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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ㅣ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강미경 옮김, 마우로 카시올리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3월
평점 :
읽지 않았음에도 읽었다고 믿는 경우가 있다. 생 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같은 경우, 10여년 동안 저랬다. 교과서에 실린 일부를 공부하곤 착각에 빠진 것이다. 또한 널리 알려진 명작이거나, 어린 시절 아동용 전집으로 제목만 접한 책은 저런 함정에 빠지기 싶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이 작품을 읽었다고 믿었지만 아니었다. 우습지만 차라리 다행이다. 덕분에 '첫 만남'은 멋진 삽화가 곁들여진 제대로 된 완역본이 되었으니 말이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는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지만, 문학동네 판의 의미는 남다르다. 첫째, 기존의 오류를 바로잡은 정확한 번역. 둘째, 마우로 카시올리의 생생한 올컬러 삽화. 셋째, 읽기 편하고 깔끔한 장정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1) 정확한 번역. p.23에는 변호사 어터슨이 친구 래니언에게 지킬박사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이보게 래니언, 자네와 나 정도면 헨리 지킬의 가장 오랜 친구라고 할 수 있겠지?" / "글쎄, 난 '그의 젊은 친구'라고 하는 편이 좋겠는데." 래니언의 답은 약간 엉뚱하다. 하지만, 이건 언어유희였다. 역자는 각주를 통해 대화 속에 숨겨진 언어유희를 설명하고, 나아가 의미를 분석한다. (구체적인 소개는 피한다)
p.26에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어터슨은 정체불명의 사내 '하이드'를 찾기로 하고 결의를 다진다. 어터슨의 다짐, "그자가 숨는 자라면 나는 찾는 자가 될 테다." 역시 언어유희를 하고 있는데, 역자는 각주를 통해 이를 설명한다. 이런 깔끔하고 상세한 번역은, 작품속으로 한층 더 빠져들게 하고 어린 독자들의 작품이해를 돕는데 일조한다.
2) 생생한 올컬러 삽화. 하이드의 외양은 충격적 설정의 백미다. p.31에서 직접 묘사하지만, 글만으로는 약간 아쉬는 감이 있다. 하이드의 모습은 시각적 이미지로 보는 게 훨신 생생하지 않은가? 마우로 카시올리의 삽화는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소한다. 털 한 올까지 생생한 삽화를 통해 하이드는 오싹하게 다가온다. (p.28, p.116 참조하시길) 또한 삽화는 작품의 독자층 확대와도 관련을 가진다. 삽화가 실려 있기에 어린 독자들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그림과 함께 읽는' 명작은 성인독자에게는 추억과 색다름을, 어린 독자에게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3) 편하고 깔끔한 장정. 작품 장정은 특이하다. 삽화가 있기 때문에 세로보다 가로가 길고, 여백도 넓다. 신국판이나 4*6양장만 보다 보니 처음엔 어색하기도 했는데, 읽어보니 더 좋았다. 여백 중간 중간 삽화가 있어 재미있었고, 가로가 긴 것도 독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