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를 만든 경종의 그늘 - 정치적 암투 속에 피어난 형제애
이종호 지음 / 글항아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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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책이 나오자마자 썼던 리뷰인데, '어떤 사정상' 올리지 못했습니다.

묵히기 아까워 수정없이 그대로 올립니다.

 

 

<영조를 만든 경종의 그늘>은 경종과 영조의 형제애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갈등관계, 왕위쟁탈 같이 기존에 널리 알려진 것과는 정반대의 관점이다. 나아가 18c 탕평정치의 씨앗을 두 왕의 우애에서 찾기까지 한다. 아주 좋다. 색다른 관점에서의 역사 다시보기. 하지만 문제는 저자가 초점을 맞춘 둘의 형제애가 제대로 부각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형제애의 증거라고 내세우는 논거는 미미하며 이해할 수도 없다. (후술) 이 책에서 색다른 관점에 걸맞는 '새로운 뭔가'를 찾긴 어려웠다. 기존의 논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는 것은 없고 독특한 관점에서 이야기할 뿐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장황하고, 막연한 추측성 서술이 많다. 다시말해 저자의 주장이나 논거가 설득력이 떨어진다.

 

 

1) 막연한 추측성 서술

어차피 역사는 사료를 바탕으로 추론할 수밖에 없지만, 저자의 추론은 다소 뜬금없다. 역사적 사실이 숨겨 있는 정치적 이해를 완전히 배제하고 해석한 것(~다고 생각되는)도 있고, 경종과 영조의 우애라는 대주제에 집착한 나머지 무리한 해석을 하기도 한다. 물론 저자는 수많은 사료를 검토하고 연구한 끝에 내린 결론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제시해 독자를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없다. 논문이라면 몰라도 이건 전 국민이 보는 대중역사서다. 

- p.34 첫째문단. " (전략) 허나, 평소 자신과 아들 금에게 쏟아준 왕후의 은혜를 잊을 수 없는 숙빈 최씨로서는 가만있을 수 없었다. 장씨에 대한 두려움보다 돌아간 왕후에 대한 슬픔이 그녀의 가슴을 더욱 뒤흔들었다. 결국 그녀는 왕을 찾아뵙고 눈물을 흘리며 모든 사실을 털어놓기에 이른다."

이것만 보면, 마치 숙빈 최씨가 고결한 충의지사 같다. 물론 인현왕후와 숙빈 최씨는 사이가 아주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인현왕후의 은혜를 잊지 못했기 때문에 일러바쳤다'란 해석은 너무 단순하다. 저자는 숙빈 최씨가 일러 바침으로써 얻게 되는 이해득실은 따져 보지 않는다. 무수리였다 신분상승한 숙빈 최씨를 가로막는 건, 희빈 장씨와 세자였다. 만일 윤이 그대로 왕위를 계승한다면 금과 최씨는 말그대로 바람 앞의 촛불 신세다. 반대로 장씨가 제거된다면 세자 윤의 입지는 흔들리고 금과 최씨가 운신할 폭은 확대된다. 한마디로 숙빈 최씨의 행동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었다. 이를 배제하고 은혜만을 언급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 p.52 둘째문단. "문제는 어떤 논의를 하는 자리에서도 윤은 길게 말하는 법이 없었다는 점이다. 아뢰는 신하들의 말이 좋다 싶으면 그대로 하라 했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거부하는 게 고작이었다. (중략) 실어증으로 인한 말에의 두려움(-이 표현은 정말 심하다고 생각한다.)을 그는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문제 된 사안에 대하여 그의 두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핵심 또한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말을 별로 하지 않으니 신하들로서는 답답할 때가 많았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 저자는 경종이 '실어증'을 앓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납득할 수 없다. 저자가 내세우는 논거는 어머니의 비참한 죽음으로 인한 충격, 실록의 몇몇 기록들이다. 물론, '경종이 지나치게 침묵을 지키고 문답중에 간혹 분명치 못한바가 있다'고 실록에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실어증'이라고 하는건 지나치다. 당시 경종을 둘러싼 역학관계를 보면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경종은 숙종과 노론신하들이 시퍼렇게 '감시'하는 틈에 대리청정을 했고, 즉위후에도 노론의 엄청난 압박을 받았다. 그런 그가 말을 많이 할 수 있었을까? 만약, 그가 할말 다하고 자기 주관대로 했다면 숙종이 살아 있을 때는 왕위를 넘본다며 쫒겨나고 노론에겐 비난의 빌미만을 줬을 것이다. 그는 실어증이 아니었다. 다만 할 수 없었을 뿐이다. 실어증이라면, 노론을 몰아붙이며 보여줬던 그의 모습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한마디로 경종이 말을 적게 한 것은 실어증이 아니라, 몸조심에 몸조심을 한 경종의 생존법이었다. 

