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담 수집가>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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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 수집가
오타 다다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기대가 과했나 보다. 아무 생각없이 읽었으면, 나름 즐거웠을 것을. 주적주적 내리는 비, 빗소리, 그리고 기담…이 완벽한 조합을 즐기지 못했다. <기담 수집가>는 굉장히 잘 읽히고, 구성도 독특하다. 하지만, 정신이 바싹들만한 내용은 없다. 전체적으로 무난하다. 큰 기대없이 ''오타 다다시'를 처음 접한다'는 생각으로 읽어야 실망을 안 할 것이다.
작품의 기본구조는 이렇다. 기담 수집가 '에비스 하지메'가 기담모집 광고를 낸다. 이를 본 사람들이 찾아와 이야기를 펼쳐낸다. 에비스와 조수격인 '히사카'는 이야기를 평가한다. (목차인 '의뢰인1,2,3…'은 에비스를 찾아온 사람들) '의뢰인의 기담->에비스의 평가->히사카의 반론'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데, 조금 아쉽다.
먼저, 에비스. 작가가 설정한 에비스의 이미지는 의아하다. 에비스는 바보같이 의뢰인의 기담에 공감하다, 히사카가 반박하면 쉽게 동조해 버린다. 이런 식이다. "…재미있었어. 이건 상당히 드문 기담이야. 축배를 들어야만 하겠는 걸. 내 컬랙션에 어울리는 기담을 만난 기념으로 말이야."(p.44,45)라 했다가, 히사카의 반박을 듣고는 "둘도 없는 기담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시시한 (…) 이야기잖나? 괜히 기대했어."(p.51) 라고 투덜거린다. 자칭 기담 수집가라는 에비스의 안목이 저토록 떨어진다니. 에비스의 반응은 독자를 허무하게 할 뿐이다.
두 번째, 각 연작의 1장은 종이낭비다. 의뢰인이 에비스를 찾는 과정이 1장인데, 의뢰인1부터 6까지 천편일률적이다. (의뢰인7은 예외. 작가는 구성으로 일종의 반전을 시도한다.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반전.) 의뢰인의 모습제시->strawberry hill로 향함->에비스와 히사카 만남. 작품의 중심이 의뢰인이 풀어내는 '기담'이기에, 전 과정은 소홀하다. 시간이 부족한 독자라면, 각 연작의 1장은 가볍게 흩어봐도 무방하다.
기담의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지 않겠다. [자기 그림자에 찔린 남자], [금안은안시안]은 어이없음. [거울속에 사는 소녀], [사라져버린 물빛 망토]는 별로. 그나마 볼만했던 건, [마술사의 슬픈 예언], [겨울장미의 비밀]이다.
* 오타 다다시는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컨테스트'를 통해 이름을 알렸단다. (앞날개 참조) 저 사실을 알아서 그런지, 6편의 기담을 쇼트쇼트로 만들면 훨신 괜찮을거 같다는 생각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