴아픈 사연이 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저자는 특히 의자나 책상같은 실용적인 작품을 잘 많드는것 같다. 장식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일단 실제 사용할 수 있는게 더 마음에 든다.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제품들만 봐오다 저자의 수공예작품들을 보니, 새로운것이 아주 좋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실용적인 것만 만드는건 아니다. 뚝지나 미유기, 모래무지 같은 물고기, 목마나 인형같은 장식품들도 잘 만든다.(p.154이하)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너무 갖고 싶었다. 가격이 얼마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좀 비쌀거같은데....
마지막으로 저자가 말하는 목수가 되는 조건 4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연장을 다루는 능숙한 기술이 있어야 하며, 나무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물건의 기능과 꼴에 대한 미학적 기준과 판단이 있어야 하며, 힘과 끈기가 받쳐줘야 한다. 하나의 나무가 저처럼 아름다운 작품으로 거듭나는건 목수의 끊임없는 고뇌와 노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 저자의 멋진 작품들과 은은한 글덕에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졌다.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