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꿈이었을까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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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모 작가) 이런 말을 했다. '작가가 너무 쉽게 쓰면 독자는 작가를 만만하게 여긴다'라고. 이 말을 듣고 기겁했다. 그럼 만만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일부러 어렵게 쓴단 말인가? 은희경 작가의 작품은 <비밀과 거짓말>을 읽었고, 이게 두 번째 작품이다. <비밀과 거짓말>이 얽히고 설킨 인물관계와 복잡한 플롯으로 기억에 남았다면, <그것은 꿈이었을까>는 다른 차원에서 '복잡'하다. 물론 분량도 얼마 안 되고 읽기에는 수월하지만, 스토리라인이 흐릿한데다 소설자제가 몽롱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는 더욱 어렵다.

<그것이 꿈이었을까>는 몽환적, 초현실적, 나아가 기이한 분위기까지 풍긴다. 특히 레인캐슬과 레인캐슬에서 만나게 되는 마리아는 이런 분위기의 결정체이다. 결국엔 제목처럼 '그건 꿈일까?'라는 의문에 봉착한다. 꿈과 현실의 경계조차 모호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줄거리를 늘어놓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지만 간략하게 살펴보자.

의대생인 준과 진은 새로운 환경에서 공부를 해보자며 최신식 시설을 자랑하는 레인캐슬로 향한다. 레인캐슬을 둘러싼 환경은 기괴하다. 끝없이 이어진 복도, 시체안치실 같은 식당, 모든 장소를 빠짐없이 비추는 조명, 거기다 언제나 내리는 비까지. 공포영화속 그것을 떠올리면 딱 들어맞을 듯. 거기다 화자인 준은 정체불명의 여성이 등장하는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기괴함. 한편, 준과 진은 수녀원에서 도망쳤다고 주장하는 마리아란 여자를 만난다. 마리아의 정체는?

준은 한미라라는 여성(마리아와 한미라가 동일인물인지 아닌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_-)과 숨바곡질 같은 만남과 헤어짐을 이어간다. 시간이 흘러 준은 체코 프라하로 여행을 떠나며, 진에게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진다. 이상한 만남, 이상한 맺어짐. 그렇게 이야기는 안개속에서 이어진다.

후지타니 오사무의 <사랑하는 다나다군>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다. 물론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이가 있다. 과장과 유머러스함이 넘치는 <사랑하는 다나다군>에 비해 이 작품은 훨신 세련되고 진중하다. 또한 스토리라인 역시 오사무의 작품보다 간략하며 안정감이 있다. (양자를 비교하는 거 자체에 분노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ㅋㅋㅋ) 하지만, 음악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는 점(로린 마젤이 지휘한 모리스 라벨의 오페라 <어린이와 마술>/비틀즈의 음악),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는 상당히 유사하다.

강렬한 스토리라인을 중시하는 입장에선, <그것은 꿈이었을까>는 그리 매력적인 작품이 아니다. 내용자체가 모호해 붕 떠 있는 듯하고, 이야기의 몇몇 연결고리는 마음에 걸린다. (준의 갑작스런 프라하행이 대표적) 하지만, 소설전체를 지배하는 독특한 분위기는 인상적이다. 저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지만, 숨겨져 있는 뭔가를 어렴풋이 본 듯하다. 모호하고 답답한 저 코멘트처럼, 읽는내내 안개속을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 표지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에메랄드 빛 배경에 실루엣만 흐릿한 여성이 첼로를 켜고 있다. 홀로그램식으로 반짝이는 별은 포인트. 화면으로 보이는 이미지로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실제로 보라. <그것은 꿈이었을까>의 표지 정말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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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8-07-08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이거 관심가는데요?!!!+_+

쥬베이 2008-07-09 15:17   좋아요 0 | URL
ㅋㅋㅋ환상적인 분위가 상당히 매력적이 작품이에요.
하지만 저는 쫌^^

칼리 2008-07-11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잊고 있던 작가였는데 쥬베이님 덕분에 다시 되새겨 보게 되네요^^

쥬베이 2008-07-11 18:13   좋아요 0 | URL
저는 은희경작가하고 맞지 않는거 같아요
이 작품도 그렇고, <비밀과 거짓말>도 그렇고...
큰 감흥이 안오더라고요

다락방 2008-08-14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베이님.
저는 은희경의 다른 작품들, 이를테면 『새의 선물』이나 『마이너리그』,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는 퍽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 『그것은 꿈이었을까』는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도 않을 뿐더러 재미도 없더군요. 『비밀과 거짓말』도 읽기 어려웠구요. 저도 그 두 작품이 저하고 맞지 않는 것 같았어요.

쥬베이 2008-08-16 11:41   좋아요 0 | URL
우와 신기하네요^^ 동지감이 팍팍ㅋㅋㅋ

<비밀과 거짓말>은 일부러 어렵게 쓴 작품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 마음에 드는 작가는 아니에요...