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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후 너는 죽는다 ㅣ 밀리언셀러 클럽 9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평점 :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일종의 연작집이다. 심리학 전공인 대학생 '야마하 케이시'는 모든 이야기에 감초처럼 등장한다. 초반 이를 이해하지 못해 "어라, 케이시 또 나왔네. 이 녀석 뭐야?"하며 어리둥절해 했다. (이런 구성은 이사카 코타로의 <사신 치바>에서도 볼 수 있다.) 또한 [6시간 후 너는 죽는다](이하 A)와 [3시간 후 나는 죽는다](이하 B)는 단편형식이지만, 사실상 같은 이야기다. 즉, A의 주인공 '하라다 미오', '야마하 케이시'의 5년 후 이야기가 B로 이어지는 것.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짧은 분량이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6시간 후 25세 생일을 맞는 미오 앞에 한 사내가 나타난다. 그가 던진 충격의 한마디, "6시간 후에 당신 죽어". 이후 두 사람은 미오를 노리는 살인자를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미오의 과거는 밝혀지고, 스토커에 강한 의혹이 집중된다. 굉장히 속도감 있고, 설정도 마음에 든다. 옆에 있는 존재를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휩싸이는 부분(p.53이하)은 효과적으로 제시되어 미스터리를 심화한다. 결말이 작위적이고 갑작스럽다는 게 아쉽지만, 작품의 매력은 이런 아쉬움을 덮고도 남는다.
[시간의 마법사] '기묘한 이야기'같은 작품. 강렬하지는 않지만, 잔잔한 울림이 좋았다. 극작가를 꿈꾸는 플롯라이터 '미쿠'의 삶이 공감을 자아내고, '과거의 나'와 재회하는 다소 뻔한 설정도 다카노 가즈아키 손에서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날] 남성편력이 심한 여대생 '미아'가 주인공이다. '케이시'는 이번에도 "돌아오는 이번 수요일, 그날 만큼은 사랑에 빠져서는 안 돼"(p.141)라는 미스터리한 말을 던진다. 상황은 점점 케이시의 예언처럼 진행되고, 미아는 슬픈 사랑 속으로 빠져든다. 결말에서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이라고 할까, 이런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여자분들이 특히 좋아 할만한 작품 아닐까 싶다.
[돌 하우스 댄서] 프로 댄서를 꿈꾸는 '고사카 미호'의 이야기다. 중간중간 '스가와라 사요코'가 만든 '돌 하우스 뮤지엄'이야기가 교차된다. 단 한 사람을 위한 박물관, 돌 하우스 뮤지엄의 미스터리와 꿈을 키워가는 미호의 열정이 잘 버무려 진다. 감동적인 이야기지만, 사요코와 미호의 관계는 억지스럽다. 미호는 "그런데, 어째서 저인가요?"(p.248) 묻고, 관장도 열심히 설명(p.248,250)하지만,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케이시는 스가와라 사요코의 손자로 설정p.249되었다. 케이시가 어떻게 신비한 능력을 갖게 되었는지, 어린 시절은 어땠는지 추측할만한 단서도 제시된다.)
[3시간 후 나는 죽는다] 앞서 말했듯, A의 사건이 벌어진 5년 후 이야기다. 역시 좋았고, 케이시와 미오의 관계에 사랑을 불어넣은 것도 괜찮았다. 케이시를 잊지 못한 미오는 우연한 재회를 꿈꾸며 '직장'에 희망을 건다.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곳에서 일하기로 한 것(p.262)이다. (무모하고 엽기적인 방법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마침내 케이시와의 만남은 이루어지지만, 엄청난 사건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B는 이제껏 베일에 쌓여 있던 케이시의 면모를 정면으로 부각(p.257-260)한다. 내면갈등도 상당하고 인간적인 면도 접할 수 있다. A를 읽으며 느낀 불만 중 하나가, '캐릭터가 모호해-케이시 뿐 아니라 형사 사와키까지-깊게 몰입할 수 없다'인데, 적어도 케이시는 의도적인 것으로 봐도 무방하겠다. B는 단편이라 하기엔 분량이나 중량감이 꽤 있는데, A와 함께 고려해 볼 때, 장편으로 구상하다 완성하지 못하고 연작으로 돌린 듯 하다.
* 에필로그 [미래의 일기장]은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를 연상시킨다. 짧지만 강렬하고, 오랫동안 기억되는 그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