- p.132 둘째문단. " (전략) 그의 말대로 잠시 물러나 있다가 몸이 회복되면 얼마든지 왕으로 복귀할 수도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대로 경종은 물러났다 다시 복귀할 수 있었을까? 회의적이다. 당시 노론은 경종을 왕위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정말 갖은 노력을 다했다. 만약 경종이 물러나면 금이 왕위를 계승하고 게임은 끝이다. 설사 그것이 요양을 위해 일시적으로 물러난 것이라 해도 말이다. 이미 왕위에 있는 왕조차 저렇게 핍박하는데, 물러난 왕이야 상대가 되겠는가?


2) 저자가 말하는 형제애의 실체

경종과 영조의 각별한 관계, 우애라며 저자가 드는 논거는 크게 둘이다. 첫째, 목호룡 고변등 긴박했던 정치상황에서 경종은 영조를 적극 보호했다. 둘째, 영조 즉위이후 경종에 대한 애틋함을 많이 내보였다. 하지만, 동의할 수 없다. 저자는 둘의 형제애에 집착한 나머지, 배후에 깔린 정치적 의도를 간과했다.

- 노론 핵심인사와 연잉군 금이 경종을 시해하려 했다고 목호룡이 고발한 것이 목호룡의 고변이다. 노론을 제거하기 위한 소론의 음모(혹은 과장)라고 보여지고, 개인적 생각으론 경종의 배후지원, 적어도 암묵적 묵인 없이는 불가능한 사건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경종은 왜 연잉군을 보호했을까?

목호룡의 고변은 자체로 소수세력이었던 경종과 소론에겐 과감한 도전이었다. 그렇기에 더 나아가 연잉군까지 제거할 수는 없었다. 세자였던 연잉군까지 죽일 경우(혹은 유배) 불어칠 엄청난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차근차근 지지세력을 키워가던 경종의 스타일을 볼 때, 이런 해석이 타당해 보인다. 노론 인사의 처벌만으로 연잉군에겐 충분한 경고가 되었으리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 영조가 즉위이후, 경종에 대해 보인 특별한 반응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영조는 집권내내 경종 시해의혹을 받았다. 심지어 이인좌는 경종의 복수를 명분으로 반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놀라운 건 이들이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는 것. 영조에 대한 민심이 어떠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런 영조가 경종에게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뭘까?


3) 경종은 독살 되었다.

저자는 경종 독살설이 근거 없다(p.208)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일련의 반론은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반박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논거가 미약하다.

- p.211 중간 "당시에 그렇게 할 긴급한 이유가 금에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세자 지위를 윤이 적극 지지, 보장하고 있는 상태에서 금이 시간을 다투어가며 윤을 시해할 이유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더구나 윤의 평소 건강 상태로 볼 때, 그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은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 아니었던가."

전혀 아니다. 저자는 경종이 연잉군의 세자 지위를 적극 지지, 보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위에서 살펴 봤듯이 경종의 태도는 정치적 고려가 깔려 있었고 연잉군 역시 이를 모를리 없었다. 또한 저자는 왜 노론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가? 혹여 연잉군에게 급박함이 없더라고 노론이 급박했다면 독살을 사주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저자는 경종이 오래 살지 못할 것은 충분히 예견 되었다고 한다. 어떤 논거로 저런 주장을 하는 건가? 경종이 급사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어떤 질병이 있었고 얼마나 상태가 안 좋았다는 건가? 또한 게장를 둘러싼 의혹을 반박하는 p.212는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

- p.219 "(전략) 그러니 형 윤의 위급함을 당해 그가 인삼과 부자를 올리도록 한 것에는 전혀 악의가 있을 수 없다."

p.219의 모든 서술은 내 생각과는 반대다. 모든 걸 떠나, 객관적으로 당시 상황을 보자. 어의를 꾸짖어가며 취한 연잉군의 행동은 의혹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하다. 저자는 형에 대한 애정으로 해석하고, 독살설은 허무맹랑하다고 한다. 나 역시 허무맹랑하다. 전혀 악의가 있을 수 없다니...


* 미처 정리하지 못했지만, 저자의 견해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부분들 & 지적할 부분들

p.35,36 전체적으로 장황.
p.49 추측성 서술
p.52 아래에서 9, p.53 위에서 3. 추측성 서술
p.55 아래 3. 그렇다면 과연 저자의 입장은 무엇인가?
p.93 마지막 과연 그랬을까? 이상적이라 생각함
p.106 둘째 문단. 추측성 서술
p.107 위에서 4. 완벽히 신뢰?
p.118 첫째 문단. 도대체 우애측면에서 뭘 살펴 봤다는 건가? 답답하다.
p.168 위에서 5. 경박한 인물? 당연히 금은 요망하다고 말했을 거다.
p.177 위에서 7,8 조금 재미있는 서술이라 생각한다.
p.200 위에서 6 앞 서술과는 모순
p.201 마지막 문단. 거의 드라마
p.202 위4 천만에. 쉬고 싶은 마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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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나무의 고딕총서가 눈에 들어오네요.

한때, 야심차게 내놨던 시리즈고 주목도 꽤 받았던 거 같은데

이젠 1500원에 팔리다니ㅠ.ㅠ


1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레베카 1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 / 생각의나무 / 2010년 6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2013년 11월 02일에 저장
품절
고딕총서가 분명, 처음에는 양장본이었어요.
지금 열린책들 세계문학과 비슷하지만, 광개본 아닌 형태요.
나름 멋졌는데, 책장 넘기기는 약간 불편했죠.

그런데 얼마전 산 <슬리피 할로우>는 반양장ㅠ.ㅠ
양장본인지 알고 샀단 말야-_-
레베카 2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 / 생각의나무 / 2010년 6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2013년 11월 02일에 저장
품절
대프니 듀 모리에 <새>도 같이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일단 이거부터 읽고 <새>는 나중에 구해야 겠어요.
아울크리크 다리에서 생긴 일
앰브로스 비어스 지음, 정진영 옮김 / 생각의나무 / 2008년 8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2013년 11월 02일에 저장
품절
작가도 모르고, 책도 모르지만ㅋㅋㅋ
공포소설인 듯.
시리즈니까 나온김에 다 사자.
알함브라 1
워싱턴 어빙 지음, 정지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5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3년 11월 02일에 저장
품절
<알함브라>는 처음 나왔을때 분권했다고 엄청 욕먹었음.
그때 생각남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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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K 10월 이벤트 당첨!!^_^

 

 

얼마전 당첨된, RHK 10월 이벤트 책선물이 왔습니다!!

한권 배송이 늦어진다고 친절하게 메모까지 남겨주셨어요^_^

 

 

RHK의 전신, 랜덤하우스 로고도 보이네요ㅋㅋ

<소도시 감성여행>은 사진도 가득하고, 실용적인 정보가 많아서 여행가이드 북으로 딱이겠더라고요.

사이즈도 가장 두툼함^_^

 

 

<사랑 ing>는 자기전에 조금씩 읽을 생각이에요.

<눈치 없는 남자, 속 좁은 여자>는 대화법 책으로 먼저 만났던, 이정숙 작가님 책이어서 반가움.

왠지 읽기만 해도 촉촉해질 거 같아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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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크라트 - 모든 것을 가진 사람과 그 나머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지음, 박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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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양장본이고, 488페이지입니다.
책소개를 보니, 전 세계 상위 0.1퍼센트 글로벌 슈퍼리치의 삶과 생각을 파헤치고 있는 책이라네요^_^

크기 비교, 다른 책에 비해 판형도 크고 두툼합니다.
책이 실제로 보면, 훨신 고급스러워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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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인류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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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인류>입니다^_^
멋진 양장본이에요.
고급 사철방식 양장본하면, 열린책들이죠!!

뒷 표지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얼굴이 있네요^_^
지적인 미소, 멋집니다.

표지는 실물로 보면, 색감이 환상적이에요.
파란색이 우주를 상징하는 거 같고, 빙하를 상징하는 거 같기도 해요.

크기 비교를 위해, 친구들과 같이ㅋㅋㅋ
크기 비교가 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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